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무지개 안경 미래의 고전 18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아는 순간 미래는 변해. 미래는 확정된 게 아니거든. 사람의 의지로 변화시킬 수도 창조할 수도 있지. 
무궁한 변화와 발전이야말로 인간의 최고 가치인데, 그게 확정되면 되겠냐.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안경 쓴 아이들이 부러웠던지 좋은 눈을 가졌음이 한스러워 어떻게 하면 눈이 나빠져 나도 저렇게 멋진 안경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곤 했다. 좋지 않은 소원은 금방 이루어지는 법!  고등학교 다닐 무렵에도 공부보다는 책 읽기에 심취해있던 나는 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늦은 시각 침침한 등을 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책 읽기를 즐겨 했다. 결국 소원대로 안경을 쓰는 신세가 되고 나서야 코와 귀를 버팀목으로 하여 얼굴에 올라앉은 그놈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물건인지를 깨달았던 것이다.

 

 대진국(발해의 정식국명은 진국이다)의 건국 영웅 대조영할아버지의 47대손으로 한별 초등학교 5학년. 키는 중간쯤이고, 좀 통통하고 얼굴도 동글동글해서 별명이 호빵맨인데 상황에 따라 웃기는 호빵맨이나 이상한 호빵맨, 놀라운 호빵맨이나 대단한 호빵맨으로 변하는 변화무쌍한 별명을 가진 우리의 주인공 '대단한' 역시 나와 같은 안경잽이다.

 

 어느 날 역사 연구가이자 수련 연구가인 삼촌을 따라 삼득거사를 만나러 갔다가 안경 다리 양쪽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다섯 가지 색깔 띠가 볼록볼록 도드라진 촌스런 무지개 안경을 얻게 된다. 꿈에 삼득거사가 나타나 '빨투, 노인, 초지, 파진, 보천'이라고 안경 사용법을 알려준다. 빨간색은 투시경, 노랑색은 인연경, 초록색은 지혜경, 파랑색은 진심경, 보라색은 천리경이라는 말이다.

 투시경으로 짝사랑하는 담임선생님의 위염을 발견하기도 하고, 인연경으로 만날 싸우기만 하고 어수선한 반 분위기를 자리 바꾸기로 해결하면서 아이들에게도 대단한 호빵맨으로 불리는 날이 많아진다. 조류독감의 여파로 문닫기 일보 직전인 치킨집을 김치소스를 이용한 독특한 치킨가게로 바꾸자는 멋진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시험을 볼 때 투시경을 사용하려고 했다가 된통 당하면서 나쁜 마음을 갖고는 절대로 안경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사람 마음을 읽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람 마음을 훔쳐보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그래 봤으면 하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싸움 같은 것도 안 일어날 테고, 말하지 않고 침묵만 지킨다고 해도 그 마음을 읽어내니 감동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뿐인가, 독심술로 유명해질 수도 있다. 아, 이런 나는 역시 때묻은 어른이다. 안경 쓰는 게 귀찮기는 하지만 이런 안경이 있다면 사양 않고 열심히 쓰고 다닐 수 있는데 마음이 탁해질대로 탁해진 어른들한테는 아예 보이지도 않을 게 뻔하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 소재를 작가는 정말이지 명쾌하고 깔끔하게 잘도 그려냈다. 표지나 제목에서 풍기는 촌스러움과 식상함은 가 날아가버렸다. 첫인상이 실패한 유쾌한 경우이다. 안경이 가진 기능을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두 사람의 기운은 매우 다르나 아주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주황색 빛깔은 소유욕과 집착이 강하다. 늘 이기고 싶어한다. 하늘색은 품이 넓다. 아량이 있다. 그런데 아직 어려서 제대로 발휘가 안 된다.' 같은 설명은 진짜로 안경이 특수한 힘을 발휘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작가가 가진 힘이다.

 

 우리나라 판타지 동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 작품이라면 앞으로 쏟아져 나올 판타지 동화들이 기대가 된다.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안경 쓴 아이들이 부러웠던지 좋은 눈을 가졌음이 한스러워 어떻게 하면 눈이 나빠져 나도 저렇게 멋진 안경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곤 했다. 좋지 않은 소원은 금방 이루어지는 법!  고등학교 다닐 무렵에도 공부보다는 책 읽기에 심취해있던 나는 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늦은 시각 침침한 등을 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책 읽기를 즐겨 했다. 결국 소원대로 안경을 쓰는 신세가 되고 나서야 코와 귀를 버팀목으로 하여 얼굴에 올라앉은 그놈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물건인지를 깨달았던 것이다. 
 
 대진국(발해의 정식국명은 진국이다)의 건국 영웅 대조영할아버지의 47대손으로 한별 초등학교 5학년. 키는 중간쯤이고, 좀 통통하고 얼굴도 동글동글해서 별명이 호빵맨인데 상황에 따라 웃기는 호빵맨이나 이상한 호빵맨, 놀라운 호빵맨이나 대단한 호빵맨으로 변하는 변화무쌍한 별명을 가진 우리의 주인공 '대단한' 역시 나와 같은 안경잽이다.

  어느 날 역사 연구가이자 수련 연구가인 삼촌을 따라 삼득거사를 만나러 갔다가 안경 다리 양쪽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다섯 가지 색깔 띠가 볼록볼록 도드라진 촌스런 무지개 안경을 얻게 된다. 꿈에 삼득거사가 나타나 '빨투, 노인, 초지, 파진, 보천'이라고 안경 사용법을 알려준다. 빨간색은 투시경, 노랑색은 인연경, 초록색은 지혜경, 파랑색은 진심경, 보라색은 천리경이라는 말이다.

 투시경으로 짝사랑하는 담임선생님의 위염을 발견하기도 하고, 인연경으로 만날 싸우기만 하고 어수선한 반 분위기를 자리 바꾸기로 해결하면서 아이들에게도 대단한 호빵맨으로 불리는 날이 많아진다. 조류독감의 여파로 문닫기 일보 직전인 치킨집을 김치소스를 이용한 독특한 치킨가게로 바꾸자는 멋진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시험을 볼 때 투시경을 사용하려고 했다가 된통 당하면서 나쁜 마음을 갖고는 절대로 안경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사람 마음을 읽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람 마음을 훔쳐보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그래 봤으면 하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싸움 같은 것도 안 일어날 테고, 말하지 않고 침묵만 지킨다고 해도 그 마음을 읽어내니 감동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뿐인가, 독심술로 유명해질 수도 있다. 아, 이런 나는 역시 때묻은 어른이다. 안경 쓰는 게 귀찮기는 하지만 이런 안경이 있다면 사양 않고 열심히 쓰고 다닐 수 있는데 마음이 탁해질대로 탁해진 어른들한테는 아예 보이지도 않을 게 뻔하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 소재를 작가는 정말이지 명쾌하고 깔끔하게 잘도 그려냈다. 표지나 제목에서 풍기는 촌스러움과 식상함은 가 날아가버렸다. 첫인상이 실패한 유쾌한 경우이다. 안경이 가진 기능을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두 사람의 기운은 매우 다르나 아주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주황색 빛깔은 소유욕과 집착이 강하다. 늘 이기고 싶어한다. 하늘색은 품이 넓다. 아량이 있다. 그런데 아직 어려서 제대로 발휘가 안 된다.' 같은 설명은 진짜로 안경이 특수한 힘을 발휘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작가가 가진 힘이다.

  우리나라 판타지 동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 작품이라면 앞으로 쏟아져 나올 판타지 동화들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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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토 애니데스크 좌식형 AND-07(독서대,노트북테이블,공부상)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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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바닥에 앉아서 책을 볼 때 쓰는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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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돋을새김 푸른문학 1
존 스타인벡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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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진주는 이제 저의 영혼이 되었습니다.

이걸 포기한다면 내 영혼을 잃게 되는 겁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마이더스의 노예들 - 잭 런던 지음 |김 훈 옮김


멕시코만에 사는 키노, 아내 주애너, 그리고 예쁜 아기 코요티토. 가난한 삶이지만 하늘에 경외심을 갖고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그들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전갈이 코요티토를 물면서부터였다. 재빨리 응급처치를 했지만 어른들도 한 번 물리면 호되게 앓고나서야 일어날 수 있는 지라 어린 코요티토는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돈이 없어 의사에게 치료도 못 받고 돌아선 그들은 진주를 찾게 되길 간절히 원한다.


'진주는 우연한 사고로 만들어지는 것이었으므로 진주를 발견하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것은 하느님이나 세상의 모든 신들이 진주를 찾은 이의 등을 부드럽게 툭툭 쳐주는 것과 같은 ' 그 일이 키노에게 일어난다. 달처럼 완벽하고 갈매기알만큼이나 큼직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진주가 키노를 찾아왔다.


탐욕이란 전염병과 같은 법이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진주를 갖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 되었다. 밤중에 몰래 집안에 침입하는가하면 키노를 죽이려고까지 든다. 그 와중에 사람을 죽이고 도망치게 된 키노 가족들은 추격자를 피해 산으로 올라갔지만 결국 키요티토가 죽게 되고 그들은 진주를 다시 바닷속으로 던져버리고 만다. 주애너가 "키노, 이 진주는 악마예요. 우리를 파멸시키기 전에 우리가 없애버리도록 해요. 돌로 쳐서 부숴버리자구요. 본래 있었던 바다 밑으로 던져버려요. 키노, 이건 악마예요. 악마라구요." 라며 두려워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것들은 잭 런던의 《마푸이의 집》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둘기 알만큼이나 크고 완벽한 원형을 이루고 있는 데다 유백색 광이 도드라지는' 진주를 찾은 마푸이. 그가 원한 것은 집 한 채 갖는 것이었지만 진주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사람들의 욕심은 《진주》와 다를 것 없이 펼쳐진다.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났지만 다시 마푸이 손에 들어온 진주는 집을 원하는 처음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키노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조애너가 말했듯 진주가 사람을 파멸시키려는 악마처럼 보이는 것은 비슷하다. 모든 일들을 주관하는 듯한 진주 두 개!


한 개의 모래알이 조개의 속살에 나 있는 주름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계속 자극하게 되면, 자기 방어를 위해 매끈한 석회질로 모래알을 덮어씌우는 것이다. 그 일은 일단 한 번 시작되면, 조류의 소용돌이로 인해 모래알이 떨어져 나가거나 조개가 스스로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사람들은 물속으로 들어가 조개밭에서 떼어낸 조개의 껍데기를 열어 석회질로 코팅된 모래알을 찾아냈던 것이다.(33쪽)


까마귀는 반짝이는 물건을 보기만 하면 물어다 둥지로 가져간다고 한다. 은박지, 구슬, 핀 같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물건들을 물어간다고 비웃지만, 겨우 석회질로 코팅된 모래알 하나 때문에 사람 목숨까지 함부로 해치는 일을 벌이는 사람도 까마귀보다 나을 게 없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 대해 말씀하셨지만, 세상에 많고 많은 유혹 중에 물질에 대한 유혹은 가장 참기 어려운 법이다. 진주가 악마라기보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가장 경계해야 할 악마를 손 안에 쥐고 있지는 않은지 늘 손을 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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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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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묵은 세배를 하고, 연말에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비빕밥을 해먹던 풍습이 있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한참 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 <우동>에서 보여주는 대로 일본은 우동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그런 바탕에서 탄생한 것이 이《우동 한 그릇》일 것만 같다. 맛있는 우동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굳이 북해정을 찾은 가난한 가족들.

모르는 척 양을 조금 더 넣어 삶아준 무뚝뚝한 주인과 12월 31일이면 비워놓는 예약석 2번 테이블.


어느 늦은 저녁 풍경. 아이들 넷이 쪼르르 누워 잠이 든 곁에서 꼬박꼬박 졸던 엄마는 술이 얼큰해서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맞아 양복을 받아 거신다. "여보, 국수 좀 삶아 줘." 한 번도 싫은 내색 없이 부엌으로 나가 국수를 말아오시던 우리 엄마. 여름이면 시원한 오이 냉국에 겨울이면 뜨끈한 멸치국물 국수를 주로 내주셨으나, 가끔 속이 탄다 하시면 마당에 묻어놓은 김칫독에서 김치국물을 넉넉히 담아와 얼음이 아삭아삭한 김치말이국수를 정갈하게 차려내오시던 그 풍경. 가끔 혼자서 국수를 삶아먹을 때면 냄비 속에서 부글거리는 거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다.


지금도 가끔 술을 마시다가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국수가 먹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면 "으이구! 누굴 닮아가지고!" 곱게 눈을 흘기시면서도 국수를 말아주시는 우리 엄마. 그 모습이 오늘 다시 찾은《우동 한 그릇》과 묘하게 겹친다. 다른 추억에 비해 음식에 관한 추억은 맛과 함께 기억되어서인지 더 오래도록 남는다. 북해정 우동을 먹던 그 가족들과 국수냄새 퍼지던 그 저녁에 대한 추억은 그렇게 닮은 셈이다. 이런 추억은 또다시 아들에게로, 조카들에게로 남아 행복한 한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구리 료헤이. 발음이 엉키기 쉬운 작가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았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니 굉장한 실례이겠으나 이렇게 멋진 동화를 쓰신 분이라면 이름만 불러도 용서해주실 것 같은 묘한 착각이 든다. 비단 <우동 한 그릇>뿐만 아니라 <산타클로스가 된 소년>이나 <켄보우의 행진곡이 들려온다> <하얀 카네이션> 등 모든 작품이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지녔다. 두고두고 보아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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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란 -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
앤드류 니키포룩 지음, 이희수 옮김 / 알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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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텔레비전을 즐겨 보지는 않지만 가끔씩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시청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만화 '호빵맨'도 그중 하나인데, 가족들이 모두 모여있을 때 할머니 집에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조카들이 만화 채널을 틀어놓고 쪼르르 앉아 낄낄대는 것을 시작으로 하도 떠들어대는 통에 군기반장을 하러 들어갔다가 함께 본 경우다. 볼이 둥글둥글하고 빨간 게 천상 호빵처럼 생긴 '호빵맨'이 나쁜 짓만 일삼는 '세균맨'을 혼내준다는 단순한 스토리였지만 지금도 혼쭐이 나서 도망가는 '세균맨'과 듬직한 '호빵맨' 이미지는 선명하게 남아있다.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라는 다분히 선정적인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대혼란》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세균맨'과 '호빵맨'을 기억나게 했다. 나쁜 세균맨들이 나타났을 때 '도와줘요, 호빵맨!'하고 외치면 어디선가 쓩~하고 날아와  시원스럽게 뻥뻥 차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만화와 같지 않으니 스스로 호빵맨이 되어 싸울 수밖에 없음이 애석할 따름이다.

 

 이 책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처럼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음에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그건 작가의 입심이 장난 아니게 훌륭한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닭장, 악의 소굴로 전락하다', '종의 저글링, 글로벌 서커스' 같은 소제목에서부터 '태초에 신은 바이러스의 번식과 운반을 위해 오리를 창조했음이 틀림없다' 라든가, '지구상에서 할리우드의 <위기의 주부들> 다음으로 약물을 가장 많이 복용하는 것이 바로 브로일러일 것이다' 나, '세계화의 물결 속에 넉넉한 호박바지 같았던 세상이 티팬티처럼 쪼그라들었고, 1930년대 대공황을 비롯해 정신이 번쩍 드는 무역 불황을 몇 차례 겪으면서도 교역과 교통의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져만 갔다' 같은 표현들은 너무 기발해서 읽는 맛을 더해준다.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다가 몇 번을 웃었는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는데 그건 아무래도 선정적인 제목 탓에 음란소설을 읽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싶다. 그들 눈에는 '스와핑'이나 '섹스'라는 글자들만 확대되어 보였을 것 같다.

 

 하루나 이틀, 길어야 일주일 안에 지구에 있는 모든 나라를 갈 수 있는 지금 같은 때 대혼란이 일어난다는 건 어찌 보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혼란스러운 시기가 지나가면 또다른 혼란이 대기하고 있다가 들이닥칠 테지만 이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적어도 우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친절한 작가가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정부가 제대로 일하기만 학수고대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자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따라서 시민인 우리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먹는 방법,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 살아가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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