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결말 부분을 봉인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식스센스 이상의 반전을 보여주는 게 가능할까?

물론 현재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과 과거로 돌아가 현재까지 오면서 주인공이 겪은 일이 교차되며

흥미진진하게 끌어오고 있지만 괜히 결말을 봉해서 그걸 뜯느라 짜증나게 만들었다.

(책이 지저분해지는 건 정말 싫은데 깔끔하게 뜯어지질 않고 종이 위에 검은 색 줄이 찌익~)

오히려 그걸 뜯으면서 범인이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물증들이 굴러나오고 있는 터에

이제 바뀔 거라고는 한 가지밖에 없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건 정말 제대로 맞힌 꼴이 되었다.

이럴 바엔 처음부터 결말을 봉인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누가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뒷부분을 읽어본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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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조정권

 

그대 보고 싶은 마음 죽이려고

산골로 찾아갔더니, 때아닌

단풍 같은 눈만 한없이 내려

마음 속 캄캄한 자물쇠로

점점 더 벼랑끝만 느꼈습니다

벼랑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가다가 꽃을 만나면

마음은

꽃망울 속으로 가라앉아

재와 함께 섞이고

벼랑끝만 바라보고 걸었습니다.

 

*******

마음을 죽인다는게 그리 쉬운 일이라면

세상에 고민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테지.

특히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을 죽이는 일은

제일 힘든 일.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하는 이 날씨에 걸맞게도

그리움은 우울을 가장해 찾아들고

나는 제일 보고 싶은 사람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려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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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이하 생략..)

******

너무 길다.

게다가 이 시는 내가 좋아하는 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올려본 까닭은

'지란지교를 꿈꾸며' 이 제목을 보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시절 왜 이 시가 그렇게 유행이었는지 모르겠다

너도 나도 이걸 손수 정성껏 쓰고 코팅을 해서는

서로 바꿔 갖거나 선물로 주는 게 유행이었다.

글씨체도 하나 같이 끝을 심하게 꺾어 세모꼴이 되어버린

그런 글씨체로 썼었지..

그때 친구들..기억난다.

 

그런데 참 희한하기도 하지.

이름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얼굴들만 둥둥 떠다닌다.

아, 오늘은 졸업 앨범이라도 들춰봐야겠네..

얘들아, 어디서들 잘 살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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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단단하다

-황지우




사시사철 나무는 물질이다

나무는 단단하고 무표정하다

거무튀튀한 껍질은 무언가 맘에 안 든다는

무언가 거부하고 있는 듯한 기분 나쁜 표정이다

인상 팍 쓰고, 나무는 사시사철 .......화해가 필요하다

나무는 억세고, 거칠다

기분 나쁘다 나무는, 원색적이다

나무는 굶주려 있다

부르터지도록 나무는 공기, 먼지, 소음, 냄새,

흙을 빨아먹는다

타는 갈망이 나무를 푸르게, 푸르게 한다

푸르른 나무는 나무의 色이다

잠시, 나무는 精神이 든다




****

사시사철 생명은 있다

때론 물렁물렁하고 거칠거칠하고 무표정이 지배한다

무언가 맘에 안 든다는, 무언가 거부하고 있는 듯한

무언가 필요로 하지만 충족되지 않아 떨떠름한 표정이다

인상 팍 쓰고, 사시사철......., 화해가 필요하다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부분에선 억세고, 거칠다

기분 나쁘다, 늘 굶주려 있다

내 멋대로 하면서 살고 싶다는

타는 갈망으로 변화를 시작한다

색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잠시, 멍한 상태였다가 고개 흔들고

정신 차리면 거기,

거울 속에 내가 있다

나무와 나는 닮은 점이 있다.




아침에 세수를 하고 들어와 거울을 들여다 보니

정말 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내 얼굴에 언제 이런 것들이 씌워졌을까

순수하고 맑은 미소만이

얼굴을 다 소유하고 있을 때가 있었건만

일부러 입꼬리를 들어 웃어본다

억지로 웃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깔깔대며 잘 웃는 아이들은 얼마나 부러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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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동이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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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숲에서 노란 양동이를 발견하지만 곧바로 갖는 게 아니라

친구들에게 모두 물어보고 일 주일을 기다린 뒤 주인이 찾아가지 않을 때

자신이 갖기로 결정을 한다.

양동이가 잘 있나 살펴보러 가고, 양동이에 물을 담아 나무에 뿌려주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양동이를 보러 가고, 깨끗하게 닦아주고 날아갈까 걱정하고

그러는 여우의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 지 옆에 있으면 볼을 톡톡 두드려주고 싶었다.

그리고나서 드디어 월요일이 되어 양동이가 사라진 걸 알았을 때도 의연하게

일주일동안 자신의 양동이였다고, 오랫동안 함께 지낸 것 같으니 이젠 괜찮다고 말하는데

내가 키운 자식을 보듯 괜히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림과 짧은 글들이 너무 잘 어우러져 여우의 마음이 바로 건너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제 읽어도 참 좋은 책이다.

굳이 '남의 물건은 함부로 갖는 게 아니야' 따위의 교훈을 일러주려고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여우의 행동을 보고 나도 어떻게 하겠노라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할 것이다.

그리고 물건을 소중하게 대하는 그 예쁜 마음도 덤으로 얻고.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부터 초등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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