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 - 3단계 문지아이들 10
게리 폴슨 지음, 박향주 옮김, 고광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손도끼>때의 치밀함과 외로움, 쓸쓸함, 적막함 따위가 없어서

같은 작가의 책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내가 시골 생활을 해본 거라고는 1년에 두 번씩 방학 때만 잠깐 놀러 갔을 뿐이어서

일의 연속인 시골 생활을 안다고 할 수 없는데 이 책은 봄에서 겨울까지 해야 하는 일들과

그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시골 풍경을 너무나 잔잔하게 그려놓았고

두 형제와 부모, 그리고 함께 사는  넬스 할아버지와 데이비드 아저씨의 모습이 정겹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들의 1년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데이비드 아저씨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웨인 때문에 힘든 몸을 억지로 일으켜

도끼를 휘둘러 나무를 쪼개버릴 때 아이들처럼 나도 눈물이 났다.

같은 이야기를 매일 반복해도 열심히 들어주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모자란 것이 어떤 때는 지나친 것보다 나을 때가 있는 법이다.

지나친 배려는 아이들을 망친다.

집에 오면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일은 직접 자기 손으로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된다면

자기 삶을 개척해야 하는 순간에도 스스로 옳은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주인공인 '나'와 웨인 형제의 모습에서 느낀 강인함이 계속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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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는 새로 개통된 고속철도로 겨우 30분.

서울역에서 거리로 나서자 광고판들이 크게 줄어 차분한 인상을 주었다.

횡단보도가 부쩍 늘었고 지하철역에는 모두 에스컬레이터가 완비돼 있었다.

노인이 걷는 데 이전과 같은 불편은 없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모습이 많이 눈에 띈 것은 장애인들 수가 늘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외출하기 쉬워졌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놀라운 건, 밤거리가 어두운 점이다.

어둡다고는 해도 물론 길거리엔 불이 켜져 있어서 안전에 불안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중략)

유명기업 입사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고 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학문 연구에 뜻을 둔 학생들만

대학원에 진학하게 돼 오히려 연구의 질은 향상됐다.

10년 전에는 50%를 넘었던 비정규직 비율은 한때 70% 가까이까지 올라갔으나

새 정부 정책 덕에 30%까지 내려갔다.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도 시정되고 있었다.

고학력이 아니더라도 인간다운 대우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미친 듯한 교육열에도 브레이크가 걸렷던 것이다.....(중략)

징병제에서 지원병제로 전환하는 것을 실행에 옮긴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구대 자체를 폐지해서

국경 경비나 재해 구조를 목적으로 한 경찰부대로 대체할 구상을 세워놓고 있었다.......(중략)

정주 외국인 수는 계속 늘었고 그에 따라 다문화, 다언어교육이 널리 시행되고 있었다.

10년 전의 정부는 영어 조기교육을 강행하려다 비웃음을 샀으나 지금의 정부는 영어만이 아니라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지역에 따라서는 베트남어도 학교교육에 도입하도록 했다......(중략)

정주외국인 노동자나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코리안 디아스포라들도 이사회의 평등한 구성원으로서

나날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

오늘 신문에 나온 서경식 교수의 '2018년, 내가 만나고픈 이런 조국'의 일부분이다.

이렇게만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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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나뭇잎 난 책읽기가 좋아
마거릿 마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마거릿 챔버린 그림 / 비룡소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비룡소의 책이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작가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들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의 신뢰를 쌓기까지 좋은 책을 만들어준 출판사가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마음 속으로 나만의 강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마이클이

자기를 따라오는 커다란 나뭇잎을 무서워하다가 진짜 강아지로 변하자 즐거워했던 '요술 나뭇잎' 이야기도,

새엄마를 맞은 제니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에 나오는 계모들처럼 심술궂고 못된 새엄마일 거라는 짐작으로

집을 나갈 궁리를 하다가 집안일도 잘 못하고 동생도 잘 못 돌보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몰래몰래 도움을 주다가

새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는 착한 새엄마라는 걸 깨닫는 '새엄마' 이야기나,

얌전하게 조용하게 있을 것을 강요받던 샐리가 앤 이모의 집에 놀러가서 할아버지와 산책을 나갔다가

장난꾸러기 아이들처럼 신나게 놀고 옷은 더럽혀지고 찢어졌지만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는 '자외선 대재앙',

생일잔치를 이틀 앞두고 홍역에 걸려 파티를 못하게 되었던 마이클이 같이 홍역에 걸린 친구들과

파자마를 입고 멋진 홍역파티를 하는 '아주 특별한 생일 잔치',

특별한 친구들이 몽땅 몰려와 북적대며 사는 동안 심술궂은 머거트로이드 씨가 과감하게 집을 버리고

그들을 따라가게 되는 '셋방있음',

 

이 모두가 즐겁고 기분 좋은 이야기들이지만 특히 '사이먼의 마법 선생님"은 읽는 동안 행복해졌다.

가운데 아이인 사이먼이 형과 동생 사이에서 괴로워지자 이상한 짓을 일삼는 비버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아무 말없이 건포도 케이크를 함께 만들면서 사이먼의 화가 누르러지길 기다려주고

마침내 자신은 마법사가 아닌 '가운데 아이'라고 말해주면서 케이크 만드는 비법을 전해준다.

"가운데 아이들은 다른 형제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져야 해."

 

내가 가운데 아이라서 그럴 테지만 가운데 끼인 심정은 당해 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 없다.

왠지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듯한 그 느낌은 나를 심술쟁이로 만들기도 하고 울보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닥 사랑이 모자란 것도 아니었는데 부모님의 사랑을 차지하려는 경쟁 상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으리라.

비버 의사 선생님의 말씀 하나로 가운데 아이였던 내가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다면

지금 어린 친구들도 그렇지 않을까?

 

* 3학년 이상 '가운데 끼인 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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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

-문태준

 

걀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 의자가 앉아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좇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

빈 의자는 언제나 마음을 건드린다

누군가가 앉기를 바라면서

기다림으로 점철된 그는

언제나 외로움 덩어리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에 드는 건...

오늘은 그가 기다리던 누군가가

의자에 앉아 따뜻한 체온으로

외로움을 녹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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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가 하얀 이유 초승달문고 4
구마다 이사무 글 그림, 양미화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굳이 따지자면 난 '저녁형 인간'이다.

11시부터 혼자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책을 읽고 수업 준비도 하고 이것저것  끄적거리고

팔다리를 휘적거리면서 체조라는 것도 몇 개 해주고 나면 2시를 넘기는 일도 흔하다.

요샌 공무원들에게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아침형 인간'이 다시 각광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리듬에 맞게 사는 게 가장 좋은 일이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아침형 인간'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조금 사정이 달라져야 하는데,

밤 10시부터 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나온다니 그 시각을 굳이 어겨가며 밤늦도록 깨어 있는 것도 안 좋고

또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상 '시간'에 얽매이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 최대한 몸의 리듬을

'아침형 인간'에 맞춰놓는 일이 필요하단 얘기다.

나처럼 철저하게 저녁형 고양이인 톰은 저녁에 무지하게 많은 일을 하느라고

아침에 친구들과 한 약속에서 늦었고 미안한 마음에 혼자 나무열매를 찾으러 갔다가

사다리가 없어지는 바람에 조심조심 나무에서 내려온다는 게 그만 쭈르륵 미끄러져

결국 배에 있는 털이 몽땅 쓸려버리고 만다.

그 뒤로 배가 하얗게 되어버렸는데 나무에서 떨어지면서도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중얼거린 걸 보면 약속을 잘 지켰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작은 약속 하나를 무시하다보면 그 다음 약속 어기기도 쉬워진다.

아이들에게 약속이 중요하단 걸 어릴 때부터 알려줘야 하는데 이 책은 킬킬 웃으면서 읽어도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해준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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