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제목에서 보인다.
눈물 나게..무척 감상적인 표현이다.
시니컬한..cynical--,형용사, 냉소적인 태도가 있다. '냉소적이다.'로 순환되어 표현한다.
음..., 눈치빠른 독자들은 역시나 눈치채지 않았을까?
캄피씨는 냉소적인 변호사로 인식된다. 그건 그의 내면 자체가 시니컬한 면을 보여주기보다는 그가 가진 변호사라는 직업... 특히 기업변호사라는 면이 캄피씨 자체를 시니컬한 남자로 만든다. 그렇게 몰아간다.
이탈리아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한다. 더구나 작가가 밀라노의 잘나가는 국제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삼십 대의 젊은 변호사라고 하니 '그래? 퍼펙트한 인생이겠군'이란 선입견이 우선 나선다.
30대 젊고, 잘나가는 변호사에..., 그것도 콧대 높은 도시 밀라노에 있단다. '일에서 성공하고 삶에서 성공해서 그 여유를 보여주고 싶나?'라는 선입견이 자리 잡는 것은..뭐..나만의 전적인 주관일까??
작가 페데리코 두케스네는 자신이 겪었던 일상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화려함으로 인식되는 직업군의 내면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승승장구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캄피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지만 어떤 면으로는 회사에서 원하는 시니컬한 업무 능력을 갖춘 변호사로, 월급쟁이 변호사로 움직이고 있다.
주인공은 밀라노 대형 로펌의 젊은 변호사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진 안드레아 캄피.
멋진 여인과의 데이트, 승승장구하는 직업, 또한 매번 이기고 명성에 명성을 더해가는 굵직한 소송 건, 그에 따른 풍족함의 여유, 모던한 포스트모던한 파티, 화려한 휴가, 호텔의 최고층 이용객..., 캄피씨를 떠올리면 따라오는 수식어이다.
그런데 과연 캄피씨가 절대적인, 상징적인 인생, 삶을 꾸리고 있을까?
음..., 내게 보이는 캄피씨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캄피씨의 일상은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다. 될 수 있으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진행해야 하는 일이지만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업무에 매달리고 또 매달리고 그리고 내몰린다. 어쩌면 구질구질한..., 구석에서 구겨진 모습이 그의 진짜 모습이라고 할까? (소설 속에서 찌질한 캄피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긴 하다. 이것이 캄피의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 그리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면과 보이기 싫어하는 면이 이토록 다르다. 그러므로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표현하는 감성과 시니컬이 표현하는 냉정함은 극과 극의 이미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근무를 하는 캄피씨에게 초대형 프로젝트가 떨어지고 앞뒤 잴 것 없이 무조건 이겨야 하는, 무조건 고객의 만족을 받아내야만 하는 주세페 사장의 닦달을 받아내고 시달리고 그리고 일을 처리한다. 찌질한 캄피씨가 모든 것을 시니컬하게 해야한다는 주변인들이 주는 모종의 압력을 받지만, 과연 받아들이는지.. 알아채는지.. 그건 독자가 찾아야 할 몫이다.
지금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직장인을 대변하는 안드레아 캄피다. 조금은 어색하게 사회생활에 발을 들여놓고 또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프로젝트 때문에 밤낮없이 업무에 매달리고, 상사의 업무 지시 폭탄을 맞아가면서 그 모든 일을 처리한다. 처음에는 스스로 일을 마쳤다는 성취감을 갖게 되지만 반복에 반복되는-상대보다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하는- 업무에 직장인들은 마치 로봇처럼 움직이게 된다.
설사 이것이 틀린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면서도, 60%의 노력에 비해 10%의 효과만 나오는 비효율성을 알면서도, 그리고 죽일 듯이 미운 상사의 명령임을 알면서도 해야 하고 움직이는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바쁜 업무에 지치는 자신과. 더 지치는 가족과 주변 사람과 친구와 애인..., 그래도 일을 위해, 성공을 위해 그랬다는 지친 변명을 해보지만, 과연 어디까지 변명으로 가면을 쓸 수 있을까?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는 심각한 소설이 아니다. 캄피씨가 보여주고 싶은 면을 조금 잘난척하면서 이해를 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의 안드레아 캄피씨는 어쩌면 그 어수룩한 면에서 찾을 수 있는 진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 우왕좌왕, 소심함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유치찬란의 대화 속에서, 그리고 상황에 맞지 않은 엉뚱함 속에서 독자들은 함께 키득거릴 수 있다. 고상한 웃음보다는 키득거리는 그 웃음 말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소설이기 때문에 우리의 유머감각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더운 날... 한껏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현대인의 모습, 직장인의 모습은 우울한 면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속에서 엉뚱하게 튀는 캄피씨를 통해 대신 만족함을 느껴본다. 음..., 물론 캄피씨가 어떤 면에서 시니컬하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것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한다. 결국..., 지금 현대인들에게 일러주고 싶어하는 말이니까.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브레이크를 걸고 생각을 한다면 그 독자는 성공했다. 그리고 캄피씨를 제대로 찾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