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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7 - 2부 3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7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제목 : 토지 7 (2부 3권)
◎ 지은이 : 박경리
◎ 펴낸곳 : 나남
◎ 2008년 1월 3일 16쇄, 379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최서희와 길상이 마침내 부부가 되니 하인이 주인 아씨와 결혼했다는 생각에 보는 이들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어색하기로는 길상도 마찬가지다.
'길상은 고독했다. 고독한 부부, 고독한 결혼이었다. 한 사나이로서의 자유는 날갯죽지가 부러졌다. 사랑하면서, 살을 저미듯 짙은 애정이면서, 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던 애기씨, 최서희가 지금 길상에게는 쓸쓸한 아내다. 피차가 다 쓸쓸하고 공허한가. 역설이며 이율배반이다. 인간이란 습관을 뛰어넘기 어려운 동물인지 모른다. 그 콧대 센 최서희는 어느 부인네 이상으로 공손했고, 지순하기만 하던 길상은 다분히 거칠어졌는데 그래도 서로 사이에 폭은 남아 있는 것이다.' (121쪽)
서희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싫진 않으니 길상과 혼인을 한 거겠지만 '나는 지키는 게야. 최서희의 권위를. 최 참판 가문의 권위를 지키는 게 아니라 되찾는 게야. 영광도 재물도.--나는 그 종을 최서희의 머리칼 하나 안 다치고 최서희 윗자리에 앉힐 테다!' (99쪽) 이렇게 드러낸 마음으로만 보면 길상을 그저 파트너로만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봉순이와 맺어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자꾸 올라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기생이 된 봉순이 혜관 스님을 따라 용정촌에서 가서 길상과 서희를 마주할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풍전등화같은 목숨, 하루살이 같은 인생의 이들.연해주를, 만주 땅을 유랑하는 백성들이 품팔이 일군뿐일까마는 독립지사든 장사꾼이든 혹은 서희 같은 자산가, 심지어 김두수 등속의 앞잡이까지 풍전등화의 목숨이며 하루살이 같은 인생임엔 대동소이한 것, 남의 땅 위에 뿌리박기도 어렵거니와 뿌리가 내린들 튼튼할 까닭이 없다. (159쪽)
-돼지겉이 살든 쇠겉이 살든 고향 돌아갈 희망만 있이믄. (223쪽)
-민족주의자 조오치요, 독립투사 얼마나 훌륭합니까? 그 훌륭한 양반들이 나라 잃고 이곳 타국에 와서 개척민들, 일찍이 버림받았었던 그네들을 언덕삼아 비비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그래 그네들에게 호령하고 지도할 푼수가 되나요? 애국애족이면 단가요? 국토회복이면 단가요? 염치없는 짓 아니고 뭡니까? 그들에겐 피땀 흘려 일쿠은 땅보다 버림받았던, 은덕이라곤 받은 일이 없는 조국이란 게 더 소중할 리 없지 않습니까? 제가 무슨 얘길 하는고 하니 그네들에게 주도권을 주라 그 얘깁니다. 그래야만 수십만 이민들은 한 깃발 밑에 모일 거란 그 말입니다. (314쪽)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도, 용정촌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는 이들도 모두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그나마 한 가닥 재미는 공노인을 앞세워 조준구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서희를 보는 일이다.
-밤하늘이 그 수많은 별들의 운행같이 삼라만상이 이치에서 벗어나는 거란 없는 게야. 돌아갈 자리에 돌아가고 돌아올 자리에 돌아오고, 우리가 다만 못 믿는 것은 이르고 더디 오는 그 차이 때문이고 마음이 바쁜 때문이지. 뉘우침말고는 악이란 결코 용서받을 순 없는 게야.(3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