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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었으니 간단하게나마 리뷰를 남기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는다...
소설은 몽유도원이라는 그림을 소재로 하고있지만 몽유도원이 소설을 지배해가는 구심력은 아니다. 몽유도원은 일제가 우리에게서 약탈해 간 문화재를 상징하는 언어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이 주고자 하는 상징성은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소설은 일본에서 유학중인 역사학도의 눈을 통해서 일제가 우리 역사를 그 얼마나 왜곡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작가의 의식을 전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의식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역사의 뼈아픈 기억을 마음속에 담아두라는 뜻이 아니다. 역사가 한 국가 혹은 개인에게 그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말하려는 것이다.
의문의 죽음으로 사건을 전개시키는 이 소설은 우리의 역사해석에 지극히 중요한 호태왕비의 비문과 칠지도에 써있는 글자를 일제국주의가 왜곡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양국의 현대적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말이 치열하는 것이지 실제로 왜곡된 정도는 이미 현대의 우리 사학계에서도 차마 힘주어 언급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니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안하고 있는 것인지 사실 판단이 서지 않는다.
좋았던 점은 가즈오라는 인물을 통해서 작가가 전달하려고 하는 그 무엇이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이는 박상훈이라는 역사학도이다. 그런 역사인식의 중요성이 박상훈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표면적인 소설의 구성적 필요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설을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캐릭터나 그에 상응하는 동력을 가진 인자가 필요했기 때문 일 것이다. 이 동력이 박상훈인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을 지배라는 힘은 박상훈에게 있는 듯 보인다.
상대적으로 가즈오라는 인물은 매우 정적인 인물이다. 바깥 출입을 하지 않으며 정신 질환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조금 더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 가즈오라는 인물이야말로 이 소설을 지배라는 원동력이자 그림자이다.
가즈오는 자신을 키워주고 그토록 사랑을 주는 부모와 조부가 자신의 생물학적 조상을 배신하고 조국을 배신해 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정신적 딜레마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행여양부에게 알려질까 한글을 혼자서 배우며 할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읽어내야 했던 가즈오... 양부의 죄를 스스로 떠안고가야만 했던 가즈오의 내면이 어쩌면 이 소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보이지 않지만 독자들에게 드러나는 인자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이것이 우리들의 역사였으니 말이다..
표면적으로 박상훈은 자신의 분노를 자신의 연구와 실력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그 현실을 직면한 능력이 없는 가즈오는 무력해보인다. 그러나 그런 가즈오의 무력함은 그의 심적 갈등과 인간적 고뇌는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작가는 박상훈이라는 인물보다도 가즈오를 더 깊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며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른다. 가즈오에게 그토록 안타까움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아가 가즈오와 혼인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일본인 여성은 작가의 심적 투영의 매체일 것이며 어쩌면 일본인들의 양심을 바라는 소망일 것이다.
소설은 나름대로 유익한 면이 있다. 아마도 고등학생들이 읽어준다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가해본다. 일제의 기억을 할 수 없는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다.
사실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알라딘의 리뷰에서 읽어보거나, 홍보성 평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소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잘 읽기는 했는데 사실 쓸 말은 많지 않은 그런 소설이라고나 할까....딱히 깊은 인상을 주는 대목이라면 주인공 박상훈이라는 인물이 하코네라는 일본인 여성을 만나는 장면이다. 이들에게는 미묘한 러브라인이 형성되어있고 키스신이 딱 한 번 등장한다. 그 어떤 장면보다 인상적인 이유는 작가의 소설가적 재능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읽어보지 않아 더욱 쓸 말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