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713호 : 2021.05.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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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시 한 번, 좋은 기사가 많은 '시사인'. 요즘 많이 언급되는 '집단면역'에 대해 다룬다. 좋은 언론의 모범을 보여준다. 다음은 '11월에 마스크를 못 벗어도 너무 절망하지 말기, 왜냐면...' 기사의 일부분이다.


 지난 4월12일 백악관 코로나 19 대응 언론 브리핑에서 CBS 한 기자가 물었다. “현재 백신 주저율을 감안할 때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도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대답했다. “집단면역에 관해 다시 말씀드리자면, 저는 정의하기 매우 애매한(elusive) 것을 언급하는 이 개념에서 사람들을 벗어나게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인구 내 백신 접종 비율, 감염 회복 비율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70~85% 사이 어디쯤으로 추정하지만 우리는 사실 모릅니다. 그래서 파악하기 어려운 숫자에 집중하는 대신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을 하도록 합시다.” 4월26일 브리핑에서 파우치 박사는 집단면역을 ‘움직이는 표적(moving target)’이라고 표현했다. 목표는 목표이되 고정돼 있지 않은 목표, 실시간으로 지점이 바뀌고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목표가 바로 ‘집단면역’이다. (12 페이지)

  펑! 하고 퍼지는 마법의 초대형 면역우산은 없다. 각자 자기 머리 위를 가리는 개인의 작은 우산이 모일 뿐이다. 하지만 그 우산들이 모이면 공동체의 우산이 된다. 몸이 아파서, 어려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우산을 펼치지 못하는 약한 사람들도 모여든 우산 아래에서 비를 피할 수 있다. 하나의 큰 우산이 펼쳐지지 않아도 서로가 젖지 않게끔 도와줄 수 있고,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우산을 펼칠수록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세계에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질 수 있다.

  ‘11월 집단면역 달성’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곧 실패는 아니다. 지금 우리는 한 명씩 우산을 펼쳐 드는 아름다운 ‘집단면역 과정’에 있다. (17 페이지)


이번 호의 시사인 만화는 요새 화두 중의 하나인 반도체 얘기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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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5-15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움직이는 표적이란 표현이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blueyonder 2021-05-15 13:59   좋아요 2 | URL
네, 그렇지요. 아직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도 백신을 개발해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았고 앞으로도 함께 살 것이라는 사실이 정말 실감 나는 요즘입니다.

기억의집 2021-05-16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피가 온다라는 책 읽어보셨어요?? 저는 그 책 읽고 진짜 미국이나 유럽은 세상의 물음에 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네요 작가가 rdna를 기초적으로 설명하는데.. 그 구조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 코로나 터지면서.. 어쩜 백신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올 수 있겠다 싶었는데.. 우리나라 대학 시스템 개편 진짜 해야 된다고 봐요. 위기가 닥칠 때 연구자료가 부족해 미국이나 유럽만 못 하잖아요. 그나마 정은경 본부장이 있는 게 신의 한수 였어요!!!

blueyonder 2021-05-16 19:44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책 <크리스퍼가 온다>는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우리나라가 코로나 19 대응을 비교적 잘 하면서 어깨가 으쓱한 점도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대학도 그렇고 초중고 교육도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요...
 
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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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토성의 고리라는 SF적인 제목과 어느 소설가의 추천사 때문에 읽을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10년이 지난 이제야 다 읽었다. 10년의 세월 동안 나는 해체에 좀 더 가까워졌고, 그래서 해체와 몰락의 이야기인 이 글을 좀 더 읽을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독일인인 화자는 영국 동부를 도보여행 하며, 만나는 장소에 얽힌 현실인지 소설인지 모를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죽은 이들, 그리고 퇴락하는 것들도시, 건물, 가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온갖 이야기가 다 나온다. 2차 세계대전부터 서태후, 양잠까지... 영국으로 이민 와서 사는 한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본 느낌이 든다.

 

토성의 고리라는 문구는 본문 어디에도 나오지 않고 제일 앞의 인용구에서만 언급된다. 토성의 고리가 토성의 인력에 의해 부서진 위성의 잔해라는 구절인데, 이 글의 주제인 부서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상징이 아닐까... 무엇이든 결국은 해체된다. 인간은 물론이고, 여러 세대에 걸친 가문도, 문명도, 그리고 심지어는 자연조차도... ‘불멸의 원자라는 표현이 있는데, 원자조차도 영원히 불멸은 아닐 것이다. 영원은... 상상할 수 없다. 수학은 논리로 무한을 다루지만.

 

모든 죽어가는 것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주어진 대로 사는 일, 그리고 때때로 제발트처럼 애도하는 일. 또는 시인의 말처럼 사랑하는 일. ‘생명이란 위대한 것이다. 사라짐으로, 또 다시 태어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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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21-05-10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을 읽었어요. 카프카 문학에 대해 말해보라면 한 마디도 못할 제가 카프카 좋아하는 것처럼 제발트의 그 단편소설집에 대해 말해보라면 한 마디도 못하겠지만 그 책이 너무 좋았어요. 토성의 고리도 곧 읽을 예정이어서 반가운 리뷰였어요. 잘 읽었습니다.

blueyonder 2021-05-10 18: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사실 일반적 소설은 아니어서 술술 읽히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글이 뭔가 아련합니다.
 
시사IN 제712호 : 2021.05.11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모병제, 백신 권고 등 시의적절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기사를 싣는 주간지의 장점을 다시 한 번 발휘한다. 굽시니스트의 만화 등 즐겨 읽는 연재들이 풍성함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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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1-05-15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호의 굽시니스트 만화: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537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의 아시아 태평양 순방에 맞추어, 20세기 초 미국 ‘대백색함대‘ 얘기가 나온다.
 
인간의 대지 펭귄클래식 9
생 텍쥐페리 지음, 윌리엄 리스 해설, 허희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아무것도, 결코, 죽은 동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랜 친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우리가 공유했던 그 많은 추억, 함께 힘겨워했던 그 수많은 시간들, 그 많은 불화와 화해, 그 많은 마음의 동요라는 보배만큼 값지지 않다. 이러한 우정은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떡갈나무를 심고 그 그늘 아래서 쉬어보려 하지만 헛된 일이다.
그렇게 인생이 흘러간다. 우리는 우선 우리 자신을 충실하게 다지며 여러 해에 걸쳐 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시간이 이러한 작업을 망치고 그 나무들을 베어버리는 세월이 온다. 동료들이 하나둘 우리에게서 자신들의 그림자를 빼내어 간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우리의 슬픔에 ‘늙어가는구나.‘라는 남모를 회한이 뒤섞인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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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5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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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의 SF 모음집이다. 과학소설이라 배경은 미래인데 다루는 주제는 외로움, 쓸쓸함 등이다. 작가의 말처럼, 시대가 달라져도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할 거라는 의미일 듯. 지금과 100년 전을 비교해 봐도 인간소외의 문제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극복하려는 노력 속에 인간의 의미가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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