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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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똥찬 생각이었다.
<1984>를 떠올리게 만든 책 제목 <1Q84>.
그것만으로도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냈으니 하루키는 천재다.   

<1984>의 ' 빅 브라더'와 <1Q84>의 '리틀 피플'
두 가지를 교묘하게 대립시켜 놓은 하루키의 장난도 반짝거린다.
1200쪽이 넘는 분량. 두 권을 지루하다 생각할 겨를 없이 읽을 수 있게 만들었으니
하루키는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혹독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그저 심심풀이용이다.
초장부터 미모의 여자 킬러가 나오니 범인이 누군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어째서 이 여자는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하게 만들어 약간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고
적당하게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아무나 읽어도 시간 때우기에 딱 알맞은 책이다.
그렇다고 해도 하루키의 장점은 여기서도 여전히 빛난다.
여자의 취향을 잘 알고 있고, 상품 브랜드에 집착하며, 음악에 빠져드는 것까지
완전 여자 취향인데 그게 또 어찌나 여성스러운지 진짜 여자가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잘 묘사한다.
김훈의 <공무도하>에서는 지극히 남성적인 문체라 그런지 여자를 신문지처럼 펴놓은 듯 말하는 게
거슬렸는데 하루키는 실크 머플러를 만지듯 아주 매끄럽게 흘러가는 건 장점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절 따라오시면 신나는 구경을 하게 해드리지요. '하여
악셀을 끝까지 밟아 정신없이 달렸더니 어느 순간  '미개통 구간입니다'라는 팻말이 눈앞을 가로막은 듯  이 없는 황당한 결말이 김빠지게 한다.
방대하게 펼쳐놓긴 했으나 마무리를 지을 여력이 딸려 대충 급하게 매듭을 지은 거라고 하면
하루키를 너무 무시하는 거겠지만 덴고와 후카에리, 아오마메에게 이제 막 새로운 역할을 주었는데
무슨 일을 할 건지 너무나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그건 상상에 맡기겠다는 투의 결말은 짜증이 난다. 물론 이야기의 결말은 언제나 독자가 상상하는 몫이 있기 마련이고 모든 게 완벽하게 들어맞거나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과 악의 비율이 균형을 잡고 유지되는 것이야.리틀 피플은 혹은 그곳에 있는 어떤 의지는 분명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하지만 그들이 힘을쓰면 쓸수록 그 힘에 대항하는 힘도 저절로 강해져. 그렇게 해서 세계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나가지. 어떤 세계에서도 그 원리는 변하지 않아.

 다시 말해 그게 <1984>든 <1Q84>든 별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빅 브라더는 어느 시기에나 있었고 그에 대항하는 세력 역시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덴고가 앞으로 살아갈 '달이 두 개 뜬 세상'에도 마찬가지일 터.
그림자와 빛이 함께 어우러져 균형을 맞추고 있으니
아무려나 세상은 살아갈 만 한 곳이니 참고 잘 살아보라고 부추긴다.
게다가 '사랑'이 우리를 지탱해준다고 하지 않는가?

중요한 건 신께서 너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눈에서 도망칠 수 없다.
빅 브라더는 너를 보고 있다.

 
갑자기 프로도와 샘이 모르도르로 향해 가는 길이 생각난다.
<반지의 제왕>에서 ' 빅 브라더'였던 '사우론'이 깜짝 출연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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