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 우리가 결정해야 할 11가지 거대한 이슈 10년 후 세계사 2
구정은.이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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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가 당면한 이슈에 대한 기사 모음집 같은 느낌이 든다. 전망이 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누구에게도 전망이 쉽지는 않으리라. 제목이 <10년 후 세계사>인데, 이보다는 책 표지에 있는 ‘어제와는 다른 내일을 위해 오늘 알아야 하는 세계‘라는 문구가 책의 성격을 좀 더 잘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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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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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열 번의 계절'을 거치며 글을 써 책을 내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글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요즘 같은 (물신주의) 세상에, 불모지 한국에서 천문학으로 학위를 하며, 결혼을 하고, 애를 키우며, 학위 후에는 계약직 맞벌이 엄마로 생활하며 연구하는 젊은 천문학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은 매우 솔직하게, 천문학과 학부생 때 일화부터 행성학자로서 타이탄과 달에 대해 연구하며 겪었던 일과 느꼈던 생각을 잘 풀어낸다. 이과생이 이런 글솜씨 갖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학창시절 백일장에 나갔다면 수상을 여러 번 했을 것 같다. 김상욱 교수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탄이 나오는 글솜씨임에는 틀림없다.


흥미로운 것이, 천문학을 전공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나마 언급되는 것은 그림과 사진이 대부분인 과학잡지 <뉴턴>인데, 이마저도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얘기한다. 재미있게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아직 다 읽지 못했다고 고백하는데, 이것 참, 세대차를 느낀다고 해야 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은, 여러모로 재미와 감탄을 자아낸다. 예컨대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글에서는, 보이저 탐사선이 태양계를 떠나며 찍은 지구 사진 얘기와 엮어 자신과 아이의 어른으로의 성장에 대한 감상을 풀어낸다.


지구를 떠난 탐사선처럼, 내가 나의 삶을 향해 가열차게 나아갈수록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그렇게 점차 멀어져만 가는 것이다. (154 페이지)

보이저는...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 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156 페이지)


한 구절만 더 인용한다.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까. 손에 무엇 하나 쥔 게 없어도 콧노래가 흘러나오니까. (259페이지)


여러가지로 재능 있는 젊은 연구자의 앞길에 밝은 미래가 함께 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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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에서 연주시차에 대한 고등학교 시절의 일화를 언급하는데, 이해가 가지 않아 기록해 놓는다. 선생님이 칠판에 점 두 개를 가깝게 찍어 놓고, 맨 뒤에 앉은 학생에게 몇 개냐고 물었더니 '한 개'라는 대답을 얻었고, 맨 앞에 앉은 학생에게는 '두 개'라는 답을 얻었다는 것이다(10 페이지). 그러고는 연주시차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이 일화가 왜 연주시차의 예가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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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r (Paperback)
John Edward Williams / New York Review of 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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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환경, 우정, 결혼, 사랑, 자녀, 그리고 학문과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스토너의 소망이었던 선생이라는 일과 대학의 기능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다시 읽으면 다른 부분에 눈길이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 읽으며 가장 감동 받았던 부분은 역시 핀치와의 우정과 드리스콜과의 사랑이었다. 그는 헛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열심히 산 삶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의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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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721호 : 2021.07.13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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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이런 글을 보니 매우 신선하다. 다음은 <시사인> 이종태 편집국장이 권두에 독자에게 보내는 글("편집국장의 편지")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란 것'이 크게 두 가지 용도로 활용되어왔습니다. 하나는 국가와 사회를 조직하는 원리·이념입니다. 한국의 시민들 대다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국가권력에 대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국가·사회를 재조직하는 '역사적 운동'에 참여해왔습니다. 1987년의 시민항쟁 이후 본격화된 이 운동의 이념적 지침은 자유민주주의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이 국가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걸출한 아이디어의 모음이거든요. 예컨대 삼권분립은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가권력이라는 거대 괴물을 행정·입법·사법으로 분리해 서로 싸우게 하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이죠. 법치주의 역시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국가권력의 침해를 통제하기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이 운동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자유민주주의란 것'의 또 다른 용도는 정치적 선전선동의 수단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위해, 전두환은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명분 삼았습니다. 이후에는 주로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집권했을 때 흔히 '극우'로 불리는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나서곤 했습니다. 이분들의 자유민주주의는 '양심의 자유' '삼권분립' '법치주의' 같은 본래의 이념적 원리들과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정적이나 반대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붙이기 위한 정치적 수단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월 2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라며 "이 정권은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자유를 뺀 민주주의'가 정말 뭔지 모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면 제가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인민민주주의'입니다. 북한이나 중국이 표방했거나 표방 중인 체제로, 공산당(노동당)이 인민 전체의 '진정한' 이익을 '알고' 대변한다는 사고방식을 주춧돌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산당(노동당)이 법률 위에서 사실상 선거 없이 영구 집권하며 삼권분립도 법치주의도 대의제도 무시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이런 체제를 시행 중이거나 앞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계신 것일까요?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명망 높은 자유민주주의 매체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조사기관으로부터도 '완전한 민주국가'로 불릴 정도의 나라입니다. 저는 윤 전 총장이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는 장면을 보며 '저 이야기 또 나오네' 유의 지루한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3 페이지)


트럼프만 욕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정치계에도 본인의 이익을 위해 레토릭만 남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이번 주 굽시니스트의 시사만화 '100년 중공':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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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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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독실한 무신론자다...... 이것은 새로운 종류의 종교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축제 없는 삶은 여인숙 없는 기나긴 길과 같다.

- 데모크리토스


사샤 세이건. 칼 세이건과 앤 드리앤의 딸이다. 극문학劇文學을 전공하고 글을 쓴다. 이 책은 그의 에세이 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위의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인용문이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해 주고 있다. 저자는, 과학--이성--을 통해 바라보는 우주, 지구, 그리고 우리의 삶이 얼마나 놀라운지, 그리고 이러한 삶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종교적 의식ritual이 있어야 함에 대해 여러 주제--태어남, 봄, 매일의 의식, 성년, 여름, 결혼, 섹스, 가을, 죽음 등--을 논의하며 생각을 나누고 있다. 그의 종교에 대한 생각은 종교학자인 카렌 암스트롱의 의견과 일맥상통하는데, 종교의 기능은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의식'에 있으며, 우리는 '무엇이 됐든' 종교적 의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불가지론자-무신론자조차도 그렇다.


이 책이 "부모님 앤 드루얀과 칼 세이건에게 바치는 찬사이자 러브레터"라고 그는 마지막 '감사의 글'에서 밝히고 있는데, 매우 합당하다. 읽으며, 세이건과 드리앤이 어떤 부모였는지, 그 가정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책날개에 저자가 "인버스미디어그룹이 뽑은 '2020년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50인'으로 선정"됐다고 나오는데, 공감할 만하다. 옆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매우 기쁠 것 같다. 


평에서 별을 하나 뺀 것은,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너무 미국적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삶에서 찾은 사례를 인용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매우 개인적인 평이다.


다음은 책의 몇 구절이다.

  "마루하[사샤의 유모]는 죽으면 천국에 가고 천국에는 하느님이 있고 천사들이 하프를 연주한대. 그런데 엄마 아빠는 죽음이 영원히 꿈꾸지 않고 자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잖아. 누구 말이 맞아?"

  부모님은 입을 맞춘 듯이 바로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아무도 몰라!"

  그냥 그렇게 말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마치 그게 정말 좋은 일이라는 듯이 활짝 웃으며 열띤 목소리로 즐겁게 말했다.

  이 대화가 나에게는 정말 큰 깨달음을 주었다. 죽음이라는 미스터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지는 않았지만 삶의 본질을 엿보는 창을 얻은 것 같았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불확실성은 실제로 존재한다. 얼버무리거나 덮어버릴 필요가 없다. 최대한 많이 알려고 애쓰는 도중이라도 불확실성이 있음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96~97 페이지)

  아버지는 1996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휴대전화를 쓴 적이 없다. 이메일 주소도 없었다. 가끔 아버지한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상상을 한다. 이 작은 직사각형 기계 안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스물 몇 권, 셰익스피어 전집, 세계지도가 통째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이걸로 듣고 싶은 노래 전부 들을 수 있고 읽고 싶은 책 전부 읽을 수 있다고. 이 기계가 날씨도 알려주고, 뉴스 속보도 알려주고, 알바니아어나 우르두어로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고. 몇 번 두들기기만 하면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거나 휴가 사진을 구경할 수도 있다고. 아버지는 틀림없이 좋아하셨을 것이다. (107 페이지)

  "사실 우리도 시간여행을 하는 거야." 아빠는 말하곤 했다. "일 초씩 미래로!" (154 페이지)


세이건 부부가 함께 쓴 글의 인용도 있다.

책이란 얼마나 놀라운 물건인가. 나무로 만든 납작하고 잘 휘어지는 물건인데 그 안에 검은색 선이 꼬물꼬물 우스운 모양으로 찍혀 있다. 그런데 그 물건을 한번 들여다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 사람은 수천 년 전에 죽은 사람일 수도 있다. 저자가 수천 년의 세월을 넘어 조용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당신의 머릿속에서 말을 건다. 글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일 것이다.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 멀리 떨어진 시대에 사는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준다. 책은 시간의 굴레를 벗어난다. 책은 인간이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증거다. (156 페이지)


이렇게 칼 세이건을 추모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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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페이지, "지구가 생겨난 지는 4억 5천만 년 이상 되었다."의 구절에서 "4억 5천만 년"은 45억 년의 오역으로 보인다. 32 페이지, 빅뱅이 일어난 시기 "13억 8천만 년 전"도 오역이다. 138억 년 전이 맞다. billion은 10억임을 착각한 모양.

[**] "For Small Creatures Such as We"의 원 제목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로 매우 잘 번역했다. 책 표지도 너무 예쁘다. 원서 표지보다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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