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사를 읽다보면 나오는 2명의 주요 인물이 독일의 장군 Rommel과 미국의 제독 Halsey이다. Rommel과 Halsey를 어떻게 한글로 표기해야 할까? 


Rommel은 원래 '롬멜'이라고 썼는데 근래 '로멜'이라고 쓰기 시작하는 것을 본다. 영미권에서는 당연히 '로멜'이라고 읽는 것 같은데 독일에서도 '로멜'이라고 읽나? 설령 이게 맞아서 '로멜'이라고 쓴다면 MacArthur도 '맥아더'가 아니라 '매카서'라서 바꾸어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원래 알려진 대로 '롬멜'이라고 쓰는 것을 선호한다. 


표기법이 엇갈리는 또 한 명의 인물이 Halsey이다. 원래 '할지' 정도로 썼는데, 근래 '홀시'라고 쓰는 것을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홀시'는 아니다. 다른 표기법은 '핼지', '헐지' 정도인데, 미국 발음에 가장 가깝게 쓴다면 '헐지'가 맞을 것 같다. 


이제 이런 표기법도 좀 맞출 때가 된 것 같다. 출판사들이 '전쟁사번역회' 정도의 모임이라도 만들어서 용어통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비버의 책 번역본 <제2차 세계대전>은 '로멜', '할지'로, 와인버그의 책 번역본 <2차 세계대전사>는 '롬멜', '홀시'로 쓴다. 제발 통일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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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16953 2019-03-20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어로 Erwin Rommel은 ˝에어빈 로믈˝이라고 발음합니다.두 개의 자음이 합쳐진 경우엔 하나의 자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입니다.

blueyonder 2019-07-04 10:10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blueyonder 2024-07-17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 https://hangulize.org/?lang=deu&word=erwin+rommel
 
2차 세계대전사 1 - 뒤집어진 세상 2차 세계대전사 1
제러드 L. 와인버그 지음, 홍희범 옮김 / 길찾기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 해군의 진주만 기습에 대해 논의하는 부분을 다음에 옮겨 놓는다. 

  [진주만을 공격한다는 야마모토의] 계획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진주만 폭격은 일본의 전반적인 전쟁 전략과 어긋났다. 만약 기습공격이 성공한다 해도 미국은 사기가 꺾여 일본의 동아시아 지배를 용인하기보다는 일본과의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 작전 회의에서 오니시 다키지로 해군 소장은 남방 침략으로 전쟁이 시작된다면 만족스럽지 못하게나마 마무리를 지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진주만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다면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또 있었다. 일본의 작전계획은 남방을 침략하는 동안 미 해군에 의해 측면이 위협받을 것을 가정해 수립되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았고, 일본에는 이 사실을 알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진주만의 미 해군 함대에는 태평양을 건너편에서 작전하기 위한 보급함, 특히 유류 보급함이 없었다. 호놀롤루의 일본 영사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뛰어난 일본 스파이들은 이 사실을 잘 알았다. 게다가 이미 언급했듯 진주만에 있던 미 태평양 함대 전력의 상당수는 대서양으로 차출되었다. 이미 대서양 차출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야마모토는 미친 듯한 편협함으로 자신의 계획을 고집했다. 1941년 9월에 실시된 일본 해군의 워 게임에서는 이미 4월에 대서양으로 이동한 항모 요크타운이 진주만에서 격침당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야마모토의 계획은 수심이 얕은 항구를 공격하는 만큼 쉽게 예측할 수 있으며 앞으로 전쟁에서 미 해군 전력을 재건하는 과정에 매우 크게 작용할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수심이 얕은 항구에서 가라앉은 배들은 완전히 침몰하지 않고 착저하는 만큼 쉽게 인양하고 수리해 복귀시킬 수 있다. 일본은 수심이 얕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항공어뢰를 거의 가라앉지 않고 항주할 수 있도록 개조했으며 이 개조 어뢰는 함대가 출항하기 직전인 11월 17일에 마지막 분량이 인도되었다. 그리고 미국 해군 수병들 대부분은 공격이 벌어질 때 외박-외출 중이거나 설령 배에 있어도 쉽게 구조될 수 있는 만큼 생존 확률이 매우 높았다. 만약 원래 계획대로 대양에서 작전이 벌어졌다면 상황은 매우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전략적-실용적 고려도 전술적 성공에만 집착한 야마모토의 뜻을 굽히지 못했다. 진주만 기습을 계획하면서 하와이를 점령하자는 계획도 거론되었지만, 여기에 필요한 병력은 남방 침략에 동원되어야 했기에 실현되지 못했다. (299~300 페이지)

  사실 진주만 공격은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일본에게 재앙이었지만 일본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피격된 함선 대부분은 인양되었고 12월이 지나기도 전에 야마모토가 격침시켰다고 믿었던 전함 중 두 척은 수리를 위해 미국 서해안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애리조나와 오클라호마를 제외한 모든 전함들이 전열에 복귀했으며 그중 일부는 1944년 10월에 미 해군이 압승을 거둘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승무원들도 대부분이 살아남아 미 해군을 재건하는데 기여했다. 이런 전술적 요인들은 기본적인 전략적 오산의 산물이었다. 미국이 메인 호 폭발이나 루시타니아 호 격침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잘 아는 사람들은 평화 시에 벌어진 기습 공격이 미국인들을 단결시켜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싸우도록 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일본의 전략은 시작부터 어긋나는 셈이다. 미국인들이--미국인 대부분이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점령당한 태평양 섬들을 다른 나라에 돌려주거나 독립시키기 위해 큰 희생을 감내하며 탈환하지 않으리라는 일본의 추측은 태평양 전쟁으로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 진주만에서 성공한 기습은 일본의 승리가 아닌 패전의 보증수표였다. (302 페이지)


야마모토가 미국 유학 등을 통하여 미국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미국을 너무 두려워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만약 원래 계획대로 일본으로부터 더 가까운 대양에서 미국 해군과 처음으로 싸웠다면 지는 쪽은 정말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지는 쪽이 과연 미국이었을까 일본이었을까. 결과론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은 차라리 이쪽에 도박을 거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한 번은 확실하게 이기겠다는 야마모토의 욕심이 진주만 기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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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전환점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
필립 M. H. 벨 지음, 황의방 옮김 / 까치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12 전환점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니 12개의 전투를 골라 전투 양상과 의의를 개괄하는 그렇고 그런 책이겠거니 했다. 표지를 보니 마치 20년 전에 나온(!) 책인 듯했다. 하지만 이 책은 2011년에 나온 최근 책이었다(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한다는 뜻이다). 번역은 2012년에 됐다. 차례를 보면서 ‘아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고른 12개의 전환점은 다음과 같다.


1 히틀러의 득세: 프랑스의 붕괴, 1940년 5-6월

2 “가장 좋았던 시간”: 영국 전투, 1940년 7-9월

3 바르바로사 작전: 독일의 소련 공격, 1941년

4. 진주만, 1941년 12월: 세계대전이 되다

5 미드웨이 전투, 1942년 6월 4일

6 스탈린그라드 전투, 1942년 7월-1943년 2월

7 호송선과 잠수함: 대서양의 결전, 1943년 3-5월

8 “압도적 힘의 적절한 이용”: 공장들의 전투

9 테헤란 회담, 1943년 11월 28일-12월 1일: 대연합을 위한 전환점

10 D-데이와 노르망디 전투, 1944년 6-7월

11 “운명적인 회담”: 얄타, 1945년 2월 4-11일

12 일본의 패배와 원자폭탄, 1945년


중요한 전투를 적절히 골랐을 뿐만 아니라 군수품 생산, 연합국의 막후 정치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기대를 초월한다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중요 전투의 전개 양상과 전쟁에서의 전략적 의의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전쟁의 흐름과 당시의 정치 상황 등이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2차 세계대전사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좋은 책이 없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너무 많은 전투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큰 흐름을 따라 갈 수 있고, 그 배경이 되는 전략적, 정치적 상황들이 언급되며, 개인의 일기까지 인용하는 전쟁사 책: 별 다섯이 아깝지 않다. 4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분량에 이러한 정보를 담은 저자의 필력에 감탄한다. 저자인 필립 벨은 영국 리버풀 대학의 명예 역사 교수라고 하는데, 아마 평생의 독서와 연구가 이 책으로 나왔으리라 짐작한다. 


저자가 결론에서 강조하는 것은, 지나고 나서 보면 2차 세계대전은 결국 연합국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전쟁이었다고 보통 생각하지만, 전쟁이 언제 어떻게 종결되는지와 그 결과에 따른 세계정세는 매우 유동적이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노르망디 상륙작전만 해도 날씨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만약 실제 일어났던 것처럼 하루만 연기된 것이 아니라, 다음에 상륙이 가능한 날짜인 2주 정도 연기되었다면 아마 실패의 가능성이 매우 컸으리라고 지적된다. 그렇다면 나치의 패망은 더욱 느려졌을 것이고, 심지어는 항복이 아니라 강화로 전쟁이 끝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마 현재는 PKD의 소설 <높은 성의 사내>에 나온 것과 같은 세상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소련이 점령한 유럽의 영토가 더 넓어져서 서유럽까지 공산화가 됐을 수도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지도자와 국민 여론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물량으로 우세해도 국민이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저자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 소련의 아프간 전쟁을 그 예로 든다). 종종 간과되는 이러한 사실도 전쟁과 역사를 사람이 일구어간다는 측면에서 보면 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역자는 기자 출신의 번역가인데, 번역 용어 선택에서 간혹 아쉬운 측면이 있다. 가령, 일본해군의 ‘항공모함 1사단, 2사단’의 표현이 있는데, 영어로 carrier ‘division’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을 ‘사단’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일본 원어를 따라 ‘항공전대航空戰隊’라고 쓰던지, 아니면 요즘 표현으로 항모전단航母戰團’이라고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torpedo bomber는 ‘어뢰 폭격기’라기보다 ‘뇌격기’로 적는다. 독일군 탱크의 이름도 영어식으로 ‘타이거’, ‘팬더’로 적었는데, 통용되는 이름은 독일식으로 읽은 ‘티거’, ‘판터’이다. ‘마르크 IV’ 탱크도 보통 ‘4호 전차’라고 적는다. 종종 ‘통신’이 언급되는데(예를 들어 ‘통신선’, ‘통신 센터’) communications을 통상적 의미로 번역한 모양이지만, ‘병참’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맞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도, 이 책은 매우 유용하고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제2차 세계대전의 중요한 전투 및 전쟁의 전개 양상을 빨리 파악하고자 할 때, 국내에 번역된 책 중 이것보다 좋은 책은 없는 것 같다. 3권의 <2차 세계대전사>로 번역된 책을 쓴 제러드 와인버그의 입문서 <World War II: A Very Short Introduction>도 괜찮은데 번역은 아직 안 되어 있다. 와인버그의 입문서는 전체 전쟁 양상을 다루는데 중점을 두므로, 개개 전투의 세세한 전개 양상은 거의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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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3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4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5-03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서방 세계에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나치의 패망을 이끌어냈다는 설이 정설로 받아
들였었죠.

하지만 노르망디 상륙전 이래 지지부진하던 전세
가 스탈린이 기획한 바그라티온 작전으로 동부
전선을 압박하면서 서부전선에 있던 독일 병력이
더 급박한 동부전선으로 이동하면서, 서방 연합군
의 숨통이 틔운 것을 보면 제2전선의 영향력에 대
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후 몽고메리가 기획한 마켓가든 작전이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조기 라인강 도하작전은 물 건너가고
나치의 패망이 더 늦춰지게 된 점에 대해서는 저자
가 어떻게 생각했을 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blueyonder 2017-05-04 11:07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저자도 동부전선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전선에서 대부분의 전쟁은 1944년까지 동부전선에서 치러진 것이 맞습니다. 저자는 스탈린그라드 전투 후 독일군이 계속 수세에 몰렸다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독일군이 공세를 벌인 적도 있지만 대세에 영항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것이지요. 프랑스에서의 패퇴 후 서유럽에 발을 붙이지 못하던 연합군이 1944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제2 전선을 열어 서부전선으로 독일 병력을 끌어들인 점이 이 전투가 중요한 전환점으로 선정된 이유겠지요. 만약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실패했다면 소련도 독일을 패퇴시키는데 더 큰 희생을 치러야했을 겁니다. 어쨌든 저자도 12 전환점에 무엇을 고르느냐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결국 의견의 영역이겠지요.

blueyonder 2017-05-04 11:11   좋아요 0 | URL
마켓가든 작전은 잠깐 언급됩니다. 지금은 독일의 패배가 당연시되지만 그게 그렇게 당연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예가 되겠지요.

blueyonder 2018-07-0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버그의 입문서 <World War II: A Very Short Introduction>이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이름으로 18년 3월 교유서가에서 출간됐다.
 

Melanesian Choirs: The Blessed Islands의 찬송을 들을 때마다 "spiritual"이란 말이 생각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인간의 모든 염원이 모여있는 소리, 정말 하늘에 가서 닿을 것만 같다. 


전쟁은 그 염원이 극대화 되는 장소이다. 인간이 만든 비극의 현장에서 인간은 염원한다. "The Thin Red Line", 내게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삶과 죽음을, 그리고 영원을 생각하게 한다. 


"Jisas Yu Holem Hand Blong Mi"의 영어 번역은 "Jesus, You Hold My Han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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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유명한 통사들이 몇 권 출간됐다. 예전에 출간된 책들에 더해,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늘어났다. 최근 번역된 유명한 2권은 제러드 와인버그의 <2차 세계대전사 1, 2, 3 A World at Arms>와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The Second World War>이다.










































제러드 와인버그의 책은 상당히 딱딱하다. 지도도 별로 없고, 긴 문장도 많다(원문도 그렇다). 하지만 와인버그의 책은 전쟁의 배경, 최상층 지휘부의 생각, 세계 전쟁의 상호 연관성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면, 이 책은 '역사가의 역사책'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전문적인 느낌이 강하고 일반 독자에 대한 배려가 적다. 번역된 책은 1208 페이지의 원서를 3권으로 나누어 번역했다. 1권 432 페이지, 2권 456 페이지, 3권 384 페이지이다. 읽다 보면 직역이 많아 좀 아쉽다.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직역을 선호했는데 요즘에는 가독성 좋은 의역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원문이 길면 문장을 나누어 번역해도 좋다. 번역자인 홍희범 선생은 월간 플래툰의 편집자 겸 필자라고 하니, 군사사 분야에서 전문성이 문제될 일은 없겠다. 하지만 번역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탈자도 가끔 눈에 띈다.  


이에 반해 앤터니 비버의 책은 잘 읽히고 친절하다. 지도도 필요한 만큼 있다. 비버의 강점인, 전쟁에 참여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들어가 있어서 전쟁의 참상을 실감할 수 있다. 번역서는 863 페이지의 원서를 1288 페이지의 한 권으로 옮겼다. 


두 저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이 과연 언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느냐이다. 와인버그는 3개 이상의 나라, 여러 대륙에서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도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기 전에도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중일전쟁, 일본측 표현을 따르면 지나사변). 와인버그는 이 전쟁이 양국 간의 분쟁일 뿐이며 아시아에서만 일어났으니 세계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버는 그의 책을 소련과 일본이 맞붙은 노몬한(할힌골) 전투부터 시작한다. 중일전쟁이 일어나는 과정도 기술한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전쟁(분쟁)의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비버의 책이 더 낫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예전에 출간된 다른 2권의 제2차 세계대전 통사도 있다. 존 키건의 <2차세계대전사The Second World War>와 제프리 주크스 등 여러 저자가 쓴 글을 모은 <제2차 세계대전The Second World War>이다. 



























키건의 책은 비교적 짧고 핵심을 잘 짚은 기술이지만, 태평양전쟁 부분의 기술이 매우 빈약하다. 최근에는 보급판도 나왔던데, 초판에서 지적되었던 여러 오탈자가 얼마나 수정되었는지 궁금하다. 주크스 등의 책은 비교적 친절하고 컬러 지도 등을 포함해 독자를 좀 더 배려한 느낌이 있다. '바다에서의 전쟁' 등 주제별로 기술한 장도 있다. 여러 저자가 쓴 글이니 아무래도 통일성은 좀 떨어져 보이지만, 비교적 간결하게 기술된 내용을 통해 전쟁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수월한 측면도 있다. 


보통 영미권의 제2차 세계대전 통사가 지적 당하는 부분이 독소전과 태평양전쟁이 큰 관심을 못 받는다는 것인데, 와인버그나 비버의 책은 그래도 예전의 책보다는 훨씬 낫다. 그에 반해 키건의 책은 비난 받는 옛날 책에 가깝다. 


냉전이 끝나면서 소련의 많은 비밀문서들이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독소전의 전모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연구의 결과로 나온 책이 데이비드 글랜츠의 <독소 전쟁사 1941~1945 When Titans Clashed>와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Russia's War>이다.




























마지막으로, 어찌 보면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일본이 벌인 전쟁에 관한 책이 있다. 권성욱 선생의 책 <중일전쟁>이 있는데, 정말 노작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책이 더욱 많이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관련하여 읽으면 좋은 일본 저자의 책 <쇼와 육군>도 같이 리스트한다.
















최근 존 톨랜드의 <The Rising Sun>이 <일본 제국 패망사>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2019.08.12). 이 책은 태평양 전쟁을 일본 내부의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며 기술하고 있어서 유용하다.
















일본역사학연구회에서 종전 후 얼마 지나지 않아(1953년) 펴냈던 <태평양전쟁사> 전 5권이, 1, 2권은 <태평양전쟁사 1>로, 3, 4권은 <태평양전쟁사 2>로 번역되어 나왔다(2020.01.09 추가). <태평양전쟁사 1>은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사 2>는 그 이후의 본격 태평양 전쟁을 다룬다. "패망의 잿더미에서 토해 낸 일본 지성의 참회록"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데, 전쟁에 관한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관점과 반성을 엿볼 수 있다. 전쟁사이니 전황이 물론 나오는데, 그 외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논의도 있다. 이 책의 단점은 사회주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이다. 소련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일관된 찬사가 눈에 띈다.
















그 외에는 만화책으로 다뤄진 것도 있다. 주간지 <시사인>에 시사만화를 연재하는 굽시니스트의 (매우 마니아적인) <본격 제2차 세계대전 만화 1, 2>, 그리고 중국에서 나온 것을 번역한 <그림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 12권의 시리즈이다. 




















와인버그의 짧은 책 <제2차세계대전>이 출간됐다(212페이지). 정세와 전쟁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다. 오른쪽은 원서이다(2018.04.14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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