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페이퍼에서 어쩌다가는 호킹 지수에 대한 언급을 한 후에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국내의 문화일보가 호킹 지수에 대한 기사를 낸 적이 있고, 해외에서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이 호킹 지수와 나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다(캐나다에도 the Guardian 이라는 언론 매체가 있어 혼란 스러울 수 있다).

 

영국의 가디언紙는 땅콩 회항에 대해 아주 자세히 언급하면서 북한의 고려항공보다 못한 대한항공이라며 납득할 수 없다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더불어 ‘절대로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겠다!’ 고 선언한 일간지다. 이러한 가디언의 표현은 내게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런 가디언이 호킹 지수에 대한 간단한 문답식 기사를 2014.9.15일자로 남기고 있다. 기사의 제목은 「호킹 지수는 사람들이 독서를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이다.

 

가디언의 기사에 따르면, 호킹 지수(HI, Hawking Index)는 독자가 책을 구입하고 읽기를 중도에 포기하여 끝까지 읽지 않은 백분율이라고 한다. 아마존의 킨들(e-book 리더기)은 그 사용 독자가 중도에 읽기를 포기했는지 아니면 끝까지 읽었는지를 알려준다고 한다. 그 근거는 킨들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더 이상의 하이라이트가 없는 쪽(page)은 바로 독자가 읽기를 포기한 부분으로 간주한다. 하여 독자들이 구입한 책의 완독 비율과 중도 포기 비율,그리고 어느 쪽(page)에서 중단했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가디언은 이러한 방식의 통계가 합당한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① 인쇄하여 책을 읽는 독자 ② 하이라이트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독자 ③ 초장에 맛깔나게 쓰다가는 쪽수를 더해갈 수록 점점 재미없게 쓰는 작가, 는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하

면서 이는 통계의 오류라고 말한다.

 

물론 e-book을 인쇄하여 읽는 독자의 비율과 하이라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독자의 비율 모두 포함한 분석 자료의 결과라면 호킹 지수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어째 거나 가디언이 소개하고 있는 호킹 지수의 예 또한 흥미롭다. 가디언에 따르면「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의 호킹 지수는 25.9%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예로 든 것을 보면 많이 팔린 책이리라 짐작하며 최근 한글 번역본이 출간된 책으로 알고 있다. 

 

 

더불어 가디언이 악명 높은 호킹 지수를 자랑하는 도서도 소개하고 있는데, 미국의 작가 David Foster Wallace 의 「Infinite Jest」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책은 호킹 지수 6.4를 기록했다고 전한다. 도서 구입 후 끝까지 읽은 사람의 백분율이 6.4%라는 이야기다. 비율만으로도 놀라운 수치이다. 이 책은 1996년 작으로,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부터 2005년까지의 영어 소설 100선'에 뽑혔으며 작가는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소설가로 평가받았다'는 인터넷 검색 결과가 있었다. 물론 나는 이 저자와 책을 오늘 처음 알게되었는데 작가를 검색해보니 뉴욕 태생의 대학의 교수였고 많지 않은 나이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고 써있었다. 호킹 지수와 그의 인생 역정은 알고보면 장.난.이 아닌 책이다.  

 

 

 

가디언은 명성이 높은 책 일수록 지수가 더 낮다고 평하고 있다. 여기에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등장한다. 지수는 6.6이라고 소개한다. 시간의 역사는 정말로 낮은 수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의 역사보다 한 술 더 뜨는 책도 가디언은 소개한다. Thomas Piketty라는 냥반의 책「21세기 자본,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은 그 지수가 무려 2.4라고 한다. 물론 나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700쪽 짜리 이 책을 독자들은 읽기 시작하여 평균 26쪽에서 포기했다는 기록이다(알리딘 검색을 해보니 국내 번역본은 820쪽이다). 정말 빨리도 포기했다. 하긴, 포기할거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시간 절약, 에너지 절약일 수도 있다.

 

 

알라딘의 세일즈 포인트가 어떤 방식으로 매겨지는지 알수는 없지만 '21세기 자본'의 별점과 세일즈 포인트는 현재  (248) | 세일즈포인트 : 63,212 로 검색된다. 마이 리뷰는 모두 22편이다. 종합 별점이 5개인 것을 보니 정말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유사한 세일즈 포인트를 가진 도서를 베스트 셀러 목록에서 재차 검색해보니 '대화의 신' 이었다.  대화의 신 별점과 세일즈 포인트는 현재 (58) | 세일즈포인트 : 62,700 이고 마이 리뷰는 총 53편이었다. 위의 두 책은 구입하지 않은 책이다. 물론 독자의 범주가 다른 두 책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큰 의미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달리 비교할 만한 대상도 딱히 없었다 ㅠ.ㅠ

 

 

그런데 진짜 최악은 따로 있었다. 바로 힐러리 클린턴의 책이다. 가디언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And Hillary Clinton beats even Piketty. Her new book Hard Choices scores just 1.9%!  재밋는 표현은 위 두 문장 중 앞의 문장이다. 이 문장을 우리말로 옮길 때, ‘Hillary Clinton은 심지어 피게티 조차도 쩔쩔매게 한다.’ 라고 하면 어떨까... 긍정적인 쪽으로 피게티를 앞질렀더라면 평범한 표현이겠지만 부정적인 문맥에서 beat를 쓰다니, 기사를 읽다가 혼자서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마존 검색을 해보니 킨들 가격 14.29 달러였는데, 세계 최고의 여자, 힐러리 클린턴께서 정말로 이 책을 쓰기까지 어려워도 한참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호킹 지수는 물론 완전히 믿을 만한 지수는 아닌 듯하지만 어느 정도의 신빙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모든 책의 지수를 다 알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읽는 책의 호킹 지수가 어느 정도일까를 안다면 남들이 구입하고는 완독하지 못한 책에 대한 나의 완독 동기부여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 싶다.   

 

호킹 지수와는 무관하게 구입해 놓고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을 독자들은 몇 권씩 있지 않을까 싶다. 읽고 싶은 마음에 구입한 책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들이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그야말로 쩔쩔매게 할 때 오는 현상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책들을 수권 가지고 있는데,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루 종일 책을 잡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가 시간이 나도 딴 짖을 하다가는 이미 구입한 책을 미처 읽지 못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책도 읽어야겠네 하는 생각이 들고, 그때 마다 알라딘의 장바구니에 쌓이는 책은 늘어만 간다. 읽는 속도가 장바구니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거다. 어쩌면 평생 이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럴 때마다 매번 욕심을 내려놓아야지 하는데,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PS:

페이퍼의 제목에 약간은 오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처음에 페이퍼의 제목을 '사실은 내가 읽지 않은 책에 관한 페이퍼, 호킹지수(HI)' 라고  하고 싶었지만 너무 길어 축약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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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4-0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프라인 서점이 없어진 이후, 그리고 약간의 경제적 사정이 나아진 이후,

3권의 책을 사서 1권은 완독 (또는 반복 독서), 1권은 50%이상 독서, 1권은 거의 읽지 않거나 앞부분에서 포기 ; 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저의 변명은 `서 있기 위해서는 발바닥의 땅 이상의 땅이 필요하다.`입니다.

그리고 글의 내용으로 보아 호킹 지수는 책을 읽은 비율로 정의해야 맞겠네요.

차트랑 2015-04-01 18:01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 안녕하세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목표를 빠른 시일내에 이루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포기를 목표로 삼으신다는 부분는 쫌.. ㅠ.ㅠ
제 바램의 원뜻은 그런 것이 아닌거 아시지요 마립간님?)

저도 제 발바닥 이상의 땅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랍니다^^
서재를 조만간 찾아뵙고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립간님, 늘 건강하세요~

마립간 2015-04-02 10:40   좋아요 0 | URL
구체적으로 읽은 책과 읽다가 만 책, 읽지 않은 책의 수를 비교 해보지 않았지만, 목표 이상으로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단지 제 글의 의미는 제 자신에게 구매한 책은 모두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를 풀어준 것입니다.

사 놓은 책을 다 읽고 구매를 하려하니, 오히려 독서가 줄어드는 현상을 느꼈습니다. 여자들은 입을 옷이 있어도 계절마다 옷을 구입한다고 하죠. 옷을 입게 될지는 그 다음 문제이고요. 저는 때가 되면 책을 구입합니다.^^ 제 자신에게 허락한 사치죠.

차트랑 2015-04-02 14:16   좋아요 0 | URL
계절마다 새로 옷을 구입하는 분들을 예로 들어주시니
이제서야 말씀의 뜻을 제대로 알아듣겠습니다^^

완독의 강박감, 어째거나 강박감은 일단 떨구어내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요
물론 가끔은 강박보다는 오기가 발동해서 읽기도 한답니다
물론 죽을 맛이기도하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