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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청소년-시민입니다 ㅣ 곰곰문고 13
박지연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고교를 졸업하여 대학생 혹은 사회인이 되기까지 한국의 학생들은 인고의 시기를 겪어야 한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고 학생다움이란 굴레에 갇혀 어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모든 행복과 하고 싶은 것은 이것들을 위한 뒷전이 되고 학생들도 그걸 내면화시켜 참고 살아왔다. 왜 지금부터 행복하고 권한을 가진 시민으로 살면 안될까란 생각을 당연히 해본적이 없다. 그저 고교시기가 끝나서 갑자가 모든 권한이 주어진게 좀 우습고 이상했을 뿐이다. 불과 며칠전가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고교생이었는데 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학생시절의 행복과 여러 권한을 박탈하는 반헌법적 문제도 야기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 자신이 올바른 시민으로 자라날 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노예로 평생을 살아온 자가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시민정신을 가진 시민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학생이 이른이 된다고 해서 갑작스레 주체로서의 시민이 되기는 만무하다. 한국의 시민성이 낮은 것은 이런 것도 큰 작용을 할 것이다.
시민으로 자라나기에 한국 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학교 안팎으로 암울하기만 하다. 학교밖에서 우선 한국의 학생들은 사실상 참정권이 박탈되어 있다. 선거권은 2019년에야 간신히 만 18세로 내려왔다. 학생연령으로 치면 고3학생중 생일이 지나간 학생들 일부만 선거권을 갖게되는 수준이다. 어느 정치인이든 학생의 말을 듣지 않게 되는 구조다. 여기에 정당에 가입할수도 없다. 물론 그간의 노력으로 정당가입이 만 16세이상이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부모 같은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뜻이 있는 학생이더라도 학업에 방해된다거나 정치적 중립을 과다하게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에서 좀처럼 허락을 얻기가 쉽지 않다. 설사 정당에 가입해서도 마찬가지다. 학생은 오히려 정당인이 되면 정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정식당원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정당 바깥의 학생은 참여가 가능하다. 거기에 대개의 정당은 학생을 당당한 하나의 일원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도 젊은이를 고려한다는 구색맞추기 정도로만 취급하기 일쑤다.
학교 내의 조건도 좋지 못하다. 교내 학생자치회는 잘 운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교사나 다른 학생, 학부모로부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스펙쌓기용 정도로 인식되거나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제도적으로 학교교육에 참여할 길이 없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교의 주요 행사나, 교육과정, 가치, 비전 철학을 결정하는데 참여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의 주요 심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인사로만 구성된다. 물론 학생을 참여시키라는 권고가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학교재량이므로 이를 실행할 만한 학교의 장은 많지 않다. 실제로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이 사전의견 수렴, 안건제출, 참관등의 방식으로 참여한 경우는 전국 국공립학교의 29.9%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보다 의미있는 직접 회의 참여는 11.8%에 불과하다.
청소년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한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일반인이 자기 목소리를 낼만한 통로로 헌법소원이 있다. 하지만 청소년은 헌법 소원과 같은 소송을 내개 위해서는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법상 만 19세 미만은 독자적 법률 행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정도가 독자적으로 가능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정도가 가능하지만 알다시피 위의 수단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이런 청소년의 권한 강화와 시민으로 자라날 장을 만들어주기 위해 책은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이다. 만18세는 부족하며 만16세나 그 이하로 낮추어 적어도 고교생이되면 모든 선거에 참여할 자격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각 지역의 교육감, 시의원 및 국회의원, 지자체단치장이 청소년의 눈치를 보게 된다. 현행 만18세는 전체 학생 중 불과 20만 정도의 유권자만 허락한다. 누가 신경을 쓸만한 숫자가 아니다. 다음으로는 청소년이 지지 또는 반대하는 후보나 정당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참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이 직접 법을 만들거나 바꿀기회를 줌으로써 역량을 발휘하고 키워나갈 찬스를 줄 필요가 있다. 선거, 제도권 정치,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 지방정부, 중앙정부 곳곳에 청소년 참여 자리를 확대할 필요도 있으며 마지막으로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어 청소년 정치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행 법령은 만25세이상에게만 피선거권을 부여한다. 이는 무려 1948년에 정해진 것으로 한창이나 시대착오적이다. 이를 역시 고교생인 만18세 이상 정도로 하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어린 나이부터 정치에 참여하는 뜻있는 정치인이 나오게 되고 이로 인해 프랑스의 마크롱이나 핀란드 총리처럼 30대 초중반에 중요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도 생겨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