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7
헨릭 입센 지음, 안동민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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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신을 찾아 집을 나온 여자 '노라'

온갖 퀴즈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고 나왔던 <인형의 집>을 드디어 읽었다.

엄청나게 어렵고, 심오한 무언가가 숨어 있을 것 같은 희곡이라

감히 들여다 볼 엄두도 내지 못했건만.

나참.

한 마디로

"그래. 그당시 문제작이던 작품을 읽었다는 걸로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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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반올림 3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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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가 종아리까지 내려오고 자켓은 손등까지 닿도록 길었지만

삼년동안 입으려면 그래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을 철썩같이 믿고

무거운 가방에 가뜩이나 작은 키가 더욱 줄어드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세상에 신나 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초록색 교복을 입은 여자애들만 바글거리는 여중생활은 새로웠다.

짓궂은 남자애들이 없어서 행복했으며

과목마다 선생님이 바뀌는 통에 어지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재미난 단체생활인 것만 같아 기뻐했던 날들.

 

수지 모건스턴 작품이라 고른 책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다 비슷한가 보다.

마르고가 펼치는 중학교 생활은 나와는 또 다르게 전장에 나가는 군인에 가깝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고 모든 걸 잘 해내려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낯선 세계에 들어간 아이들의 심리묘사가 너무 탁월해서 나까지 긴장한 채 읽었다.

1학년 6반을 위기에서 구해낸 마르고,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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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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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나 영화, 혹은 텔레비전 광고에서 보여준 사막은 아름다웠다.

바람이 불면 그 손길이 간지러운 듯 몸을 뒤채 비틀린 허리 곡선을 보여주던 사막.

교태를 부린 그 모래들이 숨 막힐 거라는 상상은 해 본 적이 없다.

스치듯 보는 한 순간 풍경 감상이니 그렇기도 하지만

어린 왕자의 말처럼 사막은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감추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걸

나는 열심히도 믿고 있었다.

뭔가에 대해 잘 모를 땐 남들이 하는 말에 신뢰를 보내기 마련이니까.

그런 상상 속 아름다운 사막이미지가 깨졌다.

완전한 사막을 배경으로 하지는 않지만 모래를 공통분모로 가지는 이 공간

<모래의 여자> 덕분이다.

길앞잡이에 이끌려 도착한 사구. 그 앞에 동굴처럼 자리 잡은 집들.

다름으로 인해 독특한 풍경들로 눈길을 잡았던 그곳이 모래지옥일 줄은 남자는 몰랐다.

평범한 교사인 그는 공동의 이익에 눈 먼 마을 사람들 계략에 빠져

모래에 집이 파묻히지 않도록 열심히 퍼 올려야 하는 단순노동에 붙잡힌다.

생각 따위는 끼어들 새 없이 기계적으로 모래를 퍼서 담고 올리고 또다시 퍼서 담고 올리고

밤새 일하지만 다음날 또 그 만큼의 모래가 집을 덮치는 그 암담함.

게다가 우산을 펴고 밥을 먹어야 하고, 잘 때조차 얼굴에 수건을 덮어 보호해야 하는

악조건의 주거 공간. 모래 안에 자리 잡은 습기로 조금씩 죽어가는 집.

그런데도 도망갈 생각을 안 하고 그 삶에 만족하고 사는 여자와 동거.

그야말로 숨 막힌다.

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모습이 조금 더 험하다뿐이지 사는 건 다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출근하고 사람들과 간단히 어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세수하고 밥 먹고 자고.

이러는 동안 어떤 목표, 이를테면 그녀처럼 라디오를 갖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면

그걸 위해 힘든 일을 참아내는 식이다.‘목표’가 힘들다는 생각을 잠재우는 것.

감금으로 인해 자유를 빼앗긴 사람이라도 금방 어떤 유희를 찾아내 몰두하는 것으로

처지를 잊으려고 하고 실제로 잊은 듯 보이기도 한다.

화자인 나도 처음에는 탈출을 위해, 나중에는 그가 고안해낸 장치를 관찰하고

성공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느라 힘들다는 것을 잊고 산다.

망각이란 얼마나 고마운지.

자다가 수건이 흘러내려 금방이라도 모래가 눈으로, 코로, 입으로 들어와

기도가 막힐 것 같은 건조함과 푸석거림. 입안에 모래가 가득 고여 몇 번이고

물로 헹궈내도 까끌까끌한 게 남아 있을 것만 같은 묘사.

한 걸음이라도 옮기면 그대로 뜨거운 모래에 델 것만 같은 그 기막힌 묘사와

주인공의 감정이 내게 이입되어 읽는 동안 힘들었다. 정말 수작(秀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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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버스 2014-02-1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베 코보의 소설 <모래의 여자>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 공연되어 정보 공유합니다. 소설을 읽으신 분들께는 더욱 흥미로운 연극이 될 것 같아 댓글 남겨요.

공연정보는 한국공연예술센터 홈페이지 (www.hanpac.or.kr)에서 "모래의 여자"를 검색하시면 확인가능합니다.



연극 <모래의 여자>
2014.02.18-2014.02.23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2만원
예매 바로가기 http://www.hanpac.or.kr/hanpac/program.do?tran=play_info_view&playNo=140129154121243



 
The Reader (Paperback, Media Tie In) - Vintage International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Janeway, Carol Brown 옮김 / Vintage Books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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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확실히 깨달은 거 하나는

절대로 영화를 먼저 보지 말 것!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에 캐이트 윈슬렛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서 방해를 했다.

이 좋은 작품을 맛있게 상상하는 기쁨을 영화가 가져가버렸다.

책을 먼저 봤더라면 충분히 별 다섯 개짜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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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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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똥찬 생각이었다.
<1984>를 떠올리게 만든 책 제목 <1Q84>.
그것만으로도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냈으니 하루키는 천재다.   

<1984>의 ' 빅 브라더'와 <1Q84>의 '리틀 피플'
두 가지를 교묘하게 대립시켜 놓은 하루키의 장난도 반짝거린다.
1200쪽이 넘는 분량. 두 권을 지루하다 생각할 겨를 없이 읽을 수 있게 만들었으니
하루키는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혹독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그저 심심풀이용이다.
초장부터 미모의 여자 킬러가 나오니 범인이 누군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어째서 이 여자는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하게 만들어 약간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고
적당하게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아무나 읽어도 시간 때우기에 딱 알맞은 책이다.
그렇다고 해도 하루키의 장점은 여기서도 여전히 빛난다.
여자의 취향을 잘 알고 있고, 상품 브랜드에 집착하며, 음악에 빠져드는 것까지
완전 여자 취향인데 그게 또 어찌나 여성스러운지 진짜 여자가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잘 묘사한다.
김훈의 <공무도하>에서는 지극히 남성적인 문체라 그런지 여자를 신문지처럼 펴놓은 듯 말하는 게
거슬렸는데 하루키는 실크 머플러를 만지듯 아주 매끄럽게 흘러가는 건 장점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절 따라오시면 신나는 구경을 하게 해드리지요. '하여
악셀을 끝까지 밟아 정신없이 달렸더니 어느 순간  '미개통 구간입니다'라는 팻말이 눈앞을 가로막은 듯  이 없는 황당한 결말이 김빠지게 한다.
방대하게 펼쳐놓긴 했으나 마무리를 지을 여력이 딸려 대충 급하게 매듭을 지은 거라고 하면
하루키를 너무 무시하는 거겠지만 덴고와 후카에리, 아오마메에게 이제 막 새로운 역할을 주었는데
무슨 일을 할 건지 너무나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그건 상상에 맡기겠다는 투의 결말은 짜증이 난다. 물론 이야기의 결말은 언제나 독자가 상상하는 몫이 있기 마련이고 모든 게 완벽하게 들어맞거나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과 악의 비율이 균형을 잡고 유지되는 것이야.리틀 피플은 혹은 그곳에 있는 어떤 의지는 분명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하지만 그들이 힘을쓰면 쓸수록 그 힘에 대항하는 힘도 저절로 강해져. 그렇게 해서 세계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나가지. 어떤 세계에서도 그 원리는 변하지 않아.

 다시 말해 그게 <1984>든 <1Q84>든 별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빅 브라더는 어느 시기에나 있었고 그에 대항하는 세력 역시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덴고가 앞으로 살아갈 '달이 두 개 뜬 세상'에도 마찬가지일 터.
그림자와 빛이 함께 어우러져 균형을 맞추고 있으니
아무려나 세상은 살아갈 만 한 곳이니 참고 잘 살아보라고 부추긴다.
게다가 '사랑'이 우리를 지탱해준다고 하지 않는가?

중요한 건 신께서 너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눈에서 도망칠 수 없다.
빅 브라더는 너를 보고 있다.

 
갑자기 프로도와 샘이 모르도르로 향해 가는 길이 생각난다.
<반지의 제왕>에서 ' 빅 브라더'였던 '사우론'이 깜짝 출연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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