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자전거 여행 - 도전 앞에 망설이는 당신에게
송미령 지음 / 앤에이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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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이들 등원 길마다 시에서 대여하는 자전거가 가는 곳마다 잔뜩 놓여있어서, 때론 길 막을 할 때도 상당한데, 오후가 되면 그 많던 자전거가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한산해진 걸 볼 수 있다. 한번쯤 자전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세발자전거를 끝으로 나와 자전거의 인연을 끊어졌다. 이 책을 읽기 전 읽었던 소설에서 전직 여행기자가 서울서 부산까지 국토 자전거 종주를 하는 장면이 나와서 그런지, 이 책에 등장한 실제적인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런 우연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저자는 삼 형제를 키우는 중년의 엄마다. 다니던 직장을 퇴사한 후, 삼 형제와 국토종주를 계획했다고 한다. 아빠와 자전거 종주를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있는데, 엄마와 아들들의 자전거 종주라니... 놀라운 것은 공원에 나가서 자전거를 타고 취미 정도로 라이딩을 했던 엄마와, 자기 소유의 자전거가 전혀 없는 아들들의 자전거 종주라는 것이다. 대단한 것은 엄마의 실행력과 아이들이 함께 하겠다고 했다는 사실이다. 계획을 남편에게 이야기하여 남편을 설득한 후, 네 모자는 인천부터 부산까지의 국토종주를 시작으로 자전거 종주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목표와 계획은 세우지만, 미성년 자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인지라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세우고 그들은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다. 물론 아이들을 설득하면서 자전거를 타게 되면, 남은 시간은 무한정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원하는 아이템을 사주겠다는 당근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겠지만 그럼에도 60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만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도 11일간의 여정이었고, 낯선 길이었으며, 한 여름이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하며 그들은 결국 국토종주에 성공한다. 한 번의 경험은 다음의 여행을 부축인다. 결국 남편까지 함께 하는 가족들의 자전거 종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의 자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저자 역시 책에서 이야기하듯, 마냥 보살핌이 필요하고 어리숙하게 보였던 아이들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마주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때론 엄마를 도우며 여행을 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부쩍 성장했다는 것을 나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각자가 가진 기질과 장. 단점을 파악하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 또한 볼 수 있어서 읽는 나조차 뿌듯하기도 했다. 특히 남편과 함께한 여행에서 효율 때문에 그동안 아이들과 저자가 만들어놓았던 분위기와 교육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지만 다행히 대화로 잘 풀어가며 여행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통해 저자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편하디 편한 여행과 볼거리, 먹을거리만 좇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서로 몸을 부딪치고, 땀을 흘리며 함께 하는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족 간의 거리감도 좁혀지고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이런 여행을 한 번 가보고 싶다.(우선 자전거부터 배우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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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남자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7
김난주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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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이 경험 한 괴담을 나눈다. 그리고 주인공의 차례였다. 그에게 공포는 파도였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S 현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은 어려움 없이 학창실을 보낸다. 형이 있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그는 같은 마을에 살던 K와 친하게 지냈다. K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말을 잘 하지 못했던 터라 친구들로부터 숱하게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그림에는 탁월한 실력을 자랑했다. 착했던 K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나는 그를 구해주고, 그와 친구가 된다. 어느 해 9월, 대형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전해진다. 모두들 일찍 문을 걸어 잠그고 집 안에서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조용해지자, 주인공은 밖으로 나간다. 태풍의 눈이 통과하고 있기에, 잠깐 나갔다 와도 되지만, 오래는 안된다는 말에 주인공은 K를 찾아간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파도가 바로 앞까지 밀어닥친다. 발에 닿는 느낌이 파도가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진 주인공은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 주인공은 K에게 빨리 나가자고 이야기한다. K의 손을 잡고 파도를 피해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도망치고 보니, 자기 혼자만 방파제 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만큼 파도가 주는 공포가 컸던 것이다. 위험하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K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다. 혹시나 싶어 다시 해변으로 돌아온 주인공 앞에 파도가 갑자기 멈춰 선다. 그리고 파도 속에서 손을 뻗치며 웃고 있는 K를 마주한다. 그날 이후로 주인공은 며칠을 앓았고, 사라진 K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그날 이후로 집을 떠나 40년간 근처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니 물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파도 속에서 마주한 K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연 파도 속에서 마주한 K의 모습은 주인공이 만들어 낸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어쩌다 보인 모습이었을까?

이 이야기를 털어놓은 주인공은 수십 년 만에 다시금 그 파도가 있었던 장소를 찾는데...

친구를 지키지 못한, 그것도 장애가 있는 친구를 지키지 못한 마음을 평생 품고 사는 주인공은 비로소 자리를 빌려 자신의 과거를 토해낸다. 살아있는 파도고 친구를 삼키고, 그 친구를 삼킨 파도가 자신 앞에 멈춰 서 있는 것을 마주한 기억은 과연 진실일까? 이성적인 판단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K의 부모 역시 주인공에게 원망을 털어내지 않았던 것도 그가 죄책감을 가지게 된 동기가 되었을까?

일곱 번째 남자라는 제목과 내용의 개연성을 책에서는 찾을 수 없었는데, 기담회에서 일곱 번째 순서로 그가 말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을 지니고 있는 파도. 그리고 그 파도에 순식간에 많은 것을 잃은 남자. 그의 이야기가 구슬펐던 것은 괴로움과 죄책감이 공포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옭아매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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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2
홍은주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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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만화선이 나왔다. 그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여러 권 접했지만, 다 장편소설이었던 터라, 단편소설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단편소설을 만화로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내가 만난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라는 단편 만화선 중 두 번째 작품인데, 제목이 특이해서 더 궁금했던 작품이다.

도쿄 안전 신용금고 신주쿠 지점의 융자관리과 계장 보좌 가타기리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다. 문을 여자마자 거대 개구리가 가타기리를 맞이한다. 생김새도,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있었던 것도 당황스러운 가타기리에게 차를 한잔 권하는 개구리 군. 자신을 개구리 군이라고 불러달라는 이 거대 개구리의 용건은 바로 도쿄를 파멸에서 구하기 위한 이유였다. 세상에... 개구리가 말을 하는 것부터 이미 현실 세계에서 많이 벗어난 것일 텐데, 도쿄를 구하기 위한 일에 가타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니... 그렇다면 도쿄는 어떻게 파멸한다는 말인가? 개구리의 말에 의하면, 사흘 뒤 거대 지진이 일어날 것이고 그로 인해 도쿄는 쑥대밭이 된다. 피해 정도는 그동안 겪었던(단편소설이 출간된 것이 2011년 전이라서 그런지, 책 속에서는 고베 대지진을 가장 큰 지진으로 이야기한다.) 지진 중 가장 큰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지진의 진원지는 신주쿠 구청 아래인데, 바로 가타기리가 근무하는 신용금고 바로 아래다. 지진을 일으키는 장본인은 바로 땅 밑에 사는 거대 지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개구리 군은 많고 많은 사람 중, 혼자 사는 싱글남 가타기리를 찾아온 것일까? 그리고 가타기리는 어떻게 개구리 군을 도울 수 있을까?

사실 갑작스러운 개구리의 출연에 독자만큼 가타기리도 당황스러워한다. 아니, 이 개구리가 정말 실존하는 개구리인지, 그가 말하는 게 믿을 수 있는 것이지 궁금해하는 그에게 개구리는 가타기리가 가장 골치 아파하는 사건을 해결해 준다. 그리고 드디어 사흘 뒤. 과연 가타기리는 개구리군을 도와서 지렁이 군을 무찌르고 대지진으로부터 도쿄를 구할 수 있을까?

오히려 길지 않은 단편인데다 만화인지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자꾸 개연성을 찾으려고 해서 더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하룻 밤의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서 여운이 남는다.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보통 영웅은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작품 속 영웅들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가 갑작스럽게 영웅이 되는 경우가 상당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가타기리 역시 그런 인물이 아닐까 싶다. 다른 점이라면 여타의 영웅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긴 하지만, 막상 실제 사건으로부터 도쿄와 많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뭔가 큰 노력을 한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타기리는 도쿄를 지켜냈다. 개구리군을 도와서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꼭 진짜라고 할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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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 나에게 친절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상희 외 지음, 김경태 사진 / 새의노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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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계속되는 감기로 소아청소년과를 찾았다. 주말이어서인지, 오늘따라 대기 환자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겨우겨우 자리를 찾아서 앉자마자 둘째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림책을 가지고 온다. 며칠 전 왔을 때도 읽었던 그림책이다. 아예 내용을 다 외워버릴 정도로 읽고 또 읽은 그 책. 그것도 똑같은 책을 찾아내 두 권 다 들고 오기도 한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그림책 3권을 읽어줬는데, 병원에서까지 도합 8권이다. (남편이 읽어준 것도 그 정도 될 것이다. 내가 힘들어지면 남편에게 토스했으니... ㅎ) 글자를 배우고, 글 밥이 많은 책을 읽게 되면서부터 그림책과는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엄마가 되니 그림책과 다시 친해져야 했다. 아니 외우고 또 외우는 것을 지나 아예 책 한 권을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까지 유난히 좋아하는 책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들고 와서 읽어줘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읽고 반한 책은 반납하고 또 빌려오고를 거듭하다 결국 내 돈 내산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내 책이 되니 더 자주 읽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나는 아무리 읽고 싶던 책이라도 사고 나면 언젠가를 위해 책장에 꽂히기 일쑤인데 애들은 다른가 보다.) 처음에는 그저 목소리 흉내에만 집중하며 책을 읽어줬었다. 근데,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묵직한 뭔가가 툭 내려앉기도 하고, 감정 컨트롤이 안되기도 했다. 그때부터 그림책이 주는, 그림책만이 줄 수 있는 다정함과 감동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요즘은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나 그림책도 종종 등장한다. 아마 그 여운의 맛을 아는 어른들이 많아져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 속에는 참 많은 그림책이 등장한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단 한 권도 만난 적이 없던 초면의 책들이다. 이렇게 많은 책이 있었나? 어떻게 한 권도 본 적이 없는 책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림책을 만났다. 다양한 그림책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와닿는 책과 구절들이 참 많지만, 그랬다가는 서평이 아니라 책을 통째로 옮기게 될 것 같아서 그중에서 나 또한 겪었던지라 더 많이 와닿았던 책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야호! 비다"라는 책이었는데, 처음에는 비다를 바다로 착각했었다;;; 당신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눈이 오는 날을 대할 때 감정은 어떤가? 눈 오는 날, 다음 날 출근길이 걱정이라면 당신은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눈이 즐겁기보다는 당장 출근 대란을 걱정하니 말이다. 비 오는 날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폭염이 연거푸 계속되는 날이라면 그나마 좀 덜 귀찮긴 하지만, 그럼에도 비 오는 날을 생각하면 이마와 눈가에 주름이 자동으로 생긴다. 옷도, 신발도 젖고,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유모차를 밀면서 두 아이를 등원시켜야 하기 때문이다(나는 뚜벅이 직장인이었다.). 그렇기에 책 속 할아버지가 비 앞에서 표정관리가 안 되는 이유가 무척 와닿았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달리 아이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그런 둘이 길가에서 부딪쳤다. 할아버지는 화를 냈고, 아이는 할아버지가 쓰고 있던 모자를 쓰며 장난을 친다. 그다음 어떻게 되었을까?

백 번 양보해, 최소한 우리 인생에 심술궂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재미 없어지는 이유는(때론 지나쳐 꼰대로 불리는 이유는)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작은 경험으로

이 넓은 세상의 인과 법칙을 알고 있다고 단정해버립니다.

큰 착각이죠.

책을 읽으며 또 한 장면이 떠올랐다. 큰 아이가 3살이 되었을 땐데, 그날도 비가 참 많이 왔다. 퇴근하고 아이들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원장 선생님을 만났다. 나였으면 물웅덩이에서 첨벙첨벙하지 말라고 야단을 쳤을 텐데,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부르면서 "우리 같이 웅덩이에서 첨벙해볼까?" 하고 말씀하셨다. 내 생각과 표정을 읽으셨던지, 어차피 장화에 우비니까 첨벙해도 많이 안 젖을 거예요. 이렇게 비 오는 날 아니면 언제 첨벙첨벙 신나게 물장난하겠어요?" 하며 웃으셨다. 그날 이후로 아이의 첨벙 놀이를 조금 더 편안하게 바라본다. 때론 한번 해볼까? 하고 먼저 이야기하기도 한다. 삶의 같은 장면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반응의 정도는 참 다르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굳이 심술궂게 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다르게 보자면, 삶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해 보이는 것도 얽히고설키다 보면 또 다른 결과로 도출된다. 만약 모든 게 인과관계대로만 풀린다면 스포츠를 보는 재미가 사라지지 않을까? 세계 랭킹 1위라고 늘 금메달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인연이라 말하는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수많은 우연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인연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조언을 따라볼까 한다. 내 인생을 다정하게 대해보자. 그 다정함이 내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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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 - 현대 과학이 외면한 인간 본성과 도덕의 기원
로저 스크루턴 지음, 노정태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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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철학. 둘은 이성을 바탕으로 연구되는 학문임에는 틀림없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검증을 해낸 사실을 더 진실로 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내용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철학 하면 떠오르는 심오한 첫 문제 "과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좀 다른 시각으로 설명하는 책을 만났다. 바로 현대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도덕에 대한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의 저서다. 사실 읽기가 쉽지 않았다. 철학은 어렵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철학 및 용어들에 대해 이해에 상당한 내공이 필요할 것 같다. (생각보다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그래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기왕이면 조금 더 쉬운 단어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아쉽기도 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인간종에 대한 이야기가(상대적으로 가장 이해가 어려웠던 장이다.), 두 번째 장에는 나와 너로 구별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세 번째 장에서는 도덕적인 선택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가, 네 번째 장에는 종교와 인격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앞에서 말한 과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내용의 예로 웃음과 쾌락을 설명하고 있다. 웃음은 인간이라는 공동체에게 유익을 끼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웃음은 인간만이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진짜 웃음을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쾌락의 문제는 단지 감정적으로 풀어내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가령 성적 쾌락의 경우, 그 대상에 따라 쾌락을 느끼기도 불쾌를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도덕적인 선택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자. 이 책을 읽기 전, 다른 책을 통해 도덕적 행동에 대한 고민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있다. 가령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보자면 내 선택에 따라 타인에게 큰 영향(생명의 문제까지)이 있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같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특히 피터 싱어와 같은 현대 윤리철학의 주류 학자들의 의견에 반론을 제시한다. 과연 생명의 문제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냉철하게 비판을 가한다. 누군가의 생명은 중요하고, 누군가의 생명은 포기하는 게 맞는가?의 이야기 말이다. 도덕은 종교로 이어진다. 우선 이에 앞서서 나와 타인관의 관계에 대한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나를 인정하는 것처럼, 타인도 인정해야 한다. 그로부터 도덕이 등장하는 것이고, 그 도덕들이 결을 이루어 만들어진 것이 종교기 때문이다. 저자가 비판하는 토대는 바로 그 나와 타인의 관계 속에서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도덕의 룰을 마구 흩트려 놓는 자유주의자들의 의견과 도덕적 판단들을 향해서이다.

첫 장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실타래처럼 이어진다. 하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큰 주제를 형성한다. 첫 장의 고난(?)을 이겨내면 상대적으로 뒤로 갈수록 좀 덜 부담스럽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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