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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살 것인가 ㅣ 판미동 영성 클래식 시리즈
크리스 프렌티스 지음, 김지영 옮김 / 판미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펼치자 약간은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서양인이 동양의 경전과 고전들에 관계하는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인가. 거꾸로 생각해보면, 국내의 많은 학자와 저술가들이 서양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종교에 관여하고 있지 않던가... 입장을 바꾸어보면 금새 전혀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어째 거나 서양인의 입장에서 불교와 역경을 언급하며 ‘마음’에 관한 책이라니...
가정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다름 아닌 헤세였다. 헤세는 동양의 고전과 경전에 밝은 인물이었다. 그는 1919년 자신의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는 노자의 책에 적혀있다. 그 지혜를 유럽어로 번역하는 일은 현재 우리의 유일한 정신적 과제이다.” 라고 말이다. 또한 1931년 헤세는 “내가 25년 전부터 애지중지하면서 은혜를 입은 동양서적들이 있다. 이것들 중 여불위, 공자의 책은 언제든지 손에 잡을 수 있게 가까이 두고 있으며, 특히 「역경易經」같은 경우는 마치 신탁을 묻듯 종종 펼쳐보곤 한다.” 라고 쓰고 있다. 동양의 고전과 경전에 경도된 서양의 인물들은 알고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인시타인과 라이프니츠는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이 책의 저자 프렌티스도 선불교의 사상과 노장 그리고 역경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찾은 인물이라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하겠다. 옮긴이는 이 책의 방점인 선(禪)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선(禪) 그 자체는 어떤 종교나 전통에 포함되지 않는 탐구의 과정이자 삶의 방식”이다 라고. 물론 이는 저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글 쓴이도 이 글을 우리말로 옮긴이도 ‘선’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여기는 바이다.
정통 불교의 전문가라는 누군가는 ‘선은 문.제.아.들의 반.란.’이라고 했다. 그 문제아들이 경전을 떠나 마음으로 들어갔고, 수행을 통해 자신들의 마음 안에서 부처를 발견하라는 것이 선불교이기 때문이다. 선불교 최고 경전은 단연 육조단경(六祖壇經)이다. 초조는 달마이고, 2조는 단비의 혜가, 6조가 혜능으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금강반야경의 구절을 듣고 출가하게 되었는데 원래는 나무꾼이었다고 한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는 ‘응당 머무는 바 없이하여 마음을 내라’라는 금강경의 말씀이라고 한다. 이렇게 출가한 혜능의 육조단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하루는 생각하니 때가 바로 마땅히 법을 펼 때라. 더 숨어 있을 것이 아니므로 드디어 산에서 나와 광주 법성사에 이르렀다. 마침 인종법사가 열반경을 강의하는 중이었다. 그때, 바람이 불어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한 중이 말하기를, 바람이 움직인다, 하고 다른 한 중은 깃발이 움직인다, 하며 의논이 끊이지 않는다. 그때, 내가 나서서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깃발이 움직인 것도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오. 그랬더니 모여 있던 대중이 모두가 놀랐다. 이윽고 인종이 나를 상석으로 맞아 깊은 뜻을 묻고 추궁하였다. 나의 대답이 말은 간략하고 이치는 합당하며 문자에 말미암지 않는 것을 보고 인종이 말했다. 행자님은 정말 비상한 분이십니다. 오래전부터 황매의 의법이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말을 듣고있사온데 행자님이 바로 그분이 아닙니까.
이 이야기의 바람을 타고 갔는지는 몰라도 서양으로 흘러들어간 모양이다. 대화의 ‘바람’은 외적인 요인이고 깃발은 우리 자신이다. 외부의 영향력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수행을 하는 것이 북종이라면, 혜능의 외부 영향력도 아니요 내 자신의 그에 대한 반응도 아닌 바로 우리 마음의 문제라는 남종인 것이다. 남종은 외부의 영향력을 받지 않기위해 수행을 할 것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근본적인 핵심을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마음의 중심을 잡는 선을 깨우쳐 자신은 물론 아들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 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선(禪)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약물에 중독된 아들을 그 약물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했는데 책에는 소개가 되어있지 않다. 그 과정과 내용이 적잖이 많기 때문이지 싶다. 그 방법은 따로 저술한 책을 소개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대를 더해가며 기술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대는 마음의 병을 가진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 기술이 진보할 수록 인간의 마음은 더 깊이 병드는 그런 시대 말이다. 마음의 병은 몸을 병들게하여 사람을 더욱 괴롭게 한다. 이런 시대일 수록 마음을 바로 이순간의 중심이 되시를.... 더불어 한동안 또 그렇게 잊고 있었던 남종의 선禪과 6조 단경을 다시금 생각게하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