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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코니 윌리스는 이미 <둠즈데이 북>에서 너무나 반해버린
작가인지라 그녀의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2월 21일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어제에서야 끝이 났다.
중간에 2박 3일 여행도 다녀오고
신학기가 되면서 바빠지기 시작해서 요새는 정신이 없을 지경이니까
하고 나 스스로 위로를 해보지만 푹 빠져서 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다.
나는 동물을 싫어하는 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옆에 와서 부비대고 친한 척하는 걸 싫어한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재롱을 떠는 모습이야 얼마든지
반가운 마음으로 "귀여운 놈"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주먼드 공주와 시럴.
이 아주먼드공주 덕분에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2057년. 1940년 공습으로 파괴된 코벤트리 성당을
복원하고 싶어하는 슈프라넬 여사의 지시에 따라
'주교의 새그루터기'를 찾던 네드는 시차증후군에 걸려
강제 소환 당한 후 쉬게 해주겠다는 던워디에 떠밀려
(여기서도 던워디와 핀츠를 만나다니! 만세!
-<둠즈데이 북>에서도 만났으니 반가운 게 당연하지?)
뭔가를 지닌 채 1888년으로 강하하게 된다.
자신의 간단한 임무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테렌스를 만나고 시럴(개)을 만나고 같이 배여행을 하는 동안
자신이 아주먼드공주를 데리고 있음 깨닫는다.
아주먼드공주..슈프라넬 여사의 먼먼조상이었던 토시의 고양이
토시의 집사가 바다에 집어 던진 아주먼드공주를 살려내
미래로 가져왔던 베리티 덕분에 그걸 돌려주려 왔던 것이다.
모순이 일어나지 않도록.
백튜더퓨처를 보면 미래에 가서 스포츠매거진을 가져와
그걸로 떼돈을 번 못된 놈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에서의 가정은 절대로 미래의 물건을 가지고는
네트가 열리지 않아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리티는 생물인 고양이를 데리고 온 것이다.
가설은 깨지고 아주먼드공주 때문에 인과모순이 생길 것을
두려워한 네드와 베리티는 과거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테렌스의 끊임없는 인용문들과
추리소설에 빠져 지냈던 베리티가 간간히 꺼내놓는
추리소설 이야기와 결국은 추리소설과 맞물리는 결말과
역사적 사실들의 나열과 온갖 혼란과 정신없음이 이 책의 매력이다.
"TJ, 워털루 전투의 승패를 결정지은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나폴레옹의 악필이나 치질 때문인가요?"
"둘 다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가 모의 실험을 했던 여러 요인-
그나이제나우의 와브르 후퇴, 전령의 실종, 라에생트에서 일어난
화재도 그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럼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고양이요"
"고양이요?"
"아니면 마차나 쥐, 또는..."
"맞았어요. 너무나 사소해서 그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는 무언가죠."
만약에 타이타닉 호가 빙산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배에 손상은 입었겠지만 가라앉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한 편으로 만약에 누군가가 처음부터 충분한 수의
구명보트를 실었다면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원인과 결과가 선형적이 아니다. 모순을 고치려고 하는 행동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
네드와 베리티의 대화 중 일부다.
어쨌거나 인생은 우연의 연속인 셈이다.
내가 지금 커피를 마시는 이 행동이
세수도 안 하고 있는 이 상황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자료 수집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740족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어대는
작가의 수다에는 경의를 표해야 한다.
이것도 영화로 만들면 참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