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해고야! 독깨비 (책콩 어린이) 10
레이첼 플린 지음, 천미나 옮김, 현숙희 그림 / 책과콩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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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꾸러기 아이를 깨워 식사를 챙겨주고, 학교에 데려다 줍니다. 학교 숙제를 도와주고, 맛있는 간식을 늘 챙겨줍니다. 집 안 청소를 늘 깨끗하게 해놓고, 식구들의 옷도 가지런히 정리해줍니다. 영양까지 생각하는 풍족한 저녁 식사를 준비합니다.

이 많은 일을 누가 할까요? 바로 엄마입니다. 엄마는 밖의 일도 그렇고 집안의 일도 그렇고 완벽하게 합니다. 그리고 거의 100% 모든 식구가 만족하게 해줍니다.

물론 가족들이 도와주지만, 모든 일이 척척 순서대로 진행되게 지휘를 하는 사람은 엄마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해주고,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엄마를 해고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엄마는 해고야』의 주인공 에드워드가행동입니다. 양말이 짝짝이로 섞여 있고, 엄마가 깜박 잊고 우유를 데워 주질 않았답니다. 엄마가 숙제 검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맞춤법이 두 군데나 틀렸고요. 저녁 식사 때 아스파라거스는 딱 3개만 먹는데 엄마는 4개를 올려줬답니다. 이상하게 엄마는 요즘 집안일과 에드워드를 챙겨주는 일에 신경을 써주지 않습니다. 에드워드는 그런 엄마를 해고합니다.

 

엄마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어린이가 몇이나 될까요? 존재라는 어려운 의미가 아니더라도 엄마가 하는 집안일 등에 얼마나 관심을 둘까요?

늘 곁에 있어주고, 늘 챙겨주는 엄마의 존재를 우리 아이들은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힘들다고 일이 많다고 엄마 스스로 집안일이나 육아에 사표를 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막상 엄마를 해고하고 나니, 아주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에드워드의 생일 파티는 동네에서 유명하답니다. 모든 친구가 몇 달 전부터 기대하는 그런 파티를 열거든요. 그런데 생일파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에드워드는 생일파티에 대해 아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습니다. 진행상황도 모르고 계획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척척 할 줄 아는 엄마를 다시 구해야 합니다.

새엄마를 구할까요? 언제 새엄마를 구해서 그 많은 일을 익숙하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할머니께 부탁할까요?? 고민이네요. 관절염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운 할머니께 엄마 역할을 해달라고 하기엔 걱정입니다. 그렇다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아빠에게 엄마 역할을 해달라고 할까요? 아니면 에드워드가 직접 스스로 알아서 해갈까요??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을 때, 재미있는 오락 프로그램을 TV에서 하는데 이젠 그만 보라고 할 때, 축구 시합에 져서 속상한데 옷을 지저분하게 입고, 제대로 씻지 않았다고 꾸중할 때..., 아이들은 엄마가 없었으면...,이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밥이 없으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으면 되고, 간식을 먹고 싶을 땐 주변의 가게에서 사 먹으면 되죠. 옷은 옷장에서 새로 꺼내 입으면 되구요. 그래서 어쩌면 엄마가 없어도 된다는..., 잔소리만 하는 엄마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이들은 어른이 없어도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건 아마도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마음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막상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엄마의 손길이 얼마나 크고 대단하고, 만능인지 엄마가 없는 그 순간부터 아이들은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에드워드를 통해 어린이 독자들이 느끼게 되는 동화가 『엄마는 해고야』입니다.

『엄마는 해고야』에드워드 마음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동화 속에서 엄마와 아빠와 그리고 할머니는 에드워드가 스스로 느끼고 커가는 그 순간을 묵묵히 기다려줍니다.

 

아이들은 보살펴 주어야 하지만 늘 그래야 하는 것은 어긋난 교육이랍니다. 아이가 조금씩 커갈수록 스스로 하는 일을 시켜야 하고 스스로 하게끔 가르쳐주는 것도 올바른 교육입니다. 늘 내 아이가 어릴 것 같지만 스스로 커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지켜봐 주는 것 역시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해고야』는 무척 흥미로운 소재로 엄마와 아이의 관계. 그리고 가족 간에 이어지는 믿음을 보여주는 동화입니다. 많은 어린이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엄마의 사랑과 엄마의 존재에 대해 감사히 생각하는 그런 마음을 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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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풀리는 내 인생 - 무의식의 힘으로 인생을 바꾸는 기술 EFT
최인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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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최대 목표는 행복과 성공이라고 간단하게 결론을 내린다.

삶을 꾸려가는 모든 행동과 생각과, 결단 등등..., 이것은 최대 목표인 '행복과 성공'을 위함이 아니겠는가.

『술술 풀리는 내 인생』이란 제목이 말하듯이 정말 내가 계획한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인생이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

나 역시 술술 풀리는 내 인생에 대한 tip을 더 얻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선택했다.

 

플라시보 효과에 대한 결론은 독자들이 알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란 투약형식에 따른 심리 효과를 말한다. 약효가 전혀 없는 거짓 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 환자에게 복용토록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말한다. 이것은 결국 무의식적으로 나는 약을 먹었기 때문에 낫는다라는 그 심리적 상태가 몸의 상태를 이겨냈다는 말이다.

이에 관한 여러 예를 들고 그것의 결과를 본다면 결국 사람은 마음 먹기 달렸다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마음 먹기'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기'는 사실 무척 어렵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왜 나왔는가..

 

『술술 풀리는 내 인생』은 바로 이런 무의식에 관한 모든 것을 파헤치는 그런 책이다. 자기계발서에 속하는 책이지만 조금은 어렵다. 『술술 풀리는 내 인생』이란 제목만큼 술술 풀리게 읽히겠지..., 라는 마음보다 조금 더 꼼꼼하게 책을 읽기 바란다. 나 역시 가볍게 여기고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무척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부분이 종종 나온다.

 

무의식이란 의식보다 무한한 공간을 말한다. 이것도 역시 독자들 알고 있다. 빙산의 일각이란 말처럼 수면 아래 해당하는 빙산이 바로 무의식이다. 그것을 자극해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게끔 원리와 학습효과와 결과를 이야기하는 책이 『술술 풀리는 내 인생』이다.

 

여기서 더 눈여겨봐야 하는 것이 바로 '확언과 EFT'이다.

'확언'이란 내가 원하는 목표를 내 무의식에 믿음으로 심는 방법이다. 일종의 자기암시라고 할 수 있다. 확언이 무의식에 잘 심기게 하려면 확언의 규칙을 알아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10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이것은 EFT가 더욱 큰 효과를 보기 위해 전초전으로 하는 것이라 여기면 된다.

그럼 'EFT'란 무엇인가.

"EFT(Emotional Freedom Techniques)는 마음을 치료하는 침술이며 몸을 치료하는 침술이며 침을 사용하지 않는 침술이다."라고 정의한다.

첫째, 침을 쓰지 않고 한의학의 경혈을 두드려서 효과를 낸다.

둘째, 두드리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육체 증상이 좋아진다.

셋째, 두드리면 온갖 부정적 감정이 사라지고 부정적 생각과 신념이 바뀐다.

EFT는 1980년 임상 심리학에서 시작되어 TFT란 방법을 개발하고 더욱 단순화하고 활용하기 쉽게 만든 것이 바로 EFT이다.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자면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을 귀로 듣고 '마음먹기'란 목표를 세우고 '달렸다'에 해당하는 방법이라고 할까?

『술술 풀리는 내 인생』에서 말하는 EFT 효과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무의식의 나'란 존재에 대해 도입부분부터 설명하고 있다.

'나'와 '무의식' 그리고 '에고'에 대한 내용은 나 스스로 나란 존재를 한 번쯤은 짚어봐야 하는 부분이다. 이것을 통해 나를 알고 무의식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야 더 나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를 만나는 순서가 있다.

'참 나' '나에 대한 판단 내려놓기' '나 스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나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이어지는 '참사람'의 순서까지 독파한다면 독자는 나 자신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버리기 쉬울 것이다.

 

모든 욕심은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모든 일은(상황은) 내가 있기 때문에 생긴다. 또한, 모든 갈등은 나의 욕심으로부터 생긴다고 했다.

이것을 벗어나고 좀 더 편안하게 미래를 생각하고, 좀 더 편안하게 나를 미래로 이끌어 가기 위해 심리 관련 서적도 읽고 자기계발 관련 서적도 끝없이 읽는 것이 아닐까.

 

『술술 풀리는 내 인생』에는 장자의 사상과 심리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좀 어렵게 읽혔다. 책의 중반부분부터 이 책을 읽어야 하나라는 갈등도 생겼다.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읽었다면 모를까. 이런저런 생각거리가 많은 상태에서 읽기란 참 어려웠다.

순간 어?? 그럼 책 속에 나온 EFT써먹어 볼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방법은 저자가 워크숍 때 했던 방법을 따라해봤다.)

책의 도입부에 있는 EFT 무작정 따라하기를 해보았다.

참..., 신기하다. 그렇게 읽기 어렵던(전문적 내용에 대한 기피현상이지만..) 책이 EFT 무작정 따라하기 이후에는 단어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문장의 해석을 다시 읽어야 했던 것이 한번에 이해가 된다.

자신이 스스로 주문을 한다는 것이 누가 보지 않더라도 참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해볼만 하다. 나는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EFT를 통해 해볼까 한다. 아직은 어색해서 식구들이 없는 시간에 나 혼자 해볼거지만 말이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이 책이 어렵다. 조금 더 쉬운 예로, 조금 더 쉽게 풀이를 해서 만든다면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 하는 그런 EFT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술술 풀리는 내 인생』은 한의사를 하면서 여러 부류의 환자들을 치료하고 상담한 결과를 고스란히 정리해 놓은 책이다. 인간이 가진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정확히 알게 되면 그 무의식을 이용해서 의식세계의 더 높은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점에서 후에 꼼꼼하게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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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훔치고 싶은 것 미래의 고전 20
이종선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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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반에서 돈이 없어지고 선생님은 전체 아이들에게 눈을 감으라 하고는 돈을 훔쳐간 사람은 손을 들으라고 합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혹시 선생님이 무서워서 그런다면 선생님이 안 볼 때 갖다 놓거나 돈을 훔친 주인에게 몰래 갖다 놓으라고 합니다.

초등생 아이들 교실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입니다.

'도벽'은 절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죠. 하지만 '도벽'은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사건입니다.

 

『내가 훔치고 싶은것』은 사춘기 소녀들이 제일 먼저 겪는 '친구'라는 이야기를 '도벽' 사건을 통해 심리적으로 묘사한 이야기입니다. 혹 책을 읽는 부모 중에 우리 때는 안그랬었는데..., 라고 말을 하고 싶다면 이젠 그 생각을 조금 달리 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내가 훔치고 싶은것』의 민서, 여진, 여경, 선주는 6학년 여학생입니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기 때문에 나름 어른스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여깁니다. 제일 높은 고학년이기 때문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나이라고 우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면으로는 아직 엄마, 아빠, 오빠, 언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여린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내가 훔치고 싶은것』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바라보는 어른들의 생각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그것 때문에 영향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 고민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민서여경, 여진, 선주는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과 단짝으로만 남아주질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일로 감정에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되돌려주려는 복수심도 갖고 있습니다.

『내가 훔치고 싶은것』은 과연 내가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아이들과 부모님께서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지나칠 수 없는 아이들의 성장통을 통해서 좀 더 성숙하고 좀더 생각이 깊은 그런 아이들로 한걸음 나아갈 때 독자들 역시 같이 동화되고 같이 움직이고 같이 성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벽'이라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이지만 아이가 왜 '도벽'을 하게 되었는가에 독자들은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내가 훔치고 싶은것』이 과연 친구의 물감이었는지. 친구가 가진 돈이었는지. 아니면 주변인들의 관심과 사랑이었는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었는지...,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독자들은 4명의 여학생이 말하려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나와 내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어른스러운 생각으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성숙함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친구를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그 울타리는 어른들이 감싸 안아줘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함께 읽는 부모님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동화입니다.

아이들이 『내가 훔치고 싶은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배려하고 베푸는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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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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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제목에서 보인다.

눈물 나게..무척 감상적인 표현이다.

시니컬한..cynical--,형용사, 냉소적인 태도가 있다. '냉소적이다.'로 순환되어 표현한다.

음..., 눈치빠른 독자들은 역시나 눈치채지 않았을까?

 

캄피씨는 냉소적인 변호사로 인식된다. 그건 그의 내면 자체가 시니컬한 면을 보여주기보다는 그가 가진 변호사라는 직업... 특히 기업변호사라는 면이 캄피씨 자체를 시니컬한 남자로 만든다. 그렇게 몰아간다.

 

이탈리아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한다. 더구나 작가가 밀라노의 잘나가는 국제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삼십 대의 젊은 변호사라고 하니 '그래? 퍼펙트한 인생이겠군'이란 선입견이 우선 나선다.

30대 젊고, 잘나가는 변호사에..., 그것도 콧대 높은 도시 밀라노에 있단다. '일에서 성공하고 삶에서 성공해서 그 여유를 보여주고 싶나?'라는 선입견이 자리 잡는 것은..뭐..나만의 전적인 주관일까??

 

작가 페데리코 두케스네는 자신이 겪었던 일상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화려함으로 인식되는 직업군의 내면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승승장구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캄피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지만 어떤 면으로는 회사에서 원하는 시니컬한 업무 능력을 갖춘 변호사로, 월급쟁이 변호사로 움직이고 있다.

 

주인공은 밀라노 대형 로펌의 젊은 변호사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진 안드레아 캄피.

멋진 여인과의 데이트, 승승장구하는 직업, 또한 매번 이기고 명성에 명성을 더해가는 굵직한 소송 건, 그에 따른 풍족함의 여유, 모던한 포스트모던한 파티, 화려한 휴가, 호텔의 최고층 이용객..., 캄피씨를 떠올리면 따라오는 수식어이다.

그런데 과연 캄피씨가 절대적인, 상징적인 인생, 삶을 꾸리고 있을까?

음..., 내게 보이는 캄피씨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캄피씨의 일상은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다. 될 수 있으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진행해야 하는 일이지만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업무에 매달리고 또 매달리고 그리고 내몰린다. 어쩌면 구질구질한..., 구석에서 구겨진 모습이 그의 진짜 모습이라고 할까? (소설 속에서 찌질한 캄피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긴 하다. 이것이 캄피의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 그리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면과 보이기 싫어하는 면이 이토록 다르다. 그러므로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표현하는 감성과 시니컬이 표현하는 냉정함은 극과 극의 이미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근무를 하는 캄피씨에게 초대형 프로젝트가 떨어지고 앞뒤 잴 것 없이 무조건 이겨야 하는, 무조건 고객의 만족을 받아내야만 하는 주세페 사장의 닦달을 받아내고 시달리고 그리고 일을 처리한다. 찌질한 캄피씨가 모든 것을 시니컬하게 해야한다는 주변인들이 주는 모종의 압력을 받지만, 과연 받아들이는지.. 알아채는지.. 그건 독자가 찾아야 할 몫이다.

 

지금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직장인을 대변하는 안드레아 캄피다. 조금은 어색하게 사회생활에 발을 들여놓고 또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프로젝트 때문에 밤낮없이 업무에 매달리고, 상사의 업무 지시 폭탄을 맞아가면서 그 모든 일을 처리한다. 처음에는 스스로 일을 마쳤다는 성취감을 갖게 되지만 반복에 반복되는-상대보다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하는- 업무에 직장인들은 마치 로봇처럼 움직이게 된다.

설사 이것이 틀린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면서도, 60%의 노력에 비해 10%의 효과만 나오는 비효율성을 알면서도, 그리고 죽일 듯이 미운 상사의 명령임을 알면서도 해야 하고 움직이는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바쁜 업무에 지치는 자신과. 더 지치는 가족과 주변 사람과 친구와 애인..., 그래도 일을 위해, 성공을 위해 그랬다는 지친 변명을 해보지만, 과연 어디까지 변명으로 가면을 쓸 수 있을까?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는 심각한 소설이 아니다. 캄피씨가 보여주고 싶은 면을 조금 잘난척하면서 이해를 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의 안드레아 캄피씨는 어쩌면 그 어수룩한 면에서 찾을 수 있는 진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 우왕좌왕, 소심함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유치찬란의 대화 속에서, 그리고 상황에 맞지 않은 엉뚱함 속에서 독자들은 함께 키득거릴 수 있다. 고상한 웃음보다는 키득거리는 그 웃음 말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소설이기 때문에 우리의 유머감각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더운 날... 한껏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현대인의 모습, 직장인의 모습은 우울한 면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속에서 엉뚱하게 튀는 캄피씨를 통해 대신 만족함을 느껴본다. 음..., 물론 캄피씨가 어떤 면에서 시니컬하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것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한다. 결국..., 지금 현대인들에게 일러주고 싶어하는 말이니까.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브레이크를 걸고 생각을 한다면 그 독자는 성공했다. 그리고 캄피씨를 제대로 찾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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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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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준다고 한다. 하지만 '고통'이란 단어는 자신의 현재가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때, 알리고 싶을 때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의 케빈에게 너의 장애는? 고통은? 이란 단어조차 꺼내지 못할 그런 당당함을 가진 젊은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고정된 개념을 부끄럽게 하는 책이다.

케빈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태어나는 순간의 감동과 축복은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다. 두 다리가 없이 태어난 아이지만 그의 가족은 세상의 마음을 대신해서 그 상태 그대로, 있는 그대로, 케빈 그대로를 맞이한다.

 

장애아를 주인공으로 쓰인 책은 많다. 하지만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라는 제목에서 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내 모습이 이러니까 놀랄 필요도 없고 그저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도전적인 눈빛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비장애인의 잘난 척으로 동정할 필요가 없다. 케빈을 바라 보고 놀란 마음을 숨기며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가식적인 눈빛을 만들 필요가 없다.

케빈은 케빈 그대로이고, 그것을 말하기 위한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이며, 케빈 스스로 당당한 청년으로 커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케빈과 가족과 친구들,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두 다리가 없는 한 남자가 성장하면서 바라본 특별한 세상『더블 테이크: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다리가 없다는 이유로, 태어난 순간부터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자란 저자 케빈 마이클 코널리. 그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세계 17개국을 여행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낮은 앵글의 사진으로 찍었고, 이 프로젝트는 <롤링 전시회>라는 사진 컬렉션으로 소개되었다. 이 책은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가 23년 동안 무엇을 보며 어떻게 성장했는지 담고 있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우리 시선의 한계들을 리얼하게 포착해 보여준다.

사진 속의 인물들은 케빈을 보고 놀란다.

 Double Take(처음엔 웃음으로 받아넘겼다가 다음에 깜짝 놀란 체하는 짓)를 보인다. 뭐... 이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케빈은 그 짧은 순간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그 사진 속에 들어 있는 세상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케빈의 사진을 통해 다른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 볼 수 있고, 보통의 시선으로 못 보던 세상의 낮은 곳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한 곳을 바라볼 수도 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나의 큰아이 때문이다. 중3 아이가 커오면서 그 과거의 시간 중 3년을 아픈 다리 때문에 고생했고, 앞으로의 시간을 다른 아이들보다 조심해야 하는, 때론 축구나 농구나 달리기를 많이 즐기지 못하는 앞날을 겪어야 할 아들 때문이다.

부모인 나는 무엇을 얼마나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자신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꾸려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다독거려야 하는 책임을 늘 떠올리고 있다. 그래서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에 보인 케빈의 모습이, 케빈의 인생이, 그리고 케빈의 용기가 아이보다 오히려 나에게는 절실했는지도 모르겠다.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고 대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뭔가 도와줘야 하고, 뭔가 배려를 해야 하는 그 자체가 장애인으로 인정한다는 뜻이 아닐까. 케빈은 이런 사소한 것조차 스스로 해나가길 원하고 그것을 실천했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여 준다.

케빈이 스키를 배울 때 그를 도와줬던 자원봉사자와 그리고 자신의 아픔은 뒷전으로 하고 아들의 성취감을 위해서 희생한 아버지. 또한, 어쩌면 무모할지 모르는 케빈의 계획.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 계획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지켜보고 응원하던 엄마와 가족들... 그들이 했던 평범하지만 가장 강했던 방법은 케빈을 세상과 당당하게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를 주는 계기였을 것이다.

 

"난 코치가 아니야." 리프트에 올라타며 그가 말했다. "스키를 탈 줄은 알지만 어떻게 하면 잘 탈 수 있는지 제대로 가르쳐주긴 힘들어. 너 같은 상황에 있는 아이를 가르치는 건 처음이거든. 전문 강사라면 뭐가 위험한지,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얘기해줄 수 있겠지. 하지만 난 네가 뭘 할 수 없는지 진짜로 모르겠어. 그러니까 죄다 해봐야 할 것 같아." (p70)

 

"누구에게나 진짜,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이 하나쯤 필요하다. 나머지 것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만큼 잘하는 일 말이다. 너한테는 그게 스키고, 나한테는 운전이란다, 아들." (p85)

 

그러나 무엇보다 나의 성공을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바친 사람들의 눈앞에서 내가 실패하는-승리를 놓쳐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내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모두가 같은 질문을 했다.

"죽기 살기로 하고 있냐?"

"뭐, 그렇죠." 그 말의 진짜 의미가 뭘까 생각하며 나는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나는 그 말을 곱씹고 있었다. 어쩌면 '죽기 살기로'라는 건, 나 스스로 정한 목표 중 하나일지도 몰랐다. 무언가를 이루겠다고 소망하는 건 나중의 일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늘 간직하고 싶어 하는 지속적인 상태 중 한 가지였다. '죽기 살기로'의 '죽기'란 실제로 눈사태 방지턱에 얼굴을 처박는 것을 말할테니 말이다.

'죽기 살기로'라는 건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안전과 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속의 경계선을 밀어붙이는 것을 의미했다. '죽기 살기로'라는 건 출발선에서 괄약근을 조이고 결과와 상관없이 달리기로 결심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죽기 살기로'가 내 목에 걸어주었을 은메달은, 바로 다음 경기에 어떻게 임할 것인가를 가리켰다.(p187)

 

너무 벅찬 감동이 가슴속에서 밀려오고, 벅찬 감사 때문에 눈물이 흐른다고 하면 다른 독자들은 무슨 오버 액션??이라고 핀잔할까?

하지만, 난 그렇다.

난 다리 아픈 아이를 업고 학교 4층까지 올라가 봤고. 아이가 맘대로 뛰어놀지 못하는 것 때문에 속상해하고. 매번 학기마다 체육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 이런저런 전후 사정을 아이 몰래 말하고 돌아 나올 때의 마음을 겪었기 때문에 케빈의 승리가 마치 나의 아들이 이루어낸 승리처럼 느껴진다.

물론 내 아이는 장애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농구대를 향해 뛰어오르고 골대를 향해 축구공을 차는 운동은 사실 조심스럽다. 건강하지만 건강을 조심해야 하는 마음이 가끔은 아이 스스로 초라하게 만드는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케빈의 이야기가 내 아이에게는 무척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감을 확신한다.

 

그래 세상은 해볼 만 하다는 것을 케빈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독자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세상을 향해 사진을 찍는 케빈은, 그리고 그것을 위해 홀로 온 세상을 돌아다녔던 케빈은 비록 상처투성이 손과 몸을 갖게 되지만 앞으로 무한한 목표가 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은 따뜻함과 친절만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악도 있고, 불친절도 있고, 동정도 있고, 무시와 협박도 있다. 그것을 부딪치며 나의 인생을 살아갈 케빈과 나의 아들과 그리고 조금이나마 몸이 약한 이들은 스스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것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이고 삶이고 살이고 피이다.

화이팅..

구구절절한 글로 케빈내 아이에게 말하기조차 미안하다.

화이팅..

스스로의 세상에서 잘 적응하고 앞으로 헤쳐나가는 케빈과 비슷한 모든 아이에게. 젊은이들에게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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