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의 대세는 인문학이다.

인문학적 자질을 갖춘 인재를 더 찾는다는 채용의 방향도 종종 듣곤 하고, 어느 기업의 CEO는 인문학에 바탕을 둔 경영철학을 추구한다는 뉴스도 듣곤 한다.

인문학의 유행 덕에,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필수가 되어버린 듯한 흐름 속에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흐름에 따라 '나도 인문학을 섭렵해봐?'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인문학을 들여다볼라치면 생각보다 어렵다는 느낌부터 받는다. 대부분의 인문학이 고전을 바탕으로 언급하기 때문이다. 마치 고전을 알아야 하는 것이 인문학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여러 곳에서 고전과 인문학을 연관 지어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전이나, 인문학에 대해 쉽게 포기(?) 할 수는 없다.

왜냐, 고전 속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왕 이 전쟁 같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상, 고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는 얻어봐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어렵다는 말을 하기 전에 내 손에 안에 있는 책 속에서 세상을 잘 알고 가는 방법을 배워보길 바란다.

저자는 지식인으로서 최소한 <논어> 정도는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해설서를 읽고, 원전을 읽었단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고전에 대한 재미,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의 지혜를 통해서 인문학적 자질을 갖춘 그런 독서인 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고전은 오래된 글이나 책을 이르기는 하지만, 그저 오래된 것을 모두 고전이라고 하지 않는다. 고전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옛사람들의 글 또는 책을 뜻한다. 즉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는 이 글에서처럼 고전을 통해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과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그리고 좀 더 큰 의미를 더해서 우리가 배움을 따라 할 가치가 있는 것을 고전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전은 옛것을 담아놓은 글이고, 표현이고, 생각이기 때문에 고리타분하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지만, 고전이 전하는 숨은 뜻을 알아가고 그것을 삶에 적용해볼 때 고전의 가치는 그것으로 충분하며, 고리타분한 고전을 읽은 독자들은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투자함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얻게 된다는 생각도 해본다.

다시 말해 고전을 어떻게 읽고 그것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고전이 옛것의 찌꺼기가 될 수 있고, 미래를 밝혀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는지 생각을 해봤으면 한다.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를 일독함으로써 그 길잡이를 충분히 나의 인생 앞에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모두 5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나를 바로 세운다.

2장 세상의 변화를 읽는다.

3장 사람을 경영한다.

4장 일하는 원리를 안다.

5장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목차를 보더라도 우리가 각각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큰 목표로 삼고, 당장의 고민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우리는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 속에서, 직장 속에서 때론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또 다른 목표와 또 다른 인생과 경쟁을 하는 바쁜 시간을 살아간다.

내가 미래를 위해 투자했던 공부는 때론 세월 속에서 도태됨을 느낄 때도 있고, 나의 주관대로 살아온 시간은 때론 좌절을 주기도 한다.

물론 나름의 성공과 목표 성취감을 얻을 때도 있지만, 그것보다 좀 더 높은, 좀 더 많은 만족감을 얻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다 똑같지 않을까?

 

 

타고난 본성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관에 의해 달라진다 , 也 (성상근야, 습상원야) <논어>

고전을 통해서 가장 많이 읽게 되는 것이 '나'에 관한 가르침이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발을 딛는 순간부터 수많은 고민과 갈등과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나는 나만의 존재감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하게 되고,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타고난 천성이야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하지만,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나라는 인식, 알고 있지만 쉽게 바꾸지 못하는 습관도 결국 내 손에서 실천되어야만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고전에서 읽는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도 그 시작은 쉬운 일이고, 세상에서 가장 큰일도 그 시작은 미세하다

易, 天下大事必作於細 (천하난사필작어이, 천하대사필작어세) <도덕경> 

시대의 변화 속에 맞게 나 자신도 변화무쌍함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된다. 우리는 급변하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시대가 원하는 사람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나 혼자 독불장군임을 외치기보다는 시간에 도태되지 않는 그런 인간상이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가장 최선, 가장 최고의 나를 세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확고한 목표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정성을 다하고 진실로 나의 포부를 말하는 자만이 나를 바꿀 수 있는 능동적인 생각임을 독자들은 고전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다 新(온고이지신) <논어>

어제의 역사 속을 지나왔고 오늘의 역사를 나는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를 찾지 않겠다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과거의 무엇이 발판이 되어감을 기억하자. 세상이 변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그 변화 아래 감춰진 의미를 읽어야 함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생긴다 , 憂 (인무원려, 필유근우) <논어>

누구나 성공을 하고 싶다. 성공을 미리 알 수 있는 예지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운에 따른는 느낌의 예지력보다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것은 특별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능력이 결코 아니다. 옛것을 찬찬히 살펴본다면 미래에 대한 통찰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능력임을, 그리고 그것을 알기 위해 물어보고 배우는 것이 모두 내 것이 된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주역>

내가 어떤 것을 가지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것에 맞는 생각과 계획을 하는 것만이 새로운 미래를 오랫동안 추구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고전은 기업을 운영하는, 또는 사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도 가르침을 준다고 한다. 많은 상황과 뜻밖에 변하는 변수, 그리고 제각기 다른 인성을 가진 이들을 한 목표를 향해 이끌어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경영인들이 인문학적인 부분에서 배우려고, 경영철학을 얻으려고 한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사람을 경영한다라는 의미 때문이다.

속됨을 고치는 데는 책만 한 것이 없다.醫俗莫如書(의속만여서) <학산당인보>

여러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경영을 해야 하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바로 사람임을 알고 있다. 내가 안고 가야 하는 이들에게 숨어있는 잠재력을 찾아내고, 그들과 일의 조합을 이끌어 내는 것은 경영자의 자질이기도 하다. 물론 이 많은 일들은 올바름이라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질 때문이 좋은 기업, 좋은 경영자로 남게 된다.

그런데 이 가르침들은 고전에서 배운다는 것이다.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고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설 같은 책이다. 고전을 읽고 싶지만, 인문학을 접하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쉽게 맛을 보여주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턱대고 어려운 원문을 읽어보고 질려서 책을 멀리하는 것보다는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처럼 주제에 맞는 고전의 한 문장을 읽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길잡이 노릇을 하기 때문에 고전에 기초적인 안목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일단 읽기 쉽다는 점에서는 좋다. 

하지만, 워낙 많은 고전 속에서 좋은 자료를 추려내려고 하다 보니 장황한 면도 분명 있다.

한 주제에 대해 관련된 철학을 언급하려고 하니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고전이 어떻게 기록되게 되었는지. 어떤 의미로 쓰게 되었는지까지 나열하려고 하니 산만함도 조금은 있다. 나 역시 책 속에 있는 좋은 문장을 나열하고 싶지만, 너무 장황하게 될 듯해서 몇 가지만 예문을 퍼 오기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분명한 것은 '나도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유행처럼 퍼지는 인문학과 고전에 대해 어렵다고 일단 피할 것이 아닌, 작은 문장 하나라도 그 의미와 그 속뜻을 알아가는 재미도 분명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검증하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 말하는 법, 일 잘하는 요령, 공부 잘하는 방법, 부자 되는 지혜 등... 우리가 가장 큰 목표로 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놓았다.

미래가 막연하다고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그냥 쉬엄쉬엄... 편안 마음으로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많은 가르침 중에서 나에게 딱 맞는, 가장 적절한 위로가 되어주는 문장을 필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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