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데미안 (양장) - 191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스토리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때 교회를 다녔다. 중등부 교회 회장을 하고 있었다. 매년 문학의 밤 행사를 했고, 문학의 밤에 독후감 낭독하는 기회가 나에게 왔다. 지금은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엄청 부담이 컸다.


그때 독후감 낭독을 할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준 책이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이다.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어떤 내용을 낭독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내용을 모두 다 이해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지 않다가 뒤늦게 <데미안>을 구매했다. 사실 <데미안>은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구매하고, 5만 원 이상 구매 시 주는 적립금 2천 원 때문에 추가한 책이다. 헤르만 헤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의 성장 소설이다. 자신의 욕망과 싸우면서 자기의 사랑, 꿈, 자아를 찾아 고민하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매우 섬세하고, 정밀하게 표현한 소설인데, 내가 책의 내용을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완독은 했지만, 정말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어느 한순간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1장이 넘게 표현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죄와 벌>의 주인공 로쟈보다는 덜 하지만, 에밀 싱클레어 또한 만만하지 않다.


이 책의 제목인 데미안은 에밀 싱클레어의 친구이지만, 에밀 싱클레어를 인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구세주 같은 인물로 등장한다. 기존의 신앙, 제도, 사회에 정신적인 저항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함께 떠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사실 이것은 단순히 편안함의 문제거든! 편안함에 빠져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귀찮은 사람은 법을 있는 그대로 따르지. 그게 쉬우니까. 반면에 다른 이들은 자기 내면의 법칙을 스스로 감지해. 그 법칙은 신사로서 날마다 해야 하는 일을 금지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른 일을 허용하기도 하지. 각자가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거야." (P.82)


술에 취해 방탕한 생활을 하던 싱클레어는 우연히 한 여인을 발견하고, 자신을 변화시킨다. 오로지 지켜보기만 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싱클레어를 보니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주인공 베르테르의 아픔과 너무 대조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베아트리체와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 여인은 당시 내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내 앞에 그 모습이 떠오르게 만들었고, 내게 성전을 열어주었으며, 나를 교회에서 기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루아침에 나는 술 마시고 밤새 쏘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다시 혼자가 되어 책을 가까이하며 산책을 즐겼다. (P.101)


그러나, 한 여인의 영향력이 점차 희미해지고, 다시 불안감에 휩싸야 견딜 수 없이 괴로워하는 싱클레어는 우연히 거리를 쏘다니다가 작은 변두리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오르간 소리를 듣고, 음악을 통한 영혼의 표현을 본능적으로 받아들인다.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또 한 번의 정신적 성장을 한 싱클레어는 우연히 데미안을 다시 만나고, 그토록 자신이 갈망하면서 그림을 그렸던 한 여인이 데미안의 어머니임을 깨닫고 환희에 휩싸인다. 


몇 번의 정신적 방황을 고백하는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찾아야 하죠. 그러면 길이 쉬워집니다. 하지만 영원한 꿈은 없으니 새로운 꿈으로 대체되기 마련이에요. 어떤 특정한 꿈을 계속 붙들고 있으려 하면 안 돼요." (P.177)


"사랑은 애원해도 안 되고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부인이 말했다. "사랑은 그 안에 확신하는 힘이 있어야 해요.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려가지 않고 끌어당기게 되죠.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내게 이끌리고 있어요. 그 사랑이 나를 끌어당기면 나는 그리로 갈 거에요. 나는 나 자신을 선물로 주고 싶지 않아요. 이끌리기를 원해요." (P. 186)


아. 이게 무슨 말인가. 이끌리기를 원하지만, 선물로 주고 싶지 않다는. 심지어 요구해서도 안되고. 이게 과연 어떤 방식의 사랑일까?


싱클레어는 자신을 탐구자로 생각하고, 탐구자를 '표식'을 지닌 자들로 표현한다.


표식을 지닌 우리가 세상에서 이상한, 심지어 미치고 위험한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는 깨어났거나 혹은 깨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언제나 완벽한 인식에 이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반면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 이상과 의무, 사랑과 행복을 집단의 것과 더욱 가까이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면서 행복을 추구했다. 그것 역시 노력이었으며 힘과 위대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표식을 지닌 우리는 자연의 의지를 새로운 것, 개인과 미래를 향해 표현된 것으로 여긴 반면, 다른 이들은 옛것을 고집하며 살았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류를 사랑하긴 했지만, 그들에게 인류란 유지하고 보호해야 하는 완성품이었다. 반면 우리에게 인류는 우리 모두가 향해 가고 있는 먼 미래로, 아무도 그 모습을 알지 못했고 그 법은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았다. (P.181)


전쟁에 참여하는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보면서, 과연 이것이 그들이 원하는 길이었는가 모르겠다. 인류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 완벽한 인식에 이르기 위해 전쟁으로 파괴되고 다시 태어나야 하는 것인가? '표식'을 지닌 자들이 정녕 원하는 길이 뭔지 잘 모르겠다. 내 사고와 사유의 폭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 온갖 잡생각이 떠올라 나 자신의 내면을 들어다보지도 못하는데, 어찌 알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가야 할 방향, 가야만 하는 그 도착지를 찾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를 이 책을 읽고, 어렴풋이 느꼈다. 에밀 싱클레어와 함께 하는 동안 잡생각을 떨쳐 버릴 수 있어서 좋았다. 


2019.11.16 Ex. Libris HJK


나는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살고자 했을 뿐이다.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득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는지 궁금하다.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어떻게, 어디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낼지 걱정할 수 있고,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여행을 가기 위해 예약을 했을수도 있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며 '나 혼자 집에' 영화를 볼 계획을 세울지도 모르겠다. 


글쎄. 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고, 집에 와서 케이크를 자르면서 캐럴을 부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아니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위해 모아 놓은 레고로 내 방을 꾸며볼 생각이다. 전체적인 윤곽은 11월 말에나 나올 거 같고, 이번에는 10254 Winter Holiday Train을 만들었다. 앞으로, 크리스마스 관련 제품 3개를 더 조립해서 조그만 장식장에 넣어 놓고, 12월동안 즐겁게 쳐다보려고 한다. 이왕이면 음악도 플레이하고, 와인도 한 잔 하면 어떨까 싶다. 


이 기차는 리모트 컨트롤을 통해 레일을 따라 동작을 시킬 수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조그만 기차이지만, 역시 조립해 보니 색감이 너무 예쁜 기차로 탄생되었다. 생각해 보니 크리스마스 기차 여행도 멋있을거 같다. 






2019.11.15 Ex. Libris. HJ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회사에서 힘들 때마다 쳐다보면 나를 미소짓게 하는 것들이 있다. 

모두 선물을 받은 것인데, 잠시나마 추억을 회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존스 할아버지의 낡은 여행 가방 - 인생을 바꿔 주는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뜨인돌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년에 읽은 50 번째 책이다. 

2019년 독서 목표는 52 권이다. 일주일에 한 권씩 1년을 읽자는 마음이었다. 

약 2 개월 정도 책을 안 읽은 적이 있었지만, 하반기에 속도를 내어서 이제 50 권에 도달했다. 목표를 상향 조정해서 60 권을 할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앤디 앤드루스는 2013년에 한국에서 꽤 유명했던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을 쓴 작가이다.

내가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쓴 리뷰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가상의 할아버지를 등장시켜 사람들에게 인생의 멘토링을 한다. 일곱 개의 사례에서 관점을 달리하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곤경에 처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준다는 설정이 인위적이고, 마음에 와닿지도 않지만, 나에게 몇 가지 도움 되는 이야기도 있었다.


항상 인생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배우자와의 갈등이다.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배우자가 원하는 사랑의 표현 방식을 미리 알고 표현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4 가지가 있다. 칭찬, 배려와 행동, 접촉, 함께 하는 시간이다. 칭찬은 강아지를 떠올리면 되는데, 빈말이라도 항상 칭찬을 하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배려와 행동은 금붕이인데, 먹이만 제때 잘 주고, 어항 청소만 잘 해주면 좋다. 접촉은 고양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즉, 스킨십을 계속 해주어야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은 카나리아가 자신의 노래를 항상 들어주는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많은 시간을 그저 함께 같이 지내면 좋다는 의미이다. 

나는 어떤 사랑 표현 방식을 원할까? 꼭 4개 중의 하나이어야 할까? 칭찬을 하고, 식사를 챙겨 주고, 포옹해 주고, 옆에서 항상 날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지 않을까? 상황에 따라 여건에 따라 이 4가지를 적절하게 구사하면 배우자와의 관계가 좀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항상 걱정하는 사람에게 걱정하는 것 중의 40%는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이고, 30%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고, 12%는 건강에 관한 것이고, 10%는 남의 시선에 대한 것이고, 8%만이 합리적인 걱정이라고 말한다. 즉,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92%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고, 8%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물론, 건강에 대한 걱정인 12%을 해결하기 위해 식이조절, 운동, 스트레스 해소 등은 필요할 수 있다. 

머릿속에 뭔가 끊임없이 걱정이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지금 이 걱정이 어디에 속한 것인지 판단하고, 빠르게 리셋 시키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저자는 '실수'와 '선택'을 구분해서 자신이 과거에 한 일이 '실수'인지 '선택'인지에 따라 과거에 한 일을 고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먼저, '실수'와 '선택'의 차이는 뭘까?


"자네가 어두운 밤에 숲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 거야. 어두워서 앞이 보이지 않고, 절벽이 근처에 있다는 것도 몰랐어. 그래서 절벽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졌네. 이런게 바로 '실수'야. 하지만, 환한 대낮에 자네가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숲에 들어가 어슬렁거린다고 해 보세. 사방에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있지만 몰래 들어갔다가 나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 그러다 발을 혓디뎌 목이 부러졌네. 헨리, 이런 건 실수가 아니야. 의식적인 선택이지!" (P. 193)


"다행이군. 이제부터라도 상황에 따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차이를 알아야 할 거야. 단순히 실수를 했다면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만으로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 하지만 '선택'이 개입됐다면 진정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용서를 구하는 방법밖에 없네." (P.194)


결과적으로 상대방은 내가 '실수'했는지 '선택'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상대방에게 행동을 해야 잘못된 경우를 고칠 수 있다는 뜻이다. 


남에게 기회와 격려를 받으려면 남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 남이 나를 좋아하게 하는 방법은 사람들이 내게서 무엇을 바꿔 놓고 싶어 할지를 파악하면 된다. 즉, 남이 원하는 내가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호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나 자신보다 남의 시선만 신경쓰는 거짓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인생의 정답이 있을까? 정의와 진실,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살면, 남이 나를 좋아할까?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진실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면 포기해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존스 할아버지가 들고 다니는 여행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 궁금했다. 존스 할아버지가 영원히 떠나면서 남겨진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을 형상화한 그 무엇. 이것이 힌트이다.


2019.11.13 Ex. Libris. HJ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 - 어제의 후회도 오늘의 상처도 반짝이는 설렘으로 바꾸는 달리기의 기적
레이첼 앤 컬런 지음, 이나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고, 걷기를 시작한 지 약 40일 정도 지났다. 하루에 만 보 걷기 목표를 세웠는데, 10월 평균 일일 걸음은 10,195 보이고, 10,000 보를 넘게 걸은 날이 14일이었다. 11월 평균 일일 걸음은 11,559 보이고, 11일 현재까지 모두 10,000 보를 넘게 걸었다. 

건강이 좋아졌는지 또는 군살이 빠졌는지 아직 모르겠다. 다만, 걷고 집에 돌아왔을 때 기분이 정말 좋다. 더구나, 주말에 걷고 난 후 소파에 누워서 책 읽는 기분이 정말 끝내준다. 나갈 때는 귀찮지만, 들어왔을 때의 기분이 자꾸 생각나서 나간다.


이렇게 걷기를 시작하고, 걷기에 이것저것 관심이 생길 때 레이첼 앤 컬런의 <내가 혼자 달리는 이유>를 읽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울증을 겪는 엄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 폭식을 하면서 본인 역시 우울한 시절을 보내던 저자는 달리기를 시작한 후 법대를 진학하고, 변호사 업무를 하다가 피트니스 강사를 거쳐 마라톤 달리기 선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책으로 썼다. 물론, 달리기만 한다고 인생이 이렇게 잘 풀렸을 리는 없지만, 내재적 성공 요소가 달리기를 통해 비로소 표출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성공 요소가 우리 몸과 마음에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타고난 것이든지, 습득한 것이든지, 혹은 두 가지 모두였는지, 나는 똑같은 특징을 내보였다. 아주 어린 나이에도 내 머릿속에는 '자아'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바보처럼 보일까, 부족하게 보이지 않을까, 그게 어떤 모습이든지 상관없이 두려웠다. 두렵고 불안한데, 그게 무엇 때문일까? 사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나라는 사실이 두렵고 불안했을 뿐. (중략)

내가 아는 유일한 세계, 힘겨워하는 엄마 곁에서 성장하는 과정은 나를 손상시켰다. 두렵고, 내가 부적격이라는 생각에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면서, '삶'이라는 것을 살아가는 타인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내게는 일상이 되었다.

그게 바로 우울증의 증세다. 믿어주기 바란다. 나는 아니까. (P.47)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많이 먹는다고 한다. 위로와 안식을 찾기 위해 음식은 가장 쉽고 편리한 방편이라고 한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살이 찌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스트레스가 아닌가? 결국,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스트레스를 만드는 형국이니 나아질 리가 없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달리기를 시작했고, 달리고 난 후에 느끼는 기분 때문에 계속 달리면서 자신을 변화시켰다. 물론, 중간에 달리기를 멈추기도 하고,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고 도피도 했지만, 다시 달리기로 돌아갔다. 


두렵고, 내가 부적격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우울증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자친구를 만나서 연애를 시작한 그녀는 괴로워한다.


지배적이고 감정적으로 해로운 관계가 형성되었고, 이 관계의 기초는 그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내 자존감을 침해하는 것이었다. 내 자존심은 어디로 갔을까? 내 존엄성은? 나쁜 사람을 거르는 필터는 내가 적당한 짝을, 아무리 작은 것이더라도 뭔가 공통점을 가진 사람을, 진심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을 고르는 선택 과정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런 것이 있었다면 조쉬는 1차 오디션에서 탈락했을 텐데. 솔직히, 나는 내가 그런 선택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했고, 그나마도 얻은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P. 122)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본인의 삶에 만족하리라 생각했지만, 저자는 본인이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으로 자신을 변화시켰듯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에 매료되어 트레이너의 길로 들어선다. 우울증 때문에 매일 약을 먹어야 했던 저자가 남을 가르치는 트레이너가 되다니, 사람은 분명 변할 수 있다.


나는 내 일의 의미가 순수하게 체력을 강화하는 트레이닝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다고 생각했다. 나는 신체와 정신의 건강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직접 경험해서 알고 있었다. 그 두 가지는 나 자신이 끊임없이 반복하며 겪었듯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비록 내 역할이 여정에서 아주 작은 일부분이긴 했지만, 타인을 지지하는 일에 너무나 큰 보람을 느꼈다. (P.279)


아직까지 만보 걷기를 포기하고 있지 않지만, 가끔 힘들 때 이걸 왜 해야 할까? 이걸 해서 무슨 도움이 될까?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나? 생각을 한다. 걷기를 끝낸 후의 기분을 상상해보지만, 그것만으로 잡념이 없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출산 후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한다. 마라톤이 열리는 날까지 7개월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달리기 거리를 늘리면서 힘들게 연습을 하는 그녀도 달리는 이유에 대해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억지로 힘들게 달리는 그녀 옆으로 초강력 지구력 달리기 선수가 우연히 지나가게 되고, 그는 이런 말을 그녀에게 한다.


"버스 잡으려고 달려가지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똥보라고 놀림을 받았죠. 처음에는 작은 목표를 잡고 점점 더 큰 목표를 정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P. 376)


달리기를 하던 다른 일을 하던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부터 걷기보다 달리기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저자는 마라톤 준비를 위해 총 8번의 공식 레이스에 참여한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극복하고, 하나씩 레이스에 참여하면서 자신감을 얻는다. 나도 만 보 걷는 거리의 반이라도 달려보자고 마음먹고, 달렸지만, 얼마 안 지나서 포기했다. 달리기는 걷기와 다르다. 솔직하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시속 6km를 유지하면서 80분 이내에 만 보를 끝낼 수 있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작은 목표로 시작해서 큰 목표로 아주 조금씩 나아갈 때 성취감을 느낄 것이고, 이것이 무언가를 하는 이유이다. 지금은 만 보에 집중할 때이다. 오로지 만 보만 생각한다. 그 이후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내가 걸은 거리만큼 달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달리기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정리한 글로 마무리를 짓는다.


나는 행복이 더 큰 집, 더 많은 물건을 넣어둘 여분의 방을 갖는대서 비롯한다고 배웠다. 더 멋진 차, 명품 핸드백, 구두. 그런 것은 모두 가졌지만, 여전히 공허했다. 그 행복은 너무나 덧없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될 수 있는 것에 대한 믿음을 발견하는 데서 비롯되는 깊은 만족감이었다. (중략)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물 흐르듯 흘러가지 않을 때, 몸이 불편하다고 비명을 질러댈 때, 목표에 거의 다 왔지만 아직은 아닐 때, 결승점 앞에서 추월당할 때, 모든 것이 아프고, 따갑고, 괴로울 때도 매달려야 할 때, 결승점을 통과하지도 못했을 때, 이 모든 것이 성공을 그토록 달콤하게 만들어준다. (P. 409) 


2019.11.11 Ex. Libris. HJK


나는 런던행 기차를 타고 있다. - P1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랑 2019-11-1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만보. 쉽지 않더라고요. 파이팅. 응원합니다!
저도 요즘 시간날 때 종종 걷고 있는데 매일은 힘들더라고요.

카타유 2019-11-11 23: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매일이 아니더라도 시간 날 때 좀 더 걸으면 좋을거 같아요. ^^