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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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작가의 신작 소설.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이상과 구보를 이은 또 다른 경성 탐정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무려 삼총사다. 22살이라는 에 띤 나이에 신여성 트리오는 공유 하우스에서 함께 지내는 사이다. 미국에서 심리상담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곧! 박사가 될 예정이라는 김라나(라라 박사), 일본 유학파 출신으로 과거 탐정사무소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취준생 김찬희(찬희 탐정), 그리고 이화여전에 다니는 박선영(선영 총무)이 바로 경성 부녀자 고민 상담소의 삼총사다.

부모님께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차마 꺼내지 못하는 찬희는 돈이 궁하던 차에 공유 하우스에 들어오게 된다. 우연히 만난 라라와 선영과 함께 상담소를 오픈하고, 수임료로 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상하게 그들에게 들어오는 상담은 오픈하기 쉽지 않은 "성(姓)"에 대한 상담이다. 사실 상담소의 원래 이름에는 "성"이 붙어있었으나 내담자가 부담을 가질 거라는 생각에 경성 부녀자 고민 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오픈하였다.

첫 번째 내담자는 김연주라는 여성으로, 딸인 박동선이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고민을 가지고 상담소를 찾아온다. 곧 결혼을 앞둔 딸이 밤만 되면 노출증이 도지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딸과 상담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김연주는 난색을 표한다. 그러던 차에, 김연주에게 동선이 밖을 나가니 지켜봐 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고 위험에 빠진 동선을 구하려 달려가는 그들이 발견한 인물은 의외에 인물이었는데...

여러 가지 사건이 얽힌 가운데, 큰 사건이 소설을 아우른다. 마치 경성 탐정 이상에서 류 다마치 자작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듯, 경성 부녀자 고민 상담소에도 이자와 레이 박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레이 박사는 김라라와 상당한 연관이 있다. 스승이자 은인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존재인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또한 공유 하우스의 주인인 이재연의 아들 송영운 또한 뭔가 의미심장하다. 일제강점기 경성이라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옛날이야기 같지 않고 공감이 가는 것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쌓여있어서일까? 경성 부녀자 고민 상담소 역시 후속작이 기대된다. 꼭 만나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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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흑역사 - 왜 금융은 우리의 경제와 삶을 망치는 악당이 되었나
니컬러스 섁슨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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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만나는 책 중 "흑역사"가 담겨있는 책이 자주 눈에 띈다. 사실 흑역사 하면 굴욕적인 과거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얼마 전 읽었던 책 또한 과학자들의 실수담과 명성에 흠집이 갔던 행동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렇담 부의 흑역사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꽤 두꺼운 책 속에는 근 100년여의 역사 속에서의 돈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돈이라고 적고 금융이라고 읽을만한 이야기가 주된 포커스 인 이유는, 머리말에서 설명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하자원이 많은 나라들은 부유할 것 같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반대인 경우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풍부한 산유국인 앙골라와 영국에 대한 이야기로 책의 서문을 열어서 그런지,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자원이 많은 앙골라와 자원이 없는 영국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실제적인 이야기지만, 그동안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야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토록 집요하고, 이토록 많은 연결고리가 있었을 줄이야...! 물론 현대는 한 나라의 사건이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체인화되어 있긴 하지만, 2007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에 불러일으킨 사태는 상상 초월이었다. 바로 7장에서는 그 금융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다각적이고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책을 읽을수록 가진 자들은 더 갖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부를 더 소유하기 위해 담합하고, 감사를 해야 할 집단조차 부를 가진 상대의 편에 서서 악당 노릇을 하고 있는 걸 보면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역시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계속 떠오르는 것은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시작했을 것이겠지만, 절세라는 이름하에 자기 배를 불리기 바쁘고 오히려 국가를 망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기에 마냥 어렵게 읽히지는 않았다. 한번 읽어보면 세계 금융과 금융의 역사를 읽어나가는 눈과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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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개정판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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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첫 문장부터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얼마 전 읽었던 책처럼 이 책의 주인공도 설마 사신(죽음의 신)인가?ㅎㅎ 이 문구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인 53장에도 등장한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책의 시작과 끝의 이 문장의 의미가 이렇게 다르게 다가올 줄이야...! 이 문장은 참 마술 같은 문장이다.

로키 마운틴 뉴스의 기자인 잭 매커보이는 죽음에 관한 기사를 쓴다.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대한 기사로 꽤 명성을 얻었다. 쌍둥이 형제이자 형인 션 매커보이는 CAPs(대인범죄부) 팀장이자 경찰관인데 "테레사 로프턴"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역시 죽음(?) 담당 기자답게 션에게 조사 내용을 요청했으나 션은 거절을 했다. 테레사 로프턴은 덴버 대학생이자 놀이방 아르바이트생이었는데, 몸이 두 동강 난 시체로 발견되었다. 끔찍한 살인사건이었기에 션은 이 사건에 상당히 매달렸고, 잡히지 않는 범인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잭에게 한 통의 부고가 전해진다. 이번 죽음의 주인공은 안타깝게도 쌍둥이 형인 션 매커보이였다. 형은 로키산맥 이스티스 국립공원 베어호수 주차장에서 스스로 총을 문 채 자살을 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유서는 자신이 타고 있는 차 유리에 남긴 한 줄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가 전부였다. 션이 자살한 곳은 20년 전 누나 새라가 죽은 곳 근처였다. 사실 새라의 죽음이 20년이나 지났지만 잭에게는 그 일에 대한 죄책감이 있고 그 이후 그는 부모님과 상당히 서먹한 관계가 된다. 쌍둥이 형 또한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남겨진 사람은 잭밖에 없다.

잭은 션의 죽음이 의심스러웠다. 타고난 기자의 촉각이 이 사건은 절대 자살이 아니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렇게 잭은 션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요 근래 자살한 경찰관들의 죽음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 말이다. 그렇게 잭은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책의 제목 시인은 무엇을 뜻할까? 우리가 아는 그 시인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어쩌면 반전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 제목 시인은 FBI가 연쇄살인마를 일컫는 은어니 말이다.

사실 폰트도 작고 상당한 벽돌 책이기에 시작이 어렵지,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작은 폰트와 벽돌 책의 두께를 감내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반전! 소름 끼치게 촘촘한 스토리는 범죄 추리소설계에서 빠질 수 없는 마이클 코넬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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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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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거장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이 죄와 벌 아니면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일 것이다. 대표작들에 비해 단출한 장편소설인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옙스키의 데뷔작이다. 사실 유명한 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그의 작품들을 잘 몰랐던지라, 작가로 첫 작품인 이 책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내심 궁금했다. 대표작들을 읽을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반가웠다.

책의 제목 그대로 이 책에 등장인물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삶이 가난하고, 돈이 없을지언정 인정과 사랑은 풍족한 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도브로숄로바와 마카르 알렉세예비치 제브시킨이 주고받은 편지가 책의 내용이다. 이 둘은 연인도, 가족도 아니다. 이웃에 거주하는 관계다. 사실 첫 장부터 마카르가 바르바라를 천사, 아기씨, 비둘기 등으로 불러서 사랑하는 연인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47세의 하급 관리인 마카르는 17세의 고아 소녀 바르바라에게 부성애를 느끼고 안타깝게 여기고 돌봐준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마카르가 왜 바르바라를 보살펴 줄까 궁금했다. 자신조차 녹록지 않은 삶을 살면서 말이다. 거기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인 데 말이다. 마카르는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보며,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도우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부모 없이 큰 상처를 받은 바르바라를 바라보면서, 그녀가 조금씩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그 또한 삶을 지탱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마카르는 완벽한 키다리 아저씨는 아니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부유했지만, 마카르는 재정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마음은 키다리 아저씨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주위에 나눌 수 있는 큰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나름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여전히 삶은 찢어지게 가난하다. 19세기에 쓰인 책이지만, 현재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는 금수저를, 누구는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 현실이 참 쓰리다. 처절하게 가난한 삶이 더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그래서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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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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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고전에 대한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사실 시험을 위한 고전을 제외하고는 학창 시절에 고전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근데 그런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고전을 읽지만 그 안에 담긴 교훈들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논어나 맹자나 철학서들의 경우는 대놓고 교훈을 드러내지만 소설들은 솔직히 요즘 나오는 아침드라마 틱한 막장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겐 오히려 고전이 담고 있는 교훈과 삶의 지혜들을 대놓고 설명해 주는 책이 좋다. 그런 면에서 "내 곁에서 내 삶을 하여주는 것들"은 모범답안 혹은 해설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전 문학 28편을 바탕으로 28가지의 교훈과 삶의 지혜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자아, 2장은 사랑, 3장은 삶, 4장은 기적, 5장은 의미(어려움), 6장은 행복이 주제다. 사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고전소설 중 반은 내가 읽은 책 들이었다. 그리고 반은 읽지는 않았지만 이름은 들어본 작품들이고, 걔 중에 정말 낯선 책도 몇 권 있었다. 문제는 내가 읽었던 책 속에서 나는 왜 이런 지혜와 교훈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책을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책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4장 말미에 등장하는 톨스토이의 작품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관한 진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매일의 삶이 쉽지 않다. 특히 내가 가진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생명을 빼앗기 싫어 반항하는 천사 미하일의 이야기. 신이 주는 깨달음의 기회 등을 통해 저자는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정의를 이야기한다.

이 사랑의 빛을 타오르게 하는 것만으로 모든 사람의 삶은 유일하고 위대한 의미가 될 수 있다.

또 모든 일에는 그마다의 뜻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당장의 눈앞에 상황만 바라보고,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아이에게 화를 낼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부끄러운 경우 또한 많았다. 아이는 자신 나름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미하일과 같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신이 말한 세 가지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또 다른 의미와 계획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생각한 삶의 지혜와 더불어 또 다른 교훈들을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가지기에 다가오는 생각과 느낌은 다를 수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여러 가지 지혜들을 함께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에서 소개해 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또 다른 지혜와 교훈. 통찰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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