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대서 전철이 오길 기다리는 그 짧은 몇 분이 한 시간인 양 길게 느껴졌는데

어제는 마침 포천에 사는 친구가 올라온다는 소식에 다른 때보다 일찍 인천행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좀처럼 들를 일이 없는 부개역은 어쩌다 거기 서게 된 내가 낯설다는 듯 바람을 보내 나를 이리저리 휘몰아대고

거기다 직행이 서지 않는다는 알림 표시로 한 쪽엔 쇠사슬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어 스산함도 배가 되었는데

바람을 피해 눈동자마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동안 내 눈에 뜨인 건 바로 장애인을 위한 도움 시설이었다.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은 채 사람들이 탄 것을 볼 때마다 기우뚱거리며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지나가는 사람들 눈요깃감이 되는 게 미안스럽기도 하고, 너무 느려 저렇게 가다가 급한 사람은 늦고 말리라 생각했던.

 

별로 좋지 않게 생각했었지만 보고 있는 사이

근육이 불룩불룩하지는 않아도 깡마른 몸매에 강단이 있어 뵈는 인력거꾼이 떠올랐다.

두 발만 의지한 채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리던 그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보였다.

다른 사람이 불러주길 기다리며 잠시 땀을 들이고 있지만 그사이 자동차들이 늘어

인력거를 찾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들었어도 그걸 놓치 못하던 사람들.

위험하다는 보고가 수십 차례 있었고, 실제 사고 현장을 보기도 했지만 왠지 엘리베이터나 에스칼레이터보다

정이 가는 저 놈.

이제 역구내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있으니 조만간 저것도 함께 철거되겠지.

멀쩡한 두 다리로도 왠지 그냥 한 번 타보고 싶었다.

그동안 수고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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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메이 아줌마 (양장)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 신문에서 한 계모가 저지른 만행에 치를 떨고 있을 때 묘하게도 이 책을 손에 잡고 있었다.

둘 다 혈연 관계가 아닌 사람들끼리 만나 가족을 이룬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쪽은 사람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나쁜 엄마이고,

한 쪽에서는 그야말로 온전한 사랑으로 아이를 보살펴 주다 떠난 메이 아줌마다.

고아가 되어 누구 하나 진정으로 돌봐주지 않는 아이였던 여섯 살짜리 아이 서머는

친척집을 방문하려고 들렀던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와 함께 가난해도 충분한 행복을 느끼며 살지만,

그 행복도 잠시 메이 아줌마가 돌아가시면서 오브 아저씨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어찌할 바를 모른채

불안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모든 모으는 게 취미인 클리터스가 서머와 오브 아저씨의 삶에 끼어들게 되면서

아저씨는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되고, 돌아가신 메이아줌마와 소통하기를 바랐던 아저씨는 클리터스의 안내대로

그런 일에 능통하다는 목사님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 길에서 얻은 평안으로 오브 아저씨와 서머, 클리터스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데

책을 다 읽는 동안 마치 아저씨의 낡은 트레일러처럼 스프링은 삐걱거리고, 속은 비어져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앉으면 아늑해지는 그런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슬픔을 그대로 인식하고 안에 고여 있는 울음들을 다 토해냈을 때 얻어지는 그런 시원함을 뒤늦게라도 가진 서머와

오브 아저씨의 미소가 따뜻한 기운을 계속 퍼뜨리고 있는 탓이다.

 

나는 아직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직접 겪어보진 못해서 그들의 아픔을 다 안다고 감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런 슬픔이 닥쳐왔을 때 이들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 하거나

내 삶이 없어진 듯 멍하게 앉아있거나 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할 게 뻔하다.

죽음과 이별이라는 슬픈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런 일들이 사람 사는 일 가운데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아이들도 간접적으로나마 서머나 아저씨가 슬픔을 극복해가는 과정 속에서

힘든 일을 이겨내는 지혜를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초등학교 6학년 이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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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의 사각지대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7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김수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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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의 윤곽은 밝혀졌지만 정해진 기한 내에 밝혀야 하는 그의 범행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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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하나를 가운데 두고 바라본 바다는 좋았다.

칼바람이 옷깃 사이를 마구 헤집으며 들어오겠다고 성화를 부리다 안 되니 눈으로, 손으로, 맨 얼굴을 향해 돌진한다.

이럴 때 창 넓은 찻집이 많은 월미도는  바다 구경하기엔 최적이다.

무한정 리필이 되는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노을이 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낮에 보는 바다는 동해 바다 같지 않아서 옥빛도 아니고 푸른빛도 아닌 누르스름한 색이 황하를 떠올리게 하지만

노을이 질 무렵이면 인천바다도 먹색으로, 연보랏빛으로, 붉은 기운 도는 은빛으로 황홀하게 빛날 줄 안다.

 



 

이럴 즈음 내 마음의 체 질은 시작된다.

성냄과 우울함과 기분 나쁨과 의기소침함 따위

있어봐야 하나 소용 닿지 않는 것들을 꺼내 체를 치면 굵은 틈새로 모두 다 빠져나가고

따뜻한 기운만이 희미하게 가슴 밑바닥에 고이는 걸 느끼게 된다.

몇 잔이고 마셔댄 커피 기운으로 화장실이라도 한 번 다녀온다면 금상첨화다.

마음과 몸의 찌꺼기가 모두 빠져나간 상태이므로.

 

자꾸 일렁이는 마음을 다독여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왔으니  또 몇 달은 즐거이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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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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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어 든 한국작가였기에, 설레임만큼 기대도 많았다.

더이상 실망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며 서점에 선 채 약 20여 쪽을 읽어내려갔고

그 시작이 맘에 들어서 선뜻 주문을 했던 터.

그렇지만 설레임과는 다르게 책은 쉽게 넘어가주질 않았다.

앞 페이지를 팔랑거리며 다시 들춰봐야 하는 일이 많아졌고

등장인물이 교대로 이야기를 하는데 누가 누구인지 관계가 잘 그려지질 않아서 애 먹었다.

그런 일들이 책에 몰두할 수 없게 만드는 짜증스러움이 되어 돌아왔다.

분명 새로운 시도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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