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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부르는 그림 ㅣ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들에게 떠밀려 저절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고흐전에서
나는 보고 싶은 그림을 마음대로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이 있는 대로 다 벗어 맡긴 옷가지에 치여 발걸음도 옮기기 어려웠고
행여나 열댓 명 되는 우리 아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질까봐,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눈에 불을 켜야 했던 고흐전.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나서야 6학년 아이들에게 1학년을 잠시 맡겨둔 채
부뚜막에 거의 서다시피 앉아 밥을 드시던 우리네 엄마들처럼 쫓기듯 구경했고
아쉬운 마음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고흐 그림을 클릭해 본 기억이 새롭다.
그림을 보는 일은 좋아하는데 그림에 대해서 아는 건 별로 없다.
고흐니 고갱이니 모네, 마네, 드가, 피카소 같은 작가들의 이름을 아는 것도 미술 시험에
나왔기 때문에 외운 것이지 그림에 관심이 있어서 화집을 찾아본 것도,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주위에 조각하는 사람이 있어 가끔 전시회에 초대되어 가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경우에나 제목을 봐야 이해되었으며 작가의 해설을 들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렸을 뿐
그림이나 조각 작품 자체로 대단한 감흥을 가져 본 것은 없었던 듯 싶다.
물론 사실주의 작품을 제외한 상태의 현대 작품에 관한 일반적인 느낌이란 말이다.
똑같이 베끼는 그림보다는 신화나 전설을 읽은 후 작가가 창조해낸 쪽이 훨씬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사실대로 보여지는 그림이 편한데 이 책도 후반부로 갈수록 그림이 난해해졌다.
마르크 샤갈의 <파란색의 연인들>, <여자 곡마사>는 그 부드러운 색감에 반해버렸고
메리 카사트의 <엄마와 아이> 시리즈에서는 인상파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아아..그리고 클림트! 황금빛 화려함 속에 감춰진 우울함이 매력인 <키스>를 감상하는 기쁨도 컸는데
뭉크나, 에곤 실레, 피카소의 기괴한 그림에는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친절한 현신씨! 글이 매끄러워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림을 소개해주고,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그림을 그렸던 당시 시대상을
이야기해주고, 작업일지 형태로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