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스·로마 신화 11 : 오디세우스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ㅣ 그리스·로마 신화 11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3년 7월
평점 :
그리스 로마 신화 11 <오디세우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열심히 읽고 있다.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되도록 여러 번역본을 찾아 읽으면서 『오디세이아』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노력중이다.
해서 몇 개의 번역본 읽었는데, 다음과 같다.
『오디세이아』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 컬렉션, 190쪽의 축약본이다.
『오뒷세이아』, 천병희 역, 완역본, 570쪽
이번에 읽은 이 책은 두 가지 책의 중간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360쪽에 달한다.
그런데 축약본과 완역본, 모두 문제가 있다.
축약본에는 완역본에 비해 빠진 부분이 많다. 축약본이니 당연한 일이다.
해서 읽고나면 『오디세이아』의 줄거리는 이해가 되는데, 『오디세이아』가 말해주려는 깊은 맛은 맛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러면 완역본은 어떤가?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 그게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먼저 페이지가 570쪽에 달하니 그 분량에 먼저 압도당한다.
그 다음에는 호메로스 특유의 서술 방식으로 서술이 장황하다. 그래서 읽다가 오디세우스가 방황하는 것처럼 어디를 가고 있는지, 헤매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그것이 문제다.
또한 『오디세이아』의 서술 방식이 플래시 백(Flash Back) 형식을 취하는 부분이 많기에 어디를 가고 있는지 헤매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긴다. 그래서 읽기가 어렵다는 것,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 중간의 형태인 이 책은 괜찮다. 읽기도 편하거니와 『오디세이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빠트리지 않았다는 점, 높이 사줄만 하다.
첫째, 아이기스토스와 오레스테스에 관한 부분.
제우스는 아이기스토스가 왜 오레스테스한테 죽임을 당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16쪽)
이 부분, 축약본에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 부분이다. 또한 완역본을 읽으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부분이 나오니 낯설게 느껴져 새삼 그 부분의 의미를 새겨보게 된 것이다.
인간이 어리석은 이유는 자신의 무모한 행동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것을 잊고서 우리 신들만을 탓하기 때문이다. 아이기스토스의 예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아가멤논이 전쟁으로 멀리 떠나 있을 때, 그는 아가멤논의 아내와 왕좌를 빼앗았다. 그리고 왕이 돌아오자 그를 죽였다. 우리는 헤르메스를 보내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왕비인 클리타임네스트라를 돌려주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전령이 충고를 하고 있을 때 그는 그것을 듣고 있었던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결국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런 제우스의 말이 끝나자 아테나가 말한다.
“아이기스토스는 마땅한 벌을 받은 것입니다. 누구든지 그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일을 저지른다면 비슷한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17쪽)
이 부분, 제우스와 아테나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어리석음을 통박하고 있는 구절인데, 이게 『오디세이아』를 일관되게 지탱하는 호메로스의 인간관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리석어서 신이 아무리 가르쳐주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 그런 교훈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새기게 된 것이다.
완역본에서는 다른 데 신경 쓰느라 이 대목을 스쳐 지나갔고, 축약본에서는 아예 언급이 없었으니 새겨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해서 중간 단계인 이 책으로 오히려 교훈을 잘 새겨볼 수 있었다는 점, 이 책의 장점 첫 번째이다.
다음으로는, 장황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깔끔하게 다듬어 놓았다.
나우시카에게 발견되어 알키노오스 왕의 궁전에 들어가게 된 오디세우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대화가 진행이 된다.
그에게 왕비가 묻는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당신은 어디서 왔지요? 어떻게 우리 섬에 닿았고, 누가 당신에게 옷을 주었지요? 당신은 바다 위에서 떠다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왕비시여, 신이 저에게 준 고통을 모두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곳에 오기까지 제가 겪은 일들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칼립소 섬에서부터 파이아케스 해변에 벌거벗은 채 내던져졌을 때까지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또한 나우시카가 자신에게 보여준 친절과 지금 입고 있는 옷을 그녀가 주었다는 것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123쪽)
완역본에서는 이 장면이?
무려 3페이지에 걸쳐 오디세우스가 그간에 겪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왕비는 오디세우스로부터 그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이지만 독자들은 이미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들어야 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편자는 그 부분을 과감하게 몇 마디 말로 줄여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도 독자들은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니까.
그렇게 줄여놓으면, 독자들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오디세우스의 행적을 오히려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고 정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혹시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읽다가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중도 포기한 독자가 있다면, 이 책으로 다시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첫째는 『오디세이아』에서 호메로스가 말하고자 한 것들, 인생의 교훈을 빼놓지 않고 새길 수가 있다. 오히려 완역본에서는 놓치기 쉬운 교훈들을 더 잘 새길 수가 있다
둘째는 오디세우스의 행적을 오히려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고 정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수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어려움을 겨우 겨우 헤쳐나가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런 어려움을 계속 당하니 어느 부분에서는 당사자는 물론 독자들도 지치게 된다. 읽다가 고생 더 안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때 살짝 센스있게 적당히 기록하고 넘어가 주니. 편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으로 그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 인생관을 확실하게 정립할 수 있는 서양 고전 중 하나인 『오디세이아』를 정리하면서 읽을 수 있으니, 정말 해볼만,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