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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를 격침하라 - 1941년 대서양 전투의 변곡점
앵거스 콘스텀 지음, 이승훈 옮김 / 일조각 / 2024년 7월
평점 :
'비스마르크'는 2차대전 때 독일의 신형 전함(만재 배수량 5만 톤, 15인치 주포 8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취역 당시 최강의 전함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독일은 이 신형 전함에 나름 기대를 걸었다. 영국 해군에 비해 규모가 보잘 것 없었던 독일 해군은 신형 전함 비스마르크를 포함한 다른 전함들로 제해권 장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섬나라 영국의 통상을 방해할 수는 있으리라 기대했다(해상 거부sea denial 전략). 미국에서 영국으로 물자를 나르는 호송선단을 침몰시키기 위해서는 대서양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 길목에 영국이 있다. 영국은 당연히 비스마르크를 포함한 독일 전함들에게 신경을 썼다.
1940년 8월 취역한 비스마르크는 훈련을 거쳐 41년 5월 드디어 처음으로 작전에 나선다(라인위붕Rheinübung 작전). 함대의 지휘관 뤼첸스 제독은 중순양함 프린츠 오이겐과 함께 북해를 거쳐 영국을 위로 돌아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덴마크 해협을 통과해 대서양으로 나가고자 한다. 영국은 전함이 항구를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수색을 펼쳐 결국 비스마르크와 프린츠 오이겐을 덴마크 해협에서 발견한다. 이 책은 비스마르크의 마지막 항해가 되는 9일 동안에 비스마르크와 영국 함대 사이의 쫓고 쫓김에 대한 이야기이다.
배경지식과 역사적 의의도 잘 설명되어 있고, 각 함에 근무한 인물들에 대한 얘기 등 다채로운 드라마가 펼쳐진다. 짧은 기간 동안 펼쳐진 추격전인 만큼 이야기 자체는 매우 박진감이 넘친다. 대서양 전투에서 유보트뿐만 아니라 전함들간의 전투가 있었음을 잘 보완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스마르크는 결국 프랑스의 브레스트 항으로 가던 도중 영국 함대에게 격침당한다. 함대간 포격전은 일단 한쪽이 피해를 입어 제대로 반격을 하지 못하면 급격히 싸움이 기울어 포격을 당하는 쪽은 그 참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비스마르크는 현재 대서양 4,791 m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2,200명이 넘는 승조원 중 단 114명만 살아 남았다.
원서는 2019년 9월에 출간됐으며 양국 해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균형 잡힌 서술을 한다. 역자는 가끔씩 원서의 오류를 지적하는 전문성을 보이는데, 역주를 본문 가운데 넣지 말고 각주로 처리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가지 혼동되는 사실이 있는데 원서의 오류도 있고 편집상의 실수도 있어 보인다. 사용한 시간대를 언급하며 그리니치 표준시(GMT)에 몇 시간을 더하느냐에 더해 언급하는 내용이 있는데 가령 GMT+2와 GMT+1 중 어디의 시간이 더 앞서는지에 대한 서술에 혼동이 보인다. GMT가 오전 9시라면 GMT+2인 시간대는 오전 11시, GMT+1인 시간대는 오전 10시다. 그러므로 오전 11시인 GMT+2인 시간대가 오전 10시인 GMT+1 시간대보다 시간이 더 앞서는 것이다. 본문은 반대로 얘기하고 있다[1]. 지속적으로 나오는 혼란은 비스마르크의 최선임 생존자라는 4번 포술장교 뮐렌하임-레흐베르크의 계급에 관한 것이다. 소령으로 언급한 후 밑에서는 대위라고 하는 일이 반복된다. 아마 마지막에 수정하며 실수한 듯 싶다. 그의 계급을 찾아보면 Kapitänleutnant인데 영어로는 Lieutenant commander로 종종 번역되는 듯 싶지만 찾아보면 대위 계급에 해당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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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부분은 오류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다. 내 생각에는 GMT+x에서 x가 클수록 시간이 앞선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2] https://www.wehrmacht.es/en/content/27-kriegsmarine-rank-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