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는 평소 선생님으로, 인생의 스승님으로 존경하는 한 분이 계시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이라서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진유(眞儒)란 바로 선생님을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워낙 훌륭한 인품을 지니신 선생님인데다가 유학자로서의 고매함뿐 아니라 역사, 의술, 보학, 지리학에서의 깊이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분이다. 기절을 지닌 선비는 조선에서만 찾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닌 듯 하다. 선생님의 기절 또한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 이런 분이 또 계실까...

 

 그러나 선생님께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당신 스스로의 함자는 언제나 하상봉(何相逢)이시다... 이번에 방문했던 곳에서 일하는 분께서 선생님을 다시 만난 기쁨도 기쁨이려니와 아쉬움을 달래려는지 헤어지면서 선생님의 함자가 정말로 하상봉이시냐고 묻는 바람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저 껄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분에게도 하상봉이라 일러두셨던 모양이다.

 

 

 

 

 

 

 

 

 대전은 조선의 역사와 관련한 유적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대전은 고려 때 망이 망소의 난(1176년)의 중심지역이기에 일찍이 역사의 유래가 깊은 곳이다. 또한 역사적 사건들이 매우 치열했던 인조조때부터 숙종조까지 우리 역사와 관련된 인물들이 있는 곳이 대전이다. 인조반정이 있은 후부터 숙종조까지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방문해보기로는 대전만한 곳이 또 없다.


大田의 본래 지명은 태전(太田)이었다고 한다. 태전이라는 말에는 드넓은 벌이라는 의미와 콩을 많이 심었던 고로 콩밭이라는 의미도 함께 들어가 있다고 한다. 콩밭 역시 太田이라도 한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로 한밭을 뜻하는 太田을 大田으로 개명했다는 것이다. 개명을 한 주범은 바로 이등박문이라고 한다. 대전은 원래의 지명과 관련한 ‘한밭’을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공공기관 및 장소들이 많은데 한밭 초중고, 대학교는 물론 한밭도서관을 비롯 한밭 식당까지 그 범위다 다양하다. 혹시나 우리의 옛 이름인 태전을 태전에게 돌려주는 것은 어떨지...하는 생각도 든다.


 일제가 우리의 지명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바꾼 곳은 한 두 곳이 아니다. 그 중 한 예가 충청남도의 태안에 자리잡은 안면도(安眠島)이다. 현재 안면도(安眠島)라는 지명도 본디 안민도(安民島) 였다. 즉 민(民)을 평안하게(安) 하는 섬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 편안하다는 뜻의 안(安)자를 잠자다는 뜻의 면(眠)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백성을 편안케 하는 섬이 졸지에 꾸벅 꾸벅 졸거나 아니면 잠만 쿨쿨자는 그런 섬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섬의 이름까지 개명을 하다니...정말 지독한 넘들이다. 그런데 희안한 사실은 그 곳 주민들은 아직도 그들 스스로 ‘안민도’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에는 또한 우리 문화와 관련한 지명으로 ‘문화동’이라는 동을 가지고 있다. 문화유적이 아주 많은 곳이 대전이라는 의미이겠다. 문화동에는 한밭 도서관이 있는데 최근 대출순위를 살펴보니 Who? 시리즈가 1위(who? 힐러리 클린턴)에 랭크되어 있고 또한 같은 시리즈가 압도적이다. 우리나라 학생들 역시 호기심이 많다. 호기심은 자기 발전의 원동력... 그런데.. 대전 어른신들도 책을 잘 안 읽으시나보다 ... 랭크된 책 대부분 학생용이다. 이 책을 읽은 학생들은 여학생들일까...ㅠ.ㅠ

 


대전에 사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전 광역시 대덕구에는 송촌동(宋村同)이라는 마을이 있다. 온통 은진송(恩津宋)씨의 본 고장이나 다름이 없는 곳이다. 오죽했으면 송촌초등학교 송촌중학교 송촌고등학교가 다 있을까... 그러니까 이 곳의 지명이 바로 宋村인 것이다. 동(同) 이름의 宋자는 바로 恩津宋씨의

宋자를 딴 것이다. 대전에서 宋氏 집안이 행사하는 강력한 파워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학자로서 이름을 떨친 인물들이 많다. 취금헌(醉琴軒) 박팽년, 탄옹(炭翁) 권시, 백호(白湖) 윤휴등은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역사의 인물들이다.

 

특히 대전을 중심으로 한 시대를 구가했던 기호학파(畿湖學派)는 성리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 크다. 권시의 손자이고 송시열의 외손인 권이진은 유형원의 실학사상을 계승한 것으로 유명하고 충신 박팽년이나 백호 윤휴등은 바로 진유(眞儒)이다.) 은진송씨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인물로는 그 이름도 유명한 우암 송시열선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그 이름이 3,000번이나 등장한다고 하니 말 다했다. 또한 동춘당 송준길선생도 있다. 역사 학자들은 당시 조선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친 이 두 사람을 양송(兩宋)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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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1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트님은 뼈대있는 가문의 후손 맞아요.
진유의 뜻이 뭔지 저 같이 평범한 집 규수는 알길이 없습니다.
하상봉도 진짜 존경하신다는 스승님의 존함인 줄 알았잖아요.
암튼 존경하는 스승이 계시다는 건 복인 것 같아요.
저는 공부를 게을리했더니 그다지 존경할만한 선생님은 못 뵌 것 같습니다.ㅠㅠ

차트랑 2012-03-10 17:08   좋아요 0 | URL
어이구...무슨 말씀을요..
요즘 뼈대 뭐 그런 말을 하는 시대는 아닌뎅^^
그리고,
하상봉의 뜻을 이미 간파하고 계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쩌십니까요^^

스스로 공부를 게을리하셨다는 말씀은
엄살이 좀 심하신 것입니다..
공부를 게을리해가지고서는 그렇게 수준있는 글을
쓸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스텔라님 글 읽으면
제가 다 바짝 쫄거든요~!!!
글발이 장난 아니시면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