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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 - 사소한 고민부터 밤잠 못 이루는 진지한 고뇌까지
알렉산더 조지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가끔은 엉뚱한 질문이 떠오른다.
그것이 엉뚱하다고 말하는 정의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리가 상식적인 선이라고 여기는 보편적인 일상에서 경험된, 학습된 결론을 정답이라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적으로 본다면 수많은 경우를 보건대 과연 내가 정답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진짜 맞는 답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정답이냐 아니냐를 고민한다면,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면 입으로는 정답이라고 하면서도 마음 한 편에서는 그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남아있는, 말하자면 해결되지 못한 어떤 찜찜함이 남아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살면서 한 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이 이런 생각의 꼬리를 물게 만든다.
무심히 지나쳤지만, 해답을 찾지 못해 늘 찜찜하게 남아있던 그런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콕콕 짚어보는 책이라고 할까?
이 책의 시작은 에스크필로소퍼즈(www.AskPhilosophers.org)라는 사이트에서 시작된다. 이 사이트는 2005년 철학의 대중화를 위한 교육적인 목적을 바탕으로 개설된 웹사이트인데요, 전 세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감정, 행복, 지식, 논리, 철학, 과학, 자살, 양심, 환경, 언어, 사랑, 윤리, 철학자 등 거의 모든 주체의 철학적 질문을 올리고 있고, 철학자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들이 이에 대한 답을 올리고 있다.
<살면서 한 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은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문제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인 문제들, 일상적으로 우리가 늘 마주치는 문제들, 그리고 올바르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라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물론 우리는 살면서 늘 궁금한 것이 많다. 오늘의 주가는 어떨까? 내가 투자한 사업체의 비전은 어떨까부터 시작해서 가장 빨리 성공하는 방법이 무얼까? 지금의 직장에서 나의 위치를 탄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의 아주 실질적인 문제를 고민하느라 시간이 빠듯하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질문 외에 궁금한 것이 있다.
게임 속 가상 세계에서 폭력을 즐기는 것은 잘못된 일일까?
소프트웨어를 불법 다운로드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까?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행동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을까?
나보다 더 슬퍼하는 사람을 보면 왜 위안이 될까?
상대방의 배우자에게 들키지 않고 바람을 피운다면 괜찮지 않을까?
도덕은 착한 일을 했을 때 그냥 기분 좋으라고 만든 단어인가?
어렵지만, 정말 궁금한 질문들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것이 정답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저 질문의 직접 관련된 행위자가 된다면 어떤 결론을 내리려고 할까?
다시 말한다면 질문의 원인이 되어 다시 물어본다면 과연 내가 주장하던 답이 100% 정답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정답이 완전한, 100%의 주관적 관점이라는 것, 즉, 옳고 그름의 판단만 앞섰지 그 속에 있는 또 다른 관점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면서 한 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에서는 우선 모든 가능성과 방향성을 두고 철학적 깊이로 질문과 그 속에 있는 상황을 분석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해라..라고 주장을 한다면 이 책이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살면서 한 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은 결론을 내리는 글이 아니라. 질문자의 의도와 그것을 풀어가는 철학의 순서를 하나하나 짚어보게 된다는 점에 중점을 두면서 읽어보길 바란다.
Q: 대학 스포츠는 거대한 사업이며 엄청난 수익을 냅니다. 대학 운동선수들은 그 돈에서 일부를 받아야 할까요?
Q: 제가 좋아하는 랩 가수는 마약 판매상인 동시에 포주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종종 그 사실을 자랑하고 다닙니다. 제가 그 앨범을 사면, 저는 마약 거래와 매춘 알선을 지지하는 건가요?
Q: 열한 살짜리 아이가 사고를 당해 수술대 위에 누워 있습니다. 아이는 의사에게 자신이 죽는 건 아닌지 묻습니다. 아이가 죽어가는 상황이라면, 의사는 아이에게 그렇다고 말해야 할까요?
Q: 최근에 로마 가톨릭 로스앤젤레스 대교구는 사제들이 저지른 성범죄의 피해자들에게 6억 6,0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돈으로 그런 끔찍한 범죄행위를 속죄할 수는 없는데, 피해자들에게 그 많은 돈을 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성적 학대와 돈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Q: 어떤 이유로 도덕에 대한 인간의 이해력이 200년 전보다 그냥 달라진 게 아니라, 더 좋아졌다고 믿을 수 있습니까? 도덕의 발전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습니까?
위의 질문은 책 속에 실린 것이다. 궁금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는 질문이 있다. 그리고 한 번쯤은 진지하게 토론하고 싶은 주제도 있다.
<살면서 한 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이 철학적인 시선에서 질문과 답변을 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학문적으로만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물론 철학적이라고 해서 우리가 늘 경험하고 있는 상식적인 선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하되,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그 사건과 질문자의 상황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현대인들은 여러 이유로 남들의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의 주장이 옳고, 나의 결론이 우선이라는 점이 항상 먼저 작용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살면서 한 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과 시선을 분명 보고 있는 또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을 짚어보게 된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상황에 대해 시선을 좀 더 넓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우리가 정답이라고 알고 있는 도덕적인, 윤리적인 결론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그 원칙을 고수하면서 돌아가고 있지 않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공정하지 않지만, 정당하지도 않지만, 때론 말도 안 되는 결론이 진행되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현실의 상황을 보고 살고 있지만, 우리는 잠시 질문을 통해서 시선의 깊이를 다지고 생각의 깊이를 다질 필요가 분명 있음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살면서 한 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이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질문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닌, 상당히 무게가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 번쯤 짚어보고 싶었던 문제를 철학적 답변을 들을 수도 있고, 때론 실질적인 현실 상황에 맞는 답을 들을 수도 있다.
<살면서 한 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의 중요한 것은 나만의 고유한 관점과 타인의 관점을 비교해서 상황을 보는 시선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엉뚱하면서 솔직한 질문과 결론.
우리는 이 속에서 또 다른 철학을 세워나가고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