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이 소리내어 읽는 동화
박명희 외 지음, 이정규 그림 / 계림닷컴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동화집이다. 일 학년인 자신처럼 이름표를 달았다고 모과나무를 친구로 생각하여 못생긴 모과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자신의 가치와 소중함을 가르쳐 주는 '일 학년 나무', 치매에 걸린 고양이 아빠를 가족의 사랑과 자연의 힘으로 치료해 간다는 '치매에 걸린 고양이 아빠', 고슴도치 가족이 처음 만나는 밤송이와의 대결을 재미있게 살린 '재돌이의 모험', 겁이 많은 물고기 큰눈이를 위해 넓은 세상으로 안내해서 결국 자신감을 찾은 큰눈이와 마을로 당당하게 돌아가는 엄마 물고기 이야기 '겁쟁이 큰눈이', 할머니의 사투리가 구수한 '연두의 까치설날', 교과서에서 만난 적이 있어서 더욱 친숙한 '달님에게서 들은 이야기' 등이다.

각 단편이 시작되는 앞부분에는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어야 하는지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고 책의 주제까지도 선명하게 밝혀놓아 아직 글을 읽고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일학년에게 충실한 안내자의 역할까지도 맡고 있다.

예를 들면, '치매에 걸린 고양이 아빠'의 경우 ‘치매에 걸린 아빠는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없지요. 말과 행동이 어눌한 아빠 쥐는 어떤 목소리를 낼까요. 가족의 따뜻함을 생각하며 소리내어 읽어 보세요.’라는 식이다.

한글을 네 살이나 다섯 살 무렵에 깨치고 읽고 쓰기에 능한 일 학년들도 있지만 여전히 더듬거리고 읽는 일에 자신이 없는 친구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은 글씨체도 크고 흥미를 끄는 삽화도 많이 넣었을 뿐더러 책의 크기도 그림동화와 비슷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놓은 게 장점이다. 책의 뒤편에는 왜 소리내어 읽어야 하는 지를 설명해 놓은 글도 함께 실려 있어 이 책을 지도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읽어보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긴 머리 공주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5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5
안너마리 반 해링언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를 믿고 책을 샀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이 많은데 비해 마루벌의 책들은 언제나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준다. 여태껏 만나왔던 그림동화들이 비교적 고른 수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은 책을 고를 때 누군가에 의한 추천일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눈을 자극하는 선명한 붉은 색 표지도 그렇거니와 연못에 생긴 동심원처럼 검고 긴 머리의 물결 속에 앉아있는 밝은 표정의 여자 아이가 눈에 확 들어오는 그림에 현혹되어 손에 잡게 된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 태어난 공주, 머리카락이 유난히 잘 자라는 바람에 머리가 점점 더 무거워지는 공주. 귀찮고 무거운 머리를 나라의 보물이라며 못 자르게 하는 왕과 자르고 싶었던 자신의 머리카락 대신에 들고 있던 인형의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리고 슬픈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 한 가운데 앉아 있는 공주의 표정은 너무 외로워 보인다. 공주면 뭘 하나.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할 수도 없는걸.

우울한 가운데도 군데군데 귀여운 그림들이 위안을 주는데 수영장을 통째로 빌려 머리를 감는 장면에서 공주의 몸 조각 맞추기를 하는 듯한 장면이나, 가방에 머릴 넣었는데 하인이 따라올 수 없는 화장실에서 엉덩이를 드러내고 변기에 앉아있는 익살맞은 표정들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잔뜩 폼을 잡고 진지해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결혼신청을 하면서 많은 왕자들이 선물한 금,은, 보석으로 반짝이는 빗들 덕택에 왕국이 부자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공주는 가방을 들어주는 서커스단 남자와 함께 길을 떠나 결국 머리를 자르고 서커스 단원이 되어 행복한 인생을 시작했다는 결말에 이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공주가 드디어 공주가 아닌 한 사람으로 자신의 삶을 찾았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이다. 여기서 왜 하필 서커스 단원이냐 따위의 질문은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아버지를 거역하면서까지 머리카락을 진작에 자르지 못했냐고 따지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건 늦게라도 자신의 삶을 찾았다는 그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은 부모들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래서 아이들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고 싶어하고 그애들 대신에 모든 일을 결정하고 자신이 결정한 그대로 아이들이 따라오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경우 좌절하고 아이들에게 매를 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저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고 공부를 위해 학원으로 내몰린 아이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말하게 된 이유도 다 거기에 있다. 최고 우선주의, 일등 지상주의 등이 아이들을 극단에는 자살로 몰고 가는 것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공주가 머리를 자르고 싶어하면 그렇게 하도록 가위를 주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앞니 빠진 꼬마 비버 타라담트타라담티담
릴레 뵤른 지음, 조국현 옮김 / 아가월드(사랑이)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이런 노래를 부르며 빠진 이를 지붕 위로 높이 던지고, 행여나 이가 지붕 위에서 또르르 굴러 떨어지면 새 이가 나오지 않을까 봐 정성스럽게 다시 주워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높이높이 던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롭다. 다 커버린 지금도 치과 가는 일을 제일 끔찍하게 여기는 어른들의 마음 속에도 어린 시절 이를 빼고 놀림을 당하고 새 이를 기다리던 기억은 생생할 것이다.

꼬마 비버 타라담트타라담티담이 돌멩이에 실을 묶어 떨어뜨렸던 것처럼 이를 빼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했었는데 실로 이를 묶은 채 획 잡아채는 방법과 흔들리는 이를 살살 돌려 빼는 방법, 무언가를 먹다가 덩달아 이가 빠지는 경우도 허다했고, 높이 폴짝폴짝 뛰는 고무줄 놀이에서도 충격을 받아서인지 이가 빠지곤 했다.

‘이빨 빠진 금강새, 우물 앞에 가지 마라. 붕어 새끼 놀린다’ 키득키득 웃던 물 속 가물치의 표정에서 그런 노래가 읽혀진다. 이가 빠져버린 꼬마 비버를 놀리긴 했지만 미안한 마음에 마법사 미라쿠이의 도움을 받아 모두들 이가 빠진 채 나타나는 장면은 참 따뜻하다.

이에 김을 붙이고 나타나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코미디언들처럼 어색해 보이지만 개구리가 들고 있는 올챙이에게서 검은 이를 발견하는 순간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드는 유쾌함이 있다. 한 쪽 귀가 축 늘어진 토끼를 위해 모두들 한 쪽 귀를 수건으로 붙잡아 매고 나타났던 동화도 생각이 나고.. 두 책 모두 좋은 친구를 둔 주인공의 행복감이 느껴진다.

이 책은 그림도 상당히 재미있다. 언뜻 보기엔 그냥 스쳐 지날 수 있는 구석구석에 흡사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보라는 것처럼 다양한 그림들이 표현되어 있다. 비버의 식탁 위에서 자신들의 식량을 나르는 개미들을 찾아볼 수도 있고, 교수님의 서재에서 비버처럼 긴 이를 한 고흐의 자화상을 발견하는 재미라든가, 축 늘어진 꼬마 비버의 얼굴 뒤로 열기구를 탄 코끼리의 모습 등 눈을 크게 뜨면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어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꼬마 비버 타라담트타라담티담은 두 권 째의 이야기이다. 첫 번째 책은 꼬마 비버가 태어나 아빠 비버가 주민등록을 하러 가는 길에 흥얼거린 노래 ‘타라담트타라담티담’이 그대로 이름이 되어버린 이야기인데 외우기 힘든 이름 때문에 속상해 하는 비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매력은 간단한 줄거리와 재미있는 그림, 더불어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비버와 동지 의식을 느끼는 데 있지 않을까? 갑작스럽게 떠오른 궁금증 하나 젖니와 영구치. 젖니는 ‘이’라는 명칭을 쓰면서 영구치는 왜 ‘치’를 붙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베틀북 그림책 13
프리드리히 헤헬만 그림, 미하엘 엔데 글, 문성원 옮김 / 베틀북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빛과 그림자를 선명하게 대비시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그림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그림자 장난꾼, 무서운 어둠, 외로움, 밤앓이, 힘없음. 덧없음, 죽음이라는 그림자들..

오필리아에게 찾아 온 이 심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그림자들은 우리 인생이 흔히 연극에 비유되는 것과 오필리아가 연극을 하고 싶어하고 평생을 연극과 관계를 맺으며 살았다는 설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오필리아가 겪는 현실에서의 생활이 힘들었음을, 그리고 인생이란 누구나 이런 것들을 차례로 겪어야 함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머무를 곳이 없어서 이리 저리 떠돌다가 사람에게로 가서 앉는 그림자. 그림자가 스스로 작아질 수도 있고 커질 수도 있으며 다른 어떤 것으로도 변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외로움이나 인생의 덧없음 등을 사람들이 느끼기는 하지만 어떤 계기를 맞아 이런 고통들이 줄어들 수도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그래서 스스로 조절 능력이 있다는 얘기는 아닐까.

‘아무한테도 속해 있지 않고, 아무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그림자들’은 오필리아가 죽음을 받아들인 후 천국의 문 앞에서 마주쳤을 때 화려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다. 구원을 받아 정처없이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그림자들. 이것은 다시 말해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에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런 것들로부터 놓여난다는 이야기는 아닐는지.

약간 무거운 주제로 인해서 아이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런 얘기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외로운 어느 할머니에게 친구가 되어준 그림자들에게 연극을 가르친다는 환상적인 부분만을 공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피터팬>에서 피터팬과 분리된 그림자 이야기처럼 여기서도 자신의 그림자를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해보고 이름을 붙여보기, 생긴 모습을 설명하는 글로 써보기, 그림자가 이야기하는 주인에 대한 불만 등을 이야기로 꾸며보는 일을 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솔빛별 세계 여행기
조예솔 외 지음 / 현암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조예솔, 조한빛, 조한별 이 세 자매가 부모님과 함께 약 1년간 세계를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다. 아빠가 직접 찍은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일기에 소개된 세계의 문화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세 자매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은 사진 자료가 풍부해서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글도 예솔, 한빛, 한별이가 돌아가면서 썼기 때문에 세 자매의 서로 다른 시선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일기 쓰는 일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재미있는 일기를 읽으면서 제목 짓기부터 따라해보기를 시키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났다.

직접 세계 여행을 할 수 없는 우리들에게 부분적이나마 대리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고, 어디를 가든 먼저 수첩과 연필을 잘 챙겨서 기록을 남긴 탓인지 기억들이 정확한 것 또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일기를 잘 쓰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에게 권해주면 좋을 듯 하다. 세상을 보는 눈이라고 크게 이야기할 것은 없지만 견학을 가거나 여행을 가서 어떻게 관찰하고 어떤 것을 내가 가져와야 할 지 어렴풋하게 느끼게 해 줄 것이다.

학교에 얽매이지 않고 훌쩍 떠나버린 그 가족들의 용기에 감탄을 하며, 학교 성적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 직접 부딪히고 체험해 보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고 몸소 실천한 그런 부모을 가진 세 자매가 부럽다.

그러나, 제목과 표지는 흡인력이 떨어져서 책에 시선을 가게 하지도 않을 뿐더러 선뜻 집어 들게 하지 않는 게 이 책의 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