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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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습니까? 사람들은 고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흔히 거창한 대의명분을 들먹이죠.

하지만 편안함과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추구할 만한 대의명분이라는 게 과연 있습니까?

세계 체스대회에서 컴퓨터인 딥블루 Ⅳ로부터 승리를 거둔 사뮈엘 핀처 박사. 그동안 여러 번의 대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지던 차에 드디어 인간이 컴퓨터로부터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또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이차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었다. 2016년과 2002년이라는 시대 차가 있긴 하지만, 그전부터(1997년) 실제 컴퓨터를 상대로 한 체스 대회는 계속 있어왔다고 하니 저자의 상상력의 산물은 아닌가 보다.) 뛰어난 정신과 의사이자 세계 랭킹 1위의 체스 챔피언인 사뮈엘 핀처는 경기 후, 모델인 애인 나타샤 안데르센과 인사를 나누며 떠난다. 승리에 고취된 지 얼마 안 돼서, 갑자기 사뮈엘 핀처가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간 밤에 사뮈엘 핀처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나타샤와 사랑을 나누다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무슨 당황스러운 상황인가?

사뮈엘의 사망에 의심을 품은 것은 경찰 출신 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와 르 게퇴르 모데른지 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였다. 이들은 사뮈엘에 죽음이 타살이라 의심하고 주변에 탐문수사를 시작한다. 우선 사뮈엘의 시신을 검시한 법의학자 조르다노 교수를 찾아간다. 그는 유족 몰래 사뮈엘의 뇌를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 혹시나 새로운 내용이 밝혀진다면 연락을 주기로 한다. 또 한편, 사뮈엘의 형인 파스칼 핀처를 조사해 보기로 한 두 사람. 그는 최면술사로 즐거운 부엉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당일 공연에 특이한 상황이 목격된 걸 보고 의심의 잣대를 드리운다. 공연이 끝난 후 그를 좇아간 둘은 공연장에서 웃음거리가 된 것에 앙갚음을 품은 군인 무리로부터 파스칼을 도와준다. 파스칼로부터 사뮈엘(사미)이 성 마르그리트 섬에 있는 병원(정신병원)의 병원장이었는데, 병원 사람들 중에는 그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정보를 듣고 섬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섬에서 병원까지 배로만 통행이 가능한데, 뱃사공인 전직 의사 움베르토 로시를 매수해 병원에 들어가는데 성공한 두 사람. 여러 정보를 가지고 그들은 사뮈엘과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연인 나타샤를 찾아간다.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자 둘은 그 집으로 잠입하고 씨엘이라는 마크를 발견하게 된다.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깬 나타샤를 발견한 이지도르와 뤼크레스는 나타샤 몰래 숨었다가 씨엘 클럽에서 사뮈엘을 위한 추도식 겸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씨엘 클럽으로 향하게 되는데...

한편, 시점은 또 다른 상황으로 연결된다. 신용은행 법무담당 직원이었던 장 루이 마르탱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한쪽 눈과 한쪽 귀뿐이다. 성 마르그리트 병원에 입원하게 된 마르탱. 처음에는 가족들과 동료들이 자주 병문안을 왔지만, 그가 더 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라는 것을 인지한 그들은 더 이상 발길을 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그의 편에서 그를 지키는 것은 주치의 사뮈엘 핀처 뿐이었다. 눈을 깜박이는 횟수로 의사소통을 하던 그에게 사뮈엘은 그가 티브이의 과학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어진 시간 동안 다큐멘터리를 통해 과학지식을 쌓은 그에게 눈으로 조정 가능한 컴퓨터를 가져다주는 사뮈엘. 눈 움직임을 통해 장편의 책을 내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의 세계까지 마주하게 된 마르탱은 사뮈엘과 체르니엔코박사의 인간대상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만의 연구를 시작하는데... 과연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이는 최후 비밀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과연 인간이 가장 원하는 욕구는 무엇일까? 생존의 욕구를 넘어서는 다른 욕구가 과연 있는 것일까? 그 욕구는 과연 인간에게 독일까, 약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근 소설을 마주한 후에 뇌를 읽어서 그런지, 이후 발간된 작품들과의 연결고리가 눈에 띄었다. 가령 쥐와 같은 동물실험이나 최면에 대한 이야기 등처럼 말이다. 순서는 상관없겠지만,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만의 사차원적인 세계가 뇌에서부터 이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습니까? 사람들은 고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흔히 거창한 대의명분을 들먹이죠.

하지만 편안함과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추구할 만한 대의명분이라는 게 과연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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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한 번에 합격하는 초압축 암기법 - 1년 만에 행정고시 합격한 ‘신림동 전설’의 3배속 암기의 기술
이형재 지음 / 빅피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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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말하면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 약한 부분이 유사하고, 약한 부분에는 계속 약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고득점으로 가려면 바로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으로 약한 파트는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잘 외워지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보지 않으니까 계속 못 외운다.

쓴 한약이 몸에 좋듯, 공부하기 쓰디쓴 내용이 합격 길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전공이 행정학이었던지라,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 학교 다니면서 하기가 쉽지 않아서,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1년 휴학까지 하고 매달렸지만, 쉽지 않았다. 허송세월을 보낼 것 같아서, 영어 점수가 생각보다 잘 안 나와서 졸업과 동시에 시험을 접었다. 그럼에도 공무원 서적은 처분이 안되었다. 결국 하지도 않을 거면서, 몇 년 간 들고 있다가 결국 다 버렸다. 만약 내가 시험 준비를 할 때 이 책을 만났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책을 읽으면서 살포시 다시 준비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암기 천재들만 합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요령을 알면 합격할 수 있다고 말이다. 저자가 만났던, 그리고 저자가 경험했던 방법들은 결코 천재만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누가 더 많은 내용을 시험지를 보며 떠올리느냐의 차이라고 말이다. 적어도 암기는 IQ의 차이가 아닌, 방법에 차이가 결정한다고 하니 궁금하다면 읽어보자!

책 속에는 시험의 종류에 따라, 남은 시간에 따라 효율적으로 암기하는 방법이 나와있다. 그렇다고 정말 도깨비방망이처럼 한 번에 뚝딱 외워지는 것은 아니다. 합격에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석이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시험에 떨어진 이유가 피부로 와닿았다. 우선 나는 쓸 데 없는 것에 시간을 투자했었고, 2독 정도 하고 시험장에 갔었고, 분명히 내용은 아는데 막상 문제로 만나면 자꾸 틀리는 상황이 연거푸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선 3독을 해야 어느 정도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2독까지는 암기보다는 이해에 의의를 두고 공부를 해 나가야 한다. 그 밖에도 시험 점수 잘 안 나오는 과목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든가, 하루 중 언제 공부를 해야 효율성이 좋은지 등 저자가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가 실제적으로 등장한다. 물론 이 책은 초압축 암기법에 대한 책이기에, 그에 대한 예시가 직접 문제로 설명해 주니 더 사실적이다. 교재와 함께 요약노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잘 안 외워지거나 자주 틀리는 문제만을 모아둔 암기장(시험장에 꼭 들고 가야 한다.) 등을 만들어서 활용해 보기를 조언한다. 특히 시험장에 교재 전부를 들고 가는 건 여러 가지로 불합리하다. 1시간여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니 말이다. 특히 시험 보기 직전에 본 내용은 스캔을 하듯 기억이 나니 꼭 내 부족함을 파악하고 암기장으로 승부를 보기 바란다.

특히 암기를 위해서 전날 자기 전에 본 내용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보기를 권한다. 우리 몸은 자면서 정리를 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전날 자기 전에 본 내용을 아침에 다시 보면 확실히 암기 효과가 배로 증가한다고 하니, 한번 활용해 보자.

또한 이 책 안에는 직장인으로 시험에 대비하여 암기하는 방법도 들어있다. 공부를 위해 시간을 일부러 내거나 잠시간을 줄이는 등, 기존의 원래 생활패턴을 흔들게 되면 금방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생활 속 자투리 시간과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는 암기 방법을 활용해 보자. 짧디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한 암기법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 약한 부분이 유사하고, 약한 부분에는 계속 약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고득점으로 가려면 바로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으로 약한 파트는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잘 외워지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보지 않으니까 계속 못 외운다.

쓴 한약이 몸에 좋듯, 공부하기 쓰디쓴 내용이 합격 길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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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환쌤의 문해탄탄 한자일력 365 (스프링) - 공부가 재밌어지고 독서가 즐거워지는 기초한자의 마법
송재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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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을 앞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래저래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막상 내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그 당시에도 입학 전에 한글은 물론이고, 속담과 한자, 구구단이나 셈하기 등을 배우고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다가 요즘은 영어까지 해야 하니, 그때보다 확실히 준비할 게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들어갔는데도 초등학교 입학 첫 시간에 유리 색연필로 선 긋기와 줄긋기를 했었는데 어느 순간 진도가 확확 나갔다. 딴소리 일 수 있지만, 우리 반의 경우 담임선생님이 받아쓰기(외워 쓰기) 마지막 문제는 꼭 음악 문제를 내주셨다. 물론 배운 적 없는 음표 문제였는데, 진짜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1도 배운 적 없는 문제를 내주시다니... 그래서 결국 피아노 학원(사교육)을 다니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번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그 당시도 킬러 문항이 있었나 보다 싶다.

내가 다녔던 유치원에서는 한자를 배웠다. 아직도 비디오를 보면 남아있지만, 재롱잔치에서 훈장님 분장을 한 친구가 앉아있고, 모든 유치원 아이들이 앞을 보고 앉아서 넘기는 한자를 바로바로 대답하고, 손유희 동작(순서까지 외운 것 같다)을 보고 속담을 바로바로 이야기했었다. 물론 그러고 나서 학교에 입학한 후, 한자는 거의 도로아미타불이 되긴 했지만, 속담은 그래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한자는 내가 중.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정규과목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던 적이 있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언어 자체가 워낙 한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니, 한자는 학교생활뿐 아니라 후의 사회생활까지 밑바탕이 된다. 요즘은 한글과 한자를 병기해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자를 모르면 확실히 문해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학년별로 한자 능력 시험을 취득하기도 한다고 하니 매일 한자씩 한자를 눈에 익힌다면 나중에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이 익숙하게 한자를 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참고로 이 책은 6급(300자) 한자 능력 시험 기준의 한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각 날짜별로 그날의 한자가 등장한다. 음과 뜻 그리고 한자어가 크게 적혀있다. 그와 관련된 그림은 덤이다. 색 또한 달 별로 다채롭게 구성돼서 아이들이 질리지 않고 놀이식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의 한자와 관련된 낱말이 등장한다. 낱말의 뜻과 함께 덕담이나 낱말에 대한 조언들이 들어있다.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단지 단어의 뜻만 풀이하는 게 아니라, 더 깊은 내용까지 들어가니 단어 하나만 배우는 게 아니라 생각해 볼 문제와 마음의 크기까지 넓혀줄 수 있겠다 싶다. 그뿐만 아니라 거기에 실제 활용 가능한 예문까지 함께 담겨있기에 문장의 사용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은데, 추가로 어휘력 뿜뿜 이라는 칸에 같은 소리에 다른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나 비슷한 말, 반대말이 담겨있기에 한 단어를 통해 여러 단어를 배울 수 있다니 이런 걸 바로 일석이조, 일석삼조라고 하는 거 아닐까? 

 

 

 

이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보자! 문해 탄탄! 한자 일력! 365다. 매일 한 글자의 한자를 배우는 것과 함께 문해 탄탄!이라는 말이 적혀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해야 할 공부 중 하나는 단연 속담과 사자성어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경우도 매주 하나의 속담 혹은 사자성어를 금요일 하원 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집에 와서 부모에게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이야기하면 부모는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언어전달장에 적어서 다시 원으로 보낸다. 이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속담과 사자성어를 배울 수 있고, 더 나아가 타인에게 언어를 전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 책에도 사자성어 혹은 속담이 말미에 담겨있다. 물론 전혀 연관 없는 내용이 아닌 실제 연관이 되어 있거나, 그 한자를 활용한 내용이니 연결해서 공부하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하루 한 페이지로 한자와 속담, 사자성어와 어휘까지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스프링으로 되어 있기에 넘기기도 어렵지 않다. 매일 아침이나 잠들기 전 책상이나 식탁 혹은 침대 위에 올려두고 여러 번 보면 자연스럽게 한자에 익숙해질 것 같다. 참고로 자기 전에 공부한 내용을 아침에 일어나자 다시 확인하면 각인 효과가 배 이상 증가한다고 하니, 자기 전에 한번 보고, 아침에 일어나서 전날(혹은 오늘)의 단어를 다시 한번 보면 좀 더 오래 머리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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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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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와 김숙흥의 발견이 고려 거란 전쟁을 읽으며 알게 된 가장 큰 성과다!

감히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고려 거란 전쟁이 어떤 시기를 배경으로 한 지조차 무지했던 내게, 얼핏 구주(귀주)라는 지명은 바로 강감찬과 연결되었고 상 권에서부터 당연 강감찬의 활약이 등장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하 권의 말미까지 강감찬의 두드러진 활약기는 만날 수 없었다. 대신, 강감찬만큼 큰 활약을 한 양규와 김숙흥을 만날 수 있었다. 상 권에서 반란을 일으킨 강조가 거란에 잡혀가고, 사망하게 된고, 강조가 있던 삼수채는 거란에게 빼앗긴다. 머릿 수로 밀고 들어오는 거란의 기병들 앞에서 고려의 군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안의진에 있던 서북면 도순검사 양규가 통주성으로 온다. 최대 격전지라 할 수 있는 흥화진을 굳건히 지켜낸 양규가 아니던가? 하지만 통주성에 있던 이보량과 채온겸 등은 그의 등장에 환영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우선 봉황 고개와 삼수채에 영채를 건설하고 철질려 10만 개 이상, 검차 10대 이상을 한 달 안에 완성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던 중 곽주와 안주마저 거란에 무너졌다는 비보가 날아온다. 계속 남하하는 거란의 다음 목표는 서경이 될 것이 뻔했다. 서경이 뚫리면 그 이후의 땅은 거란에게 빼앗길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양규는 곽주 탈환작전을 내린다. 이미 영채 건설 때문에 불만이 쌓여있던 채온겸은 곽주 탈환에 난색을 표한다. 이런 그에게 양규는 자신이 데리고 내려온 홍위위만을 이끌고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곽주출신인 승개를 정찰병으로, 도관원외랑이자 삼수채에서 패하고 거란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고려의 사신으로 온(고려의 입장에서는 배신자로 여겨지는) 노전을 선봉장으로 보낸다. 그를 도와 행영도통 수제관 최충과 중랑장 정신용, 낭장 고적여가 곽주로 출발한다. 과연 이들의 곽주 탈환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편, 서경의 조원은 신녀로부터 동명왕의 화신으로 인정을 받는 의식을 치렀다. 다시 신녀를 찾아가는 조원. 그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조원에게 악담을 퍼부어대는 신녀에게 밀어를 속삭이는 조원. 이들은 과연 과거에 어떤 인연으로 얽혀있던 것일까?

하 권에서는 드디어 강감찬이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당시 강감찬은 60대였다는 것과 장원급제를 하였음에도 직위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장군"이라는 이름과 달리 문신이었다는 것이다. 타고난 원칙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였던 터라 그는 다른 신하들과 가까운 관계를 갖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쪽에도 줄 서지 않은 중심을 잡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에 입에서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인물이었기에, 그의 이야기를 들은 현종은 그를 임용한다.

곽주와 서경 그리고 개경을 오가며 거란군과 대치하는 고려군의 이야기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특히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나라를 지키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강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현종과 강감찬의 캐미,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올인하는 양규와 처음에는 그를 신뢰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장수들의 활약을 통해 더 풍성한 스토리가 완성된 것 같다.

때론 끔찍한 실패의 기억이 그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실패의 경험이 없었다면, 여전히 승리에 취해 상황을 냉철히 바라볼 기회를 놓쳤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실패를 거울삼아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눈을 갖게 된 것 역시 그의 역량이었겠지만 말이다.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흩어진 많은 인물들이 있다. 큰 활약을 했던 양규조차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들의 목숨을 건 희생이 없었다면, 이후 강감찬의 활약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소중한 희생정신이 더 빛을 발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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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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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추측해 보자면, 결국에 인간은 다중적이고 모순적이며 독자적인 생물들의 집합체로 정의될 걸세.

내 경우에는 내 삶의 성격상 영락없이 한 방향으로,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밖에 없었지.

그런 내가 인간의 철저하고 원시적인 이중성을 깨달은 건 도덕적 측면에서, 그리고 나 자신을 통해서였어.

내 의식 속에서 싸우고 있던 두 본성 중에 하나가 나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둘 다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드디어 그 유명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만났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언급되어 대략적인 내용(이중인격자?)은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던 차였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작품의 내용에 걸맞은 일러스트였다. 마치 미술 전시회를 다녀온 듯한 일러스트 덕분에 책의 내용이 더 실제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게이브리얼 존 어터슨은 변호사다.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포용적인 성격 덕분에 주변에 평도 좋은 편이다. 어느 일요일 어터슨은 친척 리처드 엔필드와 길을 걷던 중 한 문을 마주한다. 문을 보자 엔필드는 얼마 전 겪은 일이 떠오른다. 몸집이 작은 한 남자가 어린 소녀의 몸을 짓밟더니 소녀를 내버려 두고 도망을 치는 모습이었다. 엔필드는 도망치는 남자 에드워드 하이드를 잡아 경찰에 넘기고, 소녀의 가족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추악한 모습의 이 사내는 보상금으로 헨리 지킬 박사가 서명한 수표를 내밀었다. 헨리 지킬이 누군가? 사회적으로 명성 있고 뛰어난 의사가 아닌가! 당연히 이 서명은 위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에게 이 수표가 어디서 났는지 추궁하는 한편 수표의 진위 여부를 조사한다. 근데 헨리 지킬의 서명이 맞았다. 어터슨은 자신의 친구의 명성에 누가 될 것을 생각해 엔필드에게 입단속을 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금고에 있는 지킬의 유언서를 살펴본다. 그곳에는 지킬이 사망하게 되면 전 재산을 하이드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선행을 많이 베풀고, 여러 가지로 뛰어난 지킬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하이드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사실 헨리 지킬과 존 어터슨, 의사인 래리언 박사는 절친이다.

하지만 또 사건이 벌어진다. 하이드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이 한 남자를 살해했는데, 그는 하원 의원인 댄버스 커루 경이었다. 댄버스의 사건을 맡은 어터슨은 그를 살해한 사람이 하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킬을 찾아가 망나니 같은 하이드와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지킬 역시 하이드와 만나지 않겠다고 어터슨 앞에서 울며 이야기를 한다. 얼마 후, 래리언 박사로부터 더 이상 지킬을 만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래리언을 찾아간 어터슨은 겁에 질려 다 죽게 생긴 래리언을 마주한다. 그리고 얼마 후, 래리언은 세상을 떠난다. 큰 상실감에 휩싸인 어터슨은 래리언으로 부터 편지 한 장을 받게 된다. 그 안에는 자신이 사망하고, 지킬이 사망한 후 펼쳐보라고 쓰여있었다. 래리언은 왜 이 편지를 남긴 것일까?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있었을까?

한편, 지킬의 집에서 일하는 집사 풀이 어터슨을 찾아온다. 집에 큰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박사의 방에서 이상한 울부짖음이 들리고, 박사가 자꾸 약을 요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 오는 약마다 불순물이 섞여 다며 퇴짜를 놓고 있다고 한다. 그 방에는 지킬뿐 아니라 하이드도 같이 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하이드가 지킬을 살해한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한달음에 지킬의 집으로 달려간 어터슨은 예상치 못한 장면과 소리를 듣게 되는데...

지킬과 하이드는 과연 같은 인물일까? 글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한 몸에 두 인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고 보니 과연 이 둘을 같은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몸을 공유하긴 하지만, 엄연히 지킬과 하이드는 외모도, 생각도, 행동도, 모든 것이 달랐다. 조제한 약물을 마시는 순간 지킬은 하이드로 변한다. 외모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하이드가 지킬 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명성 있고, 선행을 많이 하는 의사 지킬이 하이드가 되는 순간,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살해하고 폭행한다. 약물의 힘일까? 아니면 지킬 속에 있는 악이 도드라진 것일까?

저자인 로버스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 작품을 4일 만에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또한 공연과 영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지금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여전히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바로 지킬 안에 있는 선과 하이드 안에 있는 악이 공존하는 모습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옮긴이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우리의 모습이 그렇지 않나?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만, 나쁜 행동은 순식간에 습관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이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내용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명쾌하게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곁들여진 일러스트 역시 만족스러워서 소장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감히 추측해 보자면, 결국에 인간은 다중적이고 모순적이며 독자적인 생물들의 집합체로 정의될 걸세.

내 경우에는 내 삶의 성격상 영락없이 한 방향으로,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밖에 없었지.

그런 내가 인간의 철저하고 원시적인 이중성을 깨달은 건 도덕적 측면에서, 그리고 나 자신을 통해서였어.

내 의식 속에서 싸우고 있던 두 본성 중에 하나가 나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둘 다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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