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재미를 즐기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비록 애호하는 대상 혹은 장르, 혹은 저자등 다양한 범주의 소설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을 것이다. 그 즐거움을 또 어찌 다 표현할까...

 그런데 나는 십수년 전 이문열의 삼국지 세트를 기점으로 소설을 손에서 내려놓기 시작하여 이제는 1년에 1편의 소설을 읽을까 말까이다... 삼국지를 읽게된 시기는 나이에 비해서 이른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버지께서 읽으시던 박종화의 삼국지를 읽은 것이 그것으로 모두 6권짜리 였다.

 

 

아버지께서는 겨울에 삼국지를 모두 3번 읽으시고는 아이들을 앉혀 놓고 연속극을 들려주듯이 삼국지를 시리즈로 들려주셨다. 그리하여 삼국지의 내용을 거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박종화 삼국지를 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더 나이가들어 정비석의 삼국지 세트를 읽게 되었고 이문열 작가가 평역 삼국지를 내 놓으면서 또 읽게된 것이다. 당시에는 삼국지라는 소설에 매료된 상황인지라 만화 삼국지는 물론 제갈량에 대한 책도 찾아 읽었다. 한마디로 반은 삼국지 매니아가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이문열의 삼국지를 2번 읽었는데 처음 떠오르는 생각과 두 번째 읽은 후 떠오르는 생각에 큰 변화가 없었다. 바로 이문열이라는 작가에 대한 실망감 그런 것이랄까...삼국지를 읽기 전 작가 이문열의 소설을 대부분 읽었고 작가에 대한 신뢰 뭐 그런 것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단한 작가...그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평역 삼국지를 읽은 후로는 알게모르게 가지고 있던 환상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리고 만다. 이는 알라딘에 리뷰를 쓰시 시작한 동기이기도 하다. 작가의 평역 삼국지에 대한 실망을 퍼부은 리뷰는 대략 다음과 같다. 물론 여전히 그 리뷰는 삼국지 하단부에 존재한다.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으나 실망감이 매우 크다. 

우선 평역이라는 말이 전해주는 기대감을 충족시키는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평역이랄 것도 없는 수준이며 미량이나마 작가의 해석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  너무 억지스럽다. 이 평역을 잃다가 책을 던져 버리고 싶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책값 아까워 그냥 읽는 심정이라니...(이 미량의 견해를 평역이랍시고 넣었다는 점에서 평역이라는 말을 덧붙였다면 이는 독자에 대한 기만이다)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차라리 조용히 번역을 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더라면 삼국지를 읽는 쏠쏠한 재미를 전하는 정도에서 만족스러웠을지는 모르겠다.   

여러장면에서 저자는 말도 되지 않는 잡설을 늘어 놓는데 그 중 가장 못 보아줄 대목은 아래와 같다.

 

........중략...

 

 

 이 삼국지는 

미성숙한 윤리관을 가지고 있고, 

그리하여 서툴고 억지스러운 평역으로 일관하고 있어  잘못된 저자의 윤리관을 배우게되는 분이 없기를(특히 한창 배우고 있는 학생들), 또, 이 삼국지를 삼국지의 전형으로 알고 지내는 분이 한 분이라도 덜 하기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참 심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업다. 이문열 작가의 팬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여전히 그의 삼국지는 내게 최악의 삼국지일 뿐이다. 그  후로 점점 소설은 내게서 점점 멀어져갔다...그렇다고 이문열의 삼국지 때문이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그저 시기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지난 해에 전국을 아니, 미국까지 건너가 그 큰 사장을 강타한 '엄마를 부탁해'도 읽지 못했다. 이 외에도 박완서의 작품들을 정리하여 새로이 출간된 소설들이 그 얼마나 좋을까만 한 권도 구입하지 않았다. 언제 손을 댈지 알수가 없는 거리감이 나를 가로막고 있으니....그러다가 최근 알라딘의 반값 할인 행사를 이용하여 구매하게 된 소설이 하나 있다. 참 오랫만에 구입해보는 소설이다.

 

 

몽유도원이 그 것이다. 반값 할인이라는 매력 때문이기도 하고, 몽유도원이라는 제목의 매력이기도 할 것이다. 모처럼 소설을 읽게 된 것이다. 몽유도원은 좀 쉽게 읽히는 편이라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모두 읽었다. 되씹을 만한 문장들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작가가 난해한 구도나 난해한 표현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은 덕분이다. 흔히 술술 읽힌다는 표현들을 자주 접하는데 몽유도원이 바로 그러한 소설이다.

 

독자들에게 역사 인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아주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심어주는 좋은 소설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었기에 등장인물들과 전개 방식은 작위적이지만 소설이 가지는 프레임과 내용들은 우리가 다면하고 있는 우리 역사의 팩트들이며 현실이다. 작가 나름대로 연구를 상당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개진한 소설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이 소설이 호태왕비와 칠지도를 소재로 한 최초의 소설은 아니다. 이보다 일찌기, 그러니까 소설에 흥미를 잃기 훨씬 전에 작가 최인호가 '잃어버린 왕국'이라는 소설로 이미 다루었던 소재이다. 하여 낮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역사책을 직접 읽는 것이 쉽지 않은 분들이라면 소설의 형식이라도 빌어서 역사를 어느정도 공부할 수 있다고 여기는 소설 중의 하나이다. 흔히 사극이나 소설등은 역사의 팩트들과는 사실상 거리가 아주 먼 경우가 흔하다. 그리하여 사극이나 드라마 혹은 소설이 주는 내용들을 역사적 사실들과 혼든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여 사극을 제작할 때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고증의 절차없이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이러한 부작용을 일으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해된 역사는 차라리 모르느니만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역사 관련 서적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관심을 가진 독자가 아니라면 특히 그러하다. 그러므로 역사에 관심은 있으나 소설을 선호하는 분들이 읽어도 좋은 몇 가지 소설들이 있는데 위의 두 소설은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은 대부분 작가들이 사료를 토대로 했기에 충분한 근거를 가진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읽으면 재미있는 것이 소설인데, 왜 이다지도 소설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고전 소설의 감동을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가만히 생각해보니 죄와 벌은 중학교 3학년 때 읽은 소설이고, 세익스피어의 걸작 시리즈인 전집도 어른 판으로 중학교 3학년 때 읽은 기억이 난다. 추억해보니  중 3때는 데카메론도 읽었나 보다. 사실 소설사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실제로 읽어본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 만 같다. 요즘 홍보되고 있는 '산해경'보다 훨씬 질이 떨어지는 내용들인데다가 그렇게 강열한 인상을 주지도 못하는 소설이니까 말이다. 여하튼 누구에게 절대로 추천할만한 그런 소설은 아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보는 데카메론이 최근에 나왔나보다. 이점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중학교 3학년이 죄와 벌을 읽으면 이해가 가더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상당히 이해를 했다고 생각했다^^.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사실 이해를  하고 안하고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설과 그렇게 먼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읽을 당시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느낀 소설도 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만난 소설이 바로 '달과 6펜스'였다. 이 역시 작가를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게 한 소설이라고 했다. 전혀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마주하고 읽은 책이다. 도대체 달과 6펜스라니..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제목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볼수밖에는 없는 그런 소설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도대체 스트릭랜드라는 캐릭터가 이해 불가!!! 순간 나는 절망감에 빠져버렸다. 그리고는 다음해에 다시 집어들었다...그러나 역시 나는 도저히....결국 3번째 읽고나서야 서머싯몸의 이 소설이 왜 그다지도 작가를 세계에 알린 소설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그 3번째는 내나이 서른이 넘은 뒤였다 ㅠ.ㅠ

 

 

한때 한국에 소설의 붐을 일으켰던 소설가도 있었다. 시드니 셀던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게임의 여왕, 화려한 혈통등 말이다. 이때 시류에 편승하여 이 작가의 소설들을 꽤나 읽었다. 지금도 여전히 이분의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는 것이 확인 되었다. 참 대단히 생명력을 가진 작가이다.

 

 

추리소설을 빠트릴 수가 없다. 나의 내자는 추리 소설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하여 셜록 홈즈 와 루팡 시리즈는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 요즘도 이 책은 빼 놓을 수 없는 커리큘럼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유명하다는, 필독서라는, 고전이라는 소설들은 대부분 읽어본 같다. 노벨상 작품들도 빠트린 것은 별로 없어보인다. 물론 소설과 멀어지기 전의 이야기 이지만... 그런데 지금의 나는 왜 이다지도 소설과 인연이 멀어진 것일까... 수많은 알라디너들은 나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으면 읽었지 덜 읽은 분들은 거의 없는 듯 하다. 많은 소설들을 읽고 리뷰를 쓰시는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내가 하고 있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소설과 거리가 멀어져 버린 것일까...돌아보니 소설을 소홀히 다룬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지금까지 나는 어쩌다가 소설과의 사이가 이지경이 되었는지 되돌아보는 페이퍼를 통해 그 관계를 되짚어보고 싶다. 그렇다고 해답을 얻은 것은 아니다. 되돌아보니 결코 소설과 사이가 멀었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현재 소설과의 관계는 왜 이다지도 서먹하단 말인가...소설을 읽고 멋진 리뷰를 올리는 알라디너들이 부럽고 또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지 꽤되어간다..그래서 김진명의 몽유도원을 구입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헤어진 애인과 다시 잘해보고싶은 뭐 그런...속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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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4-2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은 추리 소설 정도만 열심히 즐기는 편이라... ^^
예전에는 소설을 참 많이 읽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실제 정보가 소설보다 더 소설같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지나치게 감정이나 사회 의식을 찌르는 책들이 힘들어지기도 하고..... 배가 고파서, 더이상 생각하기 어렵네요...

즐거운 오후되셔요.

차트랑 2012-04-2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 소설은 머리가 좋은 분들이나 좋아하는
그런 장르라고 저의 내자가 그러더군요.
고로 자신도 머리가 좋은 사람에 속한다는...그런 논리를^^
마녀고양이님도 머리가 좋은 분일거라고 믿습니다^^

시장하시면 식사를 잘 하셔야해요.
섭생은 인간 생명의 에너지 원이니,
잘 살피셔요~
거르시지 마시구요^^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