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chitecture of Happiness
알랭 드 보통 지음 / Hamish Hamilton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 책제목 : 행복의 건축 The Architecture of Happiness

◎ 지은이 :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 옮긴이 : 정영목

◎ 펴낸곳 : 이레

◎ 2007년 5월 30일 초판 5쇄, 302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건축이라는 딱딱한 낱말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그것이 구체화되어 눈 앞에 나타났을 때는 호기심이 반짝인다. 저런 건물을 지은 이는 누구일까? 저기는 뭘 하는 곳일까? 저런 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지? 저런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거야? 등등.

이 책은 요런 얕은 수준의 호기심을 넘어선다. '건축'에 관한 기록이자 보고서이며 명상록이다. 철학자답게 명쾌한 문장들이 많아 딱딱하게 굳은 내 뇌를 자꾸만 두드린 탓에, 읽으면서 어찌나 밑줄을 많이 그었는지 그것만 따로 기록했다가 너무 길어서 3분의 2는 지웠다.

-가장 고귀한 건축이 때로는 낮잠이나 아스피린이 주는 작은 위안에도 못 미칠 수 있다. ( 18쪽)

-아름다운 건축에는 백신이나 밥 한 그릇이 주는 것과 같은 명명백백한 이점이 없다. 따라서 그것은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절대 맨 앞에 서지 못할 것이다. 혹독한 노력과 희생으로 인간이 만든 세계 전체가 산마르코 광장과 견줄 만하게 설계된다 해도, 우리가 여생을 빌라 로톤다나 글라스 하우스에서 보낼 수 있다 해도, 그래도 우리는 걸핏하면 언짢은 기분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19쪽)

빌라 로톤다, 136쪽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 사진이 가득하다.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부분들, 기둥이나 천장, 창문의 위치와 재료 등에 대해 자세히 다루면서도 볼 거리가 풍부해 이해가 쉽다.

복잡성과 결합된 질서가 주는 기쁨: 총동국, 베네치아, 1340~420년. 199쪽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저널리즘 연구소, 206쪽

-르 코르뷔지에의 말에 따르면 집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더위, 추위, 비, 도둑, 호기심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켜주는 피난처. 2. 빛과 태양을 받아들이는 그릇. 3. 조리, 일, 개인생활에 적합한 몇 개의 작은 방." (61쪽)

-어떤 장소의 전망이 우리의 전망과 부합되고 또 그것을 정당화해준다면, 우리는 그곳을 ''이라는 말로 부르곤 한다. --(중략) 집은 공항이나 도서관일 수도 있고, 정원이나 도로변 식당일 수도 있다. --(중략) 우리에게는 물리적인 집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의미의 집도 필요하다. 우리의 약한 면을 보상하기 위해서다. (111쪽)

-우리는 우리 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념하려고 무덤, 묘비, 영묘를 세우듯이, 우리 자신의 중요하지만 잘 빠져나가는 면을 기억하려고 건물을 짓고 장식한다. 우리 집안의 그림과 의자들은 신석기 시대의 거대한 무덤과 같다. 다만 우리 자신의 시대, 산 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줄여놓았을 뿐이다. 우리의 집안 설비들 역시 정체성의 기념물이다. (132쪽)

-아름다움은 성스러운 것의 한 조각이며, 그것을 보면 우리가 누릴 수 없는 삶에 대한 상실감과 갈망 때문에 슬퍼진다. 아름다운 대상에 새겨진 특질은 죄로 물든 세상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신의 특질이다.

(157쪽)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인생이 여러 가지 문제로 가장 심각할 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낙담한 순간들은 건축과 예술로 통하는 입구를 활짝 열어준다. 그러한 때에 그 이상적인 특질들에 대한 굶주림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이다. (158쪽)

-구조가 질서 있게 표현된 곳에서 우리는 결국 우리를 삼킬 수밖에 없는 예측 불가능성을 길들였다는 느낌을 받는다. 상징적으로 말하자면, 알 수 없기 때문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미래를 휘어잡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193쪽)

볕이 가장 뜨거운 한낮에 산에 올랐다가 기진맥진하여 내려오는 길, 아파트에 가려져 있던 주택단지를 만났다. 하늘을 높게 이고 엎드려 단잠을 자듯 포근하게 자리잡은 집들을 보는 순간 뜨거운 볕을 피해 주차된 자동차 아래 다리 길게 뻗고 잠을 청하는 고양이가 생각났다. 나른한 평화라는 수식어와 함께.

어딜 둘러봐도 새로 지은 아파트가 위풍당당하게, 그러나 군복을 입고 20kg 군장을 메고 행군하려는 군인들처럼 뻣뻣하기만 할 뿐 눈 둘 곳 하나 없던 그곳에서 만난 주택단지는 신선했다. 비슷하기는 해도 서로 다른 모양과 재질, 다양한 색이 어우러지고 낮은 담장으로 인해 안이 훤히 들여다보여 친근함마저 들었다. 좁은 텃밭에 자라는 푸성귀까지 한 몫을 담당하니 찰나에 만나는 천국이 이곳이 아니면 어디랴.

-어떤 건물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그것이 살아 있는 형태일 경우에 우리가 좋아할 만한 특질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건축 작품에서 찾는 것은 결국 친구에게서 찾는 것과 그리 멀지 않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묘사하는 대상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른 모습인 셈이다. (93쪽)

여행지에서 만났던 많은 건물들이 떠오른다. 그저 근사하다, 멋있다를 연발하며 지나쳤지만 앞으로의 여행에서 만나게 될 많은 건축물들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위대한 건축 작품은 우리에게 고요, 힘, 평정, 우아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이런 것들은 우리가 창조자로서나 관객으로서나 보통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다. 예술작품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를 현혹하고 감동시킨다. (145쪽)' 라고 했던 작가의 말이 과연 진실인지도 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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