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MIT 교수이며 200편 이상의 논문을 썼고 이 중 12편은 500번 이상 인용됐다고 저자 소개에 나온다. 대단한 성취를 이룬 이론물리학자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꽤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는 이 책에서 '실재reality가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지적 여정과 생각을 보여준다. 매우 흥미로운 주제임에 틀림 없다. 책의 도입부인 1장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we'll explore the fascinating relations between computation, mathematics, physics and mind, and explore a crazy-sounding belief of mine that our physical world not only is described by mathematics, but that it is mathematics, making us self-aware parts of a giant mathematical object. We'll see that this leads to a new and ultimate collection of parallel universes so vast and exotic that all the above-mentioned bizarreness pales in comparison, forcing us to relinquish many of our most deeply ingrained notions of reality. (pp. 6-7)


그는 이 세상이 수학에 의해 기술될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이 수학'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귀결은 (다양한 종류의) 평행우주이다. 그의 물리학에 대해 내가 뭐라고 할 위치는 아니지만, 수학만 바라보며 산 그의 삶이 이러한 세계관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세상은 수학'과 같은 류의 주장에 대해 울프 다니엘손은 <세계 그 자체The World Itself>에서 의미 있는 반론을 편 바 있다. 이 두 권의 책을 비교하며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난 '세상이 수학'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우주가 수학이라는 생각은 결국 '이 모든 변화가 환상illusion'이라는 결론을 낳는다(p. 13). 이런 주장에 동의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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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4-10-03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이나 과학으로 우주나 자연 현상의 실체를 알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관점에 동의해요. 하지만 우주가 수학이라고 단정해버리면 여전히 풀지 못한 미스터리한 자연 현상과 과학적 난제(ex: 암흑 물질의 정체)가 왜 있을까요? ^^;;

blueyonder 2024-10-03 19:31   좋아요 0 | URL
수학을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저자의 주장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

공쟝쟝 2024-10-04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라깡의 실재 (ㅋㅋㅋ) 저 실재랑 상관있으려나요? ㅋㅋㅋㅋ, 이 페이처 보니 세계 그 잡채 읽어야하는데 라고 ㅋㅋㅋ 뜨끔 ㅋㅋ
우주가 수학이라는 건 꽤나 설득력있는 판타지인거 같습니다. 잘 만들어진 판타지 소설처럼요 :)

blueyonder 2024-10-04 12:39   좋아요 1 | URL
제가 라깡의 실재가 뭔지 모르지만, 단어가 똑같으니 아마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
판타지란 말 좋네요. 저도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지요. ^^
‘세계 그 잡채‘ 읽어보시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기존의 물리학적 통념을 깨는 내용이 많아서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공쟝쟝 2024-10-05 10:50   좋아요 0 | URL
기존의 물리학을 몰라서 통념먼저 깨고 들어가도 될까요? ㅋㅋㅋ
마침 읽고 있는 책 2권 66페이지에 이런 일화가 나오네요 ㅋㅋ
-엘렌느는 디너 파티를 주최하는 임무를 맡았다. 실비아가 자조 부인과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레온티예프와 라캉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자조는 가가린의 우주 비행과
‘우주 비행사들의 정신생리학에 관한 소련의 연구에 대해 얘기를 꺼냈 다. 그러자 라캉은 즉시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우주 비행사는 없습니다.˝ 그러자 레온티예프는 라캉이 인간의 첫 우주 비행의 성공을 부 정하면서 소련을 비방하려는 의도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확신하고는 분개하며 증거들을 내놓았다. 라캉은 주저하는 기색도 없이 이렇게 반 박했다. ˝다름아니라 우주가 없기 때문에 우주 비행사는 없습니다. 우 주는 지적 관점입니다.˝ 알렉상드르 코이레의 훌륭한 제자이자 친구인 라캉은 갈릴레오의 물리학적 관점에서 우주는 조화로운 체계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었다. 확실히 우주라는 말은 분명 코페르 니쿠스 혁명 이전의 용어에 속했다. 자조는 오해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레온티예프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당신의 친구 분 은 항상 이런 식으로 말합니까?˝ 라캉은 결코 그의 초대를 받지 못했다.

… 라캉 인성 ㅋ 좀 논란이긴 하지만, 우주라는 판타지는ㅋㅋㅋㅋ 이런 관점인 것 같죠? 그 판타지를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훈련이 필요하고요 ㅠㅠㅋㅋㅋ
 
왜 전쟁까지 - 일본 제국주의의 논리와 세계의 길 사이에서
가토 요코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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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고등학생을 주 대상으로 한 강연을 묶은 책.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이 마주한 선택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 책의 주제는 '왜 일본이 결국 전쟁을 선택했나'이며, 이를 살펴보기 위해 만주사변 이후에 국제연맹의 주도로 만들어진 리튼 보고서의 내용, 독일-이탈리아-일본이 맺은 삼국군사동맹,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진주만 기습 전 진행된 미일 교섭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읽기 전에 강연록인 것을 몰랐고 그 대상이 일본의 고등학생을 것을 몰랐다. 미·영과의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왜 일으키게 되었는지에 대해 철저히 일본의 관점에서 분석하므로 전쟁 전의 조선 침략에 관한 내용은 없다. 조선은 당연히 일본의 일부로 치부된다. 읽기 전의 기대와 달라서 별점을 세 개만 준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자신들이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했다는 의견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니 전쟁 말고 좀 더 합리적인 다른 대안이 있었다는 저자의 주장이 호평을 받는다. 책 부제에 나와 있는 "세계의 길"은 일본이 침략을 (완전히) 포기하는 길이 아니다. 당시의 열강(미·영)에 좀 더 양보하고 협상하는 길이다. 저자의 주장은 당시 미·영의 제안이 언론과 군부가 언급했듯 그렇게 일본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았으며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해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우리는 상당 기간, 아니면 지금까지도 일본 연방의 일부일지 모른다. 일본이 중국에서 철병하고 만주에서 이익을 챙기는 것에 만족했다면, 우리가 독립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친일 매국노들이 이렇게 날뛰는데? 일본 지배 하에서는 독립투사들이 그야말로 철없는 극단주의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일본은 수많은 희생을 낳은 파멸의 길로 갔다. 일본에서도 언젠가는 침략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바탕으로 타국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더욱 퇴행을 거듭하는 지금으로 봐서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것이 일본의 불행이고, 옆에 사는 우리의 불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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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화 <About Time>에도 나왔던 곡. 

How long will I love you? As long as stars are above you. And longer if I can...


연약함 속의 위대함을 다시 생각한다. 유한하지만 영원함을 갈구하는... 하지만 별도, 계절도, 파도도 영원하지는 않다. 딱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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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스마르크를 격침하라 - 1941년 대서양 전투의 변곡점
앵거스 콘스텀 지음, 이승훈 옮김 / 일조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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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는 2차대전 때 독일의 신형 전함(만재 배수량 5만 톤, 15인치 주포 8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취역 당시 최강의 전함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독일은 이 신형 전함에 나름 기대를 걸었다. 영국 해군에 비해 규모가 보잘 것 없었던 독일 해군은 신형 전함 비스마르크를 포함한 다른 전함들로 제해권 장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섬나라 영국의 통상을 방해할 수는 있으리라 기대했다(해상 거부sea denial 전략). 미국에서 영국으로 물자를 나르는 호송선단을 침몰시키기 위해서는 대서양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 길목에 영국이 있다. 영국은 당연히 비스마르크를 포함한 독일 전함들에게 신경을 썼다. 


1940년 8월 취역한 비스마르크는 훈련을 거쳐 41년 5월 드디어 처음으로 작전에 나선다(라인위붕Rheinübung 작전). 함대의 지휘관 뤼첸스 제독은 중순양함 프린츠 오이겐과 함께 북해를 거쳐 영국을 위로 돌아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덴마크 해협을 통과해 대서양으로 나가고자 한다. 영국은 전함이 항구를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수색을 펼쳐 결국 비스마르크와 프린츠 오이겐을 덴마크 해협에서 발견한다. 이 책은 비스마르크의 마지막 항해가 되는 9일 동안에 비스마르크와 영국 함대 사이의 쫓고 쫓김에 대한 이야기이다. 


배경지식과 역사적 의의도 잘 설명되어 있고, 각 함에 근무한 인물들에 대한 얘기 등 다채로운 드라마가 펼쳐진다. 짧은 기간 동안 펼쳐진 추격전인 만큼 이야기 자체는 매우 박진감이 넘친다. 대서양 전투에서 유보트뿐만 아니라 전함들간의 전투가 있었음을 잘 보완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스마르크는 결국 프랑스의 브레스트 항으로 가던 도중 영국 함대에게 격침당한다. 함대간 포격전은 일단 한쪽이 피해를 입어 제대로 반격을 하지 못하면 급격히 싸움이 기울어 포격을 당하는 쪽은 그 참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비스마르크는 현재 대서양 4,791 m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2,200명이 넘는 승조원 중 단 114명만 살아 남았다. 


원서는 2019년 9월에 출간됐으며 양국 해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균형 잡힌 서술을 한다. 역자는 가끔씩 원서의 오류를 지적하는 전문성을 보이는데, 역주를 본문 가운데 넣지 말고 각주로 처리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가지 혼동되는 사실이 있는데 원서의 오류도 있고 편집상의 실수도 있어 보인다. 사용한 시간대를 언급하며 그리니치 표준시(GMT)에 몇 시간을 더하느냐에 더해 언급하는 내용이 있는데 가령 GMT+2와 GMT+1 중 어디의 시간이 더 앞서는지에 대한 서술에 혼동이 보인다. GMT가 오전 9시라면 GMT+2인 시간대는 오전 11시, GMT+1인 시간대는 오전 10시다. 그러므로 오전 11시인 GMT+2인 시간대가 오전 10시인 GMT+1 시간대보다 시간이 더 앞서는 것이다. 본문은 반대로 얘기하고 있다[1]. 지속적으로 나오는 혼란은 비스마르크의 최선임 생존자라는 4번 포술장교 뮐렌하임-레흐베르크의 계급에 관한 것이다. 소령으로 언급한 후 밑에서는 대위라고 하는 일이 반복된다. 아마 마지막에 수정하며 실수한 듯 싶다. 그의 계급을 찾아보면 Kapitänleutnant인데 영어로는 Lieutenant commander로 종종 번역되는 듯 싶지만 찾아보면 대위 계급에 해당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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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부분은 오류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다. 내 생각에는 GMT+x에서 x가 클수록 시간이 앞선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2] https://www.wehrmacht.es/en/content/27-kriegsmarine-rank-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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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쌓인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는데, 암흑물질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던 원시 블랙홀(MACHO, massive compact halo object)이 우리 은하 주변에서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암흑물질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점점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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