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 룬의 세계사 여행
헨드릭 빌럼 반 룬 지음, 김대웅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1월
평점 :
1935년 반 룬이 손자를 위해 만들어준 그림책.
역사책은 매년 두꺼워지니까 75년 전에 만들어진 이 책에도 덧붙일 일들이 많겠지만
좋은 고전이 그렇듯 이 책도 반룬이 직접 그린 26장의 그림과 곁들인 설명만으로도 훌륭하다.
A 아테네, B 보로부두르, C 카르카손, D 델프트, E 에디스톤, F 피렌체, G 지브롤터, H 하를럼 ,
I 일리온 , J 예루살렘,K 카르나크, L 런던, M 모스크바, N 나폴리, O 오아후, P 파리, Q 채석장,
R 로마, S 스톡홀름, T 티베트, U 우페르나비크, V 베네치아, W 워싱턴, X 제너두, Y 에도,
Z 체르마트
소개해주고 싶은 도시를 알파벳 순서에 따라 26개를 정했다는 게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왔는데
다 읽고난 후에 나는 세계사는 잘 모르니 한글자음에 따라 도시를 선정하고 거기에 얽힌 우리나라
역사를 소개하는 것도 뜻깊은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들어보는 도시 이름이 의외로 많아 내가 모르는 역사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이 책을 읽은 손자는 할아버지가 알려주신 저 도시들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테고,
분명히 직접 자료들을 찾으면서 행복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극한 손자 사랑이 느껴지는 책이다.
책 전체를 모두 반 룬이 지은 것인줄 알았다가 그림을 곁들여 설명한 첫 장면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이가 자료를 덧붙인 거라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읽다보니 사진 자료를 곁들여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줘서 오히려 직접 여행 가서 보고 싶은 곳이 늘었다.
특히 얼마 전 '차마고도'를 보고난 참이어서 그랬는지 '티베트' 편에서 '라싸'를 보다가
오체투지의 절을 하며 순례를 하던 그 모습이 떠올라 한참을 하얀 포탈라궁에서 떠날 수 없었다.
꼭 한 번 가봐야겠다.
우리 아이가 자라 결혼을 하고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사랑하는 손주들에게도
이런 책을 선물할 수 있다면 나는 가장 먼저 '인천'을 소개해주리라. 그때는
'미추홀'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던 곳, 세계에서 첫 번째로 아름다운 항구를 가진 곳,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에서 제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인천은 낙후된 곳과 발전된 곳이 균형이 맞지 않아 어딘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우리 아이가 태어난 이곳이 나중에는 꼭 그렇게 변하길 바란다.
한 번 보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하거나 기억할 순 없겠지만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라는 것이 좋았다.
외우는 역사가 아니라 이렇게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는 역사 공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지도서로도 써도 아주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