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것은 후에 알고 보면 별것 아니다라는 생각을 흔히하게된다. 그래서 따라하기가 매우 쉽다. 그러나 ‘처음’ 혹은 ‘최초’라는 것은 위대함이라는 수식어구를 동반한다. 또한 ‘처음’이라는 말은, 그 처음을 이루어낸 사람은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게 마련이다. 왜냐면 처음은 늘 있어온 것이지만 ‘최초’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기네스북이 인기가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은 아닌런지...


잭슨 폴록은 그림을 붓을 잡고 손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물감을 아예 통째로 부어댔다. 물론 최초의 일이다. 그런데 비평가들은 이 폴록의 행위를 프랙탈이론을 가져다가 설명하려했고 ‘폴록이 뿌려댄 물감속의 질서를 발견해냈다’면서 카오스이론을 투영시켰다. 폴록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뻔한 일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타미츠는 3악장의 교향곡에 하나의 악장을 덭댄 최초의 사람이라고 한다. 이는 후에 베토벤으로 하여금 마지막 악장에 최초로 성악 파트를 덪붙이게 한다. 물론 베토벤은 독창 4인을 중심으로 각 성부별로 독창과 합창을 교향곡에 사용 한다. 물론 베토벤이 처음으로 이러한 음악적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만으로 악성이라고 불리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청력을 잃고도 위대한 교향곡을 작곡해 낸 최초의 인물이 베토벤이기에 베토벤은 더더욱 위대한 것은 아닐까...

 

 

 

영화를 안보신 분이 거의 없으실 듯 합니다. 위 영상물의 1분 46초 경, 맥주병 나발을 부는 관객을 잠시보여줍니다. 음악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음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낭만주의 시대의 공연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입장권의 금액에 따라 때로는 서서 공연을 감상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8분 23초에 공연장으로 들어오면서 감동의 눈물을 머금고 있는 사람은 아직 술에 쩔어있는 베토벤의 조카 '칼 판 베토벤'입니다. 공연장 분위기는 아닙니다 ㅋ. 절대로 공연을 안 볼것이라고 다짐을하며 어디에선가 술을 마시다 결국 공연장에 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알콜 기운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습니다.

 

베토벤이 작곡할 당시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일화를 아는 사람들은 애호가 뿐만이 아니다. 베토벤의 곡을 자주 듣는 사람이던 아니던 간에 너무도 유명한 일화이므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로 교향곡 9번을 작곡할 당시에 그는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작곡가들은 흔히 자신이 구상한 악보를 악기로 확인해가면서 곡을 쓰게 마련이다. 악기로 연주해본 후 필요에따라서 수정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는 모차르트도 그랬을 것이고 쇼팽도  그랬을 것이다. 물론 베토벤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들을 수 없는 작곡가의 심정을 과연 누가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은 이제 베토벤도 한물간 사람이라고들 했다. 귀머거리 작곡가가 더이상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무려 12년간이라는 긴 세월을 교향곡 9번을 위해 보내게된다. 곡에 대한 구상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었으므로 사실은 12년보다 훨씬 더 긴 나날들을 9번을 위해 보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교향곡 9번을 완성하는 데는 치명적인 청력의 문제도 있었지만 쉴러의 시를 교향곡에 버무려 넣는 것도 큰 장애물이었다. 애초에 작곡의 구상 자체가 쉴러의 시를 버무리는 것이었다. 베토벤 이전에는 그 누구도 교향곡에 성악을 삽입한 작곡가는 없었다. 최초로 베토벤은 교향곡에 성악을 버무려 넣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실행한 인물이었다. '처음'이란 늘 있는 것어온 것이지만 그렇게 힘든 일이기도 한 것이다.  

 

드디어 1824년 빈에서 초연에 이르른다. 그러나 청력을 잃은 베토벤이 과연 오케스트라를 이끌 수 있을까?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는 한 여성이 베토벤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도록 돕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사실에 입각한 설정이다. 실제로 초연당시  극장의 음악감독 미카엘 움라우프는 연주자와 성각가들에게 자신의 지휘를 따르도록 당부해둔다. 그리고 교향곡 9번의 초연이 시작되었다. 


곡을 잘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얼마나 장엄하고 위대한 곡이던가...초연은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곡이 끝나고 청중들의 기립박수가 터지는 순간에도 그 박수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베토벤은 지휘를 계속하고 있었다..곡의 연주가 이미 끝났는데도 말이다. 자신의 곡을 자신이 지휘하고 그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더라면...그날 베토벤은 5번의 기립박수를 받는영광을 가진다. (참고로 황제 부부가 공연장에 나타날 때는 세번의 기립박수를 받던 시대였다)  연주가 끝난 후에도 지휘를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던 베토벤을 생각하면 너무나 큰 안타까움과 위대한 순간이 오버랩되어 슬프다. 슬프지만 그는 정녕 위대하다. (과거의 페이퍼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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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1-1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긴 했는데 끝에 조금 못 봤어요.
베토벤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대단한 사람 같아요.
왜 그토록 불행했는지 안타깝기도 하구요.
내친김에 다시 찾아 봐야겠습니다.

저더러 리뷰 잘 쓴다 하시더니 차트랑공님도 잘 쓰시는군요.
그래서 추천하고 가요.히히

차트랑 2012-01-12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이곳에는 막상 답을 드리지 못했군요.
제가 추천 버튼을 누르는 버릇이 아직 들지 않았던 거죠.
나중애 생각해보니 좋은 글을 읽고도 추천하는 것을 깜박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안좋은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아요^^
추천하는 것은 마음의 크기와 같은 것 같아서
애써 써주신 페이퍼를 적극 추천하는 중입니다^^
추천은 오히려 제 마음을 훨씬 더 넓게 해준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추천은 결국 자신을 위한 행위가 되더라는 말씀^^
고맙습니다 스텔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