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의자
-문태준
걀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 의자가 앉아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좇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
빈 의자는 언제나 마음을 건드린다
누군가가 앉기를 바라면서
기다림으로 점철된 그는
언제나 외로움 덩어리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에 드는 건...
오늘은 그가 기다리던 누군가가
의자에 앉아 따뜻한 체온으로
외로움을 녹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