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전 도서관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신간으로 뛰어들어가 책을 대여하는 재미는 남다르다. 
이 책들을 대여 기간 동안 다 읽을 수 있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못 읽으면, 다시 대여하면 된다. 뭐가 문제인가? 책에 둘러싸여 있으면 '언제 다 읽지'라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건 '무엇'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로 본다면, '내 주위에 책이 언제나 있어. 난 책을 읽는 중이야. 지금 못 읽는다고 해도 언제든지 책을 읽을 수 있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내 주위에 책이 있는 것이 사소한 행복일 것이다.





2018.05.1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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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용기 - 나를 깨고 나오는 용기에 대하여 말하다
자림 지음 / 마음의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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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읽다 보니 마음에 와닿는 내용과 구절이 많아서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은 책이다. 저자에 대해서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그녀(그인지도 모르지만.)의 생각에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이 책이 저자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 중의 한 명인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를 소개한 부분에서 반가움을 느꼈다.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저자를 공유할 때는 왠지 모를 기쁨을 느낀다.


유발하라리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아래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지식을 쌓을수록 세계는 더 빠르게 변하기에, 결국 세계에 대해 더 모르는 상태가 되는 '지식을 역설'을 설명했다고 한다.


어떤 것을 모르는 경우 그냥 모른다고 말하세요. 자신의 무지를 덮기 위해 구차한 설명을 시작하지 마라. 답은 없겠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 정보, 기술 교육보다는 정신적 균형과 유연성 훈련에 더 투자해야 한다.(p.103)

이 책의 저자는 이 내용을 좀 더 풀어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질문해 가며 언제든 돌이킬 수 있는 유연성, 정보나 기술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을 균형감을 가지고 내 몸으로 살아갈 용기(p.104 ~ 105)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 너무 고민을 안 하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좋은 대학교, 학점, 졸업, 괜찮은 직장에 취직, 연예, 결혼, 집 장만, 자녀 등 그냥 정해진 루틴을 어떻게 더 좋게 해나갈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이런 삶이 실패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진정한 내가 선택한 삶이었는지 글쎄..

가장 끊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인터넷을 하는 것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뉴스, 유튜브, 쇼핑, 커뮤니티를 전전할 뿐이다. 이런 사이트들은 한 번 오면, 빠져나가지 못하기 하기 위해 각종 콘텐츠 추천, 광고 등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를 묶는다. 기사나 커뮤니티 글을 보다가 덧글을 달거나, 새 글을 쓴 후에 다른 사람의 덧글을 계속 확인한다. 내가 찍은 멋진 사진이나 현재의 뿌듯한 마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러 사이트에 게시한 후에 역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잠시 시간을 내서 유튜브를 보려다가 2시간을 훌쩍 넘긴 적이 있었다. 꼬리를 이어지는 콘텐츠 추천 때문에 정신없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밥 먹다가 대화의 주제가 떨어지면, 잠시 흥미 용도로 말을 걸 정도의 내용뿐이었다. 물론, 이것들도 잘 기억이 안난다.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혼자 있고 싶지만, 고립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전히 접속의 세상을 서성이고, 댓글을 통해 다른 시선을 확인하며 안도하기도 한다. 이 선들에 연결되어 있는 한, 그 어디로 도망가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힘들다. 마음은 여전히 무리에 섞여있고, 무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무리의 생각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p.133)

예전에 사이먼 시넥의 TED 강연을 보고,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골든 서클이라는 개념을 설명했는데, 어떤 일을 할 때 '왜-어떻게-무엇을', 이런 순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팟, 아이폰 등 혁신적인 제품을 만든 애플, 비행기를 최초로 개발한 라이트 형제, 최고의 연설을 한 마틴 루터 킹 등의 예로 들면서 '왜'부터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이 책의 저자는 '무엇'과 '어떻게'의 차이를 알고, 인생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한다. 물론, '왜'까지 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무엇'은 정해진 숫자가 있고, 기준이 있어 내 자격이 심사 대상이 되지만, '어떻게'에 목표를 두면 자격 미달이라 여기며 괴로울 일은 없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함으로, 홀가분한 마음을 '어떻게'에 쏟아가면서 살아볼 힘을 내보련다.(p.207)

골목에 두 대의 차가 있었다. 한 대는 앞 보닛만 열려있었고, 다른 한 대는 앞 보닛이 열려있는 것은 동일했지만, 앞 유리창이 조금 깨져 있었다. 일주일 뒤 앞 유리창이 조금 깨져 있던 자동차는 주요 부품이 도난당하고, 낙서와 파손으로 거의 폐차할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실험은 1969년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 교수였던 필립 짐바르도가 했다. 그리고,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 Theory)'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을 했다. 

요즘 언론의 작태를 보니 이 법칙을 활용하기 위해 애를 쓰는 거 같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그리고 한 개인의 범죄 행위를 가지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흔집내려고 노력한다. 계속 반복되는 공격을 통해 유리창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많은 사람들이 그 유리창을 아예 박살 내 버리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불순한 행동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팩트를 체크할 의지와 노력을 가지고 있다. 기레기로 표현되는 언론의 거짓된 현혹에 또다시 놀아나면 안 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방치하지 않을 용기'로 인생에 대한 처신을 이야기한 것은 새로운 시각이며 접근인 거 같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측면에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의지와 상관없이, 노력과 상관없이 내 삶의 모서리들이 깨지고 부서질 수는 있다. 다만, 그것을 방치하지 않는 것은 내 선택이다. 누군가가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누군가 함부로 망가뜨리지 않도록.(p.261)



2018.05.1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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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 쇠망사 2 로마제국 쇠망사 2
에드워드 기번 지음, 김희용.윤수인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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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로마제국 쇠망사 2권을 읽었다. 서기 324년에서 서기 395년까지 로마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시기는 서로마와 동로마로 고착화되고, 페르시아와의 반복된 전쟁, 훈족의 이동으로 인해 도나우강을 넘어 동로마 트리키아 속주 일대로 거주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고트족과의 전쟁 등으로 인해 로마제국이 점차 국력이 약해져 가는 시기였다.

많은 시간 동안 이 책을 읽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책 초반부에 그리스도교에 대한 설명 때문이었다. 다신교와의 갈등, 무수한 종파의 난립, 서로마와 동로마와 나누어져 세력을 키워가는 종교 세력, 그리스도교에 갈팡질팡 흔들리는 로마 황제들. 종교만큼 재미없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논리적인 이야기가 안 통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넌더리가 났다.

로마제국이 쇠망하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므로 어떠한 검증도 거치지 않았음을 밝힌다.

1. 너무 넓은 영토
아래 지도를 보면, 로마제국이 얼마나 큰 영토를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저 수많은 속주들에 사는 많은 이민족들을 하나의 로마인들로 만들기는 분명히 어려웠을 것이다. 한 명의 황제가 통치하기에는 불가능했고, 각 속주마다 총독을 두었어도 중앙집권적 정치가 그대로 펴져 가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에 동화된 이민족들도 많았지만, 국경선 여기저기에서 군사적 충돌은 계속 있었다.




2. 용병
희대의 명장 한니발을 소유한 카르타고가 로마와의 전쟁에서 끝내 패배하고, 지중해에서 사라진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카르타고의 주 병력이 용병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인한 정신과 로마를 지키겠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로마 시민 군들은 전투에서 질 수는 있어도 굴복하지 않고,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전쟁을 이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기 300년을 넘어가면서 로마제국은 게르마니 부족들, 갈리아 부족들, 아랍인, 고트족, 아르메니아인, 이집트인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용병을 확대했고, 이들은 아무리 로마군의 훈련과 교육을 받아 정예화되었다고 해도 본질적인 정신력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나라가 약해질수록 점차 분열되는 모습은 어쩌면 예상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3. 종교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 가치관, 정치에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잦은 종교 분쟁, 이단과의 분란, 쓸데없이 종교에 집착하는 지배 계층의 혼란 등으로 점차 로마제국에 악영향을 끼쳤다. 각 지역마다 종파들의 지배권 강화는 로마제국 내 지역을 더욱 분열시켰고, 그리스도교들은 복음의 정신 따위는 이미 잊은 지 오래였고, 맹목적인 종교열과 복수심은 온 지역을 집어삼켰다. 

위기 때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황제의 출현으로 인해 로마제국을 지탱했지만,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서기 5세기에 접어들면서 로마제국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로마제국 쇠망사 3권이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2018.05.1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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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유발 하라리가 그의 전공을 살려 쓴 ‘대담한 작전‘
근대 유럽의 복잡한 관계도가 궁금해서 빌린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
디자인 공부를 위해 빌린 두 권의 책, ‘가치를 디자인하라‘와 ‘지금의 디자인‘
노무현, 문재인의 곁을 지켰던 양정철이 쓴 ‘세상을 바꾸는 언어‘
내가 좋아하는 범죄 소설 저자인 마이클 코넬리가 쓴 ‘다섯번째 증인‘

일단, 빌렸으니 모두 읽고 반납하는 것이 목표인데, 지금 집에 쌓여있는 책도 많으니 좀 걱정이다. 이 책들이 대여한 것이 아니고, 내가 구매한 내 책이었다면 행복할까?
도서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그냥 쳐다 보고 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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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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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가 쓴 책은 참 재미있다. 이해하기도 쉽고, 읽다 보면 수긍이 간다. 물론, 여러 논쟁이 될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 수긍이 가는 것이 어찌 보면 위험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의 논리적인 전개와 쉬운 예제를 더한 설명은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방대한 역사를 다루는 그의 책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가 제시하는 많은 경우를 읽지 않고, 단 몇 줄로 그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고, 그런 시도를 하면 그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종교, 인본주의를 뛰어넘어 앞으로 IoT를 통해 모든 데이터가 서로 연결된 데이터교라는 새로운 정치, 종교, 경제적 개념이 모든 인류를 지배할 것이다는 추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유기체는 생화학적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되는 존재이고,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뿐이라는 주장과 데이터 기반의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결국 유기체를 더욱 잘 알게 되어서 지배할 수 있다는 주장이 꽤 신빙성이 있게 들린다. 

이제까지 지나온 역사와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의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들의 행동양식을 분석하여 하나의 커다란 추론으로 이끌고 가는 저자의 탁월한 전개에 감탄을 한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나의 수준으로 저자의 능력을 온전히 판단하기는 가당치 않을 수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 정도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인공지능, 보이스 어시스턴트, IoT를 더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관점에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데이터교가 지배하는 세계를 더욱 앞당기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훗날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과 1년 전에 남북한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진행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한 단계씩 꾸준히 준비하고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고, 누군가 말했듯이 2018년 한반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빚을 지었다. 
인류가 창조한 데이터에 의해 인류가 지배당하는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분명 각 단계마다 인류를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는 우리의 선택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2018.04.2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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