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 Atlas (Paperback) - 빌 게이츠 2020 여름 추천 도서
Mitchell, David / Random House Inc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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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이어진다. 역사소설에서 모험, SF까지 다양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삶이 끊어지는 것 같아도 끊어지지 않고, 좋은, 또는 나쁜 여파가 계속 이어진다는 얘기를 저자는 하고 싶은 모양이다. 물리적이고 불교적이다. 감동적이기도 하다. 난 내 인생의 미래 여파를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여파를 낳을 물 한 방울을 바다에 더하라는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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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We Cease to Understand the World (Paperback) -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영문판
Labatut, Benjamin / New York Review of Books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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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재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췄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과학(양자역학)으로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의 과학에 대한 태도와, 불가해해 보이는 과학적 사실들이 발견되는 모습을 기술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설이라고 했는데, 처음 2개 장(프러시안 블루,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은 논픽션 에세이처럼 읽힌다. 사실 이 2개 장이 가장 흥미롭고 몰입할 수 있었다. 이후의 하이젠베르크와 양자역학에 대한 부분에서 소설임이 명확해지는데, 잘 알려진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굉장히 극화했다. 다른 리뷰어들이 지적하듯 굳이 소설화 하지 않아도 흥미진진한 얘기를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다. 환각과 환상적 요소를 도입하여 이론들의 불가해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처럼 보이는데, 과학적 이론이 발견되는 과정을 왜곡하고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차라리 데이비드 린들리의 <불확정성>을 읽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적 개념에 대한 라바투트의 설명에서 엄밀하지 못한 부분이 가끔 눈에 띈다.


... We can pull atoms apart, peer back at the first light and predict the end of the universe with just a handful of equations, squiggly lines and arcane symbols that normal people cannot fathom, even though they hold sway over their lives. But it's not just regular folks; even scientists no longer comprehend the world. Take quantum mechanics, the crown jewel of our species, the most accurate, far-ranging and beautiful of all our physical theories. It lies behind the supremacy of our smartphones, behind the Internet, behind the coming promise of godlike computing power. It has completely reshaped our world. We know how to use it, it works as if by some strange miracle, and yet there is not a human soul, alive or dead, who actually gets it. The mind cannot come to grips with its paradoxes and contradictions. It's as if the theory had fallen to earth from another planet, and we simply scamper around it like apes, toying and playing with it, but with no true understanding. (p. 187)


위의 글을 보면 오히려 과학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처럼 읽히지 않나? 과학은 도구, 매구 유용한 도구일 뿐이다. 양자역학의 불가해성이 저자에게는 너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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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3-10-0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균관대학교 김범준 교수님이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이해한다는 것, 또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의 의미: https://www.youtube.com/watch?v=A2SG7fKjW48
 
알레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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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논리를 뛰어 넘는다. 논리적 모순 속에서 진실의 한 조각을 엿볼 수 있다. 진실은 미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일까. 현대 물리학은 논리적 모순을 평행우주 등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나는, 왜, 있는 것일까. 알레프. 이해할 수 없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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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물레 환상문학전집 33
어슐러 K. 르귄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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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꾸는 꿈이 현실이 된다면? 지금의 현실이 사실은 꿈이라면? 장자의 호접몽을 모티브로 한 상상력의 향연. 번역의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읽었다. 제목에 나오는 ‘물레‘의 원어는 ‘lathe‘인데 물건을 깎기 위해 회전시키는 ‘선반‘을 말한다. 역자는 ‘돌림판‘의 의미로 물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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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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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가 조르바라는 인물과 함께 한 자전적 이야기. 카잔차키스는 고향인 크레타 섬에서 조르바와 탄광 개발을 하며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조르바의 자유롭고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삶에 크게 감화 받는다. 번역에 이윤기 선생의 손길이 녹아 있다. 


책 속 몇 구절: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한 조건(時限條件)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 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두목, 이따금 내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가를 당신에게 보여 주는 대목이겠는데)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기계가 선로를 이탈하는 걸 우리 기술자들은 <꽈당>이라고 한답니다. 내가 꽈당하는 걸 조심한다면 천만의 말씀이지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 대로 합니다. 부딪쳐 작살이 난다면 그뿐이죠. 그래 봐야 손해 갈 게 있을까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 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170 페이지)

  순간순간 죽음은 삶처럼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봄이면 선남선녀들은 4천 년 동안이나 신록 아래서(포플러나무 밑에서, 전나무 밑에서, 떡갈나무, 참나무, 플라타너스, 키다리 종려수 밑에서) 수천 년을 더 그렇게 출 터였다. 그들의 얼굴은 욕망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 얼굴이 바뀌고 허물어져 흙으로 돌아가도 다른 얼굴이 나타나 뒤를 잇는 터였다. 춤추는 자는 하나지만 얼굴은 수천이었다. 나이는 늘 스물, 불사신이었다. (277 페이지)

  나는,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도, 미덕도, 선(善)도, 승리도 아닌, 보다 위대하고 보다 영웅적이며 보다 절망적인 것, 즉 신성한 경외감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

  「조르바, 우리는 구더기랍니다. 엄청나게 큰 나무의 조그만 잎사귀에 붙은 아지 작은 구더기이지요. 이 조그만 잎이 바로 지굽니다. 다른 잎은 밤이면 가슴 설레며 바라보는 별입니다. 우리는 이 조그만 잎 위에서 우리 길을 조심스럽게 시험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잎의 냄새를 맡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알아보려고 우리는 맛을 보고 먹을만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이 잎의 위를 두드려 봅니다. 잎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소리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 겁이 없는 사람들이겠지요...... 잎 가장자리까지 이릅니다. 거기에서 고개를 빼고 카오스를 내려다봅니다. 그러고는 부들부들 떱니다. 밑바닥의 나락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되지요. 멀리서 우리는 거대한 나무의 다른 잎들이 서그럭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는 뿌리에서 우리 잎으로 수액을 빨아올리는 걸 감지합니다. 우리 가슴이 부풀지요. 끔찍한 나락을 내려다보고 있는 우리는 몸도 마음도 공포로 떨고 맙니다. 그 순간에 시작되는 게......」

  나는 말을 멈추었다. 나는, 그 순간에 시작되는 게 바로 시(詩)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르바가 알아들을 것 같지 않아 말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305~306 페이지)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잠자고 있네.><그럼 잘 자게.><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일하고 있네.><잘해 보게.><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309 페이지)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至高)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33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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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3-24 0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은 그리스어 - 불어 - 영어 - 우리말, 이렇게 3중역을 거친 책입니다. 게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그리스 문학자 유재원의 직역에 실려있는 프롤로그도 통째로 빠져 있습니다.

확인하지 않은 풍문에 의하면, 다시 말씀드리는데 이건 풍문 또는 유언비어 뿐입니다. 진실이라고 믿으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평소에 유재원과 호형호제 친하게 지내던 이윤기 선생이 유재원 씨에게 자기 살아생전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진짠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이윤기 선생이 세상 뜨고 나서야 유재원 씨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세상에 나왔고요.
두 양반은 함께 카잔자키스의 고향인 크레타 섬에 가서 작가 무덤에 가지고 간 마른 오징어와 소주를 놓고 절 두 번 반 하고 왔답니다. 이건 문지 책 후기에 쓰여 있습니다.

blueyonder 2022-03-24 08:55   좋아요 1 | URL
지금 책을 사서 읽어야한다면 유재원 역을 읽었을 것 같네요. 이윤기 역은 워낙 오래 전에 사놓은 것이 있는지라...

베터라이프 2022-03-24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blueyonder님. 이윤기 선생님이 타계하시기 전인 한 한해전쯤인가 우연히 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전인 2003년쯤에도 우연히 뵐 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개인적 기억들이 조금 있는데 여기선 적지 않겠습니다. 죄다 그리운 것들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뮈토스를 너무 좋아해서 판본별로 다 구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전국 헌책방도 뒤져보고 그랬는데 선생님이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blueyonder 2022-03-25 11:0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베터라이프 님. 이윤기 선생님 타계하신지도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저는 이윤기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선생님 번역의 <장미의 이름>를 매우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더 살아계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하늘나라에서도 편히 잘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