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유명한 통사들이 몇 권 출간됐다. 예전에 출간된 책들에 더해,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늘어났다. 최근 번역된 유명한 2권은 제러드 와인버그의 <2차 세계대전사 1, 2, 3 A World at Arms>와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The Second World War>이다.










































제러드 와인버그의 책은 상당히 딱딱하다. 지도도 별로 없고, 긴 문장도 많다(원문도 그렇다). 하지만 와인버그의 책은 전쟁의 배경, 최상층 지휘부의 생각, 세계 전쟁의 상호 연관성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면, 이 책은 '역사가의 역사책'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전문적인 느낌이 강하고 일반 독자에 대한 배려가 적다. 번역된 책은 1208 페이지의 원서를 3권으로 나누어 번역했다. 1권 432 페이지, 2권 456 페이지, 3권 384 페이지이다. 읽다 보면 직역이 많아 좀 아쉽다.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직역을 선호했는데 요즘에는 가독성 좋은 의역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원문이 길면 문장을 나누어 번역해도 좋다. 번역자인 홍희범 선생은 월간 플래툰의 편집자 겸 필자라고 하니, 군사사 분야에서 전문성이 문제될 일은 없겠다. 하지만 번역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탈자도 가끔 눈에 띈다.  


이에 반해 앤터니 비버의 책은 잘 읽히고 친절하다. 지도도 필요한 만큼 있다. 비버의 강점인, 전쟁에 참여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들어가 있어서 전쟁의 참상을 실감할 수 있다. 번역서는 863 페이지의 원서를 1288 페이지의 한 권으로 옮겼다. 


두 저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이 과연 언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느냐이다. 와인버그는 3개 이상의 나라, 여러 대륙에서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도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기 전에도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중일전쟁, 일본측 표현을 따르면 지나사변). 와인버그는 이 전쟁이 양국 간의 분쟁일 뿐이며 아시아에서만 일어났으니 세계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버는 그의 책을 소련과 일본이 맞붙은 노몬한(할힌골) 전투부터 시작한다. 중일전쟁이 일어나는 과정도 기술한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전쟁(분쟁)의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비버의 책이 더 낫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예전에 출간된 다른 2권의 제2차 세계대전 통사도 있다. 존 키건의 <2차세계대전사The Second World War>와 제프리 주크스 등 여러 저자가 쓴 글을 모은 <제2차 세계대전The Second World War>이다. 



























키건의 책은 비교적 짧고 핵심을 잘 짚은 기술이지만, 태평양전쟁 부분의 기술이 매우 빈약하다. 최근에는 보급판도 나왔던데, 초판에서 지적되었던 여러 오탈자가 얼마나 수정되었는지 궁금하다. 주크스 등의 책은 비교적 친절하고 컬러 지도 등을 포함해 독자를 좀 더 배려한 느낌이 있다. '바다에서의 전쟁' 등 주제별로 기술한 장도 있다. 여러 저자가 쓴 글이니 아무래도 통일성은 좀 떨어져 보이지만, 비교적 간결하게 기술된 내용을 통해 전쟁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수월한 측면도 있다. 


보통 영미권의 제2차 세계대전 통사가 지적 당하는 부분이 독소전과 태평양전쟁이 큰 관심을 못 받는다는 것인데, 와인버그나 비버의 책은 그래도 예전의 책보다는 훨씬 낫다. 그에 반해 키건의 책은 비난 받는 옛날 책에 가깝다. 


냉전이 끝나면서 소련의 많은 비밀문서들이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독소전의 전모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연구의 결과로 나온 책이 데이비드 글랜츠의 <독소 전쟁사 1941~1945 When Titans Clashed>와 리처드 오버리의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Russia's War>이다.




























마지막으로, 어찌 보면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일본이 벌인 전쟁에 관한 책이 있다. 권성욱 선생의 책 <중일전쟁>이 있는데, 정말 노작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책이 더욱 많이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관련하여 읽으면 좋은 일본 저자의 책 <쇼와 육군>도 같이 리스트한다.
















최근 존 톨랜드의 <The Rising Sun>이 <일본 제국 패망사>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2019.08.12). 이 책은 태평양 전쟁을 일본 내부의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며 기술하고 있어서 유용하다.
















일본역사학연구회에서 종전 후 얼마 지나지 않아(1953년) 펴냈던 <태평양전쟁사> 전 5권이, 1, 2권은 <태평양전쟁사 1>로, 3, 4권은 <태평양전쟁사 2>로 번역되어 나왔다(2020.01.09 추가). <태평양전쟁사 1>은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사 2>는 그 이후의 본격 태평양 전쟁을 다룬다. "패망의 잿더미에서 토해 낸 일본 지성의 참회록"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데, 전쟁에 관한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관점과 반성을 엿볼 수 있다. 전쟁사이니 전황이 물론 나오는데, 그 외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논의도 있다. 이 책의 단점은 사회주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이다. 소련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일관된 찬사가 눈에 띈다.
















그 외에는 만화책으로 다뤄진 것도 있다. 주간지 <시사인>에 시사만화를 연재하는 굽시니스트의 (매우 마니아적인) <본격 제2차 세계대전 만화 1, 2>, 그리고 중국에서 나온 것을 번역한 <그림으로 읽는 제2차 세계대전> 12권의 시리즈이다. 




















와인버그의 짧은 책 <제2차세계대전>이 출간됐다(212페이지). 정세와 전쟁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다. 오른쪽은 원서이다(2018.04.14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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