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 세월 그늘에 가려 그 어느 누구도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하지 않았던 명리학에 대중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시도한 저자에 우선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과거 조선에서 글줄을 읽던 다수가 스스로 점을 치거나 생년월일로 좋고 그름을 알아보곤 했고, 조선 정부에서는 관상감에서 주최하는 음양과(陰陽科)를 통해 천문, 지리, 역수및 점산의 기술직을 뽑아섰다하고, 명리학은 명과학(命課學)이라하여 네사람을 뽑았고 교수는 종 6품이었다 한다.

 

성웅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적과 싸움을 치루기 전에 점을 쳤다고 쓰고 있다. 물론 잘 나올때까지 반복했을 것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주희는 어느 날 목숨을 건 상소를 닦아 놓았는데 스승의 안위를 걱정한 나머지 제자들이 강력히 만류했다고 한다. 하여 역점을 해보고 결정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결과는 천산돈(天山遯-물러나 숨으라)이 나왔다고 한다. 하여 주희도 괘를 보고는 역린을 건드리는 일을 포기했다는 전설이 있다. 과거에는 명리든 역점이든 음양오행으로 알아보는 일종의 미래 예측법 이었던 것이다.

 

우리말에 ‘아이고 내 팔자야~’하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과거 조상들은 그 팔자를 어느 정도는 수긍을 했던 모양이다. 여기서 팔자(八字)란 자신의 생년월일을 나타내는 천간과 지지를 말하는 것으로 모두 8글자인 탓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첨단 디지털 과학의 시대에 음과 양으로 자신의 운명을 알아보는 일이야말로 아주 낙후되고 고리타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음양(陰陽)과 오행(五行) 알아두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실히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음양 오행은 비단 명리(命理)뿐 아니라 역점, 의학, 심지어 조선의 국시였던 성리학을 모두 관통하는 우주의 이치라고 한다. 특히 사상의학은 음양과 장부의 허실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분야이고 이에 관심이 많은 한의학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명리가 대우를 잘 받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학문으로서 라기 보다는 미래를 단순히 점치는 점의 성격으로 이해하고 있고, 특히 명리 상담사가 나쁜 미래를 예측해줄 때, 기분이 상당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담사의 말이 자꾸 떠올라 잘되던 일도 안되더라는 것이다. 

 

명리는 우리 말에 있는 것처럼 8글자인 것은 사실이나, 그 8글자가 다는 아니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대운에서 또 다른 2 글자를 만난다. 그리고 매년 새로이 맞이하는 2 글자를 더하고 매달 맞이하는 2 글자를 또 더하면 모두 14글자가 운행하는 것이다. 여기에 일과 시간까지 합하면 총 18글자인 셈이다. 명리에서는 18글자의 음양 오행이 서로 운행하면서 형충파해합(刑沖破害合)을 연속하고 있는 것이다.

 

천간과 지지는 알다시피 빙글빙글 돌며 움직인다. 저자가 말하는 조커(용신)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글자이다. 그러나 그 글자가 한 바퀴를 회전하는 데는 천간에서 10년, 지지에서 12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말은 유리한 때가 있으면 반드시 불리한 때도 있다는 뜻이다. 춘하추동은 한 사람의 8글자에도, 조커인 대운에도, 그리고 해와 달 그리고 시간에 모두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여 불리한 때가 돌아오는 시기를 미리 알고 그에 맞는 대처법을 찾아내는 것을 명리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사적인 경험상 유리한 때를 맞이한다는 말은 잘 들어맞지 않아도, 불리한 때를 맞이한다 하는 경우에는 상당히 맞아떨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즉, 좋은 일은 안 맞아도 불리한 일은 잘 맞아떨어지더라는 얘기다.

 

달도 차면 기울게 마련이고 오르막이 있으면 또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불리한 시기가 찾아온다하여 기분이 상하기보다는 적절하게 대처한다고 여기고 슬기롭게 헤쳐나간다 마음먹으며, 그 시기가 지나면 또다시 유리한 때가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이 아쉬운 점은, 저자가 명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8글자가 가지는 단순한 오행의 수준 만을 다루어 독자들에게 명리에 대한 오해의 여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저자가 용신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는 것처럼 명리에서 용신은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그러나 그 용신을 잡는 일은 결코 수월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 조차도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한마디로 용신을 잘못 잡으면 거꾸로 가는 것이다.

 

또한 저자가 밝혀둔 대로 음양오행의 상생상극이 존재한다. 그러나 형, 충, 파, 해, 합과 반합의 관계는 단순한 오행의 이해 그 이상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내용들이다. 때로는 매우 불리하던 글자, 즉 용신의 반대인 글자가 되려 나를 이롭게하거나, 반대로 용신이 나를 해치는 변화를 맞이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언급이 너무 부족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오해의 여지를 주지 않았나 하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격국론은 명리의 정점이나 다름없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종격(從格)이다. 종격은 말 그대로 네 기둥인 원국을 따라가는 형국이라는 의미이다. 8글자의 오행들이 어느 한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종격의 경우 그 쏠림현상이 지나쳐 대운이나 해운에서 도저히 균형점을  잡아 줄수가 없다. 하여  같은 오행의 글자가 대운과 해운에서 자신의 네 기둥을 따라가는 것이 되려 이롭다.  그러나 명리의 꽃이라 항 수 있는 격국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여 전체적으로 명리를 너무 가벼이 접근했다는 아쉬움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더더욱 아쉬운 것은 글을 전개해가는 저자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인문학적인 접근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고 너무 무겁게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결코 가벼이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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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3-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서 다섯번째 문단 `우리`가 아니라 `유리`아닌가요?^^

주역도 그렇고 명리도 그렇고,
결국은 `하늘`=`신`을 읽어내려한 것이었고, 거기서 뻗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명리를 가볍게 보고, 가벼이 접근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인간의 삶을 그렇게 만만히 봤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의 삶을 거기서 분리시켜 하늘=신을 읽어내려 하느냐,
아님, 하늘을 자연과 동격으로 놓고,
그 자연에 인간을 집어넣어 자연의 흐름으로 읽어내느냐, 하는 것이 ...
주역과 명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차트랑 2015-03-21 10:19   좋아요 0 | URL
어인 행차이시옵니까 양철나무꾼님?
반갑습니다~

말씀해주신 부분 그대로 오자입니다.
하여 교정했습니다
저자가 완전생략하고 넘어간 격국론에대해
너무 짧게 언급한 것 같아 이참에 약간 추가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들떠있는 분위기라 아쉬웠습니다 ㅠ.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님!
늘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