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나눗셈, 귀신 백과사전>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통방통 나눗셈 신통방통 수학 2
서지원 지음, 심창국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지금도 그렇지만 수학(간단한 산수까지도)은 내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숫자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지, 내가 숫자들을 고립시키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호들과 힘을 합해 공격을 해오면 당해낼 길이 없다. 어렸을 때는 주판을 배운 덕에 암산도 꽤 잘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과 맞물린 부분들도 함께 고장이 나니 계산력도 떨어지는 게 나를 슬프게 한다.  

 아이가 자라서 이제는 나래보다 훨씬 나은 실력으로 수학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때 나눗셈을 이렇게 가르쳐주었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낱말이나 문장의 뜻, 사회적인 문제들을 설명하는 건 쉬운데 수학을 설명해주는 건 왜 그리도 어려운지. 내가 굳이 설명할 것도 없이 이 책을 보면 혼자 터득할 수도 있었으리라. 

엄마가 하는 선물가게에서 신상품을 골라 주렁주렁 달고 다니고 새로운 물건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좋아하는 천방지축 나래가 공원에서 나눔버스를 만나 봉사도 하고 나눗셈도 배운다는 설정이 참 좋았다. 반에서 따돌리던 민주를 거기서 만나 외모와는 상관 없이 마음씀으로 인해 진짜 공주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건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뭐, 아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그렇게 들이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흥미를 더해주고, 나눗셈을 그림을 통해 자세히 보여주니 저학년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는 책이다. 나누는 것을 어려워하는 친구들과 자기 것만 알고 남에게 나누어줄 줄 모르는 친구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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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개정판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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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사람은 말일세, 밥 없이는 살아도 이야기 없이는 못 산다네.








 백탑파.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백동수, 이서구, 홍대용, 유득공을 예서 또 만나니 낯선 길을 걷다가 반가운 벗을 만난 듯 기쁘기 그지없다. <책만 읽는 바보>에서 만났던 그들이 아닌가! 사실 소설의 내용과는 별 상관 없이 이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100점짜리 책이다. 상당히 무식한 점수 주기지만 가끔은 그럴 때도 있어야 사람인 거다. 완벽하면 왠지 사람다운 맛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때는 정조 무렵. 왕궁에까지 자객이 드나들던 정신 없던 시절에 방각본(나무로 깎아 찍어만든 책)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의금부 도사였던 나, 이명방은 사건을 맡아 단서를 뒤쫓은 끝에 매설가인 청운몽을 붙잡아 능지처참을 하였건만 살인은 또다시 일어난다. 그리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윤곽들 앞에 모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명방은 선무 일등 공신 의민공의 후손으로 정조의 총애를 받아 의금부 도사가 되어 백탑파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하지만 묘하게도 거기서 만난 화광, 그야말로 꽃에 미친 김진과의 교우는 평생을 통해 제일 아름다운 우정이 된다. 어찌보면 여리기만 한 김진은 못 하는 게 없어 천기도 읽을 줄 알고, 셜록 홈즈처럼 단서를 쫓아 추리를 할 줄도 아는 것이 흡사 제갈공명의 현신을 보는 듯 하다. 그와 백동수의 도움으로 진짜 범인은 잡지만 정치에 얽히고 설킨 내력은 파헤치고 나면 또다른 밀림이 앞에 있는 셈이니 허탈하다.

 

 작가 스스로 밝혀 적은 것처럼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꼼꼼하게 조사한 뒤 나온 책답게 백탑파와 정조, 홍국영과 체재공이 눈앞에 서있는듯 선연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게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어디선가 이명방이 던진 표창이 날아와 박힐 것고 지금 현실이 오버랩되는 정치판의 씁쓸함은 두 번 연거퍼 등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름만 알던 작가를 이렇게 새롭게 만날 때는 상당히 미안해진다. 옆에 좋은 친구가 있었는데 여태 모르고 지낸 듯한 느낌이다. 좋아하는 성향이 다 다르니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 치밀하게 정조 시절을 묘사한 것도 좋고 방각본 소설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점도 좋다.

 



 백탑파.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백동수, 이서구, 홍대용, 유득공을 예서 또 만나니 낯선 길을 걷다가 반가운 벗을 만난 듯 기쁘기 그지없다. <책만 읽는 바보>에서 만났던 그들이 아닌가! 사실 소설의 내용과는 별 상관 없이 이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100점짜리 책이다. 상당히 무식한 점수 주기지만 가끔은 그럴 때도 있어야 사람인 거다. 완벽하면 왠지 사람다운 맛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때는 정조 무렵. 왕궁에까지 자객이 드나들던 정신 없던 시절에 방각본(나무로 깎아 찍어만든 책)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의금부 도사였던 나, 이명방은 사건을 맡아 단서를 뒤쫓은 끝에 매설가인 청운몽을 붙잡아 능지처참을 하였건만 살인은 또다시 일어난다. 그리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윤곽들 앞에 모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명방은 선무 일등 공신 의민공의 후손으로 정조의 총애를 받아 의금부 도사가 되어 백탑파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하지만 묘하게도 거기서 만난 화광, 그야말로 꽃에 미친 김진과의 교우는 평생을 통해 제일 아름다운 우정이 된다. 어찌보면 여리기만 한 김진은 못 하는 게 없어 천기도 읽을 줄 알고, 셜록 홈즈처럼 단서를 쫓아 추리를 할 줄도 아는 것이 흡사 제갈공명의 현신을 보는 듯 하다. 그와 백동수의 도움으로 진짜 범인은 잡지만 정치에 얽히고 설킨 내력은 파헤치고 나면 또다른 밀림이 앞에 있는 셈이니 허탈하다.

 

 작가 스스로 밝혀 적은 것처럼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꼼꼼하게 조사한 뒤 나온 책답게 백탑파와 정조, 홍국영과 체재공이 눈앞에 서있는듯 선연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게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어디선가 이명방이 던진 표창이 날아와 박힐 것고 지금 현실이 오버랩되는 정치판의 씁쓸함은 두 번 연거퍼 등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름만 알던 작가를 이렇게 새롭게 만날 때는 상당히 미안해진다. 옆에 좋은 친구가 있었는데 여태 모르고 지낸 듯한 느낌이다. 좋아하는 성향이 다 다르니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 치밀하게 정조 시절을 묘사한 것도 좋고 방각본 소설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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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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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학교에서 집까지 걷는 길은 꽤 멀었다. 버스 정류장 3개 정도는 지나쳐야 할 만큼 먼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흙길이라 비라도 오면 운동화는 금세 붉은 흙물이 들고 젖은 흙이 운동화를 질기게 붙잡는 힘에 지쳐 힘이 다 빠지곤 했다.
 완만하게 휘어진 길 옆으로는 몇 기의 무덤이 보이는 얕으막한 산이 있어 밤이 되면 머리털이 바짝 곤두설 지경이었지만 새 소리와 봄, 여름, 가을을 관통하는 꽃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고 풀과 나무들이 많아 공기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상쾌했다. 햇빛에 반짝이는 그 하얀 길을 친구들과 삘기를 뽑거나 애기똥풀을 잘라 누런 물이 나오는 걸 손톱에 발라보기도 하면서 걷는 일은 유쾌했다.

 

 그러다가 중간 쯤 이르면 마을이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씩 손을 흔들며 다른 길로 들어서고 우리 동네 아이들과 윗동네 아이들 몇 명만 남아 반쯤 남은 길을 조용히 걸어가곤 했다. 딱 그 중간에 외롭게 산 밑에 하나 있던 외딴집. 빨간 기와를 얹은 그 집을 우리는 보태지도, 덜지도 않고 그저 '외딴집'이라고 불렀다. 엄연히 거기 사는 친구가 있으니 누구네 집이라고 불러도 되련만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외딴집이라고만 불렀는데 누가 사는 것 같지 않게 늘 조용하던 그 집에서 뿜어져나오는 괴기스러움을 지금도 기억한다.

 

  얼마 전에 우연히 구름처럼 떠 있는 덧없는 세상살이를 그린 풍속화란 뜻을 가진, 에도 시절 널리 유행한 채색 목판화를 가리키는 말이 '우키요에'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책이 배달된 순간 이런 유키요에 대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안도 히로시게의 <소나기>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으니 반갑다기보다 뭔가 묘한 인연으로 얽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림과 겹치면서 어린 시절 '외딴집'이 떠올랐다.

 

 미야베 미유키는 《화차》로 알게 된 작가인데 그때도 참 치밀하고 깔끔한 문장에 감탄을 했지만 이 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실제로 뻔히 드러나는 형식이고 보면 '감출 것 없이 다 보여주겠지만 네가 이걸 알아내겠느냐? '하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

 

 1603년에서 1867년 사이에 지금의 도쿄인 에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일본의 막부 시대였던 에도 시절, 어미가 죽고 아비에게도 버림받다시피한 열살짜리 '호(바보의 '호')는 집의 재앙을 씻어내기 위한 참배객으로 마루미 번에 왔다가 그대로 주저앉게 되어 의원인 이노우에 가에 맡겨진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하는 호지만 고타에 님이 정성껏 가르쳐주시는 것들을 배우면서 이제서야 사람다운 삶을 살고 있었지만 고타에는 어느 날 가지와라 가의 미네에게 독살당하면서 또 비틀어지고 만다.

 

 쇼군이 유배보낸 가가님을 마른폭포저택에 모시기 위한 울타리를 세우면서 부상자가 생기고 고타에가 죽고, 마른폭포 저택을 다녀오는 담력시합을 하다가 드러누운 아이들이 생기자 마루미 번 사람들은 모두 가가님이 귀신이고 악령이라 그런 일들이 생긴다고 굳게 믿는다. 자기 자식을 죽이고 부인까지 죽인 사람, 후나이 가가노 가미모리토시. 막부의  재정부교까지 지낸 인물이지만 나쁜 일을 몰고 다닌다는 흉흉한 인물. 마을에서는 마른폭포저택에 가까이 가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고토에가 독살당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마을의 안녕을 위해서 그 일을 입밖에 내면 안 되는 호는  히키테 일을 하는 우사에게 맡겨지지만 또다시 우여곡절끝에 마른폭포저택에서 하녀로 일하게 된다. 착하고 정직한 호는 우연히 가가님을 보게 되고 그에게서 글자와 산술을 배우면서 또다른 이름 '호(이번에는 방향을 가리키는 方)를 받는다. 그리고 가가님의 죽음과 함께 다시 '호(이번에는 보물을 뜻하는 寶)라는 이름을 받는다. 그야말로 순수하고 깨끗한 보물이라는 뜻이다. 아무도 진실되게 대해주지 않았던 가가님에게 순수하게 다가갔던 호를 기억하는 이름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듯 보이지만 이권을 둘러싼 마루미 번 내 아사기 가와 하타케야마 가의 보이지 않는 싸움과 또 가문 안에서도 서로 우위를 차지하려는 자들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마루미 번 안에서도 염색하는 집들과 어부들, 마을관리들의 반목이 위태롭다가 결국 가가님이 뿌려놓았다고 믿는 음험한 기운과 불신들이 한 데 뭉쳐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마루미 번은 평화롭다. 마치 홍수가 물러난 뒤 노아의 방주에서 선택된 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처럼.

 

 일이 일어날 때마다 번번히 등장하는 번개와 천둥, 그리고 비. 유난히 번개가 잦은 고장 마루미 번에서는 이상할 일도 아니지만 그 번개 속에 숨어 마루미의 하늘과 땅을 차지하려 내려온 괴물인 뇌수를 가가님이 물리치고 신령이 되었다고 믿게 되는 모습은 어리석은 백성들이 얼마나 쉽게 조정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뇌수는 다름 아니라 일을 그렇게 되도록 조정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 되었다.

 

 음모와 술수가 횡행한 시대, 사실 그게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이 모든 일을 좌지우지하는 그 시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떠올리기도, 외우기 힘든 관직 이름 때문에 초반에는 몰입이 힘들었지만 탄탄한 문장과 잘 된 번역은 800쪽이 넘는 방대한 작품을 끝까지 궁금해하며 읽게 만들었다.

 

 미야베 미유키. 외워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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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공정무역, 왜 필요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
아드리안 쿠퍼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박창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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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라는 낱말은 쉽게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말에 다가서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버스나 지하철에 마련된 노약자석에 앉지 않는 것으로, 아픈 친구를 대신해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로 배려를 실천하면서 산다고 뿌듯하게 느꼈던 우리들에게 공정무역의 거대한 구조 안에서 좀 더 폭 넓은 의미의 배려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조목조목 짚어준 책이다.


내가 신중하게 선택한 물건 하나가 충분히 많은 이들을 배려하는 일이 되고 배려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중간상인이나 거대 기업의 배만 불리던 구조를 무너뜨려 1차 생산자들을 보호할 수 있게 해주니 그야말로 1석 다익(多益) 시스템인 셈이다.


지난번에 읽었던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가 초등학생들을 위한 공정무역 안내서였다면 이 책은 어려운 낱말들을 거르는 수고를 하지 않아 딱딱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중학생 이상 어른들까지 모든 계층을 망라하여 읽어볼 만하다. 신문을 읽을 때 정치나 경제, 사회 기사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팁들(세계무역기구, 제3세계 농민들이 마약 작물을 재배하는 이유, 세계무역기구의 무역 원칙, 다자간 투자협정, 만약에 무기를 사지 않는다면 , 한눈에 보는 무역의 역사 등)이 아주 풍부해서 공정무역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상식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유용할 듯하다.


‘아이들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라’ 라는 말은 한시적인 도움보다는 혼자서도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원칙은 절망적인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수백만 명의 지구촌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 빈곤 때문에 나타나는 불안정한 삶과 기회 박탈 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낚싯대가 바로 공정무역인 셈이다.


비록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하룻밤 사이에 가난한 나라의 수준을 부자 나라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인식은 세계 기업들, 정부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무역기구 같은 국제기구들이 불공정한 무역의 문제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도록 압력을 넣는다는 것을 뜻하지요.(109쪽)


조금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되겠지만 한 걸음이 백 걸음을 걷는 시작이다. 우리가 시작한 공정무역 제품 구매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119쪽에 명시된 대로 한국의 공정무역 관련 단체를 찾아 인터넷에 등록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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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쳤다! 미래의 고전 19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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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도망친다는 설정은 꽤 괜찮았다. 뭔가 나쁜 짓을 한 주인을 피해 달아나는 거겠거니 했는데 갈수록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움직이는 하울의 성>과 <해리포터>, 심지어는 <반지의 제왕>의 그림자가 마구 넘실댔다. 집에 다리가 쑤욱 나와 걸어다닌다는 설정부터가 <움직이는 하울의 성>을 닮았거니와, 벽에 글씨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집이 이동할 때 붙박이로 서있는 집들 가운데를 통과한다는 따위의 신비한 능력은 <해리포터>에서, 모든 나무들이 어머니 나무에서 갈라져나온다거나 뿌리 하나가 아이들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다는 것은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게 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 거부감이 드는 건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재민이를 가두고 도망쳐버린 집을 찾기 위한 추격전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아름드리 떡집 아줌마와 같은 부류인 길위의 유목민들의 등장은 신선했고 버림받은 집들이 유령의 집이 되거나, 학교를 졸업할 때 상으로 받은 씨앗이 자라서 자신의 집이 될 나무로 자란다는 이야기, 나무들이 주인을 고른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졌다. 원호와 앙숙이었던 범수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보는 건 흐뭇하다.

 

 최고가 되기 위해 다른 유목민 집들의 심장에 '욕심' 한 방울을 흘려넣은 왕빛나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집들은 잠시나마 주인들을 배반하고 한 데 뒤엉켜 웅장한 성을 만들었지만 원호의 노력으로 모두들 자신들이 누군지, 주인은 누구인지를 기억해냈다. '욕심'때문에 주인을 버리고 자신을 잃어버린 집들은,  욕심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 이름 모를 타인들까지 어려움에 빠뜨리는 인간을 그대로 보여준다. 혹시라도 맑게 빛나는 호박빛 영롱한 심장이 아니라 왕빛나가 주입한 욕심 한 방울이 섞여 검붉게 끈적이는 액체만 가득 담은 심장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킁킁 냄새를 맡아 볼 일이다.

 

 뚱뚱하고 느리고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할 것 같던 원호가 결국 모든 일을 해결했다. 잘나고 훌륭한 주인공만 등장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으니 새로울 것도 없긴 하지만, 지나치게 드러나는 일 없이 자연스레 처리한 작가의 노고가 빛난다. 원호가 아름드리의 마음을 읽고 집을 다루는 재주가 있는 것처럼 아직 찾지 못했을 뿐 누구에게나 잘 하는 것이 꼭 한 가지는 있기 마련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부탁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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