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참 많이 까탈스럽고 뾰족하다 싶지만,
술을 먹고 세상을 보면...
평상시 안 보이던 세상 속의 나를 보게 된다.
배실배실 헤프게 잘 웃는 것이,
내가 둥글둥글하고,
많은 것에 너그럽고,
웬만한 것이 다 좋아보인다.
누군가 보고싶어 죽겠는 날이나
마음에 구멍이 나서
숭숭 바람이 들어오고 시릴땐
시간도 뾰족하여 떨꺽거리며 더디게 흘러가는 듯 하다가도,
술 한잔이면
죽지 않을 수도 있고,
바람들어 오는 구멍을 메울 수도 있고,
시간도 저절로 흘러가 버린다.
이보다 더 좋은 약이 없지 싶다.
그런데, 이것이 술을 마셔야 되는 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것이 왜 독이 되기도 하는지 모르겠다.
술에 취할 수도, 음악에 취할 수도 있는 데...
술은 약인 동시에 독이 될 수 있는데, 음악은 약이거나 독 둘 중 한가지여야 할까?
어느 나라에선가는 추우면 개 한마리를, 더 추우면 두마리를, 아주 추우면 세마리를 품고 밤을 난단다.
그렇게 따지면 더 많은 개가 필요하지만, 내 주변이 개판인고로 '노 땡큐~'다.
음악으로 취기를 달랠 수 있을까, 추위를 달랠 수 있을까?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패트리샤 맥코넬 지음, 신남식.김소희 옮김 /
페티앙북스 / 2011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