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 사람과 예술, 문화의 연결고리 다리에 관하여
토머스 해리슨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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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다리는 이 쪽과 저쪽을 연결시키는 길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다리를 통해 사람과 예술문화의 연결고리에 관하여 살펴보고 있다.

 

왜 다리인가?

 

저자의 <들어가는 말>에서 다리가 화두가 되는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다리벽의 공통점(게오르크 지멜의 다리와 문에서)

 

모든 공간을 연결하는 동시에 분리한다. (12)

문은 역동적이며 극적인 장벽을 제시한다안쪽으로그리고 바깥쪽으로의 움직임을 허용한다.

벽은 그렇지 않다.

여닫을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문은 단순하고 획일적인 벽보다 더 강한 폐쇄감을 만들어낸다.

창은 안쪽 공간에서 바깥쪽 공간으로만 열린다다시 말해 한 방향으로만 열린다창은 내다보기 위해서이지 들여다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길은 창이나 문보다 넓은 공간을 더 뚜렷하게 연결한다.

 

그런 문길에서 한 걸음 더 나가면 다리가 있다.

다리의 기능은 무엇일까연결하는 것이다.

 

인간은 두 장소를 분리해 생각하더라도 그것을 상상을 통해 결합한다.

다리는 길과 다르게 공간 분리를 극복할 뿐 아니라물이나 협곡처럼 역동적이고 극적인 자연의 갈라진 틈마저 극복한다.

또한 다리는 실용성을 넘어 개념적미적 효과도 연출한다.

 

이 책에서 살펴보는 다리다리와 관련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장 신의 위대한 다리 짓기

2장 다리 위에서 살아가기

3장 음악의 다리

4장 다리의 형제와 적들

5장 언어의 다리

6장 교수대로서의 다리

7장 니체의 다리

8장 바다의 다리와 자아

9장 다리-단절

 

다리 하나를 두고 이렇게 다양하게 논의가 이루어질 줄 몰랐다.

그래서 저자의 안내를 따라 이 다리저 다리를 고루 건너볼 수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다리다

 

<더 키드> (88

<퐁뇌프의 연인들> (89)

<걸 온더 브릿지> (89)

<애수> (92)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12

 

<백야>에 등장하는 다리를 살펴보자.

 

루키노 비스콘티가 각색한 도스토옙스키의 <백야>에서는 결합을 손짓하는 동시에 연인을 다호하게 갈라놓는 다리가 등장한다. (93)

 

이 부분은 다시 후반부에 다시 언급이 되는데, 379쪽이다.

 

비스콘티의 이 영화도 코이트너의 <마지막 다리>처럼 실패한 사랑 이야기를 다리에서의 마지막 장면으로 극화한다.

 

무지개와 현악기

 

이 책에서 무지개를 새롭게 만난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무지개는 흔히 인간과 신의 영역을 잇는 연결고리로 여겨졌다공기빛으로 이루어진 작은 물방울이 무지개를 만들려면 새가 만드는 것만큼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이 희소함보다 더 주목받는 무지개의 특성은 일시성이다다양한 문화권에서 무지개는 땅과 하늘 사이를 잇는 기적의 연결점을 만든다. (30)

 

무지개에 이어 저자는 헤르메스를 등장시킨다신의 메신저인 헤르메스에서 해석학이란 말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32)

그러니 무지개도 헤르메스도 신과 인간 사이의 다리가 되는 셈이다.

 

무지개를 통해 신의 영역으로 갈 수 있다는 상상은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를 통해 널리 펴졌다. (31)

 

이 책에서 현악기의 다리를 만난다.

 

현악기는 서로 다른 두께로 다른 장력을 받도록 펼쳐 놓은 현이 브리지라고 부르는 약간 들어 올린 나무 조각 위에서 진동하며 소리를 낸다손으로 뜯거나 활로 켜거나 또는 쳤을 때 악기는 음을 내고 음들은 조화를 이루어 음악이 된다현악기에서 줄받침이라고 부르는 브리지라는 단어는 작곡에서는 하나의 멜로디주제 또는 음조에서 다른 멜로디주제음조로 전환하며 작품의 주제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효과를 가리키기도 한다. (125)

 

그렇게 현악기에서 나는 소리를 비롯하여 소리를 살펴보게 되는데, 소리의 기능 또한 무엇인가 건네주는 것이다.

 

소리는 우리를 보이지 않는 것과 연결한다.

소리는 다른 네 감각과 다르게 거리를 주목하게 만든다.

소리는 부재하는 것을 가깝게 끌어당긴다. (126-127)

 

이런 것도 적어둘만 하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인들은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공간이 넓고 광활해서 건너기가 거의 불가능한 강으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했다. (47)

 

스틱스 강은 절대적으로 건널 수 없는 경계이다 보니 올림푸스 신들은 엄숙한 맹세를 할 때마다 스틱스 강의 이름을 댈 정도였다. (47)

 

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이 말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다리 위에 있는 니체일단 뭉크의 그림으로 살펴본다.

(이 책에서는 그림이 제시되지 않아인터넷에서 찾아 올려본다니체는 다리 위의 니체를 두 점 그렸는데하나는 1905년도다른 하나는 1906년에 그린 작품이다책에서는 1906년도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니체는 자신이 역사에서 다리라는 사건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자신의 역사적 소명을 다리로 규정한 것이다니체 이후의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은 니체의 이 성격 규정을 놓치지 않았다. 1906년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그림 프리드리히 니체에서 다리 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니체의 모습을 형상화한다그의 어깨에서 나온 듯한 파란색 굵은 띠는 마치 날개처럼 펼쳐지고 머리에서는 더 넓은 노란색 띠가 나오는 듯한 모습이다. (291)

 

다리 위에 서 있는 니체는 자신이 또한 다리이기도 하다니체는 자신을 서양사의 중대한 사건으로 본다뭉크는 이런 니체의 시각을 효과적으로 재현한다. (291)

 

니체와 다리를 엮어낸 묵상은 계속된다,

 

이 책에서 다른 부분도 물론이지만특히 니체에 관련된 부분은 읽고 새길 필요가 있다.

저자는 니체의 책에서 시작하여 다른 많은 철학자화가 등과의 접점을 찾아내 보여주고 있다특히 그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새롭게 읽어보게 된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동안 그 책을 읽으면서도 다리에 연관지어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특히 더 그렇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목적지가 아니라 다리라는 점에 있다.

인간의 사랑스러움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자 추락하는 존재라는 점에 있다. (297)

 

다시이 책은?  (다리 - 사유)

 

저자는 다리와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사유를 다리 - 사유라 이름짓는다.

다리와 연결되어 다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각종 사물과 사건들그런 사유가 계속하여 등장한다철학의 사유가 다리를 둘러싸고 이어지는 것이다.

 

종횡무진으로 이어지는 다리 - 사유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책고급 철학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모든 다리에는 저마다의 드라마가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였던 다리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

 

다리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정말이지 수많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역사문학예술철학 등 관련된 분야의 폭도 넓다.

 

소리는 우리를 보이지 않는 것과 연결한다.

소리는 다른 네 감각과 다르게 거리를 주목하게 만든다.

소리는 부재하는 것을 가깝게 끌어당긴다. (126-127)

 

위에서 이미 인용한 글이다그 문장에서 소리라는 말 대신에 다리라는 말로 바꿔보면 다리가 어떤 존재인지 보다 확실하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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