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야기 보물창고 17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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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을 보는 순간

"어? 이거 네가 하는 소린데? 그치?"

아들과 내 눈이 마주쳤다.

"몰라요."

대답은 아주 명쾌하게 나온다. 몰라요..라니.네가 하는 소리 맞거든!

"컴퓨터 그만 해라."

"싫어요."

"이건 네가 한 거지?"
"몰라요."

"코드를 왜 안 뽑았어?"
"그냥요."

이래도 아니라고 잡아뗄래?

한바탕 확인 작업을 하고 나서야 책을 들춰보았다.

 

<기절하는 양>

'유전자 조작으로 충격을 받으면 기절하는 양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한 줄만 보고도 기절할 듯 웃어댔다. 세상에 정말 기발한 생각이구나.

엄마 잔소리 때문에 기절하고 싶은 승현이처럼 나도 도망가고 싶은 순간 기절하면 좋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승현이가 양으로 변해버린 결말을 보고 어리둥절해졌다.

교훈을 주려는 의도겠지만 너무 억지스러운 결말로 보였다. 뭐, 그래도 동화니까.

 

< 싫어요 몰라요그냥요>

 몰라요, 싫어요, 그냥요. 요요요..삼요병. 이름 짓는 데는 탁월한 재주가 있으시다니까.

동물나라에서 전국적으로 번진 3요병에 대한 치료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평생무료진료권을 준다는데 도전해 봐?

 

<열려라, 맘대로 층>

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를 만나면 짜증이 있는 대로 난다.

심심해서 엘리베이터를 놀이터로 생각한 하늘이는 사탕불이 꺼지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탔을까?

 

<누리는 꾸꾸 엄마>

돼지 저금통에 꾸꾸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착한 여자 아이, 엄마 생일에 선물을 하려는 기특한 누리 .

약삭빠른 오빠와 순진한 여동생 모습이 잘 그려져있는데 조금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보는 동화라고 해야 할까?

 

사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주머니 속의 고래> 에서 만났던 작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처음에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모습이라는 게 있을 뿐

작가가 새로운 것이나 다른 것에 눈을 돌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이 딱히 정해지지 않은 네 가지 이야기를 읽은 후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기를 바라지만

이것도 역시 어른들의 욕심이 아닐까? 아이들은 그다지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도 삼요병에 걸린 동물나라 친구들처럼 몰라요, 그냥요, 싫어요를 되풀이할 뿐이다.

어떤 책이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저학년 책들은 부모님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함께 읽어보고 부모님이 먼저 느낌을 말해주면 아이들은 그때서야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한다.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미 어릴 때부터 주입식으로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생각하기는 너무 어려운 숙제다.

삼요병에 걸린 아이들을 치료하는 방법은 어른들이 이미 알고 있다.

귀찮지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답을 원하기 전에 내 생각을 말해주고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다.

부모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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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고양이 100 - 예술과 문학, 역사와 정치, 자연과 과학에 기여한 고양이들
샘 스톨 지음, 공민희 옮김 / 보누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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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때 우리 집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신기한 일들을 모아 놓은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삽화가 많이 곁들여진 그 책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잔뜩 들어 있어서 황당해 하면서도

재미있어서 여러 번 들춰 본 기억이 난다.

모자에 불 붙은 초를 잔뜩 꽂고 다니는 사람에서부터 핀을 몇백 개 삼켜도 죽지 않는 사람,

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 공중묘기를 선보이는 원숭이 이야기 등이 있었는데

유치하고 과장된 그림은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적당히 그린 듯한 삽화에 짤막한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도 어릴 때 보았던 진기명기 류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했다.

작고 가벼운 판형은 들고 다니며 책을 읽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마음에 드는 일이지만

각 사례에 대해 깊은 고찰이나 설명이 부족해서 신문 휴지통 코너에서 보게 되는

잡다하고 신기한 일들을 읽는 기분에 머물고 말았다.

이렇게 많은 사례를 찾아 낸 것은 감탄할만 한 일이지만 100이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자료 수집을 좀더 깊이 있게 하고 삽화 보다는 사진 자료를 실었더라면 책이 가진 가벼움을

어느 정도 커버해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레이몬드 챈들러가 첫 번째로 완성한 원고를 들려주었던 고양이 '타키'

세계 최초로 복제된 고양이인 '시시'

앞발로 촛불을 꺼뜨려 놀아주기를 원했던 찰스 디킨스의 고양이 '주인의 고양이'

그 유명한 <검은 고양이>를 탄생시켰던 에드거 앨런 포의 고양이 '카타리나'

프랑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장 콕토의 고양이 '카룬'

최초로 우주에 간 고양이 '펠릭스' 등을 보면서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던 내가

고양이 한 마리 쯤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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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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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에게 떠밀려 저절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고흐전에서
나는 보고 싶은 그림을 마음대로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이 있는 대로 다 벗어 맡긴 옷가지에 치여 발걸음도 옮기기 어려웠고

행여나 열댓 명 되는 우리 아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질까봐,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눈에 불을 켜야 했던 고흐전.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나서야 6학년 아이들에게 1학년을 잠시 맡겨둔 채

부뚜막에 거의 서다시피 앉아  밥을 드시던 우리네 엄마들처럼 쫓기듯 구경했고

아쉬운 마음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고흐 그림을 클릭해 본 기억이 새롭다.

 

그림을 보는 일은 좋아하는데 그림에 대해서 아는 건 별로 없다.

고흐니 고갱이니 모네, 마네, 드가, 피카소 같은 작가들의 이름을 아는 것도 미술 시험에

나왔기 때문에 외운 것이지  그림에 관심이 있어서 화집을 찾아본 것도,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주위에 조각하는 사람이 있어 가끔 전시회에 초대되어 가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경우에나 제목을 봐야 이해되었으며 작가의 해설을 들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렸을 뿐

그림이나 조각 작품 자체로 대단한 감흥을 가져 본 것은 없었던 듯 싶다.

물론 사실주의 작품을 제외한 상태의 현대 작품에 관한 일반적인 느낌이란 말이다.

똑같이 베끼는 그림보다는 신화나 전설을 읽은 후 작가가 창조해낸 쪽이 훨씬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사실대로 보여지는 그림이 편한데 이 책도 후반부로 갈수록 그림이 난해해졌다.

 마르크 샤갈의 <파란색의 연인들>, <여자 곡마사>는 그 부드러운 색감에 반해버렸고

메리 카사트의 <엄마와 아이> 시리즈에서는 인상파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아아..그리고 클림트! 황금빛 화려함 속에 감춰진 우울함이 매력인 <키스>를 감상하는 기쁨도 컸는데

뭉크나, 에곤 실레, 피카소의 기괴한 그림에는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친절한 현신씨! 글이 매끄러워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림을 소개해주고,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그림을 그렸던 당시 시대상을

이야기해주고, 작업일지 형태로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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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룬의 세계사 여행
헨드릭 빌럼 반 룬 지음, 김대웅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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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반 룬이 손자를 위해 만들어준 그림책.

역사책은 매년 두꺼워지니까 75년 전에 만들어진 이 책에도 덧붙일 일들이 많겠지만

좋은 고전이 그렇듯 이 책도 반룬이 직접 그린 26장의 그림과 곁들인 설명만으로도 훌륭하다.

 

A 아테네, B 보로부두르, C 카르카손, D 델프트, E 에디스톤, F 피렌체, G 지브롤터, H 하를럼 ,

I 일리온 , J 예루살렘,K 카르나크, L 런던, M 모스크바, N 나폴리, O 오아후, P 파리, Q 채석장,

R 로마, S 스톡홀름, T 티베트, U 우페르나비크, V 베네치아, W 워싱턴, X 제너두, Y 에도,

Z 체르마트

 

소개해주고 싶은 도시를 알파벳 순서에 따라 26개를 정했다는 게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왔는데

다 읽고난 후에 나는 세계사는 잘 모르니 한글자음에 따라 도시를 선정하고 거기에 얽힌 우리나라

역사를 소개하는 것도 뜻깊은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들어보는 도시 이름이 의외로 많아 내가 모르는 역사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이 책을 읽은 손자는 할아버지가 알려주신  저 도시들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테고,  

분명히 직접 자료들을 찾으면서 행복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극한 손자 사랑이 느껴지는 책이다.

 

 책 전체를 모두 반 룬이 지은 것인줄 알았다가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 첫 장면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이가 자료를 덧붙인 거라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읽다보니 사진 자료를 곁들여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줘서 오히려 직접 여행 가서 보고 싶은 곳이 늘었다.

 특히 얼마 전 '차마고도'를 보고난 참이어서 그랬는지 '티베트' 편에서 '라싸'를 보다가

오체투지의 절을 하며 순례를 하던 그 모습이 떠올라 한참을 하얀 포탈라궁에서 떠날 수 없었다.

꼭 한 번 가봐야겠다.

 

 우리 아이가 자라 결혼을 하고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사랑하는 손주들에게도

이런 책을 선물할 수 있다면 나는 가장 먼저 '인천'을 소개해주리라. 그때는

'미추홀'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던 곳, 세계에서 첫 번째로 아름다운 항구를 가진 곳,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에서 제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인천은 낙후된 곳과 발전된 곳이 균형이 맞지 않아 어딘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우리 아이가 태어난 이곳이 나중에는 꼭 그렇게 변하길 바란다.

 

 한 번 보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하거나 기억할 순 없겠지만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라는 것이 좋았다.  

외우는 역사가 아니라 이렇게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는 역사 공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지도서로도 써도 아주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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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혼 - 시간을 말하다
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 진우기 옮김 / 예원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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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없어. 빨리 빨리 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급하면, 얼마나 이 말을 자주 사용하면,

중극인들이 다른 말은 몰라도 빨리빨리 라는 우리말은 알아듣는다는 말이 나올까?

뭐가 그리 급한 걸까? 하면서 나도 '시간 없어. 빨리 해.' 라는 말을 달고 산다.

무슨 시간? 하루에 24시간이나 있는데.

시계가 없어진다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아이들 의견이 반으로 갈렸다.

- 시간을 잘 모르니까 학원 안 가도 되니까 좋아요.

- 시간을 몰라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하니까 걱정돼요.

나는 불행하게도 후자 쪽인 사람이다. 시간이야 가건 말건 그냥 배고프면 밥 먹고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고, 책 보고 싶으면 책 읽는 그런 삶을 살면 오죽 좋으랴.

자본주의 사회에 살다 보니 일을 해야 돈을 받고, 그러려면 사용자가 정해놓은 시간에 맞춰

나도 움직이게 되면서 시간에 제약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원시사회에 살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으니 행복할까?

하루하루 먹을 걸 구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을 테고 해지기 전까지라는 나름대로의 제약이

있었을 테니 시간적인 면으로는 행복지수가 그닥 크지도 않았을 것 같다.

 

1200년대에 처음 시계를 가지게 된 이후, 점점 더 작은 시간 단위를 측정할 수 있게 되어

1,000조 분의 1초에 해당하는 펨토초가 측정되었다 한들, 시간을 아무리 잘게 쪼개본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가시적인, 딱 시계 바늘 움직이는 것만큼의 시간을 가질 뿐이다.

우리가 박자에 맞춰 까딱까딱 고개를 흔드는 메트로놈이 아니라  인간인 까닭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고,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진 사람의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이미 그 시간을 가졌어도 내가 또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은 너그럽기 그지없다.

 

시간의 관리와 사용은 먼 미래의 어떤 거대공학 프로젝트들보다 더 빛나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다.

시간은 최후의 자원이고 우주는 시간의 종말을 조롱하며 그가 가진 모든 패를

우리인간이 결국은 소유하게 될 죽음을 속이는 능력에 쏟아넣었다.

단지 우리의 후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주 자체를 위해서 말이다.

 

세상은 톱니바퀴도 있어야 하지만, 바위 틈을 헤집고 올라오는 풀도 있어야 하고,

나른한 고양이의 잠도 필요하고,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마음이 풀어지는 사람도 필요하다.

결국, 시간은 사용하는 사람의 몫이 된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이 말에 동의하지 못했지만

 

'시간의 화살은 동시에 모든 곳을 향하고 삼라만상은 시간과 함께 빛난다.'

에는 박수를 쳐주었다.

크리스토퍼 듀드니가 다양한 방면으로 끈질기게 시간에 대한 탐구를 해낸 것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지만 무작정 그의 시간으로 끌려 갈 게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시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이 시각, 내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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