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히 시간이 나는 대로 짭은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사실은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부분 선생님을 찾아 뵙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서재에 짧은 여행기를 써보하야겠다 라고 생각한 것은 선생님과의 추억을 기록하는 버릇에서 온 것이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좋은 말씀을 기록장에 기록하여두고는 수시로 펼쳐보는 것이 버릇이 된 것이다.

 

 

내게는 정확하게 말하지만 스승님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에 스승님이라는 말보다는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더 일반적이므로 선생님이라고 쓰는 것이다. 선생님은 모두 세분이 계시는데, 가까이에는 대전에 계시고, 멀게는 지리산의 깊은 산중에 두분이 계신다.

 

대전의 선생님께는 세달에 두번 정도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으며, 지리산 깊은 산중에 계신 선생님께는 일년에 서너차례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는다. 지리산의 깊은 산중에는 전화기를 사용할 수 없어 처음에는 불편한 감이 있지만 10수년을 거치면서 오히려 좋구나..싶다. 지리산의 스승님은 춘추가 높으신 분과 이제 막 24의 젊은 스승님 두 분이 계신다. 춘추가 높은 스승님에 대한 이야기를 페이퍼에 쓰기는 송구하므로 24세의 젊은 스승님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과 관련하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 없다...

 

 

 

 

 

春氣櫮花 (춘기악화) 봄기운이 꽃을 활짝 피우게 하니
人人各基 (인인각기) 사람들도 저마다
開花心中 (개화심중) 마음에 꽃을 피우는 구나...


비록 24세의 젊은 나이지만 주역의 이치와 시전의 내용을 제자에게 가르치시니 나에게는 그 어느 스승님 못지않게 큰 분이시다. 그러나 한학이 가진 이치를 잘 모르는 제자가 아직 어리석어 그 뜻을 제로 받들 줄 모르니 가히 불초할 따름이다...

 

주역은 周나라의 易으로 자연 혹은 우주의 섭리를 담고있는 책이라고 한다. 때로는 점괘를 알아보는 용도로도 쓰이지만 지혜를 구하는 책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자연의 섭리대로라면 바로 봄의 기운이 모든 생명에게 그 기운을 주고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자연의 생물들은 스스로 그 시기를 알고 행한다.

 

자연의 이치를 설명할 능력이 나에게는 없지만,  저렇게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이쁘고 화사한 꽃을 피우는 것은 자연의 섭리인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흔히 자연스럽다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바꾸어본다면 '스스로 그러하다' 는 뜻이겠다. 흔히 '순리'라고도 한다. 이는 '이치를 따른다'는 뜻일 것이다. 그 이치는 바로 자연의 이치를 말하는 것이겠다...

 

자연의 섭리에는 잘못된 것이라고는 없다...

 

여하튼 그 24세의 나의 스승님과 함께 외출을 했는데 길을 걷다가 저 꽃들을 만났다. 참으로 봄의 기운이란 신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매년 바라보는 꽃이건만...하여 스승님께 '봄기운이 꽃을 활짝 피우게 하니, 사람들도 저마나 마음에 꽃을 피우는구나...'라는 말을 한자로 번역해달라고 청했더니, 스승께서는 ' 春氣櫮花  人人各基   開花心中' 이라고 그자리에서 말씀해주셨다.

 

바로 수첩에 말씀을 적었다. 그래서 수첩은 나의 필수품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 좋은 말씀과 가르침을 받을 지 알수가 없는  것이다..봄의 나날들은 세상에 생기를 주고, 그 생기를 받은 만물은 스스로를 움직여 제각기 해야할 일들을 한다. 과실나무는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한다. 산 속의 동물들은 또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들이 하도록 되어있는 일들을 자연의 이치를 말없이 온몸으로  행하니, 그 자연스러움 속에 잘못된 것이라고는 없다.

 

지연의 식물과 산과 바다의 동물들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우리 사람들도 그러하다. 저마다 해야할 일이 있고 그에 알맞는 의미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인생일 것이다. 저마다 나무들이 다른 꽃을 피우듯이 사람들도 저마다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 이치는 자연의 섭리를 벗어 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움은 어떤 것일까...

 

 

물이 흐르다 그치는 곳...法

 

한자에는 법(法)이라는 말이있다...물(水)이 그친다(去)는 의미를 가진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법대로 하자'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법대로하자는 말은 왠지 상당히 부담스럽게만 들린다. 인정 사정 안봐주겠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의 의미대로 해석하자면 '법대로하자'는 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법을 택하자, 즉 순리대로 하자는 뜻인데 말이다..그 法이라는 말이 인간을 돕는 역할로 자리잡기 보다는 인간을 구속하는 말로 인식되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물을 흔히 자연의 순리에 비견하는 경우가 있다. 도가의 '상선약수'가 대표적인 말일 것이다. 물은 절대로 거꾸로 오르는 법이 없다. 아래로 흐르다가는 장애물이 나타나면 빙 돌아서 흐르고, 경사가 급하면 폭포수가되어 아래로 떨어진다. 그 어느 경우라도 절대로 물은 다투는 일이 없다. 이를 부쟁이라고 한다. 그러다가는 깊은 곳을 만나면, 그 물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나면 그 물은 비로소 그치게 된다.. 물론 그만큼 만이다. 그렇게 물이 정지하여 그치는 그곳,  다투지 아니하고 모든 자연스러움을 거치고 거쳐 정지하는 곳...바로 法인 것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물의 법칙

 

 아미달라 여왕이 다스리는 나부 행성에 살고 있는 존재는 육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부행성의 물 속에는 건간족이 살고있다. 지상족과 수중족인 건간족은 역사적으로 서로 사이가 좀 나빴던 것 같다. 아미달라 여왕이 위기에 처한 나부의 행성을 수호하고자 건간족의 통치자를 만나 협력 방어에 나서자는 제안한다. 그러나 건간족의 대표는 처음에는 이를 거절한다. 유리한 공동 방어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애를 먹는 것을 보면...

 

여기서 주목해도 좋은 대목은 건간족에 투영된 물(水)의 상징성이다. 水의 이치를 자연의 섭리라고 볼때,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사진: 방어태세에 나선 건간족

 


이들의 전투 대형은 전형적으로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 공격적인 전투를 펼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매우 독특한 그들 만의 방어막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항해 돌진하는 전투 대형을 유지해야하고,  따라서 일사분란하면서도 침투와 후퇴가 신속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선봉부대라는 특수 임부를 띈 특공대를 필요로 한다. 적을 교란시키면서 적의 날카로운 예봉을 무력화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 흔히 만나는 중세식 전투 장면은 동양의 그것 과는 달리 드넓은 야전장, 일련의 응집된 군대끼리 정면 충돌하는 장면을 흔히 만나기는 한다. 그러나 건간족이 위의 사진에서 처럼  전형적인 중세식 충돌 전투대형을 짜고 있는 것은 중세식 전투 형태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이는 그들이 전투시 가질 수 밖에 없는 특징인 방어적 전투형태이기 때문이다. 


건잔족에게는 그들만의 특별한 방어막이 있다. 그것은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왜냐면 그 방어막이 물의 원리를 가진 방어막 이기때문이다. 그 방어막을 벗어나면 자신들의 전투력으로는 상대방에게 쉽게 제압당하기 때문에 일련의 중세식 전투대형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는 공격형 전투대형이 아니라 전적으로 수비형이다. 게다가 상대는 우주의 제왕을 꿈꾸며 상상할 수도 없는 강력한 화력과 전투력을 지닌 드로이드 군대가 아니던가...

 

건간족의 방어막은 그들이 수중에 존재하는 종족인 만큼, 투명한 물의 성질을 상징하는 방어막이다. 그리하여 제 아무리 강력한 화포를 쏘아댄들 끄덕도 하지 않는다. 공격적으로 강타하는 힘이 강력하면 강력할 수록 방어막은 더욱 강한 힘으로 이를 되받아친다. 그 되받아치는 탄성력은 공격해오는 힘의 크기와 정비례한다. 그러니 그 어떤 힘을 가진 공격력도 물의 원리로 적절하게 물리쳐 낼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 어떤 공격도 죄다 물리칠 수 있는 이 방어막보다 더 완벽한 것은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 방어막의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부드럽게...그리고 천천히 방어막을 통과하면 그 방어막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상대방의 그 미약한 힘을 방어해내지 못하는 것이 그것이다. 강자에게는 한 없이 강력한 힘을 보여줄 수 있지만 약자에게는 한 없이 약한 것이 건간족인 것이다.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게 잔인한 그런 건간족이 절대로 아니다. 진정한 힘은 그 부드러움에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방어막이 바로 건간족의 것이다. 도가의 능유제강(能柔制强)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방어막은 지극히 물이 가지는 특성과 이치를 반영한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은 무겁고도 커다란 철갑선을 띄울 수 있지만 우리들의 작은 발 하나를 지탱하지 못하고 그 속에 담그게 한다.  물론 감독이 이러한 상징적 표현을 의도한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건간족의 방어막이 가지는 특성을 보면서 물의 본성, 즉 자연의 이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자연스러움을 벗어난 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여지가 많은 것 같다.

 

더불어 물의 이치는 法이라는 말을 충분히 설명해준다. 법은 어쩌면 물의 이치요 만물이 살아가는 이치인지도 모른다. 이점을 노자는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여하튼 봄이다. 모든 생물이 춘기를 얻고 자신이 해야할 일은 준비하는 봄이다. 그 자연스러움에 따르는 조화로움 속에서 진정 우주의 이치이며 자연의 섭리이고 물의 본성을 들여다 볼 수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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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5-0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읽다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바람에, 일단 감탄사부터 터졌네요.
'법대로 하자'가 그런 의미였군요. 순리대로 하자, 이치대로 하자, 흐르는대로 하자.
자연스러움 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음미하는 중입니다.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가를요.

건간족 이야기를 읽으며,
부러지는 강함과 휘어지는 약함을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변화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조용히 다가오는 말없는 파장 같습니다. ^^

차트랑 2012-05-0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보잘 것 없는 글에 감탄을 해주시고...ㅠ.ㅠ
저의 글을 늘 좋게만 봐주셔서
저게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요..

건간족의 훌륭한 용사 중에는 '자자'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저는 그 '자자'가 참 좋더라구요.
엉성한 캐릭터이지만...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때로는 자신을 많이 낮추는 캐릭터입니다.

'자자'에게서 저는 많이 배워야 할 듯 합니다ㅠ.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