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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2년 2월
평점 :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을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맞이한다. 그리고 그 직전까지 건강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사실상 생명을 연장하는 수준에서 버티는 세월이 상당히 늘어났다. 이는 사실상 고통의 연장에 가깝다.하지만 과거의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가족들과 친지들 주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건강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오래도록 앓던 증상이 갑자기 터지며 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과거의 죽음은 갑작스러웠고 시기도 빨랐지만 현대의 죽음은 외롭고 고통을 받는 기간이 길어졌다.
인간은 분명 죽게 설계되어 있기에 나이가 들수록 생체지표가 급격히 나빠진다. 일생동안 턱근육은 40%, 아래턱뼈는 20%가 소실되어 약화된다. 이처럼 치악력이 약해지기에 인간은 나이가 들면 탄수화물 위주의 씹기 쉬운 식품을 위주로 섭취하고 이는 충치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선진국 사람은 대개 60세가 되면 평균 치아의 1/3을 손실하고 84세가 되면 40%가 손실된다.
그리고 혈관에도 문제가 생긴다. 나이가 들면 뼈와 이의 칼슘은 소실되나 다른 부분인 혈관과 관절, 근육, 심장판막, 폐 등에는 오히려 축적된다. 특히 혈관에 칼슘이 쌓이면 혈관 자체가 좁아지고 뻣뻣해져 고혈압이 유발된다. 그래서 65세가 되면 인구의 절반이 고혈압이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털이 하얗게 된다. 이는 색소세포의 감소때문이다. 색소세포는 수명이 수년 정도인데 젊을 때는 줄기세포가 이를 충분히 대체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줄기세포도 부족해져 50세 정도가 되면 머리의 절반에 흰머리가 된다. 그리고 피부세포에도 검버섯이 생긴다. 피부세포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능이 점차 사라져 잔여물이 뭉쳐서 황갈색의 피로푸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는 땀샘의 기능을 저하시키기에 나이가 들수록 일사병과 더위에 취약해진다.
그리고 노인은 잘 넘어진다. 매년 35만의 미국인이 넘어져서 고관절 골절상을 읿고 이중 40%가 요양원행이 되며 20%는 다시 걷지조차 못하게 된다. 노인이 넘어지는 이유는 균형감각의 쇠퇴와 근육약화 네 가지 이상의 처방약을 복용하기 때문이다. 이 3가지 요인이 모두 있다면 1년 사이 낙상확률은 100%이고, 1가지만 갖고 있다면 확률은 12%로 떨어진다.
이처럼 나이가 들며 인간은 노인병이 다가온다. 하지만 미국에서 노인병 관련 전문훈련과정을 마치는 의사는 1년에 300명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의사와 병원은 노인병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노인병은 재정안정성에 크게 관련한다. 미 메디케어의 25%가 수명이 마지막 1년에 이른 환자들에게 사용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막판 1-2개월에 집중된다. 즉, 고통스러운 연명에 상당한 의료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관리를 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고 하지만 그 시기를 다소 늦출 분 누구나 신체가 기능을 서서히 잃어 더 이상 일상을 할 수 없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두려워하는 일인 더 이상 자율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오래도록 가족과 같이 살고 아이들을 키워낸 집에서 떠나게 되며, 자신과 같이 했던 가족 및 주변사람들과 떨어져 외롭게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거나 건강상 큰 위기를 겪게 되면 세계관 및 주변에 대한 행동이 변화한다. 어리고 성장기에는 자신이 못하던 것을 하려하고 도전적이며 관계를 넗히는 등 성장지향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거나 고령이 되고, 건강상의 큰 위기를 겪고 나면 기존의 것을 유지하려 하고 사회적 관계도 좁혀서 기존에 친했던 주변인들과의 만남을 늘리는 등 안정지향적으로 변화한다.
때문에 책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개인적인 욕심 및 가족의 욕심으로 무리한 연명과 과도한 치료보다는 호스피스 등을 이용하고, 자신의 활동력을 온존하는 쪽으로 하여 가급적 자율적인 삶과 주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놀랍게도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하고 개인의 자율적인 생활시기를 늘렸다.
요양원의 문제도 지적한다. 대부분의 요양원 및 요양병원은 다수가 좁은 곳에서 생활하여 개인적 생활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반려동물이나 식물등의 반입도 엄격히 제한되며 식생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인에게 화장실과 공간을 개인적으로 허용하고 반려동물과 식물도 반입이 가능하며 때때로는 본인이 원하는 건강에 좋지 않은 불량식품을 허용한 요양원이 노년의 환자에게 훨씬더 좋았다. 이 경우 역시 수명과 자율적 생활이 가능한 시기가 연장되었다. 요양원이 갇힌 노인들이 모두의 반대에도 그토록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다.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수명이 긴 나라다. 하지만 유교문화의 붕괴와 과도한 의료, 무수한 낮은질의 저렴한 요양원, 가족의 분리, 상대적으로 낮은 건강수명, 노인 빈곤 등으로 많은 노인들이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 하고 있다. 과도한 치료보다는 삶의 질에 집중하고 그들을 집과 적어도 죽음이 가까워진 순간에는 가족과 함께하자는게 책의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