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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ㅣ 돋을새김 푸른문학 1
존 스타인벡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진주는 이제 저의 영혼이 되었습니다.
이걸 포기한다면 내 영혼을 잃게 되는 겁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마이더스의 노예들 - 잭 런던 지음 |김 훈 옮김
멕시코만에 사는 키노, 아내 주애너, 그리고 예쁜 아기 코요티토. 가난한 삶이지만 하늘에 경외심을 갖고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그들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전갈이 코요티토를 물면서부터였다. 재빨리 응급처치를 했지만 어른들도 한 번 물리면 호되게 앓고나서야 일어날 수 있는 지라 어린 코요티토는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돈이 없어 의사에게 치료도 못 받고 돌아선 그들은 진주를 찾게 되길 간절히 원한다.
'진주는 우연한 사고로 만들어지는 것이었으므로 진주를 발견하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것은 하느님이나 세상의 모든 신들이 진주를 찾은 이의 등을 부드럽게 툭툭 쳐주는 것과 같은 ' 그 일이 키노에게 일어난다. 달처럼 완벽하고 갈매기알만큼이나 큼직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진주가 키노를 찾아왔다.
탐욕이란 전염병과 같은 법이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진주를 갖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 되었다. 밤중에 몰래 집안에 침입하는가하면 키노를 죽이려고까지 든다. 그 와중에 사람을 죽이고 도망치게 된 키노 가족들은 추격자를 피해 산으로 올라갔지만 결국 키요티토가 죽게 되고 그들은 진주를 다시 바닷속으로 던져버리고 만다. 주애너가 "키노, 이 진주는 악마예요. 우리를 파멸시키기 전에 우리가 없애버리도록 해요. 돌로 쳐서 부숴버리자구요. 본래 있었던 바다 밑으로 던져버려요. 키노, 이건 악마예요. 악마라구요." 라며 두려워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것들은 잭 런던의 《마푸이의 집》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둘기 알만큼이나 크고 완벽한 원형을 이루고 있는 데다 유백색 광이 도드라지는' 진주를 찾은 마푸이. 그가 원한 것은 집 한 채 갖는 것이었지만 진주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사람들의 욕심은 《진주》와 다를 것 없이 펼쳐진다.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났지만 다시 마푸이 손에 들어온 진주는 집을 원하는 처음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키노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조애너가 말했듯 진주가 사람을 파멸시키려는 악마처럼 보이는 것은 비슷하다. 모든 일들을 주관하는 듯한 진주 두 개!
한 개의 모래알이 조개의 속살에 나 있는 주름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계속 자극하게 되면, 자기 방어를 위해 매끈한 석회질로 모래알을 덮어씌우는 것이다. 그 일은 일단 한 번 시작되면, 조류의 소용돌이로 인해 모래알이 떨어져 나가거나 조개가 스스로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사람들은 물속으로 들어가 조개밭에서 떼어낸 조개의 껍데기를 열어 석회질로 코팅된 모래알을 찾아냈던 것이다.(33쪽)
까마귀는 반짝이는 물건을 보기만 하면 물어다 둥지로 가져간다고 한다. 은박지, 구슬, 핀 같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물건들을 물어간다고 비웃지만, 겨우 석회질로 코팅된 모래알 하나 때문에 사람 목숨까지 함부로 해치는 일을 벌이는 사람도 까마귀보다 나을 게 없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 대해 말씀하셨지만, 세상에 많고 많은 유혹 중에 물질에 대한 유혹은 가장 참기 어려운 법이다. 진주가 악마라기보다 사람의 욕심이라는 가장 경계해야 할 악마를 손 안에 쥐고 있지는 않은지 늘 손을 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