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직장인 열전 - 조선의 위인들이 들려주는 직장 생존기
신동욱 지음 / 국민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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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기 싫은데, 해야 한다. 조직이 시키니까. 나에게 봉급을 주는 곳이니까. 성질대로라면 책상을 엎어버리고 당당하게 사표를 쓰고 걸어나오고 싶다. 심장이 울렁울렁하고 분노에 얼굴이 푸르죽죽해지지만 끝내 사직서를 쓰지 못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떠오른다. 지금 나가면 뭐 할 것인가. 회사에서 해직을 통보했다. 부당하다며 항의를 하러 갔더니 어제의 동료들이 외면한다. 분위기가 냉랭하다.’

‘더럽고 아니꼬운’ 회사생활을 해본, 혹은 하고 있는 샐러리맨이라면 이와 같은 상황을 한번쯤은 상상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이 책은 직장인의 관점에서 조선의 인물을 통해 역사 속 선배들의 다양한 처세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이라는 나라를 건국한 정도전부터, 하륜, 황희, 맹사성, 신숙주 등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고 판단된 11명의 긍정적 인물과, 끝없는 욕심에 선을 넘고 말았던 홍국영이나 평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허균 등 비운의 인물 6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p6 이 책은 조선 역사 속 인물들을 철저히 직장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위인이기 이전에 그들 또한 조직에 몸담고 사회생활을 해야 했던,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직장인이라는 시강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다소 독특한 역사책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손 놓고 살았던 역사가 사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역사 속 직장 선배들의 다양한 처세술을 만나보게 해 줄 것이다.

 

마지막에는 친절하게 '부록 조선의 선배 직장인들에게 배우는 7가지 자세'를 통해서 본문의 내용을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1. 상사와 함께 성장하라

2. 직장 동료를 내 편으로 만들어라.

3. 선후배 간의 관계에도 노력하라.

4. 기본 실력에 충실하라.

5. 평판 관리를 통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라

6. 말을 잘하는 것은 직장인의 무기다.

7.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괜찮다.

역사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위인의 삶도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면 그들 자신도 지우고 싶어 하는 실수를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위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실수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17명 위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지혜롭게, 때로는 뚝심으로 밀어붙인 일들로 인해 조선의 직장인이었던 위인들의 삶이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해 줍니다.

p307 공부에 왕도가 없듯, 직장 생활에도 왕도는 없다. 그렇게 힘들었던 오늘 하루도 다시 이겨낸 나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기고 토닥여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직장인에게 있어 최고의 처세술이 아닐까?

600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당시에도 지금처럼 사내 정치가 있었고 실력뿐 아니라 처세도 필요했으며, 상사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상사의 속내를 읽을 줄 알아야 했습니다. 또한 후배들 잘 이끌어줘야 했고 평판 관리도 해야 했으며, 업무 처리를 위해 밤샘 야근도 종종했습니다.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 속에서 직장 내 상사, 동료, 선후배라는 대인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되고, 평판 관리나 사내정치처럼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위인들의 다양한 면면을 살펴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습니다. 직장 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작은 위안을 주는 책입니다.

상사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상사는 실무자들이 보는 관점보다 훨씬 넓은 안목으로 사안을 바라본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대부분은 그런 역량이 되기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런 상사의 의중을 헤아리며 조직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애써야 한다
- P83

신숙주는 사내정치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다만 좋은 정치를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그에게 사내정치란 그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유능한 관료로서 인정받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 P134

좋은 멘토는 후배가 듣기 싫은 말이라 해도 그에게 필요한 조언이라면 한다. 물론 꼰대도 후배가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멘토와 꼰대를 구분짓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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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엮음, 최미숙 옮김,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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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자연을 창조했다면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5500여년 전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형성됐던 인류 최초 도시 수메르에서 고대문명이 탄생했습니다. 계급사회가 만들어지고 부유층과 빈민층이 생기면서 빈부 격차가 발생했습니다. 지적 활동의 산물인 문명도 탄생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이들의 편향일수도 있지만, 역사의 큰 줄기가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를 통해서 세계사를 엿보는 이런 책은, 어쩌면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또 찾아보면 그렇게 예가 많지도 않습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각각의 장에서 한 도시의 역사만을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인 도시의 역사를 중심으로 세계사 주요 흐름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세계 문명의 중심지였던 로마, 아테네, 파리, 베이징, 테오티우아칸, 이스파한, 사마르칸트 등 30개의 역사 이야기가 풍성하게 펼쳐집니다. 간결하면서도 적절한 사진이 같이 실려 있어서 이해가 쉬웠습니다.

백과사전 방식으로 해당 도시의 정보를 순서대로 나열하면서 전개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관심가는 도시를 골라, 다양한 도표와 사진 자료와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해당되는 도판, 지도의 출처를 표시해서 독자의 편의를 고려한 것도 돋보입니다.

학창시절 세계사는 제게 과목이라기보다는 애써서 외워야 하는 골치 아픈 과목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사를 도시를 통해 재정리 할 수 있겠다’ 싶은 책이었습니다.

오늘날 역사 공부, 특히 그중에서도 세계사 공부는 앞으로 도래할 시대에서 필요한 지식이 갖추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학교와 학원을 통해 접한 역사는 대체로 암기 형식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시대에 따라 일어난 사건을 달달 외우고, 그 역사적 사건의 속에 있는 시대적 정치적 배경을 이해하는 일은 서툴렀습니다. 그렇게 역사는 곧 외우는 일이 되어버려 재미없는 일로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암기를 하는 역사가 아니라, 각 도시의 역사를 하나의 줄기로 엮은 '이야기로서의 세계사'를 이해한다면 세계사 공부가 더 이상 어렵기만 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물론, 세계사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성인들까지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줄만한 책입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고대 그리스 건축양식은 대체로 힘차고 장엄한 느낌이 특징인 도리아식, 우아한 소용돌이 모양이 특징인 이오니아식, 화려한 장식이 특징인 코린트식으로 나뉜다. 파르테논신전은 도리아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 P48

베이징을 수도로 정한 이유는 중화민국의 수도 난징이 국민당의 거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이유로 마오쩌둥은 베이징을 수도로 선택했는데, 항간에는 같은 사회주의를 내건 소련이나 몽골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설도 떠돌았다
- P168

1889년에는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이때 7구의 센 강변에 높이 300미터가 넘는 ‘에펠탑’이 세워졌다. 석조 건축물이 대부분이었던 당시에 철골 노출형의 이 거대한 탑이 공개되자 파리의 경관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이 탑은 점차 관광명소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 P251

미국은 20세기 냉전체제의 종결과 동시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었지만,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난 동시다발적 테러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 뉴욕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곧 다시 부흥에 힘써 새로운 세계무역센터빌딩을 세웠다
- P289

1973년에는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한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현상공모전에서 채택된 덴맠 건축가 예른 웃손의 도안으로, 직경 75미터의 구체를 분할한 곡면을 겹친 독특한 형상의 건물을 수작업으로 설계한 것이었다. 장장 14년의 공사기간을 들여 완공된 이 오페라하우스의 개장식에는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도 참석했다
- P320

2010년에는 상하이 만국박람회가 열렸고, 높이 632미터의 상하이타워를 필두로 상하이세계금융센터 등 여러 고층건물이 세워졌다. 이어 상하이 디즈니랜드나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 매장이 출점하는 등 상하이는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했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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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 문명의 기반이 된 '철'부터 미래를 이끌 '메타물질'까지!
사토 겐타로 지음, 송은애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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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만물의 기초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인간의 발전에 끼친 막대한 영향에 비해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신소재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것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 책은 금, 도자기, 콜라겐 등 다양한 재료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꿨는지에 대해서 흥미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세계 속에서 삶의 변화를 일으킨 재료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설명과 역사적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1. 금

금의 색이 은백색이나 청색이었다면 세계 역사와 경제는 바뀌었을 것이며, 지금보다 평

화로웠겠지만 따분한 세상이 아니었을까요? 세계를 움직이는 금, 은, 동은 반짝 거리며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물질들입니다.

특히 금을 차지하기 위해 수 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손에 닿는 것은 모조로 금으로 변화

시키는 미다스의 왕에 대한 신화이야기까지도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도 금에 대한 가치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금 값이 수시로 변동되기는 하지만 ‘금=현금’이라는 말이 있듯

이 유사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금을 확보하려고 할 것입니다.

2. 도자기

우리 집에서도 식사를 할 때 여러 종류의 도자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께도 모두 다르고

형상도 모두 다릅니다.

인류 최초이 발명품이 그릇이란 사실은 매우 당연해 보입니다. 어느 박물관에 가더라도

시대별로 그릇의 진화과정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자기의 역사는 얼마나 하얀 그릇

을 만들어 내느냐의 역사라고 합니다.

도자기는 우리 생활에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최근에는 화학 합성기술로 파인세라

믹을 만들어 냈고, 매우 강도가 높은 도자기가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3. 콜라겐

콜라겐이 구석기시대부터 사용되며 여러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콜라겐은 피부뿐만 아니라 뼈의 주요성분이기도 한데, 동물의 뼈와 힘줄은 인류에게 중

요한 재료였습니다. 인간이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도 콜라겐을 사용한 무기 덕분입니다.

최근에 콜라겐은 의료분야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포와 세포를 붙이는 재료로, 상

처를 꿰매는 실로, 성형수술이후에도 콜라겐을 주입하거나 인공 연골을 만드는 재료로

도 사용됩니다. 동물이 만들어낸 최고의 재료는 단연 콜라겐이라 하겠습니다.

4. 플라스틱

인류 역사에서 다른 재료의 영역을 가장 많이 빼앗은 플라스틱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재료입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섬유로 된 옷을 입고, 플라스틱 식기로 음식을 먹으며 플라스틱 카드로 돈을 냅니다. 가볍고 튼튼하며 적은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장점으로 우리 일상이 윤택해지고 간편해졌지만 지금 세계는 플라스틱 아일랜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해양에 유출돼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특이했던 점은 분명 세계사 책인데 과학, 거기서도 특히 화학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금에 대하여 어떻게 금이 생겨났는지 신화 속 이야기나 그곳에 얽힌 실제 역사, 그리고 모두가 갈망하는 금이지만 금 자체는 어떤 일에 딱히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쉽게만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성질을 가진 재료의 등장에 사회가 뿌리째 바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지금 전 세계 과학계는 새로운 재료의 발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떠한 재료를 찾고 개발하느냐가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입니 다. 앞으로 세계는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재료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것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위대한 발견에 감사하고 미래의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며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역사적으로 신소재와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미래를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신소재로 정의되는 새로운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어떤 신소재가 우리의 역사를 바꿀지 궁금해집니다.

문명이 한 단계 위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요인이 필요하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 사람들의 의식 변화, 정치와 경제, 기상과 재해 등 수많은 요소가 얽혀서 필요한 조건이 하나라도 빠지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훌륭한 신소재는 다른 요인보다 출현하기가 극히 어렵다. 그래서 ‘시대가 원하는 재료의 등장이 바로 세상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결정타, 즉 속도결정단계가 아닐까‘라는 것이 내가 세운 가설이다
- P9

근래에 탄생한 인공지능은 점점 더 우수한 신소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요즘 인공지능이 인류의 능력을 뛰어넘어 더 우수한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싱귤래리티‘가 자주 거론되는데, 이미 재료의 세계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 P257

재료란 ‘물질 중에서 인간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이다. 여태까지 알려진 물질의 수는 1억 4,000만 개가 넘지만 그중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은 극소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인류가 오랜 시간을 들여 찾아내고, 가려내며, 개량함으로써 무에서부터 창조해온 흡사 슈퍼 엘리트 같은 물질이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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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강한 실 -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안진이 옮김 / 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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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최고의 발명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보통 전기가 1번으로 많이 언급되고, 먹는 피임약도 빠지지 않습니다. 피임약은 여성인권과 인구제한을 통한 식량과 질병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고 합니다.

누에의 똥과 양의 털 그리고 목화의 꽃같이 허접해보이는 먼지뭉치를 풀어서 실을 만들고, 그 거미줄보다 변변치 못한 실을 다시 엮어서 옷감을 만든 것 말입니다. 이제는 나일론을 거쳐 고텍스, 기능성 섬유에 이르기까지 발전한 천(fabric)은 정말 위대한 발명입니다.

몸에 난 털이 짧아 외부온도에 약한 인간은 반드시 옷을 입어야 하는데, 이 옷을 만드는 천이 너무 튼튼해서 인류는 의식주 중에서 맨 앞에 나오는 ‘의’는 확실히 극복했습니다. 튼튼하다보니 버려진 옷들도 입을만 해서, 아사 직전의 빈국 사람들이나 전쟁 피난민들 사진을 봐도 의복만큼은 크게 험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그들이 처한 어려움이 혹시 엄살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생길 지경입니다. 이제 옷은 보온기능을 넘어 자신을 나타내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튼튼한 청바지를 찢어 구멍을 내고는 인습으로부터의 자유를 표현하고, 옷감을 절약할 목적이 아님에도 몸을 간신히 가리는 옷을 입고는 자신의 섹시미를 어필하는 세상입니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의복 문제는 완전히 해결했다고 생각합니다. 의복에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이 실입니다.

이 책은 직물과 실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리넨으로 시체를 감싼 이집트인들, 고대 중국의 비단 제작의 비밀, 중세 유럽 왕족들의 레이스 경쟁 등 특별한 직물과, 인간 한계를 넘기 위한 우주복 이야기, 전신 수영복 이야기도 다루고 있습니다. 힘과 권력에 가려졌던 그 뒤에 숨은 인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실과 직물로 떠올릴 수 있는 제품은 옷이나 가구의 가죽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이 익숙하게 존재하지 않았던 ‘발견’과 ‘발명’의 의미가 있던 때 직물은, 어떤 일의 가능과 불가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정 장소에서 예측 가능한 옷의 기능 외에 직물은, 사람과 일종의 상호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책 곳곳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실과 직물은 잘 썩기 때문에, 또 주로 여자가 취급하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에 미친 영향이 작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실을 통해 역사를 보는 것은 권력과 힘이 만들어낸 역사의 한 장면만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작지만 끈질기게 역사를 움직여온 일상을 발굴하는 일입니다. ‘실과 직물의 역사’가 남성 중심적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났다는 것이 이 책의 관점입니다. 당연히 저자는 그것을 다시 복구하겠다는 의지를 책 곳곳에서 내비치곤 합니다.

옷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게 해주었지만, 정작 레이스를 뜬 사람에겐 그것을 걸칠 기회는 아예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유와 화려함을 과시하는 매체인 직물이 노예에게는 그들을 더욱 강하게 속박하는 일종의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어떤 이는 면 제조업 성공으로 부와 직업적 성공을 이뤘지만, 어떤 이는 그 공장에서 강도가 심한 노동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인류가 이렇게 여러 천들의 혜택을 받고 살 수 있도록 실과 바늘을 만든 위대한 발명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최초의 직물은 식물에서 추출한 섬유 또는 양과 염소에서 뽑은 털로 만들어졌으며, 원시시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였다. 직물은 무기보다도 중요했다. 직물은 몸을 보호하고, 따뜻하게 해주고, 나중에는 지위의 시각적인 상징물이 됐다. 또 직물은 인류의 가장 매력적인 자질 중 하나인 창의력을 발휘하는 통로를 제공했다. 불에 타버린 트로이의 어느 집에서 만들어지고 있었을 윤기 흐르는 천과 줏주아나 동굴의 섬유로 만들어진 물건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 물건들을 직접 볼 수 없을 것이고 그 물건들이 제작자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도 알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 물건들을 만든 사람이 고민을 하고 정성을 기울였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 P58

비단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출했다. 중국은 누에나방의 서식지인 동시에 누에의 먹이인 뽕나무가 많이 자라는 나라였으므로 자연스럽게 세계 최초로 양잠을 시작했다
- P120

고고학자들은 붓, 수건, 양동이 같은 도구를 가장 많이 쓴다. 사라 파칵에게는 다소 특이한 도구 하나가 더 있었다. 그 도구는 바로 인공위성이었다.
- P137

사각형 리넨을 돛으로 쓴다는 발상은 배의 중앙에 가림막을 높이 매달던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추측된다. 이런 풍경은 고대 유적에 묘사된 종교적 기념 의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에 내걸린 가림막이 바람을 붙잡았기 때문에 배가 물살을 거슬러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 P143

양모 교역은 12세기와 13세기 시토 수도사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들을 세속화했다. 그들이 거래하는 ‘하얀 금’의 양이 늘어날수록 수도사적인 이상과는 멀어졌다.
- P176

레이스는 그것을 두른 사람의 지위와 취향, 부를 과시하는 것 외에 별다른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 (...) 하지만 17세기 유럽 사회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레이스를 통해 겉치레를 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혀 있었다. 옷에 레이스가 없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고 한 마디씩 할 정도였다. 레이스가 인기를 끌고 비싼 가격에 팔리게 되자 레이스는 특권의 상징이 되었으며 고용을 창출했다. 레이스 생산량과 소비량의 증감이 국가들 간 외교 관계에 긴장을 초래하기도 했다.
- P187

푸앵 드 프랑스(베네치아산 레이스는 대체한 프랑스산 레이스의 이름)가 유럽 패션의 정점에 섰을 때 프랑스 레이스 직공들은 콜베르에게 감사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콜베르의 후임자들은 레이스 직공들을 그만큼 살뜰하게 보살피지 않았다.
- P201

데님이라는 이름은 그 직물이 처음 만들어진 장소에서 따온 듯하다. 원래 데님은 프랑스의 님Nimes이라는 도시에서 만들던 두꺼운 모직 서지serge(짜임이 튼튼한 모직물) 직물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장소에서도 값싼 면을 이용해 데님을 점점 많이 만들었고 ‘서지 데 님스serge de Nimes(님스의 서지)‘라는 말이 축약되어 ‘데님denim‘으로 변했다
- P242

면을 사용 가능한 직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낭비가 많다. 청바지 1벌을 만드는 데 물 11,000리터가 소요된다. 게다가 청바지 염색에 사용되는 식물인 쪽도 이제는 대부분 합성해서 만든다. 청바지의 제작과 염색 과정에 사용된 후 배출되는 화학 물질은 시내와 강으로 흘러간다
- P246

두 원정대의 가장 큰 차이는 겉옷이었다. 영국 원정대는 개버딘(한 가닥 한 가닥 방수 코팅이 된 실로 촘촘하게 짠 가벼운 면 직물) 하의와 외투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반면 로알 아문센의 원정대는 개버딘 위에 사슴 가죽이나 물개 가죽으로 만든 모피 웃옷과 바지를 입었다
- P253

거미줄은 경이로운 공학 기술과도 같다. 오직 단백질로만 구성된 거미줄은 대단히 질기고 원래 길이의 40퍼센트까지 늘려도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의학과 군사용 바이오 기술에서 혁신을 일으키려는 사람들은 거미줄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 재생술, 화려한 의류, 방탄조끼의 소재인 케블라의 대용품에 이르는 다양한 활용 방도를 제시한 바 있다.
- P368

이제 우리초창기 이집트 연구자들처럼 미라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보물을 찾기 위해 미라에 감긴 리넨을 북북 찢어낼 것이 아니라 고대 이집트인이 가지고 있었던 정성과 솜씨를 배워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인류는 3만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섬유에서 실을 뽑아내고, 그 실로 옷감을 짜고, 뜨개질을 하고, 매듭을 지어 경이로운 물건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자잘한 곳까지 조금만 더 신경을 쓰자는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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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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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 중에 임진왜란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우리 역사에서 주요한 사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임진왜란을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쓰디쓴 침략의 역사이면서 이순신의 전투 기록을 본다면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 중기 문신 류성룡이 임진왜란 동안에 경험한 사실을 기록한 책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류성룡이 전쟁이 끝난 뒤, 뒷날을 경계하고자 하는 뜻에서 1592년(선조245년)에서 1598년까지의 일을 직접 기록한 것입니다.

무력한 조선군. 자기 살 길만 쫓아 달아나는 관리들. 병법도 모르고 덤벼드는 조선의 장군들. 왜적이 10일 만에 한양까지 들어왔습니다. 그 동안 조선이 한 일이라고는 ‘도망’과 ‘무모함’, ‘탁상공론’이 전부였습니다.

백성들이 매순간 죽어갈 때 왕과 대신들은 피난가기에 바빴고,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위와 같은 현실성 없는 대책뿐이었습니다. 도망가기에 바빠 전략적 요충지도 다 버렸습니다다.

왜적의 침입에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전쟁 준비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번번이 묻혔습니다. 임진왜란이 진행되는 기간에 백성들은 농사를 짓지 못해 굶었습니다. 아비는 아비 노릇하기 힘들어졌고, 어미는 제 자식 젖조차 물릴 힘이 없었습니다.

그때도 ‘정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파직되고 서로 복권되었습니다. 나라가 찢겨가는 전쟁 중에도 대신들은 서로를 헐뜯으며 찢기 바빴습니다. 안에서부터 썩은 나라는 전쟁을 준비할 힘이 없었습니다. 전쟁도 정쟁에 묻혔습니다.

류성룡이 이 책을 기록한 이유도 누구를 헐뜯고자 함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속에는 잘못한 과거가 들어 있습니다. 장수들의 무능함과 대신들의 잘못이 들어 있고, 류성룡 자신의 실책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만 들어 있지 않습니다. 군주는 도성도 버리고 도망갔지만, 내 고장 버리지 않고 지킨 의병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성을 지키다 죽은 함안 군수 조종도, 자신의 죽음조차 승리에 방해가 된다며, 버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임진왜란은 국가의 무능이 부른 미증유의 대재앙이었습니다. 임진왜란이 언급된 문집은 있지만, 사건의 과정을 총체적으로 기술한 동시대의 서적은 이 책이 사실상 유일할 것입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류성룡의 시점에서 임진왜란이 어떻게 일어나고 당시 참혹했고 위험했던 상황들을 생생하게 느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의 기록들을 보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게 됩니다. 특히, 사건의 발달은 문신과 당파 싸움에서 일어나는 것은 지금도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것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얼마나 똑같은 일을 겪어야 과거의 잘못을 경계하고 삼갈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씁쓸한 생각을 해봅니다.

징비란 시경의 소비 편에 나오는 문장인 ‘내가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로부터 유래한다고 한다. 즉 자신이 겪은 환란을 교훈으로 삼아 후일 닥쳐올지도 모를 우환을 경계토록 하기 위해 쓴 글이다. 이러한 집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조정 내의 분란, 나아가 임금에 대한 백성들의 원망 등 임진왜란을 둘러싸고 발생한 모든 일을 더하고 뺌 없이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 P10

4월 1일, 두 사람은 서울로 돌아와 임금께 보고했다. 그 무렵 집으로 찾아온 신립에게 내가 물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큰 변이 일어날 것 같소. 그렇게 되면 그대가 군사를 맡아야 할 터인데, 그래 적을 충분히 막아낼 자신이 있소?" 신립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까짓 것 걱정할 것 없소이다." 나는 다시 말했다. "그렇지가 않습니다. 과거에 왜군은 짧은 무기들만 가지고 있었소. 그러나 지금은 조총을 갖고 있습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닌 것 같소." 그러나 신립은 끝까지 태연한 말투로 대꾸했다. "아, 그 조총이란 것이 쏠 때마다 맞는답디까?" 신립은 내 말은 무시한 채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 P42

후에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왜군을 쫓아 조령을 지나다가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이런 천혜의 요새지를 두고도 지킬 줄을 몰랐으니 신총병(신립)도 참으로 부족한 사람이로구나."원래 신립은 날쌔고 용감한 것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전투의 계책에는 부족한 인물이었다. 옛 사람이 이르기를, "장수가 군사를 쓸 줄 모르면 나라를 적에게 넘겨준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는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후손들에게 경계가 될것이라 생각해 상세히 적어 둔다.
- P68

당시 요동에서는 왜적이 우리 나라를 침략했다는 말을 엄자 전에 들었다. 그런데 다시 임금이 서울을 버리고 서쪽으로 피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이윽고 왜적이 평양까지 닿았다는 소식을 접하자 의심을 품기까지 했다. 아무리 왜적이 강하다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올라올 수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조선이 왜구의 앞잡이가 되어 이끌고 온다."고도 했다.
- P90

"이 모습을 본 성 안의 아전과 백성들이 난동을 부렸다. 그들은 칼을 빼어 길을 막고 나서며 폭행했다. 신주는 길에 떨어지기도 하였는데, 그들은 재신을 지목하며 말했다. `너희들은 평소에는 편히 앉아 국록만 축내더니 이제 와서는 나라를 망치고 백성마저 속이는구나?‘ 이 무렵 연광정에서 임금께로 향하던 나는 아녀자와 어린 아이까지 분노를 감추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았다. `성을 버리고 갈 거면 왜 우리는 성 안으로 들어오게 했소? 이야말로 우리를 속여 적의 손에 넘겨주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 P92

결국 전라도와 충청도를 보전하고 아울러 황해도와 평안도 연안 지방까지 지키게 됨으로써 군량의 조달과 통신체계가 확립될 수 있었다. 이는 곧 나라를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동과 천진 지방에 왜적의 손길이 닿지 않게 되어 명나라 군사들이 육로를 통해 우리나라를 구원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이순신이 한 번 이긴 결과였다
- P122

언젠가 큰비가 내린 날이었다. 굶주린 백성들이 밤중에 내 숙소 곁에서 모여 신음 소리를 내는데 차마 들을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주위를 살펴보자 굶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 P165

게다가 조선 전역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군량 운반에 지친 노인과 어린아이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힘이 있는 자들은 모두 도적이 되었으며 전염병이 창궐해 살아남은 사람도 별로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잡아먹고 남편과 아내가 서로 죽이는 지경에 이르러 길가에는 죽은 사람들의 뼈가 잡초처럼 흩어져 있었다
- P185

이순신이 한산도에 머무르고 있을 때 운주당이라는 집을 지었다. 그는 그곳에서 장수들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투를 연구하면서 지냈는데, 아무리 졸병이라 하여도 군사에 관한 내용이라면 언제든지 와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모든 병사들이 군사에 정통하게 되었으며,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는 장수들과 의논하여 계책을 결정하였던 까닭에 싸움에 패하는 일이 없었다.
- P192

이순신은 말과 웃음이 적었고, 용모는 단정하였으며 항상 마음과 몸을 닦아 선비와 같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담력과 용기가 뛰어났으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행동 또한 그의 뜻이 드러난 것이었다
- P215

그리고 지옥의 전쟁 임진왜란은 끝이 났다. 명나라 장군 진린은 이순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의자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주저 앉으며 통곡했다. 우리 군사와 명나라 군사들은 각 진영에서 통곡을 그치지 않았는데, 마치 자기 부모가 세상을 떠난 듯 슬퍼했다. 그의 영구 행렬이 지나는 곳에서는 모든 백성이 길가에 나와 제사를 지내면서 울부짖었다.
- P218

훗날 나라의 앞날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나같은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그냥 지나치지 말고 활용하기 바란다. 적을 막는 방법으로는 꽤나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P229

병법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고 전투에는 특별한 법칙이 없다. 때에 따라서 그에 적절한 법을 시행하면서 나아갔다가는 물러나고 모였다가는 흩어지면서 특별한 묘책을 끝없이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결국 지휘관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천 마디 말이나 만 가지 계략이 다 필요 없고, 오직 뛰어난 장수 한 사람이 중요하다. 거기에 조조가 말한 세 가지 요소가 누락되지 않고 더해진다면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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