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오늘을 어떻게 기록할까. 현재가 힘들수록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올바로 나아갈 미래를 희망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6월 19일 저녁 7시30분 충북 청주 흥덕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교구별로 매주 월요일마다 여는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이번이 10번째다. 다음은 배포한 성명서이다[*].


성명서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


보수保守가 지킬 것은 지키자는 쪽이라면, 진보進步는 고칠 것은 고치자는 쪽이다. 보수가 있어서 우리는 가져야 할 것을 가질 수 있고, 진보가 있어서 무엇인가 버리거나 끝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둘 다 좋고, 둘 다 고맙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사람이 사는 세상도 두 날개를 써야 높이 날고 멀리 간다.


1. 지킬 때나 고칠 때나


하지만 ‘보수’라고 다 훌륭하고, ‘진보’라고 다 믿을 만한 것은 아니다. 지킨다는 보수가 지키기 위해 어떤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지, 고친다는 진보가 고쳐나가기 위해 어떤 십자가를 메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자기 살과 피를 내주는 십자가를 갖지 않는 한 가짜요 허깨비다. 성경은 지키든 고치든 힘없고 가난한 이웃을 염두에 두라고 가르친다. 지켜야 할 것이니 지킨다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지 않으면, 고쳐야 할 것이라서 고친다 하더라도 힘없는 사람들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키려거나 고치려는 그것이 자기를 위한 일이라면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욕심 때문에 하느님을 슬프게 해서도, 부서지기 쉬운 사람들은 괴롭게 해서도 안 된다.


하느님은 높은 자를 낮추시고, 낮은 자를 들어 올리는 억강부약의 아버지이시니, ‘있는 나’를 낮추어 ‘없는 남’을 높이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지켜도 고쳐도 그릇됨이 없다. 이런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나라를 보수에게 맡겨도 되고 진보에게 맡겨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태생이 보수거나 진보인 사람이 있을까?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사안에 따라 보수가 되기도 하고, 진보가 되기도 할 것이다.


2.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된다


눈만 뜨면 대립하고 의심하고 격돌하는 한국사회다. 공동선에 부합하는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다툼이라면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나머지 무조건 반대하거나 무조건 찬성하고 만다. 지역감정에 사로잡혀서, 여태껏 6.25라는 원한에 눈이 멀어서 무엇이 자신과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인지 차분히 생각해보지도 않고 맹목적 지지와 다짜고짜 반대로 갈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극단적 성향의 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특정 커뮤니티가 복제해내는 거짓뉴스에 맛들이고 나면 이성적 판단이 작동할 가능성은 영영 사라지고 만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우리는 무슨 당만 찍는다”고 했던 어느 시장 상인의 ‘양심선언’(?)을 듣고 있노라면 민주주의가 가능하기나 한지 낙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매사에 둘로 갈라져 욕하고 미워하는 쟁투에 신물이 난 나머지, 너 나 할 것 없이 교회에서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세상사는 아예 거론하지 않기로 하자는 묵시적인 합의가 대세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렇게라도 해야 할 정도로 우리네 마음은 상처로 얼룩져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런들 심리적 내전은 멈출 줄 모르고, 작은 일에도 우리는 격렬하게 반응하고 충돌한다. 신앙인이라도 별 수 없다.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어느 한쪽에 기운 인간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단체제 속에 생겨난 원죄와도 같은 것이니 서로 이해해 주어야지 등을 돌리거나 미워할 일이 아니다. 우리끼리 싸워서는 안 된다. 원수는 따로 있다.


3. 진보와 보수 공동의 적


진보와 보수 공동의 적敵이 있으니 그것은 입장이 다른 ‘남’이 아니라 나만 위하는 ‘나’ 자신이다. 한사코 저와 제 사람들만 위하려는 ‘사사로운 사랑’이 진보와 보수의 진면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물론 안으로만 굽는 팔을 좌우에 달고 사는 사람으로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래서 공동체의 선을 유지 발전시켜나갈 지도자를 찾아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국가라는 집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경우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가장 큰 사랑, ‘사회적 사랑’을 발휘하리라 믿었던 지도자가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으로 시작해서, 일본 <핵폐수 무단투기>까지 대통령이라는 이는 목숨 내놓고 지켜주어야 할 대한민국의 영혼을 짓밟고 국민생명권 보호 의무마저 보란 듯이 팽개쳤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부화뇌동하느라 경제를 망쳤고, 모처럼 축제에 참석했던 젊은이들을 지켜주지 않았다. 기껏 마련한 양곡관리법과 간호사법을 거부했고, 노동자들을 적대하고 노동조합을 모욕했다. 정작 끊어 버려야 할 친일, 친미 사대근성은 키우고 또 키웠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런 청개구리는 없었다. 영혼의 목자인 사제들은 그에게서 ‘자기애적自己愛的 성격장애’라는 정신질환을 본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에 빠져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고, 자기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상대는 가차 없이 처단하는 모습은 나르시시즘의 전형적 특징이다. 그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좌와 우, 심지어 민족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극우의 눈으로 보더라도 그는 실격의 배신자일 뿐이다.


4.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


2016년 겨울 촛불대항쟁으로 본분을 잊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던 날,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게 되었다며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 때의 열망과 성취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사실 촛불혁명은 기존 세계의 대세를 거스르는 작업이었으며, 나라 안팎을 막론하고 기득권세력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사태였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르듯 세상을 ‘촛불’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강자들의 사생결단이 윤석열의 집권이라는 변칙적 사건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한방에 끝내는 민주주의는 없다. 프랑스대혁명을 보더라도 1789년 8월의 역사적 인권선언은 대장정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첫 공화국이 성립한 것은 1792년이었고, 그 후로도 나폴레옹의 황제정치, 부르봉가의 왕정복고 등의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마침내 제정帝政이나 왕정王政으로의 복귀 위험이 사라진 것은 제3공화국이 수립되던 1870년에 이르러서다. 우리도 갈 길이 멀다.


아직 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으나 모든 면에서 거꾸로 달리는 이 폭주열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이고 인류사회 전체의 대혁신, 대전환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오히려 복된 시기를 맞았다고 여기자. 당장의 성과보다 “옳은 일이니 내가 하겠다. 나라도 하겠다”는 결기로 긴 성공을 도모하자. 먼저 예수성심으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자. 사리사욕으로 뭉친 기득권동맹을 거슬러 아직 가져보지 못한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자면 나다운 나를 먼저 세워야 한다. 날로 새로워지자. 깊어지고 넓어지자.


2023년 6월 19일

한국전쟁 73주년을 앞두고

청주 흥덕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1096542.html?_ga=2.139465971.1970090050.1687260101-1600249779.167634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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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ct (Paperback) - 『콘택트』원서
칼 세이건 / Gallery Books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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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훨씬 깊고 다기한 얘기이다. 영화는 스토리를 단순화해서 좀 더 선명한 인상을 남기고자 했다. 영화도 괜찮았지만, 줄거리를 알고 읽는 소설도 좋았다. (영화에는 없는 반전도 있다.) 


칼 세이건이 소설 쓰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알게 됐다. 물론 주제가 완전히 발전되지 않고 애매하게 끝나는 것도 있고, 또 복선이 충분치 않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의 핵심 주제 의식은 명확하다. 칼 세이건은 외계 지성의 존재가 가져올 전 지구적 각성--국적을 초월한 '지구인'이라는 의식--을 갈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창백한 푸른 점'이란 사진을 두고 얘기했던, 우리의 단 하나 뿐인 소중한 지구, 하지만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지구와 그 위에 사는 우리가 얼마나 초라하고 덧없는지, 이 우주를 두고 명상한다면 깨닫게 될 경이와 종교적 체험 등도 그는 전달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의도는 소설을 통해 잘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의 상황에 기반한 소설이기 때문에 소련이 나오고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일본이 나온다. 이런 부분도 일종의 역사적 유물이 될 것 같다. 한국은 단 2번 언급되는데, 중국인 캐릭터(Mr. Xi)가 한국(분명 북한)에서 복무했다는 얘기에서다. 


영화가 워낙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세이건의 생각과 숨결을 직접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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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시사인) 제821호 : 2023.06.13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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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뉴스 보기가 싫어진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자면 뉴스를 봐야 하지만, 봐도 좋은 소식은 없고 앞으로가 더 걱정이 될 뿐이다. 여러 우울한 뉴스에 더해 이번 호 <시사인>에는 교육에 관한 뉴스가 실렸다. 이른바 '수능의 타락'이다. '킬러 문항'이라는 것이 의대 등 선호학과/대학의 당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양인데, 본문을 인용하자면 "패턴을 예상할 수 있지만 풀이 과정과 시간을 극단적으로 늘려놓은 문항"이라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도 그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 같아서 더욱 우울하다.


'학종 설계자'라고 불리는 서울대 김경범 교수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게 하는 선다형 시험"인 현재의 수능이 "특별히 나쁜 시험"이며 "교과 이해도나 사고력보다 '기술'에 고득점이 달려 있다"고 말한다. 초기에는 수능도 이렇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대까지도 수능시험은 각 교과 개념의 정확한 정의와 사고력을 묻는 문항으로 변별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2010년대 어느 시점부터" 수능 출제 경향이 바뀌었는데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자 점차 수능은 '족보화'되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8 대입포럼의 문호진 연구원). 더욱이 "학습 부담 경감"을 위해 시험 범위가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역효과를 낳았다. "평가원은 대다수 수험생이 주목하지 않는 지엽적인 교과 내용에서 '꼬여 있는'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이 결과가 '킬러 문항'이다. 이 모든 것이 상대평가에서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해서이다. 


김경범 교수는 현 수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항 수를 줄이고 문제 푸는 시간을 늘려 생각하는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전반적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아마 이러한 시도도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대학갈 필요가 있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는? 난 절대평가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최상위권 변별은? 그건 대학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그냥 추첨으로 뽑으면 어떨까. 어쩌면 여기에 학벌 해체에 대한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늘 나오는 얘기지만,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좋은가? 결과의 평등인가, 기회의 평등인가? 정답은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이것이 인간세상의 어려움이다. 하지만 여기에 아름다움이 있기도 하다. 바로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누군가는 흑백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겠지만.


---

[*] "수능창시자"라고 불리는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의 인터뷰도 있는데, 여기를 보면 수능은 원래 절대평가로 의도됐다고 한다. 일종의 '자격고사'로 계획했다는 것이다. 또한 "고등학교 교과와의 연계를 끊다시피" 해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지능검사처럼 논리력, 사고력을 측정하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응시 영역도 언어와 수리로만 한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평가에서 빠지게 된 분야를 담당하는 교사들과 여타 전문가들이 비판"해서 과학, 사회, 영어 과목이 추가됐다. 더욱이 "막상 새로운 시험을 도입하고 보니 대학은 이걸로 줄을 세웠다." 이것이 수능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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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3-06-16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교육부가 쑥대밭이 됐다. 관련기사: https://v.daum.net/v/20230616153858732
그냥 말 한마디로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줄 아는 모양. 킬러 문항이 단순히 ‘비문학 문제‘나 ‘과목 융합형 문제‘인 줄로만 아는 듯.

평가원도 감사한단다. 관련기사: https://v.daum.net/v/20230616155129109
˝난도 낮추라는 뜻은 아냐…교육과정 안에서도 어려운 문제 가능˝
말은 쉽지... 현재 수능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그냥 칼만 휘두르면 된다고 생각.

2023-06-16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23-06-16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뉴스 아예 안 보고 오로지 과학책과 미스터리물 그리고 유튭의 크라임쪽만 봐요. 정치는 이동형작가 정도만 보고.. 너무 무겁고 답답해서 뉴스는 거부하고 있어요. 저의 남편도 그런지 저의집은 티비 아예 안 켜져 있네요. 이명박이후 수능이 변질 된 것
같은데. 아이들은 지금의 입시제도를 선호하고 있더라고요. 아이러니죠??!!!

blueyonder 2023-06-17 08:46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들은 지금의 입시제도를 선호하나요? 잘 몰랐습니다. 수능만 해도 기계적으로 반복 연습만 하면 되고, 돈 쓴 대로 결과가 나오니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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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반나절 만에 쉬지 않고 다 읽었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고 잘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가 영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까뮈를 떠올리게 하는 '아버지가 죽었다'라는 첫 문장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는 듯, 위악스러움을 보인 주인공 딸은, 사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기 힘들다. 


빨치산이었던 사회주의자 아버지 그리고 난 처음 보는 소설 캐릭터인 사회주의자 엄마는 무엇을 위해 산 것일까. 젊었을 때의 짧은 빨치산 생활이 이들의 의식을 평생 지배한다. 이들은 사회주의자라기보다 본질적으로 박애주의자이다. 


우린 이념으로 인한 싸움으로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소설에서는 우익의 양민학살 이야기가 살짝 나온다. 하지만 좌익의 양민학살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미담이 있다. 책 한 권만 보고 그것이 전모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극한 상황이 되면 좌우 없이 죽고 죽인다. 그러므로 그러한 지경에 이르도록 상황을 몰고 가면 안 된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도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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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2023-05-2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임승수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쓴 인문에세이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출간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진심을 담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열심히 썼지만 딱히 홍보할 방법이 없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저자가 이렇게 직접 나서게 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책 여러 권을 가방에 넣고 무작정 지하철에 올라 승객분들에게 직접 육성으로 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그래서는 안 되겠지만요). 갑작스러운 댓글에 불편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여러 일로 바쁘시겠지만 1분 정도만 시간을 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문득 제 신간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의 내용이 <아버지의 해방일지> 21세기 실사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아버지가 빨치산 출신 사회주의자로서 신념을 버리지 않고 살아오면서 생긴 독특한 인간관계와 에피소드가 있듯이, 두 딸의 아빠이자 반백살의 남성인 저도 30년째 사회주의자로 살아오면서 그런 삶을 견지했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사회주의자가 된 이후 인생이라는 여행의 경로가 대폭 변경되었습니다. 가치관이 바뀌다 보니 갈림길에서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인데요. 글치였던 공대생 출신이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서는 느닷없이 마르크스주의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선거 날 투표할 때면 지지율이 1%도 안 되는 후보에게 거침없이 한 표를 행사하고, 뜬금없이 와인에 홀딱 빠져서는 대한민국 검사뿐만 아니라 노동 조합 간부들을 대상으로 와인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인생 경로는 명승지 투어 같이 잘 차려진 패키지 여행과는 결이 달라서, 오지 탐험에서나 맞닥뜨릴 돌발 장면들이 순간순간 펼쳐졌습니다.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에는 제가 사회주의자라는 여행 경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 그리고 이 경로를 선택했을 때만 접할 수 있는 풍경, 경험할 수 있는 사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전히 이 여행이 제법 맘에 들어서 설사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사회주의자로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 이야기에 공감하리라 기대한다면 과욕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지 탐험 여행서 같은 흥미진진함을 제공하리라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

이 책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건 아닙니다.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삶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썼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제 책도 ‘실사판’으로서 무척 흥미롭게 읽으시리라 확신합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권의 여행서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주기를 바랍니다. 아래에는 출판사의 책소개 일부를 발췌해서 옮깁니다. 귀중한 시간 할애해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인터넷서점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9181643

”우리는 과연 사회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사회주의는 생각보다 훨씬 우리의 일상 가까운 곳에 스며들어있다. 일례로 전 세계가 주목한 코로나19 감염병 대처 방식도 지극히 사회주의식이었다. 국가가 앞장서서 공공 재원과 행정력을 동원해 감염병에 대처했으며 코로나 진단 검사와 치료를 누구나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보건 의료 정책과 더불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공립학교, 국공립어린이집, 무상 급식, 공공 임대 주택, 부자 증세 등등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복지 및 재분배 정책은 모두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졌다. 그런데 복지를 확대하길 원하면서도 왜 사회주의에는 유독 반감을 가질까?

저자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본격적으로 해소한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가 대세이면서 동시에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30년 차 사회주의자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또한 자본주의의 은폐된 착취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해설하고, 역사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태생과 최후를 통찰한다.

사회주의로의 강요는 없다. 다만 질문이 시작될 뿐이다. 최악의 빈부 격차, 극심한 이윤 지상주의, 유례없는 환경 파괴,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가 지배하고 있는 이 땅에서 우리는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지켜나갈 것인지. 증오와 배척, 불평등와 불공정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우리 삶의 지표에 진중한 화두를 던진다“
 
시사IN(시사인) 제813호 : 2023.04.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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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경제학 레시피>란 책을 낸 장하준 교수의 인터뷰가 돋보인다. 얻어맞을 걱정 없이 노조를 할 수 있는 자유인가, 아니면 자본가가 마음 놓고 사업할 수 있는 자유인가?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비슷하게 적어본다면, 누구를 위한 법치인가?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이번 호 굽시니트스 만화: 쇼와 6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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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4-26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하준 교수...요즘 유튜브 숏 영상을 자주 보는데, 정말 시원시원하게 말씀을 쉽게 잘하시더라구요~~

blueyonder 2023-04-26 21:0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동의합니다. ^^ 편안한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