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혼 - 시간을 말하다
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 진우기 옮김 / 예원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 없어. 빨리 빨리 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급하면, 얼마나 이 말을 자주 사용하면,

중극인들이 다른 말은 몰라도 빨리빨리 라는 우리말은 알아듣는다는 말이 나올까?

뭐가 그리 급한 걸까? 하면서 나도 '시간 없어. 빨리 해.' 라는 말을 달고 산다.

무슨 시간? 하루에 24시간이나 있는데.

시계가 없어진다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아이들 의견이 반으로 갈렸다.

- 시간을 잘 모르니까 학원 안 가도 되니까 좋아요.

- 시간을 몰라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하니까 걱정돼요.

나는 불행하게도 후자 쪽인 사람이다. 시간이야 가건 말건 그냥 배고프면 밥 먹고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고, 책 보고 싶으면 책 읽는 그런 삶을 살면 오죽 좋으랴.

자본주의 사회에 살다 보니 일을 해야 돈을 받고, 그러려면 사용자가 정해놓은 시간에 맞춰

나도 움직이게 되면서 시간에 제약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원시사회에 살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으니 행복할까?

하루하루 먹을 걸 구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을 테고 해지기 전까지라는 나름대로의 제약이

있었을 테니 시간적인 면으로는 행복지수가 그닥 크지도 않았을 것 같다.

 

1200년대에 처음 시계를 가지게 된 이후, 점점 더 작은 시간 단위를 측정할 수 있게 되어

1,000조 분의 1초에 해당하는 펨토초가 측정되었다 한들, 시간을 아무리 잘게 쪼개본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가시적인, 딱 시계 바늘 움직이는 것만큼의 시간을 가질 뿐이다.

우리가 박자에 맞춰 까딱까딱 고개를 흔드는 메트로놈이 아니라  인간인 까닭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고,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진 사람의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이미 그 시간을 가졌어도 내가 또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은 너그럽기 그지없다.

 

시간의 관리와 사용은 먼 미래의 어떤 거대공학 프로젝트들보다 더 빛나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다.

시간은 최후의 자원이고 우주는 시간의 종말을 조롱하며 그가 가진 모든 패를

우리인간이 결국은 소유하게 될 죽음을 속이는 능력에 쏟아넣었다.

단지 우리의 후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주 자체를 위해서 말이다.

 

세상은 톱니바퀴도 있어야 하지만, 바위 틈을 헤집고 올라오는 풀도 있어야 하고,

나른한 고양이의 잠도 필요하고,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마음이 풀어지는 사람도 필요하다.

결국, 시간은 사용하는 사람의 몫이 된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이 말에 동의하지 못했지만

 

'시간의 화살은 동시에 모든 곳을 향하고 삼라만상은 시간과 함께 빛난다.'

에는 박수를 쳐주었다.

크리스토퍼 듀드니가 다양한 방면으로 끈질기게 시간에 대한 탐구를 해낸 것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지만 무작정 그의 시간으로 끌려 갈 게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시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이 시각, 내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