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마일 클로저
제임스 후퍼 지음, 이정민.박세훈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즐겨 보는 TV프로그램 중 하나가 <비정상회담>이다.

각국의 외국 청년들이 나와서 한국말로 토론을 하는 콘셉트도 재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의 생각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프로에 나왔던 영국 대표 제임스 후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된 사람이다.

젊은 청년이라는 것도 의외이지만, 그 나이에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되었다는 것도 참 의외라는 생각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TV에서 그의 모험가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의미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가 <원 마일 클로저>란 책으로 모험의 이야기를, 그리고 도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임스는 어릴 적부터 모험심이 조금 더 많은 평범한 아이였다고 한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넉넉한 지원금을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친구와 모험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즐기는 그런 평범한 소년이었다.

TV를 통해 보게 된 제임스 후퍼 역시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그저 한국이라는 나라에 남들보다 조금 더 관심을 두었고, 그래서 한국을 알고 싶어 공부하러 온 평범한 교환학생쯤으로 보였다. 

 

그런 평범한 그가 <원 마일 클로저>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둘도 없는 친구의 이야기를 얘기하고, 지금의 아내를 만났던 설렘도 고백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그가 오랫동안 가슴에 묻었던 아픔도 덤덤하게 말한다.

 

제임스 후퍼가 <원 마일 클로저>캠페인을 시작하는 이유는 그의 둘도없는 친구 롭 건틀렛 때문이다.

제임스 후퍼에게는 친형제와도 같은 친구 롭 건틀렛은 어릴 적 모험의 세계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늘 함께하는 존재였다. 산악, 사이클링, 마라톤에 이르는 모험을 함께 하고, 그것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 한 친구이다. 뜨거운 사막에서도, 추운 산속에서도 둘은 투닥거리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면서 진정한 모험의 매력에 빠져든다.

영국 최연소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했을 때도, 세계 최초 남극-북극 무동력 종단에 성공했을 때도 제임스와 롭은 늘 함께했던 친구였다.

그런 롭이 몽블랑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롭을 떠나보낸 제임스의 아픔이 얼마나 처절했을까.

 

하지만 모험가라는 이름답게 그는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사이클링을 좋아했던 롭을 생각하면서 원 마일 클로저 캠페인을 진행하고  모금을 통해서 도전을 알리고, 제임스와 롭에 했던 진정한 도전 정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운 친구 롭의 이름으로 나그랑에 기부를 여전히 하고 있다.

 

모험을 즐기는 이들을 볼 때면 어떤 생각으로 저런 위험을 감수할까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가족도 있는 사람이 저렇게 위험한 모험을 굳이 해야 하는 노파심이 우선 떠오르기 때문이다.

<원 마일 클로저>를 읽으면서 그들은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하는 것 없이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체크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험과 가족, 그리고 자신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어릴때부터 훈련으로 준비된 모험가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험에 대해서 아주 장황한 자랑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젊은 청년의 패기로만 여겨졌던 모험의 삶이 또 다른 인생을 만나고, 또 다른 인연을 만나고, 그리고 그가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진행하는 일이 더욱 의미 있는 일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을 향한 젊음에게 진한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은 한번뿐이라는 것.

이것을 일찍 배운 제임스는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이것을 <원 마일 클로저>를 통해 청년들에게, 독자들에게 말한다.

 

젊음의 시간을 지내본 나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했던 것에 대한 결과가 어떠한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제임스 후퍼처럼 모험가의 젊음을 사는 이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억할 것은 늘 도전하는 그 힘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

사실 세상의 잣대로 본다면 청춘들에게 모험심을 가지라는 말을, 그리고 도전 정신을 잊어서는 안되다는 말을 하기가 참 미안하다. 세상을 경쟁 속으로 만들어 놓고, 그 속으로 청춘들을 밀어 넣는 기성세대들이 그 소리를 할 자격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고,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날 수도 있고, 더 어렵고 치열한 세상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도전이라는 힘이 아닐까.

어떤 상황이 오던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고,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의 경험담이 아닌, 내가 확인하고 준비하는 과정만이 이 모험의 세계를 찬찬히 밟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틀에 박힌 소리인 줄은 안다.

하지만 청춘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그 틀에 박힌 소리의 한개라도 해보라고 하고 싶다.

그 성취감은, 그리고 그 성취감으로 얻는 나의 자신감은 누구 못지않음을 분명 느끼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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