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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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순식간에 다가오는 듯합니다.

덥다고 연신 부채질만 하는 날이었는데 하루 이틀 사이에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참 좋습니다.

가을을 연상시키는.. 익어가는 벼를 연상시키는 샘터 10월호를 읽어봅니다.

 

 

샘터는 이웃의 수수한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 많은 사연 중에서 유독 책에 관한 소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이게 되는 독서인들의 꿈은 내 책을 펴내는 것일 텐데요... 막상 작가의 길로 입문하기도 어렵지만, 나의 책을 출판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세상은 세분화되고 이에 맞춰 출판계도 세분화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스스로 책을 펴내는 독립출판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책을 출판하기도 하고 기존 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책을 볼 수 있는 오디너리북샵에 대한 소식이 신선합니다.

 

 

 

10월 호의 특집 주제는 <때 아닌 방황>입니다.

늘 제자리를 지켜주던 어머니가 친구들과 만나고 술 한잔 드시고 오신 모습에서 늘 강인하고 그 자리에 있을 주만 알았던 어머니의 '뜻밖의 휴가'를 들어봅니다.

다니던 회사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나, 후에 마음을 비우고 정말 나만의 일을 찾아갈 때 그리고 누군가의 아쉬움을 받으면서 떠날 때의 다짐을 들어보게 됩니다.

직장인의 애환 중에는 자의반 타의 반으로 사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글쓴이는 퇴직금을 몽땅 털어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을 1년 동안 다녀왔다는 글쓴이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면서 일을 배우는 모습을 미어캣이라고 표현한 글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방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말로 더 나은 목표를 갖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고, 반대의 의미로는 내 능력 밖의 일들이 나아게 주어지기 때문에 방황을 하게 됩니다.

<때 아닌 방황>에서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얼마 전까지 겪었던 일이기에 글쓴이들과의 마음이 통하는 듯합니다.

그때는 그 방황이 어쩜 그렇게도 원망스러웠는지...

하지만, 그런 방황이 있기 때문에 노하우 하나를 배우게 되었고, 배짱 하나를 배우게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끝이 나는 <때 아닌 방황>이라는 결론을 내려주고 싶습니다.

 

 

얼마 전 <행복을 인터뷰하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김진세 박사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중에서 '행복'에 관한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었죠.

아이들과의 이야기, 부모와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의 이야기 등등.. 뻔히 아는 듯하면서도 똑 부러지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나의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책이었는데요.. 그 책의 주인공 김진세 박사와의 대화 코너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점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면서 나의 행복을 비교하지 말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지요.

나에게는 없는데 저 사람은 있네 하며 부러워하던 때도 있었습니다만,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고, 아이들이 커가고, 그리고 또 다른 어른들을 보면서 나의 삶은 자신 있게 살아왔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샘터의 이야기를 늘 느끼는 것이지만, 타인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가진 행복의 진함을 더불어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큰 이슈가 없어도 좋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보듬고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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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마일 클로저
제임스 후퍼 지음, 이정민.박세훈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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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보는 TV프로그램 중 하나가 <비정상회담>이다.

각국의 외국 청년들이 나와서 한국말로 토론을 하는 콘셉트도 재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의 생각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프로에 나왔던 영국 대표 제임스 후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된 사람이다.

젊은 청년이라는 것도 의외이지만, 그 나이에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되었다는 것도 참 의외라는 생각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TV에서 그의 모험가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의미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가 <원 마일 클로저>란 책으로 모험의 이야기를, 그리고 도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임스는 어릴 적부터 모험심이 조금 더 많은 평범한 아이였다고 한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넉넉한 지원금을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친구와 모험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즐기는 그런 평범한 소년이었다.

TV를 통해 보게 된 제임스 후퍼 역시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그저 한국이라는 나라에 남들보다 조금 더 관심을 두었고, 그래서 한국을 알고 싶어 공부하러 온 평범한 교환학생쯤으로 보였다. 

 

그런 평범한 그가 <원 마일 클로저>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둘도 없는 친구의 이야기를 얘기하고, 지금의 아내를 만났던 설렘도 고백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그가 오랫동안 가슴에 묻었던 아픔도 덤덤하게 말한다.

 

제임스 후퍼가 <원 마일 클로저>캠페인을 시작하는 이유는 그의 둘도없는 친구 롭 건틀렛 때문이다.

제임스 후퍼에게는 친형제와도 같은 친구 롭 건틀렛은 어릴 적 모험의 세계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늘 함께하는 존재였다. 산악, 사이클링, 마라톤에 이르는 모험을 함께 하고, 그것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 한 친구이다. 뜨거운 사막에서도, 추운 산속에서도 둘은 투닥거리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면서 진정한 모험의 매력에 빠져든다.

영국 최연소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했을 때도, 세계 최초 남극-북극 무동력 종단에 성공했을 때도 제임스와 롭은 늘 함께했던 친구였다.

그런 롭이 몽블랑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롭을 떠나보낸 제임스의 아픔이 얼마나 처절했을까.

 

하지만 모험가라는 이름답게 그는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사이클링을 좋아했던 롭을 생각하면서 원 마일 클로저 캠페인을 진행하고  모금을 통해서 도전을 알리고, 제임스와 롭에 했던 진정한 도전 정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운 친구 롭의 이름으로 나그랑에 기부를 여전히 하고 있다.

 

모험을 즐기는 이들을 볼 때면 어떤 생각으로 저런 위험을 감수할까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가족도 있는 사람이 저렇게 위험한 모험을 굳이 해야 하는 노파심이 우선 떠오르기 때문이다.

<원 마일 클로저>를 읽으면서 그들은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하는 것 없이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체크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험과 가족, 그리고 자신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어릴때부터 훈련으로 준비된 모험가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험에 대해서 아주 장황한 자랑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젊은 청년의 패기로만 여겨졌던 모험의 삶이 또 다른 인생을 만나고, 또 다른 인연을 만나고, 그리고 그가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진행하는 일이 더욱 의미 있는 일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을 향한 젊음에게 진한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은 한번뿐이라는 것.

이것을 일찍 배운 제임스는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이것을 <원 마일 클로저>를 통해 청년들에게, 독자들에게 말한다.

 

젊음의 시간을 지내본 나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했던 것에 대한 결과가 어떠한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제임스 후퍼처럼 모험가의 젊음을 사는 이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억할 것은 늘 도전하는 그 힘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

사실 세상의 잣대로 본다면 청춘들에게 모험심을 가지라는 말을, 그리고 도전 정신을 잊어서는 안되다는 말을 하기가 참 미안하다. 세상을 경쟁 속으로 만들어 놓고, 그 속으로 청춘들을 밀어 넣는 기성세대들이 그 소리를 할 자격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고,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날 수도 있고, 더 어렵고 치열한 세상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도전이라는 힘이 아닐까.

어떤 상황이 오던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고,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의 경험담이 아닌, 내가 확인하고 준비하는 과정만이 이 모험의 세계를 찬찬히 밟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틀에 박힌 소리인 줄은 안다.

하지만 청춘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그 틀에 박힌 소리의 한개라도 해보라고 하고 싶다.

그 성취감은, 그리고 그 성취감으로 얻는 나의 자신감은 누구 못지않음을 분명 느끼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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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시 - 한시 학자 6인이 선정한 내 마음에 닿는 한시
장유승 외 지음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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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는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먼저여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문학으로 여기게 된다.

더구나 한시는 특유의 형식과 표현 때문에 시 속의 의미를 이해하기는커녕 원문의 뜻조차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또한 어쩌다 접하는 한시는 군주를 향한 신하의 충성심이거나, 그리운 사람을 에둘러 표현하는, 또는 자연의 여유로움을 읊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터라 어쩌면 그 시대의 있는 자들의 여유만을 표현한 것 아닐까라는 엄한 선입견도 한시를 멀리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시라는 것이 결코 음풍농월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란다. 우리가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인 한시는 고상한 문학작품이라는 생각을 달리하게 하는 책이 <하루 한시>이다.

한시 학자 6인이 마음에 닿은 한시를 뽑아 독자들에게 한시의 깊음을 전한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전하고 인생의 낭만을 전하는 것도 있지만. 부조리한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불우한 삶을 하소연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은 <하루 한시>에서 얻게 되는 것은 인생의 깨달음이다.

 

<하루 한시>는 한시 학자 6인이 모여 고상한 문학작품과 이것을 외면하는 대중 사이를 좁혀보고자 학문의 영역에서 벗어나 일상의 영역이란 시선으로 독자들에게 한시를 전하고 있다.

이런 취지이기 때문에 원문에서 가장 와 닿은 부분만을 읊기 때문에 원문이 전하고자 하는 느낌과는 다소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한시는 시대의 일상을 읊던 문학이었다.

일상 자체였다.

<하루 한시>를 과거와 현재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삶의 이야기를 읊어보게 된다.

 

한 떨기 연꽃 머리엔 비취 장식 꽂고

꾀꼬리, 제비가 모두 무색하구나

석류꽃 수놓은 치마 밑 비단 버선발을 드니

초승달 모양 귀밑머리에 귀고리가 흔들리네

 

19세기의 중인층 시인 김진수의 작품이다. 청나라로 가는 조선 사신단을 따라갔다가 북경의 저잣거리에서 배우들의 공연을 본다. 다른 여행기에서는 조선에서 볼 수 없던 잡기에 관한 기록이 흥미진진하게 기록이 된다. 물론 배우들의 겉모습에 대해서만 기록이 남긴다. 하지만 김진수를 이 글을 남기면서 소년 배우에 대한 글을 남긴다. 외모가 예쁜 사내아이가 팔려와서 춤과 노래를 가르쳐서 공연을 하고, 때론 왕공귀인의 노리개가 되었다가 2차 성징이 나타나면 버려지는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내면.. 그것을 김진수는 한시로 남긴다.

 

모르겠네, 옛사람은 무슨 운수였기에

내 나이에 벌써 명성과 사업을 이루었나

 

그 예전에도 자신의 성공 여부에 대해 한탄함이 있었는가 보다. 이 시를 지은 김낙행은 31세 되던 해에 제주로도 유배된 부친을 따라 머물고 있었다. 김낙행이 그리던 영웅들은 이십 대에 천하를 호령하던 이들을 보고 있으니 제주도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대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보다 먼저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하고, 나보다 먼저 결론에 도달하는 이들을 나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김낙행도 이 시를 지었던 당시에 몰랐던 것이 있었다. 시대의 영웅 중에는 대기만성으로 나이가 지긋해서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남보다 늦는다고 안타까워하지 말자. 인생은 길다.

 

<하루 한시>는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들의 성공과 나의 현시점을 비교하는 속상함을 토로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전지는 오롯이 나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짐을 담담하게 적어가는 한 시도 있다.

아침이든 낮이든 잊지 말고

언제나 그 길에 몰두하자

라는 시어로 나를 다시 다잡는 마음을 일컬어보기도 한다.

 

어렵게만 느끼던 한시의 매력이 시대를 벗어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임을 <하루 한시>를 읽으면서 알게 된다.

모든 일은 자신의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현대인들은 이런 점에서 나를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 올바른 계획과 목표를 이끌어가기 위해 자기 계발서를 끝없이 읽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독자라면 <하루 한시>를 읽어봄이 어떨까?

 

나태하고 나약해지는 자신을 채근하는 한시도 있고, 세상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근심을 하소연하는 한시도 있다. 때론 녹록지 않는 현실 속에서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한시도 있다.

시대가 변했어도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읽게 될 것이다. 원인과 결과로 분석하는 자기 계발서도 좋겠지만, 한시에서 말하는 삶의 이야기를 자기 계발서로 써봄은 어떨까? 한시가 전하는 여유가. 삶을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져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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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 - 착한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후쿠다 가즈야 지음, 박현미 옮김 / MY(흐름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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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경쟁의 긴장감을 늦출 수도 없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타인들과의 관계 지속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일을 성사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미래를 방향을 다시 정할 때도 있기 때문에 늘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어른들은 서로 간의 대화에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고민스러운 것은 간단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소통의 가장 기본이 되는 '대화'라는 점이다.

 

마음이 서로 통하는 사람들과는 대화를 하면서도 즐겁고,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겠지만, 전혀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더구나 절대 피할 수 없는 사람이거나 상황이라면 대화에 있어서 의외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이란 제목이 의외다.

까칠보다는 착하게라는 말에 더 의미를 두고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실천한 대부분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과연 까칠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까칠하다의 느낌이 아주 반기는 긍정의 표시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까칠하게 말해도 된다는 의미는 좀 더 솔직한 대화, 좀 더 솔직한 감정 표현을 해보라는 의미로 읽게 된다.

 

세상이 진실만 남게 되고, 그 진실이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굳이 대화의 기법이라던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그렇게 고민할 일이 있을까.

다시 말하자면 거짓이 진실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살다 보니 속마음도 감춰야 할 때가 있고, 그런 행위가 결코 나쁘지 않은, 어쩌면 경쟁시대에 살면서 나를 보호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된 듯하다.

진실보다는 거짓이 진실처럼 여겨지는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일본의 문예평론가 후쿠다 가즈야가  '악惡 시리즈'의 하나인 <악의 대화술>을 집필했다.

 

'대화'와 '악'이라..

묘한 어울림이 있는 주제이다.

이 책의 부제 역시 강렬하다. <착한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이란다.

착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반면에 착하다는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약함, 손해 등등의 이미지도 동시에 떠오른다.

경쟁력이 대단한 현실에서 무조건 착하게라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한 예로 나 역시 까칠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어릴 적 학습의 영향으로 까칠함은 조금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비친다. 그리고 그런 나의 성격을 드러내기보다는 우선적으로 감추려고 했던 점이 많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듯이 <가끔은 까칠할 필요>가 있다고 하니, 과연 반전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늘 고민되는 부분이 나와 타인과의 좁혀지지 않는 생각의 차이를 맞닥뜨릴 때 있다. 내가 그러던, 상대가 그러던 어느 누군가는 주장을 하게 되고, 나의 이야기를 더 믿어줬으면 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방도 그렇게 해주기를 원하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예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결코 좁아질 수 없는 평행선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종종 한다. 사실이 아니고 싶지만, 절대적인 사실인 이야기이다.

이런 것처럼 타인과의 관계 역시 결코 좁아질 수 없는(좁아졌다는 착각을 결과로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상대방이 결코 나를 완전하게 이해하리라 기대해서도 안되다는 점이 이 책이 전하는 매력이라고 하고 싶다.

 

<악의 대화술>이라는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결코 쉽지 않다. 흔히 보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기 때문에 대화에 대해서,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은 진중하게 생각을 해봐야 하는 책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랫동안 학습해왔던 <착하게만 살아라>는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조직사회에서 나와 대화가 통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분명 있다. 그리고 더욱 확실한 것은 나와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 더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내가 잘못되었다기보다는 내가 그들과 어울려 살아가되. 나를 확실하게 인식시키면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싫다고 안 보는 유치함은 결코 사람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이의 행동이 아니란 것이다.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의 저자는 어쩌면 독자들 스스로가 듣고 싶었던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억지로 착할 필요가 없고, 억지로 상대방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때론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고 해도 내가 어떤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지. 소통을 유지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뿐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을 긴장시키게 하는 나만의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남들은 잔꾀를 내고, 상황을 벗어나려는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는데 나만 홀로 순진하게 눈만 깜빡이며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정확한 것. 내가 인정하는 것. 그리고 내 스스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것이 세상과의 소통에서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에서 충분히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란 존재를 연출하는 것, 그리고 대화 속에서 긴장감을 느끼게 하면서 나란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 때론 아부를 필요에 맞게 사용하는 것 역시 관계 유지를 위한 나만의 노하우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점을 일러준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다르다고 한다.

같은 험담이라도 상대방의 화를 돋우는 것이 있고, 상대방이 스스로 인정하게끔 만드는 것도 있다.

아부하는 모습이 비굴하게 비치는 경우도 있고,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비칠 때도 분명 있다. 모든 것을 수용하는 예스맨이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나만의 탄탄한 이미지를 다져가는 까칠한 사람도 분명 매력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 무지한 어른이 아닌, 나만의 우아한 대화 기법을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을 통해서 노하우를 전수받으면 어떨까?

답답할 만큼의 예의 바름을 무조건 주장하기보다는 신선하게 까칠한 나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휘하는 그런 대화법을 이 책을 통해서 습득해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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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3 존 코리 시리즈 3
넬슨 드밀 지음, 정경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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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7월 17일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20시 31분. 뉴욕 JFK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파리로 향하던 TWA 800 보잉 747-131기는 이륙한 지 12분 만에 대서양 상공에서 폭발한다. 승무원 포함 탑승자 230명 전원 사망, 미국에서 일어난 항공 사고 중 가장 큰 규모의 비행기 사고로 기록된 이 참사는 노후된 기체의 결함, 적국의 테러 가능성, 군사 훈련 중 미사일 오작동 등 폭발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만 난무할 뿐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종결되었다.

 

'존 코리'시리즈로 불리는 넬슨 드밀의 대 테러 액션 스릴러인 <나이트폴>이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발단은 실제 일어났던 1996년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라는 것과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보인 미국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에도 세계 10대 '비행기 실종 미스터리'에서 기억될 만큼 그 원인과 후속 처리에 대한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나이트 폴 NIGHT FALL>의 주인공 대테러 특별 기동대 소속의 존 코리는 FBI 요원인 아내의 손에 이끌려 TWA 800사건 추모식에 참석을 하게 된다. 추모식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없던 존 코리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목격담이 일치하고, 우연찮게 참석한 추모식에서 느낀 희생자들과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게 된다. 더구나 같은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다른 요원의 경계하는 모습에서 존 코리는 이 사건에 숨겨진 음모가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리고 존 코리는 이 사건을 단독으로 파헤치게 된다.

물론 그의 결정에는 아내가 은근히 전하는 사건의 의문점도 동기를 유발한다.

업무상 모든 사건의 정보는 흘릴 수 없는 원칙이 있지만 그의 아내는 두루뭉술하게 그 사건에 대한 모종의 음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존 코리의 의구심은 깊이를 더해간다.

 

이 소설은 이 무지막지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어느 누군가에게 우연히 촬영된 것이 있었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와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의 대결구도로 이루어졌다.

사건에 대해 감쪽같이 사라진 증거들과 과학적, 기술적으로 최첨단을 달린 수사기관의 후속 처리는 너무나도 미흡하다. 존 코리는 본능으로 이들이 남긴 어긋난 자료를 하나하나 찾아내기 시작한다.

 

정부이던, 수사기관이던 분명 음모론은 진행이 되었다. 존 코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심증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와 아내는 상부의 압박으로 전출을 가야만 한다.

누군가가 존 코리와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말이다.

존 코리의 성향을 본다면 마치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과 흡사하다.

정의를 위해서 뛰어드는 경찰, 또한 수사기관 내에서의 직책과는 상관없이 옳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멈출 줄 모르는 추진력, 그리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놓지 않는 유머감각은 또 하는 존 맥클레인을 보는 듯하다. (여기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미국의 액션 스릴러 소설의 주인공은 거의 존 맥클레인을 닮은 듯하다. 시대의 영웅, 어떤 상황에서도 농담을 해가는 여유를 보이면서 절대 꺾이지 않는, 그리고 절대 죽지 않는 불사신 같은 존재... 모든 것이 발단한 미국에게도 이런 영웅은 존재해야 하는가 보다.)

 

존 코리의 수사는 상부의 방해에도 꾸준히 진행을 하게 된다. 반 억지에 의한 예멘으로, 아내 케이트는 탄자니아로 추방되다시피 임시 파견을 다녀온다. 상부에서는 두 사람에게 따끔한 벌을 줬다고 생각을 하고 그 사건에 대한 행동도 안 하리라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존 코리는 절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시간이 지났어도 오히려 그의 분노는 여전하다.

 

보일 듯한 진실이 눈앞에 있다. 수사관의 본능이 이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은폐되었고, 아무 이유 없이 무고한 시민 230명이 바다로 추락해서 시신조차 제대로 못 찾고 있는 것이다.

귀양살이 후의 다시 도착한 뉴욕에서 존 코리의 행동은 빨라진다. 존 코리와 케이트의 행적을 누군가 감시하고 체크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 이상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존 코리는 수사기관에서 놓친 하나의 증거를 찾아낸다. 그들은 그것이 마지막의 증거물이라고 생각하고 처리를 했겠지만, 존 코리는 아주 미세한 부분을 찾아내고 그 줄기를 따라 결국 증거물과 목격자를 찾아낸다.

 

전혀 밝힐 수 없는 목격자의 상황과 그 사건은 눈앞에서 보고 5년간 마음속에 짐을 지고 살아가던 목격자. 그리고 그 목격자의 입을 막으려는 또 다른 압력들...

그들은 존 코리를 막고자 우회로 케이트를 협박하려는 상황까지 펼쳐진다.

(여기서부터는 영화로 보면 참 좋겠다.)

 

마침내 누가 적인가(존 코리의 입을 막으려는 자들을 적이라고 말하는 게 좋겠다)를 알아내고 최후의 결전을 위해 존과 케이트 그리고 목격자와 그들의 진실 규명을 도와주려는 동료 경찰들은 뉴욕의 한 곳을 향해 간다.

 

존 코리의 계획대로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트폴>은 전혀 뜻밖의 사건을 말미에 삽입한다.

미국 역사상 끔찍했던 그 사건을 말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최후의 결전에 나섰던 이들의 생사를 좌우하게 된다.

 

사람들은 희생이 되었고, 사건은 알게 모르게 은폐되는 것이 있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사랑하는 이들의 안부를 묻는 동안 또 다른 세력은 그 잠시의 시간을 이용해서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남겨줄 그 증거를 인멸하고 만다.

끝까지 추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다.

 

장장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소설이 후딱 읽힌다. 그만큼 긴장감과 긴박감에, 그리고 존 코리가 헤쳐나가는 비밀에 대한 재미가 쏠쏠하다.

미국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인 뜨거운 열정도 아주 재미있다.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TWO 800사건

진실을 밝히려는 존 코리 같은 사람이 남아있는지, 진행형인지도 모르지만, 그 진실은 밝혀질 때가 올 것이다. 목격자들이 느끼듯이 그것은 분명한 음모였으니까.

영화 한편을 글로 보았다.

존 코리의 다음 열정이 또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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