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아침부터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을 읽다가, 시집의 이 시 '노숙'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
옛날에 읽었지만, 그냥 지나쳤던 시가 다가오는 걸 보면...봄을 제대로 타나 보다.
시인의 관조를 미루어 내 자신을 관조한다.

주말에 화원에 다녀왔다.
참 많은 꽃들이 있었는데, 내 맘에 들었던 건 수선화,
수선화도 종류가 참 여러가지인데, 내가 좋아하는 건 노란 입술연지 수선화이지만...암튼,,,
채 봉오리가 벌어지기 전에 업어왔는데...따뜻한 집안에 이틀 있더니 활짝 피다 못해 흐드러졌다.
어제 퇴근 길 화원을 지나다 보니...밖에 나와 있는 애들은 아직 수줍게 오므리고 있는데 말이다.
왜 '화무십일홍'이 생각나는 건지 모르겠다.

이 봄 참 잘 어울리는 예쁜 책 한권을 만났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꽃샘추위 쯤은 두렵지 않은건지도 모르겠다.
'꽃밭을 만들랬더니 스스로 꽃이 되버린 사람들'이란 추천사 제목도 너무 예쁘다.
내가 먼저 손내밀고 다가갈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꽃이라고 착각하고 산건 아니었나 되돌아 본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툴툴거리며, 파분난화하고 산으로 돌아갈 궁리나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를 읽다가 따뜻한 차가 생각났다.
어떤때는 차보다 노래 한곡이 더 따뜻한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