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하나를 가운데 두고 바라본 바다는 좋았다.
칼바람이 옷깃 사이를 마구 헤집으며 들어오겠다고 성화를 부리다 안 되니 눈으로, 손으로, 맨 얼굴을 향해 돌진한다.
이럴 때 창 넓은 찻집이 많은 월미도는 바다 구경하기엔 최적이다.
무한정 리필이 되는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노을이 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낮에 보는 바다는 동해 바다 같지 않아서 옥빛도 아니고 푸른빛도 아닌 누르스름한 색이 황하를 떠올리게 하지만
노을이 질 무렵이면 인천바다도 먹색으로, 연보랏빛으로, 붉은 기운 도는 은빛으로 황홀하게 빛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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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즈음 내 마음의 체 질은 시작된다.
성냄과 우울함과 기분 나쁨과 의기소침함 따위
있어봐야 하나 소용 닿지 않는 것들을 꺼내 체를 치면 굵은 틈새로 모두 다 빠져나가고
따뜻한 기운만이 희미하게 가슴 밑바닥에 고이는 걸 느끼게 된다.
몇 잔이고 마셔댄 커피 기운으로 화장실이라도 한 번 다녀온다면 금상첨화다.
마음과 몸의 찌꺼기가 모두 빠져나간 상태이므로.
자꾸 일렁이는 마음을 다독여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왔으니 또 몇 달은 즐거이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